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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이 지난해 1조4618억원의 순이익(개별 기준)을 냈습니다. 2021년 1조9169억원에 비해 줄었지만 상당한 호실적입니다.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삼성물산이 지난해보다 많은 순이익을 기록한 해는 2015년(2조3614억원)과 2021년뿐입니다.


이익의 질로 따지면 지난해가 가장 낫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15년에는 영업적자에도 불구하고 제일모직이 구,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하면서 대규모 염가매수차익이 생겨 순이익을 기록할 수 있었고, 2021년에는 삼성전자의 특별배당으로 1조5000억원이 넘는 배당금수익이 기타수익으로 잡혔습니다. 영업이익은 2500억원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영업이익만 9394억원에 달했습니다. 2015년과 2021년에는 부업을 보조했던 본업이 지난해에는 주인공의 위치를 찾은 셈이지요. 9394억원의 영업이익은 삼성물산 창사이래 최대 기록입니다. 두번째 기록은 2018년의 7094억원입니다.



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 합병한 이후에 매출이 사실상 정체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25%나 늘어나며 21조원대에서 26조원대로 올라섰습니다. 매출 역시 신기록입니다. 매출의 급증이 영업이익의 급증으로 이어졌고, 순이익도 호조를 보일 수 있었던 셈이니 경사스러운 일이죠.


이익이 나면 회사의 자산은 커지게 마련입니다. 부채를 갚거나 이익보다 많은 배당 또는 자사주 매입으로 이익이 사외유출되지 않는다면 말이죠. 배당을 하고 남은 유보이익은 자본 중 이익잉여금 계정에 쌓이게 되고 그 만큼의 자산이 늘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 개인도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일부라도 저축해야 통장 잔고가 커지는 것처럼 기업도 일년간 낸 이익을 회사에 남겨 두어야(유보) 자산이 늘어나죠. 그게 기업의 성장입니다.



그런데 삼성물산의 자산은 2년 연속 줄었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10% 이상 크게 줄었습니다. 그 바람에 44조원에 달하던 자산의 크기가 지난해말 39조원대로 떨어졌습니다. 당기순이익 1조4618억원이 생겼고 배당금으로 6918억원을 지급해 이익잉여금이 7024억원 늘었습니다. 더 이상 빠져나간 게 없으면 자산도 그 만큼 늘어야 합니다.


심지어 삼성물산은 지난해 2조원에 가까운 순차입을 했습니다. 2013년 이후 9년 만입니다.  8년간 이어어던 순상환 기조가 깨졌습니다. 순차입으로 현금 2조원이 들어왔으니 자산이 2조원 늘었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자산이 감소했습니다. 유상감자를 했거나 자사주 매입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자산이 감소한 것은 손익계산서의 당기순이익에는 포함되지 않는 손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거액의 손실이 말이죠. 바로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의 가치 하락으로 인한 평가손실입니다. 삼성물산은 삼성생명에 이어 삼성전자 보통주 지분 5.01%를 보유하고 있는 2대주주이지만, 삼성생명의 최대주주가 삼성물산이라 삼성전자의 사실상 최대주주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지분율이 낮아 삼성전자를 종속기업이나 관계기업으로 보지 않습니다. 또 단기매매 목적으로 보유하는 주식이 아니기 때문에 시가변동으로 인한 평가이익이나 평가손실을 손익계산서에 반영하지 않고 기타포괄손익이라는 이름으로 자본에서 직접 가감합니다.


삼성전자 주가는 2021년말 7만8300원으로 끝났는데, 지난해말에는 5만5300원으로 떨어졌습니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의 공정가액은 23조3975억원에서 16조5246억원으로 하락했습니다. 평가손실 6조8728억원이 발생했습니다. 이 손실은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 평가손실로 반영되어 삼성물산의 자본과 자산을 그 만큼 깎아 먹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삼성물산은 사업의 호조로 1조원에 육박하는 이익을 냈고, 영업외적으로도 5000억원이 넘는 이득을 봤지만 그렇게 이룩한 당기순이익의 4배가 넘는 평가손실을 삼성전자의 주가하락으로 입었습니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상장주식은 삼성전자 말고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생명, 삼성에스디에스,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아이마켓코리아, 성일하이텍 등이 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보유 지분율(43.1%)이 높고 사실상 지배하고 있어 연결대상 종속기업이고, 개별 제무제표에는 관계기업으로 분류합니다. 그 외에는 단순투자 목적인 아이마켓코리아, 성일하이텍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부 삼성그룹 계열사로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으로 분류됩니다.


삼성물산의 자산총액이 약 40조원인데, 삼성전자 등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이 무려 21조6000억원에 이릅니다. 삼성생명 2조7468억원, 삼성에스디에스 1조6255억원 등 대부분 상장주식이죠. 매출채권이나 재고자산, 유형자산, 무형자산 등 삼성물산이 본업을 위해 보유하는 자산을 전부 합친 것보다 훨씬 많습니다.                   



삼성그룹의 중요한 계열사 지분을 많이 갖고 있고 그 지분의 가치를 공정가액(시가)으로 평가를 하다 보니 삼성물산의 순자산은 경영실적보다 삼성전자 등 계열사 주가의 변동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보유 자산의 가치가 변하는 것도 실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손익계산서에 반영되지 않는 숨은 실적이죠.


삼성물산의 장부상 순자산(자기자본)은 이익잉여금이 쌓여 늘어난 것보다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 계열사 주식의 주가상승에 의해 늘어난 게 더 큽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그 주식에서 발생한 대규모 평가손실 때문에 반대로 자기자본과 자산총액이 감소하게 되었죠. 당기순이익이 늘어났으니 삼성물산의 주당순이익(EPS)은 전년보다 커졌죠. 하지만 주당순자산(BPS)은 오히려 감소하게 되었습니다.


삼성물산의 사업은 건설부문, 상사부문, 패션부문, 리조트부문 등으로 나뉘어져 있고, 그 부문들의 실적으로 손익계산서가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삼성물산의 자산 중 가장 큰 건 삼성그룹 계열사 지분이고, 그 지분이 순자산 변동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끼치죠. 매출과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순이익도 크게 났지만, 자산총액과 순자산은 큰 폭으로 감소한 삼성물산의 지난해 실적은 좋은 걸까요, 나쁜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