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펙사벡 꿈 깨진 신라젠, 돈(錢) 문제에 봉착하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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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제표 톺아보기

펙사벡 꿈 깨진 신라젠, 돈(錢) 문제에 봉착하다(1)

기업공개와 메자닌으로 대규모 자금조달

 

주식시장에 형성되는 기업의 가격, 즉 주가에는 두 가지 부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실적을 먹고 자라는 주가이고, 다른 하나는 기대(꿈)를 먹고 자라는 주가입니다. 실적은 흔히 펀더멘털(fundamental)이라고들 합니다. 주가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실적? 뭐, 그런 의미겠지요.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실적(매출과 이익)의 추세에 따라 주가가 상승추세를 타거나 하락추세를 그리면 실적을 먹고 사는 것이고, 실적과 무관하게 주가가 오르거나 내린다면 꿈을 먹고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증시를 들었다 놨다 했던 바이오(또는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의 주가는 대체로 꿈을 먹고 자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신라젠, 셀트리온 등 한때 코스닥시장의 황제주로 군림했던 기업들은 하나같이 현재의 실적으로는 도저히 주가를 설명할 수 없는 곳들이었죠. 그런 기업이 꼭 바이오 업종에만 있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요.

 

꿈은 곧 미래의 실적을 말합니다. 비록 현재의 실적은 보잘 것 없으나 미래에 엄청난 매출과 이익이 발생할 것이라는 기대가 주가를 높은 곳으로 이끕니다. 같은 꿈을 꾸는 투자자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꿈의 크기가 커지면 커질수록 주가는 더 높고 높은 곳으로 향해 갑니다.

 

꿈은 일부 바이오 기업들에게는 생명줄과 같습니다. 미래의 실적(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파이프라인 확보,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 국내외 네트워크 구축 등에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갑니다. 스스로 돈을 벌지 못하는 기업들이 어디서 그 돈을 마련할까요? 바로 그 기업의 꿈을 믿어주는 투자자의 지갑입니다.

 

투자자가 꿈에 동참하면(자금을 공급하면) 공장이 돌아가지 않아도, 제품이 만들어지지 않아도 회사는 돌아갑니다. 그렇게 투자자의 믿음으로 살던 기업이 정말로 꿈을 현실로 만들면 기업도 살고 투자자도 사는 해피 엔딩이 됩니다. 그러나 모든 기업에게 기다리고 있는 엔딩은 아니지요. 바이오 기업이 꾸는 꿈의 실체인 ‘신약 개발’이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니까요.

 

 국내 대표 바이오 기업의 공통점, ‘영업은 없다’

 

차바이오텍이든, 코오롱티슈진이든, 삼성바이오에피스든 영업으로는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투자자는 없습니다. 물론 모든 바이오 기업이 그런 것은 아니지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의약품 위탁생산으로 약간의 돈을 벌고 있고, 셀트리온처럼 재무제표상으로는 매년 매출을 늘려가는 기업이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벌어들이는 돈이 꿈의 크기에 비해 너무 적거나,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문제죠. 그러니 결국은 오십보 백보, 도긴개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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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셀트리온처럼 장부상 현금흐름이 발생하면 재무제표를 분석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우선은 현금흐름의 진실성을 가리는 재미가 있고, 그 현금흐름이 향후에도 지속될 수 있는지를 어떻게 가늠할 것인지 판단의 근거를 찾는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신라젠처럼 영업활동이라고는 연구개발에 돈을 쓰는 것 말고는 없는 기업은 재무제표를 아무리 열심히 들여다 본들 가치 있는 통찰을 하기 어렵습니다. 재무제표는 실적을 기록하는 문서인데, 신라젠 같은 기업은 실적 자체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요. 주식 투자자도 신라젠의 매출과 이익의 크기를 보고 매수와 매도를 결정하지 않지요. 펙사벡의 임상 성과와 그로 인해 기대되는 미래의 대박을 보고 살지 말지 판단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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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젠 역시 신약 개발을 꿈꾸는 다른 바이오 기업과 마찬가지로 영업을 통해 돈을 까먹기만 하지 벌지는 못하는 기업입니다. 기업공개를 하기 전인 2016년 이전에는 물론이고 2016년 상장 이후에도 돈을 벌어본 적이 없습니다. 어마어마한 제품을 언젠가 만들어 내서 어마어마한 매출과 이익을 올릴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 기업일 뿐이죠.

