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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 김에 e커머스 전쟁에 참전 중인 유통회사들이 운전자본을 통해 어떻게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있는지 비교해 볼까요? 소셜커머스 출신 3인방을 중심으로 보겠습니다. 기본적으로 매출채권을 최대한 조기 회수하고 매입채무 결제는 늦춤으로써 자금이 사내에 오래 머물도록 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는 점에서는 비슷합니다. 하지만 회사별로 상당한 차이도 함께 나타납니다.
매출채권과 매입채무의 추세는 쿠팡과 티몬이 닮았습니다. 쿠팡과 티몬의 매입채무는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규모 면에서는 쿠팡이 좀 더 크고 증가하는 속도도 빠릅니다. 티몬의 매입채무는 2018년에 더 늘지 않았네요.
쿠팡과 티몬의 매출채권은 매입채무에 비해 미미한 수준입니다. 받아야 할 외상값은 거의 다 회수하고 갚아야 할 외상값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그 차이만큼 회사에 돈이 머물게 됩니다.
위메프가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매출채권이 미미한 것은 다른 두 곳과 비슷하지만 매입채무 역시 미미합니다. 쿠팡이나 티몬이 수 천억원의 매입채무를 두고 있는 것에 비해 위메프는 가장 많았던 2015년에도 200억원을 넘지 않았고 매년 줄여 왔습니다. 위메프는 매입채무에 대한 정책이 두 회사와는 달랐던 걸까요?.
매출액과 평균 매출채권을 이용해 매출채권 회수기간을 구하고 역시 같은 방법으로 매입채무 결제기간을 산출해 보았습니다. 매출채권과 매입채무의 평균값을 기초와 기말의 단순 평균으로 계산한 것이라 정확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만, 회사의 정책을 판단하는 데는 무리가 없습니다.
쿠팡의 매출채권 회수기간은 대략 3~4일 정도네요. 곧바로 회수가 된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하기야 요즘은 계좌이체나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는 데다 쿠팡에서 다루는 물품이 장기 할부로 구매할 고가품들은 상대적으로 적을 테니 회수기간이 길지는 않겠지요.
반면 매입채무 결제기간은 50~60일입니다. 제품을 직매한 뒤에 약 두 달가량 지나서 외상값을 치른다는 얘기지요. 팔 때는 사실상 현찰로 받고 물건값은 두 달 후에 치르니 두 달동안 그 돈은 쿠팡 내에 머물게 됩니다. 이게 바로 운전자본을 활용한 영업현금흐름의 창출이죠.
매출액이 늘어날수록 매입액도 늘어날 테니 들어오는 돈은 점점 커지고 두달 동안 회사 내에 머무는 돈도 점점 커집니다. 매출이 성장하면 비록 적자를 보더라도 운전자본을 통해 창출되는 현금흐름의 크기는 커질 수 있는 겁니다.
티몬은 상대적으로 매출채권 회수기간이 쿠팡보다 길고 매입채무 결제기간은 매우 길게 나타납니다. 두 기간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공급자에게 지불해야 할 외상값이 회사에 머무는 기간이 길게 되고, 이는 운전자본을 통해 창출하는 영업현금흐름이 커진다는 걸 의미합니다.
결산시점에 쿠팡에 남은 매입채무가 두 달치 정도라면 티몬에 남은 매입채무는 1년치가 넘습니다. 이 글의 첫번째 그림에서 티몬의 매입채무가 쿠팡에 비해 그리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던 것은 그런 연유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1년 치 매입채무가 쿠팡의 두 달치보다 적다니 좀 이상하지요? 그건 두 회사가 거래액에 비해 매출액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2018년 기준으로 쿠팡의 거래액이 7.5조원이고 티몬은 3조원으로 추정됩니다. 두 배 좀 넘게 차이를 보이죠? 같은 해 매출액은 쿠팡이 4조4147억원, 티몬이 4972억원입니다. 약 9배의 차이를 보입니다. 거래액 자체도 쿠팡이 많지만, 직매의 비중이 티몬에 비해 훨씬 높은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입채무가 쿠팡에 비해 크게 적지 않은 것은 운전자본을 통한 현금흐름 창출에 티몬이 더 적극적이라는 뜻이겠죠.
위메프는 매입채무 결제기간이 쿠팡이나 티몬에 비해 상당히 짧습니다. 매입채무를 길게 늘려서 현금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덜하는 것이죠. 두 회사와 마찬가지로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데 왜 이러는 걸까요? 현금흐름에 대한 절실함이 떨어지는 걸까요?
그건 아닙니다. 매입채무 결제를 늦춰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방식이 위메프에게는 맞지 않는 겁니다. 2018년 위메프의 매출액이 4294억원입니다. 티몬보다 좀 적습니다. 그런데 거래액은 5.4조원으로 추정됩니다. 티몬의 1.8배 됩니다. 그렇다면 위메프의 직매 비중은 쿠팡보다 훨씬 낮은 티몬보다도 훨씬 낮은 것이죠.
쿠팡과 티몬은 2017년에 소셜커머스(통신판매업자)에서 오픈마켓(통신판매중개업자)으로 전환합니다. 완전한 변신은 아니고 직매를 줄이고 플랫폼에 점포를 입점시켜 주고 수수료를 받는 방식을 늘렸습니다. 위메프는 2019년에 가서야 오픈마켓으로 바꿉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매 비중이 2018년 이전에도 두 회사보다 크게 낮았으니, 소셜커머스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사실상 오픈마켓처럼 운영을 해왔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위메프의 매출구성을 보시죠. 2014년 이전에는 소셜커머스의 시절이니 당연히 수수료 매출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2015년 이후 상품매출의 비중이 커지지만 수수료 매출도 함께 늘어납니다. 그러다 2018년에 상품매출 비중이 다시 절반 이하로 줄고, 수수료 매출비중이 급증합니다. 쿠팡과 같은 방식으로 직매 비중을 높여가다가 2018년에 그 전략을 폐기한 겁니다. 업태를 공식적으로 전환한 것은 2019년이지만, 실제로는 2018년에 오픈마켓이 된 것이죠.
직매 비중의 차이는 재무제표상 여러가지 차이를 만들어 냅니다. 매출액과 매출원가만 달라지는 게 아니고 운전자본 운용이 달라지고 그로 인해 현금흐름의 차이를 유발하지요. 세 회사의 매입채무에 상당한 차이가 있었던 것은 그 때문입니다.
쿠팡의 재고자산이 두 회사에 비해 워낙 커서 따로 차트를 그렸습니다. 2018년말에 4500억원이 넘지요. 티몬과 위메프는 각각 159억원과 70억원입니다. 티몬의 재고자산이 비교적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에 비해 위메프의 재고자산은 2018년에 크게 줄어들지요. 이 역시 높였던 직매비중을 다시 낮추면서 발생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재고자산이 많으면 그만큼 돈이 묶인다는 것이죠. 매입채무가 많으면 돈이 생기는 것이고요. 그렇게 상쇄됩니다. 쿠팡은 매입채무와 재고자산이 모두 크면서 증가하는 추세인데 매입채무가 더 많아서 어느 정도 현금흐름이 확보되는 것이고, 티몬은 매입채무가 재고자산보다 훨씬 크니 운전자본을 통한 현금흐름에 극단적으로 대응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위메프는 둘 다 별로 없고요.
같은 소셜커머스로 출발을 했고, 세 회사 모두 지금의 적자가 '계획된 적자'라며 성장 페달을 열심히 밟아 왔는데 왜 이런 전략의 차이가 생기는 걸까요. 이 얘기는 다음 편에 쓰기로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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