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펙사벡 꿈 깨진 신라젠, 돈(錢) 문제에 봉착하다(3)

신라젠의 자금조달 능력 저하 전환사채 발행자금은 목숨줄과 같아

펙사벡 꿈 깨진 신라젠, 돈(錢) 문제에 봉착하다(3)

신약 개발의 길은 멀고도 험난합니다. 성공 확률이 평균 10%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임상에 돌입한 후부터 신약이 시판되기까지 판가름의 시간은 짧게는 6년에서 10년이 걸립니다. 어마 어마한 자금과 시간이 들어가는 일입니다. 막강한 자금 동원 능력을 가진 글로벌 빅 파마라면 모를까,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이 그 돈과 시간을 감당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라젠이 펙사벡의 임상 3상에 돌입하고, 주식시장에서 승승장구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펙사벡의 가능성’에 확신을 가졌던 투자자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신라젠이 도전한 항암 신약의 성공확률은 7%이지만, 신라젠의 주주들이 믿었던 꿈의 실현 가능성은 70%? 80%? 아니 거의 100%에 가까웠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파이프라인에 대한 실망은 자금조달 능력의 저하를 의미합니다. 신라젠은 투자자들이 그 꿈을 계속 꾸기를 바랄 것입니다. 투자자들이 펙사벡에 대한 미련을 버리는 순간, 신라젠은 모든 것을 잃고 말 테니까요. 간암 치료제로서 실패를 했지만, 다른 종류의 암에 대한 치료제로 가능성을 부각시키든지, 펙사벡과 면역관문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s, "ICI”)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등 다른 파이프라인으로 투자자들을 붙들어야 합니다. 신라젠은 미국 파트너사인 리제네론(신장암), 미국 국립암연구소(대장암), 유럽 파트너인 트렌스젠(고형암 및 간암), 중국 파트너인 리즈파마(흑색종) 등과 공동개발 협약을 맺고 있거나 공동으로 임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체로 면역관문억제제와 병용치료 효과에 대해 연구하거나 임상시험을 하고 있고, 자체적으로는 차세대 항암 바이러스(JX-970)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파이프라인이 임상 전이거나, 임상 1/2상에 머물고 있는 상황입니다. 펙사벡이 마치 곧 획기적인 간암 치료효과를 가진 신약이 될 것만 같은 기대를 갖게 했던 임상 3상이 아닙니다. 6년이 걸릴 지 10년이 걸릴 지 모르는 불확실성의 시간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펙사벡의 임상 3상 실패는 다른 파이프라인에 대한 기대 수준을 낮추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합니다. 이것은 곧 신라젠의 자금조달 능력 저하를 의미합니다. 채권자들은 더욱 까칠해 질 것이고, 유상증자를 하더라도 주주들은 더 낮은 주가에 더 적은 물량을 원할 것입니다. 공동협약이 변경되거나 취소되어 파트너사들로부터 더 이상 연구개발 비용을 보전받지 못하거나, 마일스톤 수익이 끊길 가능성은 없는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한때 주당 15만원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1만원대로 떨어졌습니다. 주가의 하락은 주주의 손실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주식시장에서 신라젠이 대규모 자금조달을 기대할 수 없게 되었음을 뜻합니다. 영업으로 돈을 벌지 못하고, 담보로 제공할 부동산도 마땅하지 않은 신라젠으로서는 외부 자금조달에 상당한 곤란이 생겼습니다. 전환사채 발행자금은 희망을 이어갈 목숨줄과 같습니다. 신라젠의 유일한 희망은 표적항암치료제로서의 펙사벡이 아닌 다른 한미약품처럼 대규모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 L/O)로 잭팟을 터뜨리는 것입니다. 그러자면, 기존 파이프라인의 순조로운 임상 진행이 필수적입니다. 당연히 돈이 필요한데,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없다면, 보유 현금을 소진해야 합니다. 올해 3월 발행한 제30회차 전환사채가 그래서 더욱 화두입니다. 당초 3000억원으로 예정됐다가 기관투자가들이 외면하는 바람에 1100억원으로 축소된 이 전환사채의 발행목적은 ▵ 펙사벡의 적응증 확대를 위한 임상비용 ▵ 펙사벡에 이은 차세대 항암바이러스제의 연구개발 ▵ 수도권내 신규R&D센터설립을위한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사실상 신라젠에서 발생하는 거의 모든 비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라젠에게는 3월말 현재 1700억원의 현금성자산이 있습니다. 이중 70%에 육박하는 1100억원이 전환사채 발행으로 마련한 것입니다. 사실상 외부 자금조달이 어려운 신라젠에게 이 돈은 목숨줄과 같습니다. 이 돈으로 어떻게 하든 버티며 위기에서 벗어날 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펙사벡 임상 3상이 실패하고 주가가 폭락하자, 전환사채 투자자들이 최초 인수자인 키움증권(1000억원 자체 인수)을 찾아가 상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지금 당장은 신라젠이 절대로 요구에 응할 수 없겠죠. 목숨줄을 놓는 것이나 다름없으니. 전환사채의 발행 조건은 현 시점에서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전환사채는 콜옵션(신라젠의 조기상환요구)과 풋옵션(투자자의 조기상환 요구)이 동시에 부여되어 있지만, 콜옵션은 전혀 의미가 없고 풋옵션 역시 지금 현재 시점에서는 무의미합니다. 벼랑 끝에 몰린 신라젠의 콜옵션 행사는 말할 필요도 없고, 풋옵션의 행사기간은 2021년 3월로 아직 1년 반 이상 남았습니다. 전환가액이 7만111원에서 4만9078원으로 조정되었지만, 전환사채의 전환을 바라는 것도 무리입니다. 주식 전환 후 시장 매도로 자금을 회수해 봐야 70% 이상의 원금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니까요. 특별한 계기가 생기지 않는 한 전환사채의 실질 만기는 2021년 3월이 됩니다. 사채권자들이 사채 조기 상환을 요구할 확률이 100%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라젠에게 주어진 기회의 시간입니다. 그때까지 신라젠이 자본시장에서 신규 자금을 조달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펙사벡의 꿈을 더 이상 꿀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전환사채권자가 2021년 3월21일 이전에 조기상환을 받을 권리가 없습니다만, 신라젠이 자발적 조기 상환에 나설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궁극적으로 높여준다고 판단한다면, 부족한 유동성 상황에도 불구하고 조기 상환을 전격적으로 결정할 수도 있으니까요. 신라젠이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지 못한 채, 사채권자들의 상환 요구를 전혀 외면한 채, 실질 만기를 맞는다면 자본시장과 연은 완전히 끊길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신라젠에게 가능성이 남아 있어도, 그 가능성을 살릴 더 이상의 시간이 주어지지 않을지도 모르죠. 그 시간을 돈으로 사는 곳이 자본시장이니까요. 이를 피하고 싶다면, 신라젠은 2021년 3월 이전 조기 상환을 고민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가정은 신라젠이 최악의 상황으로 가고 있지는 않다는 전제에서나 성립할 수 있습니다 문은상 대표 등 기존 대주주들이 그 동안 주식을 처분해 확보한 돈으로 전환사채를 인수하거나, 추가 출자를 통해 전환사채 상환 자금을 신라젠에 제공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전적으로 그들의 의사와 판단에 달려 있습니다만. ※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이 제작하는 모든 콘텐츠의 저작권은 DRCR(주)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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