 

신라젠이 2016년 이후 영업활동으로 잃은 현금은 연결 기준으로 2372억원입니다. 같은 기간 기록한 순손실은 2000억원가량이 되고요. 하지만 2372억원을 전부 날린 건 아닙니다. 2016년 1980억원에 달하는 현금적자 중 1524억원은 써서 사라진 돈이 아니라 일종의 저축 같은 것이었으니까요. 신라젠은 여윳돈이 생기면 주로 은행과 증권사의 특전금전신탁(MMT)에 넣어 놓고 자금을 관리해 왔습니다. 여기에 투자(?)한 돈이 현금흐름상 적자로 나타난 겁니다.

 

그래도 영업에서 돈을 쓰기만 했지 벌지는 못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특전금전신탁에 맡겨 놓은 돈 역시 2018말에는 800억원대로 줄었습니다.

 

꿈에서 깨지 말아야 하는 이유, ‘자금조달’의 숙명

 

회사를 운영하는 데는 돈이 필요합니다. 실적으로 사는 기업은 영업으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투자를 해서 회사를 키웁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으로 투자활동에 쓰는 돈을 충분히 감당하고 남으면 잉여자본이 생깁니다. 그렇게 주주의 몫이 커지고 그래서 주가가 오릅니다.

 

꿈으로 사는 기업은 영업으로 돈을 벌지 못하기 때문에 숙명적으로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와야 합니다. 아직 팔아먹을 제품이 없는 바이오 기업들이 기를 쓰고 상장을 하려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자신이 꾸는 꿈에 동참하는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들을 확보해야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식시장에 상장해 주가가 크게 오르면 대주주는 자신이 보유하 주식을 팔아 현금을 만들 수 있습니다. 기업이 꿈을 이루기 전에 대주주가 먼저 부자가 되는 꿈을 이룰 수 있습니다. 어떤 대주주는 먹튀를 하겠고 어떤 대주주는 계속 꿈을 꾸면서 회사가 위기에 빠졌을 때 쓸 비상금으로 남겨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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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차입을 하는 것과 주식을 발행해 자본을 늘리는 것이죠. 아직 돈을 벌지 못하는 기업은 신용이 낮아 회사채를 발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차입을 하더라도 일반 회사채 보다는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 같은 일명 메자닌을 활용하고, 공모발행 보다는 사모발행에 의존합니다.

 

최근 4년의 흐름만 보자면, 차바이오텍은 차입으로 외부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2016년 사모 전환사채를 두 차례 발행해 약 400억원을 마련한 적이 있습니다. 거기에 매년 수십 억원씩을 반복적으로 증자를 하고 있네요.

 

코오롱티슈진은 2017년 상장을 하면서 약 2000억원의 대규모 신주를 발행해 목돈을 챙겼습니다. 그 전까지는 외부자금에 주로 의존을 하면서 대주주가 조금씩 증자를 하는 방식으로 연명(?)을 했을 겁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과 바이오젠이라는 든든한 부모를 둔 덕에 자금조달의 통이 훨씬 큽니다. 대주주가 매년 1000억~2000억원의 자본을 대주고 있고, 신용과 담보에 여유가 있으니 은행들과 거래도 자유롭습니다. 차입금의 대부분은 은행들이 꿔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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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젠은 기업공개와 메자닌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합니다.

 

신라젠도 2016년말 화려하게 코스닥시장에 입성하면서 대규모 신주를 발행해 목돈을 마련했습니다. 그 전에는 자기자본보다 외부차입에 의존을 더 하는 편이었네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덕분에 최근 2년 동안 이렇다할 자금조달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올해 문제의(?) 전환사채 발행을 합니다. 하필이면 펙사벡의 임상3상 실패를 앞두고 이루어진 자금조달이라 투자자들과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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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젠의 자금조달 수단은 주로 메자닌입니다. 2014년과 2016년 대규모 자금조달을 한 적이 있는데, 기업공개를 하면서 대규모 유상증자를 한 것 외에는 대부분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상환우선주 등 메자닌을 활용했습니다. 메자닌은 신용이 낮은 기업들이 손쉽게 자금을 마련하는 수단이기는 한데, 신주 발행이나 회사채 발행처럼 깔끔하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상황이나 조건에 따라서 자본도 될 수 있고 부채도 될 수 있어서 기업의 사정이 좋을 때는 한없이 좋은 친구일 수 있지만, 기업의 사정이 나빠지면 돌연 커다란 리스크로 바뀌곤 합니다.

 

아직은 돈을 벌지 못하는 기업들은 주주가 됐든, 채권자가 됐든 외부에서 자금을 공급해 주는 누군가가 늘 있어야 합니다. 바이오 기업에게 이들은 ‘함께 신약 성공의 꿈’을 꾸는 동반자들입니다. 이들이 계속 친구로 남아 있기 위해서는 ‘꿈’이 깨지지 말아야 합니다. 

 

서론은 이 정도로 마치고 2편에서는 신라젠의 자금 상황을 한 꺼풀 더 벗겨 보기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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