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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DB아이엔씨(DB Inc.)가 비상장 계열사 DB메탈을 흡수합병하기로 했습니다. 합병으로 양사가 보유한 역량을 활용해 사업 시너지를 창출하고 수익성, 안정성, 성장성을 모두 갖춘 복합 비즈니스 기업으로 도약할 거라고 합니다. DB는 시스템 통합(SI), IT 아웃소싱 서비스 등의 IT사업과 화학 및 철강제품 등의 무역사업, 그리고 그룹의 브랜드와 광고활동을 총괄하는 브랜드사업을 하고 있고, DB메탈은 철강산업의 주요 부원료인 합금철을 생산, 판매하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전혀 관련 없는 사업을 하는 두 회사의 합병이 어떤 시너지를 만든다는 것인지 선뜻 와 닿지는 않습니다. 조직이 합쳐지고 관리가 통합되면 그에 따른 원가절감 효과는 기대할 수 있겠습니다만…
그룹이 내세운 사업 시너지 창출과 복합 비즈니스 기업으로의 도약은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리지만, 두 회사의 합병이 실질적으로 가져올 중대한 변화가 있습니다. 바로 그룹 지배구조의 변화입니다. 구체적으로 DB아이엔씨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이 멀어지고 김남호 회장 일가의 그룹 지배력은 높아질 것이 분명합니다.
DB아이엔씨는 DB그룹의 최상위 지배회사로 김남호 회장과 친인척이 43.7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DB아이엔씨 지분은 김 회장 일가가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갖는 토대가 됩니다. 그런데 정작 김남호 회장이 개인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지분은 16.83%로 낮은 편이죠.
김남호 회장은 그룹의 핵심 회사이자 사실상 전부나 마찬가지인 DB하이텍 지분을 단 1주도 소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아버지인 김준기 창업회장이 자신의 재단과 함께 4.23%, 누나인 김주원 부회장이 0.39%를 소유하고 있을 뿐이죠. 대를 이어 그룹의 총수가 되었지만 그에 걸맞는 지분을 확보하고 있지는 못하죠.
김남호 회장이 상당한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가 다름 아닌 DB메탈입니다. DB메탈의 최대주주는 동부하이텍이지만, 김남호 회장이 그에 필적하는 지분을 소유하고 있고, 2대주주인 DB인베스트는 김준기 창업회장과 김남호 회장이 100% 지분을 가진 부자회사입니다. DB아이엔씨 지분 외에 김남호 회장의 최대 자산이 DB메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DB아이엔씨가 DB메탈을 흡수합병하게 되면 김남호 회장과 DB인베스트는 DB메탈 지분을 DB아이엔씨 지분으로 교환하게 되고, 김남호 회장의 DB아엔씨 지분율은 크게 높아지게 됩니다. 또 부자 회사인 DB인베스트가 DB아이엔씨의 주요 주주로 등장하게 되죠.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높아지는데, 그 중 최대 수헤자는 김남호 회장이 될 것입니다.
DB메탈은 과거 동부그룹 시절, 동부하이텍(현 DB하이텍)의 금속재료사업부문이었습니다. 지난 2008년 동부한농이 동부일렉트로닉스를 합병해 동부하이텍이 되고, 이후 금속재료사업을 동부메탈로, 농업기반사업을 동부한농으로 분리하면서 지금의 DB하이텍이 되었죠.
물적분할로 설립된 동부메탈의 최대주주는 당연히 동부하이텍이었지만, 지분매각으로 2010년에동부인베스트먼트가 최대주주가 되었고, 동부인베스트먼트가 2012년 인적분할을 하면서 다시 동부하이텍이 최대주주가 되었죠.
김남호 회장은 개인적으로 DB메탈 지분이 없었는데, 2015년말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100억원을 출자하면서 22.41%의 지분율로 3대주주가 되었습니다. 당시 DB메탈은 유동성 위기로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에 들어갔는데, 김남호 회장의 유증 참여로 차입금을 상환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자 했죠.
하지만 DB메탈의 사정은 쉽게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2019~2020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재차 결손기업이 되었고 부채비율은 500%를 훌쩍 넘었습니다. 결국 다시 한번 573억원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2020년 5월 워크아웃에서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573억원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중에서 김남호 회장 개인이 출자한 것은 149억원인데요. 다른 주주인 DB인베스트와 DB스탁인베스트의 주요 주주가 김남호 회장이었으니 실제 부담은 더 컸습니다. 알려지기로는 두 회사가 DB메탈 유상증자에 참여할 때 김남호 회장의 자금 200억원이 들어갔다고 합니다.
2020년 유상증자 당시 DB메탈의 주식가치는 '0원'이었습니다. 차입부채를 차감한 후의 기업가치가 마이너스였거든요. 그런데 워크아웃 졸업 후 DB메탈은 화려하게 부활합니다.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영업활동에서 대규모 현금흐름이 창출되면서 차입금을 순상환해 재무구조가 개선되었죠.
합병을 위한 외부 회계법인의 평가에서 DB메탈의 기업가치는 2021억원으로 추정되었습니다. 부채가치를 차감한 자기자본가치는 265억원, 주당 168원입니다. 그런데 비상장회사의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는 영업가치 외에 자산가치를 40% 반영하는 게 국룰이거든요. 소위 본질가치법이라고 합니다. DB메탈의 주당 자산가치는 1325원으로 평가되었고 이를 반영한 주당 주식가치는 631원으로 산정되었습니다.
DB아이엔씨와 DB메탈의 합병비율이 1 대 0.3225971인데요. DB아이엔씨의 주당 가치 1956원과 DB메탈의 주당 가치 631원의 비율이죠. 이게 사실 말이 안됩니다. 상장사인 DB아이엔씨의 가치는 시장에서 형성된 주가이고 DB메탈의 가치는 본질가치법이라는 방법으로 산출해 낸 것이니까요. 마치 1미터와 1Kg을 비교하는 격이죠. DB메탈이 상장돼 시장에서 거래되면 주가가 얼마나 될 지는 아무도 모르죠.
어쨌든 김남호 회장이 수백억을 투입해 지켜 낸 DB메탈은 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로 거듭나 김 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될 예정입니다. 합병이 계획대로 순조롭게 이루어지게 되면, 김남호 회장이 보유하게 되는 지분율은 김준기 창업회장과 김주원 부회장의 지분율을 크게 앞서게 됩니다.
김남호 회장 개인의 지분율은 18.35%로 높아지고 김준기 창업회장과 김주원 부회장의 지분율은 각각 12.69%와 7.88%로 하락하게 됩니다. 물론 아버지 지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DB인베스트가 5% 이상의 주요 주주로 올라서면서 실질 지분율 격차는 줄어들게 되지만, 김남호 회장은 DB그룹 최상위 지배회사의 1대주주에 등극하면서 명실공히 총수로서의 위상을 강화할 수 있게 됩니다
DB그룹이 DB아이엔씨와 DB메탈을 합병하려는 이유가 전적으로 김남호 회장의 지배력 강화에 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룹 차원에서는 어쩌면 DB아이엔씨의 지주회사 전환을 미루는 효과가 더 클 수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편을 기약하기로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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