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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물류법인 합병, 무엇을 노린 포석인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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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물류법인 합병, 무엇을 노린 포석인가. (4)

오래 전부터 예정된 합병
합병 후 투자 아닌 투자 후 합병?

 
롯데 물류회사의 합병은 오래 전부터 롯데글로벌로지스(이하 글로벌로지스)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 왔습니다.  롯데그룹이 의도한 것인지, 의도와는 무관하게 결과적으로 글로벌로지스에 유리해진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의 편향된 시각으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롯데그룹이 그린 그림입니다. 두계열사의합병을도모하면서그룹의지배구조를염두에두지않았다고보기는어렵습니다
 
지배구조에바람직한(롯데그룹의최고위층입장에서) 영향을주는방향으로그때그때상황에맞추어물길을열었을겁니다. 마치바둑에서포석을하듯이말이죠. 두물류회사의합병비율은최소한2년전부터바둑판곳곳에놓아둔돌들이만들어낸당연한결과물일겁니다.
 
 
  두 회사의 합병은 ‘시기의 문제’였습니다.
 
 

글로벌로지스가 롯데그룹에 편입된 건 2016년입니다. 롯데그룹이 ‘사실상’ 경영에 참여한 건 2014년이죠. 일본의 오릭스, 현대그룹의 현대상선과 함께 ‘이지스일호’라는 특수목적법인(SPC)를 설립해 글로벌로지스의 전신(前身)인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88.8%를 인수합니다. 당시에는 세 인수자의 지분율이 비슷했고 경영권은 오릭스가 갖는 것으로 됐지만, 현대그룹은 파는 입장이었고, 오릭스는 투자 목적으로 합류를 한 것이었습니다. 이미 이때부터 현대로지스틱스는 향후 롯데그룹 편입이 예정돼 있었다고 봐도 틀림이 없을 겁니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로지스와 롯데로지스틱스의 합병 역시 이때부터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단지, 적당한 시기를 잡는 일만 남았다고 재계나 증권업계가 예상했습니다. 롯데그룹이 로지스틱스만으로는 물류 경쟁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M&A에 나선 것이었으니 두 회사의 합병을 예상하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일입니다.

 

2016년 오릭스가 지분을 철수하고 롯데그룹이 거의 모든 지분을 확보하게 됩니다. 이때 오릭스 몫으로 남겨진 17.8%의 지분이 있었습니다. 원래는 오릭스가 재투자를 하기로 약속되어 있었는데, 오릭스 본사가 발을 빼면서 2017년 신생 벤처캐피털인 메디치인베스트먼트라는 곳에서 인수를 합니다. 

 

메디치인베스트먼트는 소수 지분 인수를 위해 펀드를 조성하는데 그 이름이 ‘엘엘에이치 유한회사’ 입니다. 이달 초 로지스틱스를 합병하기 전 글로벌로지스의 단일 최대주주인 그 ‘엘엘에이치(유)’ 입니다.

 

당시 엘엘에이치는 총 3000억원 가량의 규모로 조성이 됩니다. 이중 절반은 17.8%의 구주를 인수하기 위한 자금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유상증자로 발행되는 신주를 인수하기 위한 자금이었습니다. 

 

아래 그림은 통합 이전 글로벌로지스의 5% 이상 대주주의 변천과정을 나타낸 것입니다. 롯데그룹-오릭스-현대상선 3자 연합(?)인 이지스일호㈜의 지분이 2016년 롯데그룹 계열사로 넘어가고 2017년 1분기에 이지스일호㈜의 잔여 지분을 엘엘에이치(유)가 넘겨 받고, 2017년 2분기에 엘엘에이치(유)가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최대주주가 되는 흐름을 보여줍니다.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시설투자를 하겠다고 유상증자를 한 돈이 통장에 그대로 있습니다.
 
 

이 유상증자가 뭐랄까…… 좀 어색합니다. 롯데그룹측은 유상증자를 전후해 물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겠다고 선전을 했고, 실제로 자금조달의 목적을 시설투자로 공시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2017년 유상증자 후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이렇다 할 투자를 한 게 없습니다. 지난해 말 로지스틱스와 합병비율이 정해지기 전까지도 투자에 쓴 돈이 거의 없습니다. 현금으로 그냥 남아 있습니다.

