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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스타트업 회사인 위즈돔이 2017년 5월 코스닥 상장사 기가레인의 경영권 지분을 취득하는데요. 재무적으로도, 사업면에서도 제대로 영글지 않은 회사가 모든 역량을 성장에 쏟아부어도 모자랄 판에 본업과 관련도 없는 상장사 인수가 웬말입니까? 기가레인 인수의 주인공을 위즈돔이라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습니다.


기가레인 인수 전인 2015~2016년에 위즈돔에 오퍼스아시아오퍼튜니티즈(오아시스홀딩스)와 씨그널엔터테인먼트라는 새로운 주주들이 순차적으로 들어왔고, 그 후에 기가레인 인수가 이루어진 정황을 떠올리면 새로운 맥락이 생깁니다. 씨그널엔터테인먼트그룹은 (가짜였지만) 중국자본을 유치한 후 주가가 폭등하고 있는 코스닥 상장사였고, 오아시스홀딩스의 주인 최기보씨 뒤에는 역시 코스닥 상장사인 상지건설(구, 상지카일룸)이 있었으니까요.



김현제씨 부친인 김정곤씨가 갖고 있던 기가레인 경영권 지분을 취득하기로 계약할 케플러밸류파트너스의 주주는 위즈돔이 100% 지분으로 설립한 브루킹스하이츠밀 뿐이었습니다. 실제 취득 시점에 김현제씨 등이 주주인 록팰이 케플러밸류파트너스의 주주로 합류했죠. 록팰의 최대 출자자 김현제씨는 기가레인 최대주주 김정곤씨의 아들이었으니 록팰의 가세는 결국 아버지와 아들의 거래였던 셈입니다.


2018년 5월 씨그널엔터테인먼트그룹의 상장폐지 이후 케플러밸류파트너스 지분 51%가 상지건설을 거여 록팰로 넘어간 것은 원상복구의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록팰로 바로 양도하지 않고 상지카일룸을 거치는 과정이 필요했던 겁니다. 기가레인 인수를 주도한 게 위즈돔이 아니라 상지카일룸이거나 그 배후라면 그리 이상하지 않은 흐름입니다.


원상복구의 과정에는 당연히 자금의 되돌림이 포함됩니다. 위즈돔이 기가레인 인수를 위해 208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전환사채를 발행했었는데요. 케플러밸류파트너스 지분을 상지건설에 매각한 후 전환사채 157억원어치를 상환합니다. 상지건설은 록팰에 기가레인 지분을 매각해 자금을 회수했으니 문제될 게 없습니다. 위즈돔 투자자가 상지건설의 투자자이기도 하다면 가능한 그림입니다.


사실 케플러밸류파트너스는 위즈돔보다 상지건설과 더 밀접했습니다. 기가레인 인수보다 상지건설 인수에 참여한 게 먼저였죠. 2017년 3월 신동걸씨 회사 씨지아이홀딩스가 상지건설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할 때 증자대금을 대준 곳 중 하나가 케플러밸류파트너스였습니다. 같은 해 6월에는 상지건설의 9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신동걸씨의 씨지아이홀딩스, 최기보씨의 액티브밸류파트너스(스카디홀딩스와 함께 케플러밸류파트너스가 기가레인을 통해 참여합니다. 7월에는 한상우씨와 위즈돔의 자회사 오이코스 및 기가레인이 상지건설의 전환사채 20억원을 취득합니다. 이렇듯 당시의 위즈돔은 상지건설의 유용한 자금조달 창구로 쓰였습니다.


이때가 상지건설에는 아주 중요한 시기였습니다. 필룩스 대표를 지낸 한종희씨가 대표로 와 있으면서 필룩스 계열의 건설사 상지건설의 지분을 인수하고 있었거든요. 당시 상지건설은 카일룸이라는 주택사업부문을 갖고 있었고, 필룩스로부터 상지건설 지분을 인수함으로써 르네코는 상지카일룸, 그리고 지금의 상지건설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입니다.


