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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에너지 ‘의견거절’의 막전막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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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에너지 ‘의견거절’의 막전막후(2)

좀비기업의 매각? 단지 희망사항이었을 지도

 
 
 
웅진에너지의 설비가 돈 벌어주는 역할을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웅진에너지는 지난해 거액의 손실을 낸 이유가 제품가격이 50% 이상 급락하는 등 업황이 부진해서라고 했습니다. 그게 틀린 얘기는 아닙니다만, 웅진에너지는 지난해 뿐 아니라 돈을 벌어본 기억이 까마득합니다.
 

썬파워와 결별 이후 웅진에너지는 좀비 기업이었습니다.
 
 
 늘 밑지는 장사를 했고, 늘 쪼들렸습니다. 그러니 현금(유동성)이 부족할 밖에요. 그런 기업에게 누가 돈을 꿔 주겠습니까? 결국은 금융권이나 채권시장에서 정상적인 방법으로 차입이 어려워집니다. 남은 방법은 주주에게 손을 벌리거나 전환사채 같은 메자닌 밖에 없습니다. 어디서 돈을 꾸지도 못해 자본을 조달해 살아가는 기업, 재읽사는 ‘좀비 기업’이라고 불러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위 차트는 웅진에너지 설립 이래 영업이익과 영업활동 현금흐름(조정 후)을 그린 것입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조정한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2011년 이후 도입한 국제회계기준(IFRS)은 이자의 지급이나 수령, 배당금의 수령을 영업활동의 일환으로 봅니다. 하지만 기업에 강제하지는 않습니다. 기업이 자신들의 실질에 맞는다고 생각하면 투자활동이나 재무활동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웅진에너지는 이자의 지급을 재무활동으로, 이자와 배당금의 수령을 투자활동으로 봅니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에 포함시키지 않습니다. 그래서 IFRS의 가이드대로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이하 재읽사)이 조정을 한 겁니다. 그래야 다른 기업들과 비교가 가능해 지니까요.

 

그래 봐야 큰 차이가 없기는 하지만 IFRS의 가이드대로 하면 웅진에너지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회사가 보고한 것보다 더 나빠집니다. 이자나 배당금을 받은 것은 거의 없고 부채가 많다 보니 이자는 많이 나가서 그렇습니다.

 

웅진에너지가 설립된 게 2006년 입니다. 이후 2010년까지는 순항(최소한 재무제표 상으로는) 합니다. 그러다 2011년 갑자기 고꾸라지더니 그 후로 8년째 일어날 생각을 안 합니다. 

 

차트에서 보다시피 웅진에너지는 2011년 이후 제대로 이익을 내거나 현금흐름을 창출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 보다는 거액의 영업손실을 내거나 현금유출이 발생한 해가 더 많습니다.

 
 

 

2011년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그렇습니다. 바로 웅진에너지를 웅진그룹과 공동 설립했던 파트너인 미국의 썬파워(SunPower)가 2011년 이별을 통보합니다.  썬파워는 자본을 공동 출자했을 뿐만 아니라 웅진에너지로부터 5년간 구매계약을 체결한 중요한 고객이었습니다. 웅진에너지의 잉곳과 웨이퍼의 매출 중 60%가 썬파워에서 나오는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썬파워가 2011년부터 야금야금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팔더니 30%가 넘는 지분 전부를 몽땅 처분하고 웅진에너지와 계약 관계도 종료합니다. 큰 고객을 잃은 웅진에너지는 매출이 급감합니다.

 

돈을 버는 게 다 뭡니까. 2011년 이후로는 매출이 크게 줄었을 뿐 아니라 손해 보는 장사를 합니다. 정상적인 기업이라도 어쩌다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팔 수는 있지만, 거의 매년 매출액이 원가를 밑도는데 회사가 멀쩡하다면 그게 더 이상하겠지요.

 

게다가 비용이 매출원가만 있는 게 아닙니다. 적자를 보더라도 영업을 하려면 판매비가 나가고 회사가 살아 있는 한 관리비가 발생합니다. 차입금에 대한 이자도 꼬박 꼬박 나갑니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적자일 수 밖에 없습니다. 

 
 
웅진에너지는 외부차입이 어려운 상황이었을 겁니다.
 
 

적자 기업은 필연적으로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합니다. 적자도 메워야 하고 최소한의 투자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선적으로 금융권이나 회사채 시장에서 조달을 합니다. 하지만, 상환능력이 의심을 받는다면 차입은 불가능하겠지요. 결국 주주에게 손을 벌려야 합니다. 유상증자를 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웅진에너지가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2011년에 신주인수권부사채 1200억원, 외화사채 6000만 달러, 금융권 차입 550억원 등 대대적인 차입을 한 것이 사실상 채무조달의 마지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때만 해도 웅진에너지의 신용등급은 BBB급이었습니다. 채권시장에 접근이 가능했습니다.

 

이후에는 계속해서 주주에게 손을 벌립니다. 2014년에 웅진홀딩스와 윤석금 회장의 두 아들인 윤형덕과 윤새봄이 증자에 참여하고, 2016년에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합니다. 차입금은 상환 일변도입니다. 신규 조달은 물론이고 만기 연장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투자 역시 2011년 이후로는 몇 년간 멈춰 있었습니다. 2013년에는 자산을 내다 팔아 현금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유형자산에 대한 투자가 재개된 건 유상증자로 오랜 만에 목돈을 만진 2016년 이후입니다. 


