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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이 본사가 앞으로도 대규모 배당을 챙겨간다면 이베이코리아는 G마켓과 옥션의 시장지위를 유지하는 데 상당한 애를 먹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쿠팡처럼 대규모 물류단지 조성을 위해 거액의 자금을 소요할 것 같지는 않지만 더 질 좋은 서비스를 위해서는 기술과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필요할 테니까요. 이 역시 적지 않게 돈이 드는 일입니다.
공교롭게도 이베이코리아가 직면한 현실은 본사인 이베이의 그것과 닮아 있습니다. 이베이는글로벌 오픈마켓 1위로 온라인쇼핑의 양대 산맥이기는 하지만 이른바 풀필먼트(fulfillment) 시스템을 바탕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해 온 아마존에는 상당히 밀려 있는 형국입니다. G마켓과 옥션은 이베이의 오픈마켓 모델에 한국식 유료멤버십(스마일클럽)을 접목시켜 성공한 모델입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했지만 쿠팡의 등장 이후 1위 자리를 곧 내줄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쿠팡은 아마존의 전략을 그대로 한국에 적용하고 있죠. 풀필먼트 물류센터를 구축하는데 매년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쿠팡의 자체 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이 가능한 건 바로 이 풀필먼트 서비스가 뒤를 받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풀필먼트는 판매할 상품의 적재에서 출발해 재고관리, 포장, 출하, 배송까지 모든 과정을 일괄 처리하는 체계입니다. 이 시스템이 적용된 물류센터는 단순한 창고가 아닙니다. 실질적인 판매 허브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여기에 아마존이 축적한 고객 정보를 접목하면 그 위력은 배가될 것입니다. 각 물류센터마다 필요한 상품의 적정 규모를 추정할 수 있고, 필요한 만큼을 미리 확보했다가 고객의 주문에 즉각 대응할 수 있겠죠.
이베이의 오픈마켓은 일종의 장터와 같습니다. 판매자에게 상품을 노출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을 제공하고 소비자를 만나게 해 주죠. 거래가 성사되면 일정 비율의 수수료(입점료)를 받습니다. 이베이의 플랫폼이 바로 장터이고, 이것이 핵심 수익모델인 셈입니다. 이베이에는 2억명 이상의 판매자가 입점해 있고 거래되는 품목은 10억개가 넘습니다.
비유를 하자면 장터를 제공하는 이베이는 온라인 상의 백화점과 비슷하고, 풀필먼트 서비스를 앞세운 아마존은 온라인 상의 할인점과 비슷합니다. 백화점은 입점업체에게 받는 수수료가 주요 매출액이고, 할인점은 상품을 직매입해 직매출하는 게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죠.
이베이의 매출은 100억 달러를 좀 넘는 수준이라고 보면 됩니다. 거래액 기준으로는 1000억 달러 선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2018년에 2000억 달러 매출을 넘어선 아마존과 어마어마한 차이가 나는 것 같지만, 매출을 직접 비교하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신세계의 매출과 이마트의 매출을 비교할 수 없는 것과 같죠. 물론 거래액을 기준으로 해도 아마존에 비해 상당한 차이로 처져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만…
이 두개의 상이한 모델은 완전히 다른 비용구조를 갖게 되고, 당연히 장단점도 달라집니다. 단적으로 말하면 오픈마켓은 단기에 조기에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고, 아마존의 모델은 성장에 중점을 두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베이는 판매자의 판매가격에 부가세를 더하고 여기에 수수료를 얹어 결제금액을 청구합니다. 부가세조차 판매자의 부담이기 때문에 매출이 발생하는 단계부터 수익을 확실히 챙기고 가는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베이코리아 역시 비슷합니다. 이베이코리아의 매출원가는 고객들의 상품구매 결제에 수반되는 결제수단별 수수료, 사이트 운영을 위한 직간접비용, 콜센터 운영비, 광고매출 대행 수수료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대규모 물류센터를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감가상각비 등 고정비보다는 변동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고, 직매입을 하지 않기 때문에 재고관리 등의 비용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고정비가 적다는 것은 손익분기점에 빨리 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매출이 증가한다고 해서 이익이 급격하게 늘어나지도 않죠.
쿠팡의 선전포고가 있었던 2015년까지 이베이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어느 정도 비례적으로 증가해 왔습니다. 2016년 이후 매출 성장세가 이어졌지만 영업이익이 줄어든 건 입점료 할인 등으로 매출 마진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쿠팡 등의 도전에 대응하다 보니 매출보다 매출원가가 더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죠.
비율로 나타내면 위 그림이 됩니다. 40% 언저리였던 매출원가율이 2018년 50%를 넘어섰으니 매출 마진이 10%포인트 하락한 셈입니다. 반면 판매관리비 비중은 하락했습니다. 비율만 하락한 게 아니라 비용의 절대액 자체가 줄었습니다. 판매관리비가 줄지 않았다면 아마 이베이코리아의 흑자 규모는 더 빠르게 축소될 수밖에 없었겠죠.
일각에서는 이베이코리아의 흑자가 빠른 속도로 줄어드니까 조만간 적자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한다고 합니다. 좀 지나친 걱정이라고 봅니다. 아마도 본사인 이베이의 방침이겠지만 판매촉진 활동을 대폭 축소하면서까지 수익성을 중시하고 있는 데다 아마도 2019년을 마지막으로 500억원 이상의 무형자산 상각비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G마켓과 옥션을 인수한 이베이코리아는 대규모 영업권을 계상하고 있는데, 10년을 내용연수로 상각을 해 왔고 2019년 그 내용연수를 모두 채우게 됩니다. 비록 현금이 유입되는 비용 감소는 아니지만 영업이익은 2020년 이후 증가세로 반전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하지만 e커머스 전쟁에서 이베이코리아의 영업이익이 증가세로 돌아서는 게 큰 의미는 없지요. 욱일승천의 기세로 성장하고 있는 쿠팡에 제대로 된 응전을 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죠. 이 측면에서 보면 별로 여유가 없어 보입니다.
매년 1500억원 상당의 현금흐름을 창출하지만 설비투자 등의 자본적 지출에 쓰는 돈은 200억~300억원 수준입니다. 성장보다는 유지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봐야 하죠. 8000억원 상당의 현금유동성이 있지만 본사인 이베이가 2017년 이후 1000억원 이상의 대규모 배당을 받아가고 있어 투자에 적극 나서기 어려워 보입니다.
또 직매입 직매출이 아닌 일종의 중개 방식이기 때문에 현금흐름의 규모 자체가 크지 않습니다. 이는 운전자본을 자금조달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쿠팡과 다른 점입니다. 매출채권이나 매입채무 자체가 미미합니다. 매출채권과 매입채무의 결제 기간에 큰 차이를 두어서 그 만큼의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여지가 없습니다.
결국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이베이코리아는 앞으로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한국의 e커머스 시장에서 점점 밀려나는 상황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본사인 이베이가 한국 시장을, 그리고 이베이코리아를 전략적인 자산으로 보고 있는지, 배당금 수입원으로 보고 있는지 그래서 더욱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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