 

 

 

글로벌로지스의 2014년 이후 현금흐름표를 찾아봤습니다. 현금흐름표는 기업이 실제로 어떤 투자활동에 얼마나 현금을 지출했는지 보여줍니다. 2017년에 약 2000억원 가까운 현금유입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엘엘에이치의 1500억원 유상증자와 롯데로지스틱스 등 계열사의 신주인수권 행사로 조달된 자본입니다. 

 

그러나 물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행한 투자는 보이지 않습니다. 2017년에도 그리고 지난해 9월까지도 굵직한 자본적 지출도 없고 그렇다고 비영업투자를 한 것도 없습니다. 약 2000억원의 현금이 고스란히 통장에서 잠을 자고 있었던 것입니다.

 

 

 
투자계획을 밝힌 적은 있습니다. 2017년 11월에 경기도 광명에 950억원을 들여 물류센터를 구축하겠다고 공시를 했습니다. 하지만 공시 이후 추가로 소식이 전해진 것은 전혀 없습니다. 아래 공시를 보시면 계획만 있을 뿐이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었습니다.
 
 

   취득예정일이 2021년으로 되어 있네요. 물류센터 구축이 엄청 어려운 일인가 봅니다. 공사기간이 3년 넘게 걸릴 걸로 보았으니 말입니다. 이렇게 장기간이 소요되는 일이면 여러 차례에 걸쳐 자금이 지출되어야 할 텐데 재무제표에는 그런 흔적이 없으니 어찌된 일인가 모르겠습니다. 혹시 무산된 것일까요?

 

광명은 롯데로지스틱스가 운영하는 롯데 물류센터가 있는 곳입니다. 또한 롯데로지스틱스가 광명역 복합환승터미널 내 철도 부지에 물류센터를 지으려다 인허가 지연과 주민의 반대로 포기한 지역이기도 합니다. 포기한 시점이 공교롭게도 글로벌로지스가 광명물류센터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한 2017년 11월입니다. 바통을 넘겨받으려고 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지금까지 투자한 돈은 없고 유상증자한 현금은 여전히 통장에 그대로 있습니다.

 
 
합병하고 투자해야지, 왜 투자를 하고 합병을 합니까?
 
 

글로벌로지스가 유상증자를 하자, 시장에서는 곧바로 로지스틱스와 합병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돕니다. 근거 없는 루머는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합병을 위한 수순이었을 것입니다. 롯데그룹은 다른 물류기업 인수에 나설 것이라고 공공연히 밝힙니다. 당연히 로지스틱스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었죠. 

 

 

 

가만히 생각해 보면 좀 이상합니다. 글로벌로지스가 유상증자를 했는데 왜 로지스틱스와 합병설이 돌지요? 시설투자야 사정이 생겨서 늦어질 수 있다고 해도, 이건 아무래도 인과관계가 맞지 않습니다. 유상증자한 돈으로 로지스틱스를 인수할 것도 아니고, 계열 밖의 다른 물류기업을 M&A하는데 쓸 것도 아닌데요. 롯데그룹에 편입되고 나서 시설투자도 하겠다고 하니 ‘아 이제 본격적으로 몸 만들기를 하는구나. 그럼 로지스틱스와 합병을 하겠구나’ 뭐 이런 논리인가요?

 

재읽사는 이런 해석에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무슨 연상퀴즈를 푸는 것도 아니고……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고 다른 기업을 인수하거나 합병하는 일에는 분명한 연결고리가 있어야 합니다. 롯데그룹이 로지스틱스를 제쳐두고 그룹 밖에서 글로벌로지스와 합병할 다른 물류기업을 찾는 것은 난센스입니다. 

 

혹시 두 회사의 합병에 돈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신다면 그것 또한 착각입니다.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합병에는 현금이 필요 없습니다. 공정가액대로 주주간에 지분을 교환하면 됩니다. 지난달 두 회사가 그렇게 한 것처럼.

