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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이 물적 분할할 당시, 정확히는 분할 후 1개월이 경과한 2020년 12월말 현재 현금유동성은 약 2조1000억원(연결기준) 정도 되었습니다. 은행예금 및 보유현금이 9466억원, 만기도래가 3개월 이내인 현금등가물이 5465억원 그리고 금융기관 예치금 6601억원 중 사용이 제한된 비유동성 601억원을 제외한 6000억원을 합친 금액입니다.


참고로 회계에서 통상 현금(혹은 현금과 예금)이라고 하면 사용이 제한되지 않은 은행예금과 보유현금을 뜻하고, 현금등가물을 현금성자산으로 분류합니다. 현금흐름표에서 현금 및 현금성자산에 해당합니다.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에서는 여기에 단기금융상품에 해당하는 투자자산을 포함해 통칭 현금성자산 또는 현금유동성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분할 당시 2조1000억원의 현금유동성은 본사에 1조1367억원, 자회사에 9564억원 정도 있었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 5367억원과 금융기관 예치금 6000억원을 본사가 보유하고 있었고, 자회사에는 주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있었죠.



총차입금(연결기준)은 6조원이 조금 넘었는데, 본사가 약 2조원, 자회사가 4조원 약간 넘었습니다. 투자가 주로 해외에서 이루어지다 보니 확실히 해외 자회사가 조달하는 차입금이 많았죠. 해외 투자자금의 대부분이 차입금으로 조성되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본사는 부채비율이 낮은데, 연결 기준으로는 부채비율이 높은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본사의 현금은 1년도 안돼 바닥을 드러내게 됩니다. 금융기관 예치금 6000억원까지 다 찾아 쓰고 2021년말에 남은 거라고는 2570억원 뿐이었습니다. 국내 설비투자 등에 5000억원을 쓰고 종속기업과 관계기업에 출자하는 데 7800억원 가량을 썼습니다. 자회사에는 1조원 가량의 현금이 있었지만 대신 차입금이 늘었습니다.


빠듯한 자금사정이 확 풀리게 된 게 지난해 초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 기업공개를 하면서 신주 발행으로 무려 10조원의 거금이 들어왔으니까요. 모회사인 LG화학도 구주를 팔아 2조5500억원의 뭉칫돈이 생겼고요. 물론 10조원의 IPO 자금은 LG에너지솔루션 본사로 들어왔습니다. 본사는 지난해 그 중 5조원을 금융기관 예치금으로 두고 국내외 설비투자에 주로 쓰게 됩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공장의 증설이나 신설 등 설비투자는 주로 해외 자회사에서 이루어집니다.  2021년 이후 지난해 9월까지 국내 설비투자에는 1조1000억원 가량이 들었지만, 해외 설비투자에는 6배 이상을 썼으니까요. 중국, 유럽, 미국에서 말이죠.


본사는 해외 자회사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죠. LG에너지솔루션의 본사와 자회사 간에는 매출-매입 거래가 이루어지지만 출자 외 자금거래(대여 또는 차입)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중국 자회사에서 받은 배당금(2022년 중 382억원)과 물적분할 전 대여금 3339억원을 회수한 것이 전부입니다.


합작투자의 경우에는 파트너 회사의 출자금도 중요한 투자재원이 되죠. 하지만 그걸로도 부족하기 때문에 자회사는 모자라는 투자금을 금융기관 등에서 차입을 하고, 본사가 지급보증을 서죠. 자회사의 차입금은 향후에 본사가 추가 출자를 해서 갚거나 배터리를 판 돈으로 갚아 나가야 합니다.



2021년 이후 지난해 9월까지 본사는 해외 자회사에 총 2조6000억원 가량을 출자했습니다. 자회사는 그 외에 파트너사의 출자와 금융기관 차입 등으로 2조5000억원 가량을 더 확보해 전부 설비투자에 쏟아 부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먼저 3조3000억원 기량을 차입해 공장을 짓고 본사가 출자를 해 주면 그걸로 차입금을 2조1000억원 가량 갚았습니다.


10조원의 IPO자금은 빠르게 줄었습니다. 9개월 만에 절반을 썼습니다. 지난해 9월말 현재 본사가 보유한 현금유동성은 금융기관 예치금 4조2000억원을 포함해 5조5000억원 가량 됩니다. 차입금을 제하고 나면 3조원 가량이 남습니다. 그 이유는 본사 스스로는 현금을 창출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국내에 오창 공장이 있지만 생산과 판매가 주로 해외 자회사에서 일어나다 보니 현금창출도 해외 자회사에서 발생하게 되죠.


