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펙사벡 꿈 깨진 신라젠, 돈(錢) 문제에 봉착하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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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제표 톺아보기

펙사벡 꿈 깨진 신라젠, 돈(錢) 문제에 봉착하다(4)

계속기업 가정 성립할까
0원으로 수렴할 매출

 

신라젠의 상반기 결산이 공시되었습니다. 특별히 특이할 만한 사항은 없습니다. 실질적인 매출이 없고, 연구개발과 회사 운영에 비용이 발생하니 너무나 당연히 순손실을 기록했고, 그 만큼 결손금이 늘었습니다. 제품이나 상품의 판매로 돈을 버는 회사가 아니니 현금흐름 기준으로도 당연히 적자입니다.  

 

 


신라젠4(1).png


 

일부 언론에서 ‘결손금이 순손실의 15배’라고 신라젠의 부진한 실적을 강조하거나, 반대로 ‘임상 조기 종료에도 수익 악화 모면’ 식으로 펙사벡의 실패가 회사의 실패는 아닌 것 같은 뉘앙스의 보도를 하는데, 양쪽 다 너무 믿지 마시기 바랍니다. 순손실이 쌓여 결손이 되는 것이지, 결손이 순손실의 몇 배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결손은 순손실의 결과일 뿐입니다. 신라젠처럼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기업의 순손실이나 결손도 하등 이상할 게 없습니다. 펙사벡 임상이 실패했다고 이제 와서 부산 떨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신라젠에는 더 이상 ‘계속기업의 가정’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중요한 건 펙사벡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신라젠이 계속해서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과정을 밟아 나갈 수 있느냐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후속 파이프라인의 가능성에 대한 외부의 인정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회사가 굴러가는데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으니까요. 펙사벡을 대체할 가능성을 인정 받지 못한다면, 신라젠에는 돈이 돌기 어렵고, 돈이 돌지 않으면 어떤 회사든 망하게 되어 있습니다.

 

 ‘계속기업의 가정’이라는 게 있습니다. 회사가 예상 가능한 시간 동안 계속해서 존속할 것이라는 가정이죠. 가장 흔하게는 대규모 결손의 누적으로 자본이 대부분 잠식되면 회계법인들이 감사보고서에 ‘계속기업의 가정’에 불확실성이 있다고 하잖아요. 이 말은 그 기업의 재무제표가 적정하게 작성이 됐어도 재무제표에 있는 숫자들 자체가 의미가 없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회계라는 것이 ‘계속기업의 가정’하에 이루어지는 것이거든요. 회사가 계속해서 존속할 것이라는 믿음이 없다면 취득원가나 감가상각이나 하는 회계의 근간 같은 개념들이 더 이상 의미가 없습니다. 현금을 동반하지 않는 외상매출이나 외상매입 같은 거래 역시 의미가 반감됩니다. 그러니 이런 기업의 재무제표를 읽을 때는 접근 방식도 달라져야 하겠지요.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있겠지만, 신라젠은 이미 ‘계속 기업의 가정’이 흔들리는 회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신라젠 기업가치의 8할이 펙사벡인데, 펙사벡이 임상에 성공해 신약으로 출시돼 큰 돈을 벌어줄 것이라는 기대는 사실상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그럼 무얼 먹고 살지?’라는 의심을 누구나 할 수밖에 없습니다. 1700억원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이 있으니 무어라도 먹고 살겠지라고 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1)전환사채 발행으로 마련한 1100억원은 온전한 제 돈이 아닐 수 있다는 것과 (2)불특정 다수의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자본시장에서 너무나 큰 기대와 믿음을 저버렸다는 것 때문에 그 마저도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신라젠의 매출은 3분기 이후 ‘0’으로 수렴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신라젠의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크게(?) 늘고(43억원 -> 75억원), 영업손실이 축소(301억원 -> 261억원)된 것 등 주요 영업실적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어차피 매출 자체가 미미해서 큰 의미가 없긴 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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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매할 제품이나 상품이 없는 신라젠은 주요 파트너회사와 맺은 계약에 따라 받는 공동개발 수익, 라이선스 수익, 마일스톤 수익 등을 매출로 기록합니다. 공동개발 수익이란 연구개발 비용으로 지출한 임상비용을 어떤 파트너회사가 분담했다는 뜻입니다.

