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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고속 성장을 하고 있지만 아직 국내 온라인쇼핑업계 1위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위메프와 티몬 말고도 쿠팡이 넘어서야 하는 경쟁자는 더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그 동안 20% 안팎의 점유율을 보이며 굳건하게 1위를 지키고 있던 이베이코리아가 있습니다. 이베이코리아는 G마켓과 옥션이라는 두 개의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죠. G마켓의 연간 거래액은 2018년 기준으로 10조원 정도로 쿠팡과 비슷합니다. 옥션은 약 5조원 정도의 연간 거래액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베이코리아와 함께 오픈마켓의 강자로 11번가가 있지요. SK플래닛에서 2018년에 인적분할한 뒤 지금은 SK텔레콤이 8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로 있지요. 연간 거래액이 9조원 정도인데 적자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수익성 위주의 경영으로 전환한 터라 당분간 1위 경쟁에서는 빠져 있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11번가의 경우 방문객과 거래액이 3위급이지만 자체 플랫폼을 통해 유입되는 비중은적은 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네이버를 경유한 거래가 상당한 것으로 압니다. 자체 앱에서 거래가 대부분 이루어지는 쿠팡에 비해 디스카운트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충성 고객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뜻일테니까요.
SK그룹이 소매유통과는 거리가 좀 있는 곳이고, 11번가가 핵심자산도 아니어서 무리하게 1위 경쟁에 나설 것 같지도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SK그룹이 11번가를 계속 보유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연간 9조원의 거래액은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상당한 지위를 어느 정도 확보했다는 것으로 인정할 근거가 되지요. SK그룹이 매각을 결정한다면 비싸게는 못 받아도 상당한 현금을 챙길 수는 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쿠팡에게 이베이코리아는 만만치 않은 상대입니다. 온라인쇼핑업계의 터줏대감이기도 하거니와 G마켓과 옥션 모두 오픈마켓의 대표적인 플랫폼으로 쉽게 무너질 곳은 아닙니다. 지금까지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었고요.
각종 보도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쿠팡의 연간 거래액이 이베이코리아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됩니다. 와이즈앱이라는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쿠팡의 2019년 연간 거래액은 17조원을 살짝 넘고, G마켓과 옥션의 거래액 합계는 17조원을 살짝 밑도는 수준인 모양입니다. 쿠팡의 거래액이 매년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성장 정체를 보이고 있는 이베이코리아와 최소한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죠. 거래액에서는 말입니다.
쿠팡의 거래액이 지난해 이베이코리아를 넘어섰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성장세로 볼 때 지난해가 아니면 올해는 확실히 넘어설 테니까요. 하지만 거래액에서 추월을 했다고 해서 쿠팡이 과연 명실상부한 1등이냐는 데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두 회사의 가장 큰 차이는 수익성입니다. 쿠팡은 매출이 커질수록 적자도 커지고 있지만 이베이코리아는 꾸준히 흑자를 내고 있습니다. 물론 쿠팡 등의 도전에 상처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매출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것과 함께 이익도 2015년 이후 계속해서 줄고 있습니다.
성장이 둔화되고 이익이 감소하니 G마켓과 옥션도 한 물 간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확실히 기세에서 쿠팡에 밀리고 있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쇼핑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흐름에서 소외되는 쪽으로 분류하기는 더 어렵습니다.
성장 둔화와 이익 감소에 대해서는 이베이코리아가 할 말이 있습니다. e커머스 전쟁이 벌어지면서 기존의 오픈마켓들도 수성전에 나섰습니다. 입주금을 인하하고 각종 수수료를 할인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쇼핑의 최대 경쟁요소인 가격 역시 할인 폭을 키울 수 밖에 없었죠. 반면 각종 판매촉진 활동에 들어가는 비용은 늘었습니다. 경쟁 비용은 매출과 이익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는 게 당연합니다. 경쟁비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익을 내고 있다는 것은 이베이코리아가 아직은 쿠팡보다 유리한 고지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전히 실탄이 남아 있다는 뜻이니까요.
쿠팡은 물론이고 11번가 등 다른 오픈마켓과 이베이코리아가 특별히 차별되는 것은 튼튼한 재무구조와 상당한 수준의 유동성입니다. 웬만한 공격쯤 막아낼 기초 체력이 됩니다. 2018년말 현재(이베이코리아가 2019년에 유한책임회사로 바뀌는 바람에 앞으로 제대로 된 재무제표를 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약 1조원의 자기자본과 7200억원 정도의 부채로 자산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부채 중 차입금은 전혀 없습니다. 무차입 기업입니다. 부채의 대부분인 5000여억원은 고객예수금입니다.
현금유동성은 8000억원이 넘습니다. 전체 자산의 절반에 가깝습니다. 쿠팡과 일전을 불사하자면 못할 것도 없습니다. 어느 정도의 유동성이 있는데다 차입 여력은 충분하니까요. 새벽배송을 하지도, 쿠팡처럼 광고비 부담이 크지도, 물류센터를 짓느라고 어마어마한 돈을 쓰지도 않으면서 건재하다면 이베이코리아가 한번 붙어보자고 나섰을 경우 어떤 승부가 펼쳐질지 예측 불허입니다.
시대의 흐름이 이베이코리아보다 쿠팡 편인 것은 맞을 겁니다. G마켓이나 옥션은 아무래도 모바일보다는 PC환경에 강합니다. 온라인쇼핑이 모바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으니 새로운 흐름의 중심에 있는 건 아닙니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쿠팡이나 위메프 등의 이용이 활발한 것도 약점이라면 약점입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매우 먼 미래의 승부에 대한 변수이죠.
이베이코리아의 약점은 어쩌면 다른 곳에 있을지 모릅니다. 바로 본사인 이베이입니다. 본사가 한국의 이베이코리아를 전략적인 자산으로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매우 불확실하거든요. 국내 제일의 온라인쇼핑업체로 계속 성장을 시킬 것이었다면 지금껏 강 건너 불 구경하듯 쿠팡이 치고 올라오는 걸 보고만 있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수상한 조짐까지 보입니다. 영업이익이 줄고 있지만 이베이코리아의 전반적인 현금창출능력은 그리 줄지 않았습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1500억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죠. 그 동안은 이 돈이 거의 전부 회사에 잉여금으로 쌓였습니다. 투자에 쓰는 돈이 별로 없거든요.
그런데 2017년부터 갑자기 뭉칫돈이 배당금으로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이베이가 G마켓과 옥션을 인수한 후 처음으로 배당을 받아 가기 시작했는데 그 규모가 만만치 않습니다. 2017년에 1391억원, 2018년에 1613억원으로 2년 만에 3000억원 이상을 가져갔습니다.
하필이면 그 동안 가만히 있다가 쿠팡에 거래액을 역전당하고 있는 이 시점에 왜 이베이는 대규모 배당을 가져가는 걸까요. 분명히 본사의 어떤 사정 때문일텐데, 일각에서는 아마존과 경쟁하기 위해 돈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좀 심각해집니다. 무려 아마존과 경쟁하겠다고 한국에서 배당을 가져가는 것이라면 8000억원의 유동성은 더 이상 이베이코리아의 실탄이 될 수 없으니까요. 앞으로의 e커머스 전쟁에서 신세계나 롯데의 향후 행보를 제외하고는 최고의 관전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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