본사는 지난해 9월까지 3946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매출채권과 재고자산 등 운전자본에 2조원 이상이 묶여 영업활동에 2조2000억원 이상을 썼습니다. 여기에 국내 설비투자에 7000억원 정도가 들어서 거의 3조원 이상의 현금부족이 발생했죠. 그 만큼 현금 잔고가 더 줄어든 겁니다.


해외 자회사가 벌어들인 현금은 2021년 연간치를 9월에 이미 넘어섰습니다. 연결 기준으로는 LG에너지솔루션 9월까지 영업활동에 사용된 현금이 1조4271억원인데 자회사들 덕에 8000억원 이상 줄어든 겁니다. 하지만 자회사들이 벌어준 현금은 본사의 출자 부담을 조금 덜어줄 뿐이죠. 설비투자 규모(2022년 1~9월 3조7700억원)가 워낙 크다 보니 본사와 파트너사 출자금에 영업활동에서 번 돈까지 다 쏟아 붓고도 모자라 추가 (순)차입을 6000억원 이상 해야 했습니다. 중국 남경법인(LG energy solution(Nanjing), Co.)이 LG화학 지분을 유상감자하면서 6000억원이 지출된 영향도 있죠. 물적분할 초기 1조6000억원에 달했던 자회사의 현금 보유액은 지난해 9월말 현재 9100억원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그런데 LG에너지솔루션의 투자는 올해 이후 더욱 늘어날 예정이고, 해외 자회사 차입금은 빠른 속도로 늘고 있습니다. 특히 만기가 1년 이내인 단기성 차입금이 상당히 커졌습니다. 출자 부담도 커지고 상환부담도 무거워졌습니다.


지난해 9월말 현재 약정된 자본적 지출이 4조3000억원이고, 혼다와 스텔란티스와는 각각 합작계약으로 약 18억 달러(한화 2조4000억원 상당)와 14.6억 달러(한화 1조8000억원 상당)의 지분 투자를 약속했습니다. 올해 중 혼다 합작법인에 9600억원 가량을 출자해야 하고 스텔란티스 합작법인에도 비슷한 수준의 출자가 예상됩니다. 이 밖에 북미 시장을 겨냥해 설립한 ES America.LLC에도 6629억원 가량을 출자해야 하는데 지난해 9월까지 10분의 1 수준인 666억원을 출자했습니다.


연결회사가 지난해 9월까지 국내외에서 실행한 설비투자가 4조5000억원 정도인데, 올해 50% 이상 늘리겠다고 하니, 4분기 중 추가 지출이 없었다고 가정을 하더라도 올해 투자목표는 7조원에 육박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해 왔던 패턴대로 먼저 해외 자회사가 본사의 지급보증을 등에 업고 차입금으로 자금을 조달해 쓰고, 나중에 본사가 출자해 차입금을 상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설비투자가 모두 해외에서 이루어진다고 가정하고, 그 부담을 파트너사와 50%씩 분담을 한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최소 3조5000억원 이상의 출자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여기에 지난해 9월말 현재 자회사의 차입금이 무려 6조원에 달합니다. 그 중에서도 단기성 차입금이 2조5000억원에 이릅니다. 1년 9개월 사이에 2배 이상 늘었죠. 자회사가 갚을 능력은 되지 않으니 이 역시 본사가 추가 출자를 해야 합니다.


본사에 현금이 약 5조원 정도 있지만, 1년내 갚아야 할 차입금과 예정된 출자액을 감안하면 쓸 곳이 이미 정해진 있는 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아껴 쓰면 더 오래 쓸 수도 있겠지만 자회사 차입금이 더욱 늘어나는 것까지 피할 수는 없을 겁니다. 있는 현금을 소진하느냐, 재무구조를 악화시키느냐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셈입니다.


다소 희망적인 요소가 생기긴 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꽤 좋은 것으로 잠정 발표되었다는 것이죠. 비록 현금흐름에 대한 내용은 공시되지 않았지만,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크게 늘었죠. 영업활동에서 창출한 현금이 연결 기준으로 흑자를 기록하기는 어렵다고 해도 최소한 적자 규모가 줄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추세가 이어져 올해 영업활동의 현금창출 능력이 더욱 개선된다면, 설비투자와 차입금 상환에 대한 부담을 훨씬 덜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은 기대하는 것이지 사실(fact)는 아닙니다. 아, 한 가지가 더 있군요. SK온과 분쟁을 끝내며 받기로 한 합의금 1조원 중 5000억원이 지난해말 입금됐을 겁니다. 상황을 반전시킬 수는 없지만 적지 않은 도움이 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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