 

올해 상반기 공동개발 수익은 지난해 연간 금액의 절반 수준인데, 라이선스 수익과 마일스톤 수익은 지난해 연간 전체를 크게 뛰어넘습니다. 그 이유를 알아야 합니다. 공시에 따르면 신라젠의 매출은 신라젠의 매출은 홍콩과 프랑스 두 곳에서 발생하고, 매출 상대방도 A와 B 두 곳뿐입니다. 공동개발 수익이든, 라이선스나 마일스톤 수익이든 모두 홍콩과 프랑스에 있는 각각 한곳의 거래처에서 모두 나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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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 있는 파트너사는 리즈파마(Lee’s Pharmaceutical)이고 프랑스의 파트너 회사는 트랜스젠(Transgene)입니다. 이 두 회사는 신라젠과 공동연구 및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있습니다. 그리고 신라젠은 펙사벡 외의 다른 파이프라인에 대해서는 라이선스아웃 계약을 맺은 게 없습니다. 오로지 펙사벡뿐입니다.

 

결론적으로 신라젠의 모든 매출은 리즈파마와 트랜스젠에서 나온 것이고, 그 매출은 펙사벡과 관련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한국의 녹십자와도 공동연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있는데 매출로 기록된 것이 없습니다). 계약조건을 영업비밀로 부치고 있어서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펙사벡 임상이 중단됐으니 공동개발 수익이나 라이선스 수익이나 마일스톤 수익에도 어떤 변화가 당연히 생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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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젠이 파트너사와 맺은 계약은 홍콩·중국·마카오(리즈파마), 한국(녹십자), 유럽(트랜스젠) 지역에 대한 마케팅 및 판권과 관련된 라이선스 및 공동연구에 대한 것인데, 이에 대해 계약금과 마일스톤을 받습니다. 계약금은 라이선스 기간에 걸쳐 안분해서 매출로 인식하고 마일스톤수익은 펙사벡의 연구기간에 걸쳐 안분 인식합니다.

 

그런데 펙사벡의 간암 대상 임상3상시험이 DMC의 권고에 따라 조기 종료되었으니 더 이상 안분할 기간이 없습니다. 맞습니다. 그동안 안분 인식하던 계약금과 마일스톤 수익 남은 것을 올해 상반기에 전액 인식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라이선스 수익과 마일스톤 수익이 갑자기 늘어난 이유입니다.

 

일시에 전액 인식했으니 신라젠에는 앞으로 매출로 인식할 라이선스 수익이나 마일스톤 수익이 없습니다. 공동개발 수익 역시 펙사벡의 간암 대상 임상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을 테니 발생하지 않습니다. 현재 상황에서 변화가 없다면 당장 3분기부터 신라젠의 매출은 사실상 0원으로 수렴하게 될 것입니다.

 

신라젠에는 다른 파트너사도 있습니다. 펙사벡의 적응증 확대와 관련해 신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미국 리제네론사와 펙사벡 병용투여 임상1상에 들어가 있고, 미국 국립암센터(NCI)와 대장암 대상 임상 1·2상을 진행 중입니다.

 

그러나 리제네론이나 NCI와는 라이선스아웃 계약을 맺은 것이 아닙니다.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한 것이지요. 그래서 공동개발 수익이나 라이선스 또는 마일스톤 수익이 생기지 않습니다. 펙사벡 적응증 확대와 관련해 임상이 진행되어도 매출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임상 진행을 위해 들어가는 신라젠 몫의 비용은 온전히 신라젠이 부담하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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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자산의 소멸하면서 신라젠은 ‘회계상’ 돈 벌어줄 자산이 없는 회사가 되었습니다.