 

로지스틱스와 합병을 하기 전에 시설투자를 먼저 하는 것도 앞뒤가 바뀌었다고 봅니다.  당연히 합병을 한 후에 두 물류회사의 사업조정을 하고 시너지효과를 최대로 낼 수 있는 투자를 해야지요. (1)그룹에 둘이나 되는 물류회사를 합병한다. (2)통합법인을 잘 추스르고 나서 힘찬 출발을 위해 대대적인 투자에 나선다. 훨씬 자연스럽지 않나요?

 

재읽사는 애초부터 글로벌로지스는 로지스틱스와 통합 후에 투자를 할 계획이었을 거라고 추측합니다. 그래서 광명 물류센터의 취득일자도 2021년인 것은 아닐까요? 글로벌로지스는 최근 또 하나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힌 게 있습니다. 충청북도 진천군에 메가 허브 터미널 구축을 위해 3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합니다. 이건 확정이 돼서 계약이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3000억원은 2022년까지 순차적으로 지출이 될 예정입니다. 로지스틱스와 합병한 통합법인에서 나가는 돈입니다.

 

엘엘에이치(유)의 전주들은 자본시장의 천사인 모양입니다.

 
 

  사족이 될지 모르지만 엘엘에이치(유)의 유상증자 참여도 석연치 않습니다. 보도가 많이 되었지만 엘엘에이치는 글로벌로지스 지분에 대해 풋옵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풋옵션은 글로벌로지스가 엘엘에이치와 사전 약정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4년 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약정의 핵심은 3년 후 기업공개(IPO)입니다.

 

그런데 행사 가격이 문제입니다. 엘엘에이치의 주당 취득단가에 연복리 3%를 적용해 가산한 가격입니다. 엘엘에이치가 주당 38,080원에 취득했으니 4년간 연복리 3%면 43,000원이 좀 안됩니다. 아니, 사모펀드가 땅 파서 장사하는 것도 아니고, 글로벌로지스의 채권을 산 것도 아니고 4년을 투자해 고작 연 3% 수익으로 만족하겠다고요? 

 

재읽사가 경험이 일천한 탓인지 몰라도 이렇게 착한 사모펀드 처음 봤습니다. 요즘 같이 금리가 낮은 시대에도 보통 8~12%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에 대해 갖고 있는 콜옵션의 행사가격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당 평균 취득액에 연복리 14%를 더한 수준입니다. 어떤 사연이 숨어 있는지 모르겠지만 3%는 상식을 벗어난다고 생각합니다. 3%는 에퀴티 투자를 하면서 리스크 프리미엄을 거의 받지 않는 겁니다. 단지, 시간가치를 보전하는 정도에 불과합니다.

 

정말 궁금합니다. 도대체 무슨 사연일까요? 엘엘에이치(유)가 글로벌로지스 지분을 인수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메디치인베스트먼트는 군인공제회 등 10곳의 투자기관을 유치했습니다. 무려 10곳이나 되는 재무적 투자자가 모두 3%의 수익률을 보장받고 투자를 결정했다는 겁니다. 재무적 투자자들은 3년 후 글로벌로지스의 기업공개를 확신했고, 기업공개를 하면 대박이 날 거라고 굳게 믿었던 것일까요? 그것도 아주 높은 확률로 말입니다.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분명 3%의 낮은 수익으로도 불만이 없을 당근을 롯데그룹이 제시했을 지 모릅니다. 또는 겉으로만 지분투자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는 롯데그룹이 3%의 금리로 차입을 한 것일 지 모른다는 의심을 하게 만든다는 뜻입니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엘엘에이치(유)에 돈을 댄 전주(錢主)들은 마음씨가 정말 비단결입니다. 한국 자본시장의 천사입니다.

 

나중에 꼭 확인해 봐야겠습니다. 엘엘에이치(유)의 전주들이 누구인지, 그리고 엘엘에이치(유)가 보유한 글로벌로지스 지분이 3년 후 어디로 가는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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