 

 

2011년 이후로 유동자산이 유동부채보다 많았던 적이 없습니다. 늘 유동성 부족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영업으로 돈을 벌지 못하고 증자라도 해야 설비를 마련할 수 있으니 금고가 비는 게 당연합니다. 

 

차입금의 만기는 꼬박 꼬박 돌아옵니다. 만기 연장이 여의치 않고 신규 자금을 장기로 조달할 수도 없다면 유동부채가 매년 새로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유동자산이 정말 유동성이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웅진에너지의 유동성 자산은 대부분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매출채권이 원활히 회수되고 재고자산이 잘 팔려 나가야 유동자산으로 유동부채를 상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매출채권의 상태가 영 수상합니다. 전체 매출채권 중에서 멀쩡한 게 별로 없습니다. 외상으로 팔고 나서 지난해 말 현재 회수되지 않은 게 총 270억원 정도인데, 그 중 80% 이상이 갚을 날이 6개월 이상 지난 겁니다. 웅진에너지는 그걸 전액 손상처리했습니다. 한영회계법인의 감사를 받기 전에 자발적으로 한 겁니다. 못 받을 외상값이라고 본 겁니다.  손상처리된 매출채권은 2015년 28억원에서 2017년 270억원으로 2년 만에 10배로 늘어납니다.

 

6개월이면 그리 긴 시간이 아닙니다. 만기가 6개월 정도 지났다고 매출채권을 전액 손상처리하는 기업은 거의 없습니다. 웅진에너지가 특별한 경우이지요. 


 

 

 혹시 웅진에너지가 회계처리를 극도로 보수적으로 한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은가 봅니다. 위 표를 보면 웅진에너지의 주요 매출처가 국내 회사를 제외하면 주로 미국 태양광업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썬파워와 거래가 끊긴 뒤 2013년부터 미국의 다른 매출처를 잡아서 적지 않은 비중을 수출해 왔습니다. 그런데 그 미국 고객기업들이 태양광 시장의 과잉공급과 출혈 경쟁을 이기지 못하고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한 겁니다.


 

 
 웅진에너지가 올해 갚아야 할 차입금은 대략 520억원 정도입니다. 물론 이것 말고도 유동성 채무는 훨씬 많습니다. 전환사채가 대략 900억원 가량 올해 만기를 맞습니다.
 
 
매각은 단지 ‘희망사항’이었을 지도 모릅니다.
 
 

만기 도래하는 차입금을 전액 상환하자면 대규모 자금조달이 불가피합니다. 웅진에너지의 처지에서는 언감생심인 일입니다. 은행 차입금을 일시 상환할 생각은 없었을 겁니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조금씩 상환하면서 규모를 줄여나갈 생각이었을 겁니다. 전환사채도 상환보다는 출자전환이나 차환을 모색했을 겁니다.

 

그런데 대규모 적자에 50% 가까운 자본잠식 기업에게 차입 만기를 흔쾌히 연장해 주거나 전환사채를 전환하거나 차환해 줄 빚쟁이가 어디 있겠습니까? 

 

결국 주주의 희생이 불가피했을 겁니다. 90% 감자는 채권자를 설득하고 새로운 주주를 모시기 위한 사전 작업이었을 게 틀림없습니다. 기존 주주가 자리를 내줘야 새로운 주주가 충분한 지분율을 확보하며 입성할 수 있고, 새로운 자본이 충분히 들어와야 빚쟁이가 만기를 연장해 주거나 차환에 동의해 줄 명분이 생기니까요. 

 

웅진그룹은 90% 감자 후 다시 증자에 참여해 웅진에너지의 대주주 자리를 유지할 생각이었을까요? 그리고는 그걸 다시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매각한다고요? 아무래도 현실성이 떨어져 보입니다.

 

선택지는 많지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1조6000억원 이상의 빚을 동원해 어렵게 되찾은 코웨이와 씽크빅을 주축으로 그룹을 다시 세우려는 윤석금 회장이, 그래서 다른 계열사를 전부 매각 대상에 올려 놓은 웅진그룹이 웅진에너지에 대규모 증자를 하기란 어려웠을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웅진에너지 주주들이 느끼는 배신감이 클 것이라고 하지만, 거꾸로 웅진에너지 살리기에 나섰다가는 모회사인 웅진의 대주주들이 들고 일어났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렇다고 순수한 에퀴티 투자자를 모셔 오기도 쉽지 않았을 겁니다. 태양광 시장의 상황이 워낙 녹록하지 않으니 말입니다. 과잉공급으로 가격이 한 해에 50%나 떨어지는 시장인데, 돈다발을 들고 인수하겠다고 나설 곳이 얼마나 있겠어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기존 채권자의 출자전환이었을 걸로 생각됩니다. 그 중에서도 단기 차입금을 제공한 은행권은 서서히 잔액을 줄여오고 있었으니 대상이 아니고…… 올해 만기도래하는 전환사채권자의 출자전환이 가장 유력한 것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웅진에너지 사채권의 기한이익상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좀 복잡한 과거가 얽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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