 

상반기 영업손실은 축소되었지만 당기순손실은 전년 동기의 3배쯤 되는 860억원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영업손실 축소보다는 오히려 이게 더 의미가 있습니다. 손실이 커서가 아니라 손실의 의미 때문에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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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수익이 2분기에 137억원 발생했지만, 이건 별로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신라젠은 제네렉스사의 옛날 주주에게 펙사벡이 한국 및 미국에서 시판 허가를 받게 되면, 마일스톤으로 지급해야 하는 조건부 미지급금이 있는데, 그 부채가 펙사벡 임상 종료로 무의미하게 됐거든요. 임상에 성공해야 의미 있는 부채인데, 임상에 실패해 부채가 사라졌다고 좋아할 일은 아니죠.

 

확실히 눈에 띄는 건 690억원짜리 기타손실입니다. 짐작하시겠지만, 기타손실 거의 전액이 펙사벡 간암대상 임상3상 조기종료 때문에 발생했습니다. 신라젠 장부에 있는 무형자산은 펙사벡의 원래 주인인 미국 제네렉스사를 인수하면서 생긴 산업재산권, 영업권 등입니다. 제네렉스사는 간암 치료제로 펙사벡을 개발한 업체이고, 간암 대상 임상이 소득 없이 종료되었으니, 그와 관련된 무형자산은 더 이상 자산성을 인정 받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자산성이 없다는 말은 미래에 현금흐름을 창출할 가능성이 없다는 뜻입니다. 자산성이 없으니 더 이상 자산으로 기록되어선 안되는 것이죠. 그래서 펙사벡에 딸려 온 무형자산 688억원이 일거에 손상차손으로 비용 처리된 것입니다.

 

신라젠에게 주어진 권토중래의 시간은 얼마나 될까요?

 

신라젠의 자산은 기업공개와 전환사채 발행으로 조달한 현금성자산 1700억원과 펙사벡과 관련된 무형자산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그 무형자산이 소멸되었으니 ‘회계상으로’ 신라젠은 현금흐름을 창출할 자산이 없습니다. 1700억원의 현금성 자산으로 권토중래를 노려봐야 하는 처지인 것이죠.

 

신라젠은 연구와 개발을 하는 회사이지, 생산이나 판매를 하는 회사가 아니라 공장도, 판매조직도 없습니다. 펙사벡의 임상을 위한 항암바이러스 생산도 100% 외국의 주요 생산업체(CMO)에 외주를 주어 왔습니다. 공장이 없으니 생산이 없고, 원재료도 재고자산도 없습니다.

 

갖고 있는 설비는 취득가액 기준으로 10억원이 조금 안되는 연구용 설비 정도입니다. 그 밖에 차량운반구라든지, 시설장치라든지 하는 일반적인 유형자산이 있지만 핵심 설비가 아니니 큰 의미가 없습니다.

 

연구용 설비는 신라젠에 간암치료제로서 펙사벡의 개발에 핵심적인 R&D를 위해 보유중인 것입니다. 그 외에 후속 파이프라인 구축을 위한 설비는 아직 없습니다. 추가 비용을 들여 자체적으로 마련하거나 외부시설을 이용해야 합니다.

 

이건 좀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간암 치료제로서 펙사벡의 가능성이 사라졌다면, 신라젠의 희망은 후속 파이프라인에 있는데, 이를 위한 연구개발을 위해 자체 연구설비를 갖추든, 외부 시설을 이용하든 돈이 필요합니다.

 

신라젠은 17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당연히 여기에 쓰고 싶을 겁니다. 현재로서는 유일한 활로가 신장암과 대장암을 대상으로 한 면역억제제와의 병용치료제로 펙사벡의 효능을 입증해 해외 빅 파마에게 라이선스 아웃하는 것뿐이니까요.

 

그런데 만약 1700억원 중 11000억원인 전환사채 발행대금을 온전히 쓸 수 없다면? 신라젠에 주어진 시간은 훨씬 짧아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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