씨그널엔터테인먼트그룹의 상장 폐지를 계기로 위즈돔의 주주구성이 2018년 바뀝니다. 한상우씨지분율이 약간 낮아지고 기타로 분류되는 지분도 42%에서 26%로 크게 낮아집니다. 대신 코스닥 상장사 디에이테크놀로지가 새로운 주주로 등장하게 됩니다. 당시 디에이테크놀로지는 라임사태의 주범 이인광씨의 회사 에스모(현 에이팸)의 계열사였습니다. 올해 초 전 대표가 이인광씨의 도주를 도운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되고, 5월에는 부도까지 발생하면서 상장폐지 위기에 몰려 있죠.



씨그널엔터테인먼트그룹은 상장페지된 후에도 위즈돔 지분을 그대로 들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55억원에 취득한 오이코스 지분도 처분하지 않고 있었죠. 이밖에 15억여원에 취득한 서울리거 주식도 보유 중이었습니다. 위즈돔을 인수한 다음해에 약 20억원에 사들인 주식입니다.


당시 서울리거는 최기보, 변은창, 송현주씨 등이 서울리거파트너스(현 클라우스홀딩스)를 내세워 인수한 회사였습니다. 서울리거파트너스가 공식적인 최대주주가 된 건 그해 말이었지만 .  이미 6월부터 로켓모바일이던 상호를 서울리거로 바꾸어 쓰고 있었죠. 서울리거 인수에 참여했던 최기보씨의 또 다른 회사가 오퍼스아시아오퍼튜니티즈(현 오아시스홀딩스), 위즈돔에 투자한 바로 그 회사입니다. 거의 같은 시점에 김준범씨는 씨그널엔터테인먼트를, 신동걸, 한종희, 최기보씨는 상지건설과 서울리거를 인수했던 셈입니다.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라임펀드의 투자를 받은 이인광씨 회사 에스모(현 에이팸은) 2018년 6월 위드윈투자조합(30호, 32호)와 컨소시엄을 맺고 디에이테크놀로지 경영권 지분을 총 260억원에 인수합니다. 그리고 10월 300억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해 위즈돔 대표인 한상우씨와 최기보씨 회사인 오아시스홀딩스(구, 오퍼스아시아오퍼튜니티즈)로부터 위즈돔 지분 25.98%를 380억원에 사들이죠. 오아시스홀딩스의 지분 23.45%와 한상우씨 지분 약 3%가 거래 대상이었고, 각각 343억원과 37억원으로 가격(주당 8만2811원)이 책정되었습니다. 그외 추가 구주매입까지 포함해 디에이테크놀로지의 지분율은 28.04%에 달하고, 매입대금은 409억원에 이릅니다.



그런데 실제로 오아시스홀딩스와 한상우 대표가 가져간 현금은 거의 없습니다. 디에이테크놀로지에 다시 돌아갔죠. 디에이테크놀로지는 위즈돔 지분 거래가 있던 날 300억원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하는데요. 여기에 오아시스홀딩스와 한상우씨가 각각 100억원과 30억원을 투자합니다.또 4일후에는 디에이테크놀로지가 300억원 규모의 제5회차 전환사채를 발행하는데, 이걸 지아이컨소시엄1호라는 곳에서 인수하거든요.  그런데 300억원 중 243억원의 실제 인수자가 오아시스홀딩스였습니다.


이어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한상우 위즈돔 대표는 에스모의 김정훈 당시 대표, 기가레인의 윤윤중 당시 부사장과 함께 디에이테크놀로지의 사내이사로 선임됩니다. 결국 디에이테크놀로지의 위즈돔 인수는 단순한 M&A가 아니었습니다. 위즈돔의 주식을 디에이테크놀로지에 넘기는 대신 오아시스홀딩스와 한상우 대표는 디에이테크놀로지의 지분 및 전환사채를 보유하고, 경영에도 참여하기로 한 것이니까요. 위즈돔과 에스모, 그리고 오아시스홀딩스가 디에이테크놀로지에서 의기투합했다고 보는 게 훨씬 설득력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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