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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은 2020년 12월 1일 LG화학에서 물적분할하고, 2022년 1월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는데요. 물적분할 당시 총차입금은 약 6조원, 현금성자산은 1조5000억원(이상 2020년 12월말, 연결 기준)이었습니다. 대부분 차입금은 해외 종속회사가 현지 조달한 것이고 본사에는 약 2조원의 차입금과 5400억원 가량의 현금성자산(이상, 2020년 12월말, 개별기준)이 있었습니다. 본사의 부채비율은 70%로 낮았지만 자회사를 포함한 연결 부채비율은 164%로 조금 높았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매출이 주로 중국, 유럽, 북미 등 해외에서 발생하고, 해외 자회사나 합작회사를 설립한 뒤 배터리 공장 건설 등 투자자금을 본사의 출자와 현지 차입으로 주로 마련했으니, 해외 차입금이 많은 건 당연하다 할 수 있습니다. 해외 자회사의 재무구조는 본사에 비해 열악했고 물적 분할 당시만 해도 흑자를 내는 자회사가 거의 없었습니다.
LG화학이 2차전지사업을 물적분할 한 것은 향후 성장성이 돋보이기 때문이죠. 집중적으로 육성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분할했습니다. 예상대로 2차전지 시장을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상당기간 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분할 이후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2021년에 자본적 지출이 3조5000억원 이상이고 지난해에는 9월까지만 4조4000억원에 달합니다. 주로 해외에 공장을 증설 또는 신설하는데 썼죠. 2차 전지 시장의 성장과 대규모 시설투자가 맞물려 매출액이 빠르게 늘었습니다. 비록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대에서 지난해(9월말 현재) 14%로 크게 낮아졌지만, 예견됐던 일이라 크게 실망스럽지는 않습니다. 세계 전기차의 60%가 중국에서 팔리고 있으니 중국 배터리업체의 점유율이 높아지는 건 당연하지는 않지만 자연스럽기는 합니다.
지난해는 LG화학에서 2차전지 사업을 분할한 게 옳았다는 걸 실적으로 증명한 해라고 할 수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매출액이 LG화학의 주력사업인 석유화학부문을 넘어섰을 것으로 보이거든요. 영업이익도 턱밑까지 따라붙었을 것 같습니다.
지난 27일 공시한 잠정실적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매출은 25조5986억원으로 무려 43.4% 늘었습니다. 4분기 실적만으로는 전기(3분기)보다 11.6%, 전년 동기보다는 92.3%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9월까지 이미 LG화학의 석유화학부문 매출을 추월했는데, 4분기에 석유화학부문의 매출이 더 큰 폭으로 늘지 않았다면, 2차전지 사업이 처음으로 석유화학 사업을 넘어서는 해가 됩니다.
영업이익은 1조2137억원으로 잠정 집계되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습니다. 다만, 4분기에 2374억원을 보태는 데 그쳤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전분기의 절반이 조금 안됩니다. LG화학 석유화학부문이 9월까지 1조2400억원(내부거래 제거 후)을 벌었으니, 영업이익에서 석유화학부문을 넘어서는 건 다음을 기약해야 하겠습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주로 해외에서 발생했습니다. 본사의 매출은 지난해 10조5818억원으로 연결 매출의 약 41%였어요. 전년보다 26% 늘어 전체 매출증가율을 크게 밑돕니다. 해외 자회사가 매출의 60%를 책임졌고, 증가폭도 훨씬 컸다는 걸 알 수 있죠. LG에너지솔루션의 국내 매출은 100% 본사에서 발생하고, 해외 매출 중 30%가 본사에서, 70%가 해외 법인에서 발생합니다. 본사와 자회사간 내부매출이 거의 없습니다.
영업이익 역시 본사는 2021년에 3543억원 적자였고, 지난해에도 9월까지 3946억원의 적자행진 중이었습니다. 연간으로 흑자전환이 어려웠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결 기준 1조2000억원대의 영업흑자를 기록했으니 해외 자회사의 폭발적인 성장을 가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매출이 급증한 것은 해외 공장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생산능력이 커졌기 때문이죠. 금액으로 표현한 LG에너지솔루션의 생산능력은 지난해 9월말 현재 약 33조원에 달해 물적분할 시점과 비교하면 약 9조원 늘었습니다. 해외 생산능력 확대는 곧 해외 자회사의 자산 확대를 의미하고, 이는 상당부분 LG에너지솔루션의 투자의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2020년말 해외 자회사(관계기업 및 공동기업 포함)의 총자산은 14조5400억원(개별 해외자회사 단순 합산, 이하 같음)이었는데, 2021년말에 19조3000억원, 지난해 9월말에는 29조7000억원으로 급증합니다. 자본도 5조원에서 8조원으로, 지난해 9월말 13조원대로 증가하죠.
매출성장을 이끌기 위한 투자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물적분할 이전에 중국, 유럽(폴란드), 미국에 증설을 위해 이루어진 투자규모가 약 8조원 정도로 추산됩니다. 그런데 2021년에만 2조4000억원을 투자했고, 투자예정액만 2026년까지 10조원에 달했습니다.
10조원이면 연평균 2조원 정도의 투자계획이었어요. 하지만 지난해 9월말까지 투자규모가 무려 4조1358억원이나 됩니다. 발생하지 않은 자본적 지출 약정액도 4조3000억원에 달했죠. 그리고 올해 1월 LG에너지솔루션이 밝힌 연간 설비투자 목표는 지난해보다 50% 많습니다. 최소 6조원이 넘는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투자에는 돈이 들게 마련이죠. LG에너지솔루션은 어디서 그 많은 돈이 났을까요. 그렇습니다. 지난해 1월 코스피 시장에 상장하면서 신주발행으로 조달한 증자대금 10조2000억원이 있었습니다.당시 LG에너지솔루션은 본사의 시설자금으로 6450억원을 배정하고 해외 자회사 또는 공동법인 등에 대한 출자에 7조8000억원을 쓸 계획이었습니다. 해외 자회사 등에 대한 투자는 대부분 2차전지 공장의 신설 또는 증설에 쓰이는 것이었죠.
대규모 투자가 매출 증가와 영업이익의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은 희망적인 측면입니다. 그러나 그늘도 존재합니다. 현금흐름은 전혀 딴판이거든요. 매출도 늘고 이익도 급증했지만, LG에너지솔루션의 현금 주머니는 점점 가벼워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투자를 위한 지출은 더욱 늘어날 것 같은데, 추가 조달 없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요. 올해 LG에너지솔루션은 영업이 아닌 재무적인 측면에서 중대한 변곡점을 맞이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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