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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도전이 성공할지는 예상하기 어렵지만 기존의 유통시장을 파괴적으로 바꾸어 놓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온라인 업체든 오프라인 업체든 시장지위를 유지하거나 확장하려면 쿠팡과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을 낮추거나 쿠팡과 비슷하거나 더 빠른 속도의 배송을 추구해야 합니다. 이는 이익의 축소와 비용의 증가를 유발하고 대규모 투자에 들어가는 자금을 필요로 하게 합니다.


각각의 업체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쿠팡과 경쟁을 할 것인가, 독자 노선을 걸을 것인가. 쿠팡과 함께 소셜커머스로 출발한 티몬은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고 있고, 위메프는 더 이상 '계획된 적자'를 주장할 입장이 아닙니다. 직매입 비중을 줄이면서, 다시 말해 물류센터 투자를 더 이상 하지 않으면서 수익성 위주의 경영으로 돌아선 지 오랩니다. 오픈마켓인 11번가나 이베이코리아 역시 쿠팡에 맞불을 놓기 보다는 수익을 더 추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시장을 잃지 않으려면 어느 정도 대응은 불가피하죠. 일단 가격이 문제입니다. 온라인쇼핑업체인 이베이코리아가 일찌감치 원가율이 상승합니다. 할인점인 이마트와 홈플러스는 2017년까지 안정세를 보이던 원가율이 2018년부터 꿈틀거리기 시작하죠.


이마트는 마진을 일부 포기하는 대신 매출의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2018년 연 매출액이 9.8% 증가해 17조원대로 올라서지요. 반면 홈플러스는 원가율 상승 폭이 적은 대신 보다 뼈아픈 매출 감소를 겪어야 했습니다. 2018년 매출이 6조4101억원으로 3.7% 줄게 됩니다.


지난해 이마트마저 직격탄을 맞게 됩니다. SSG.com의 분할과 트레이더스 출점 등 여타 요인들이 있다고는 해도 창사이래 첫 분기 적자는 충격적입니다. 72% 수준을 유지하던 분기 매출원가율이 지난해에는 74%까지 올라가고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무려 62%나 감소합니다. 전년과 마찬가지로 10% 언저리의 매출 증가세를 유지하기 위해 판매비를 크게 늘린 영향입니다. 매출의 증가가 이익의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이 연출된 것입니다.



이는 매우 의미심장합니다. e커머스 전쟁이 펼쳐지면서 유통업체들의 수익성이 온라인 오프라인 할 것 없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죠.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려면 가격을 떨어뜨려야 하고, 더 많은 투자를 통해 배송속도를 높이는 등 서비스 개선을 위해 비용을 투입해야 합니다.


온라인 유통업체들은 시장점유율과 수익성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이게 되고, 이마트나 롯데쇼핑 같은 오프라인 유통 강자들은 고객기반을 지키기 위해 수익성에 대한 눈높이를 낮출 수 밖에 없습니다.


유통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오프라인 업체들이 고객을 지키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이고, 고객기반이 일정 수준 미만으로 떨어지게 되면 그때부터는 수익성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줄어든 매출로는 각 오프라인 매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비용을 충당하기 힘든 상황이 연출될 테니까요.


게다가 아마존닷컴의 미국에 비해 국내 유통시장에서 온라인 침투율은 더욱 빠릅니다. 수도권에 인구가 집중되어 있는 데다 세계 최고 수준의 IT서비스와 스마트폰 보급율로 온라인 쇼핑업체에게 유리한 사업환경을 제공합니다.


이마트 등 오프라인 업체는 갈수록 어려워질 수 밖에 없습니다. 매장이 한산해지고 있는데 매출을 늘리겠다고 신규 출점을 할 수도 없고, 가격을 낮추고 서비스를 높여 매출을 유지하고 수익성을 포기하는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고객이 줄었다고 매장을 축소하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당장은 비용을 줄일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은 시장에서 퇴출되는 결과를 초래할 뿐입니다.


오프라인 업체들이 시장지위를 유지하는 길은 하나 뿐입니다. 온라인 시장에 참여해 쿠팡을 패퇴시키는 것이죠.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사라지고 전쟁은 유통시장 전체로 번지게 됩니다. 쿠팡의 상대는 티몬과 이베이코리아 뿐 아니라 롯데와 신세계로 전선이 넓혀지는 것이죠.


이는 미국 시장에서 월마트가 온라인 영역을 확장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미국 온라인쇼핑 시장에서 월마트의 점유율은 2018년 기준 5.3%에 불과합니다. 아마존닷컴(37.8%)의 7분의 1이 안되지만 이베이를 넘어 2위에 랭크되었습니다. 앞으로 아마존닷컴의 경쟁자로 가장 유력하지 않나 조심스럽게 예상해 봅니다.



오프라인 유통시장의 절대 강자인 월마트는 e커머스 육성에 몰두해 있습니다. 자체 온라인몰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존 e커머스 회사를 인수하면서 온라인쇼핑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월마트의 장점은 기존의 오프라인 매장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죠. 고객이 온라인으로 주문한 상품을 오프라인에서 수령할 수 있는 픽업 거점을 지난해 2100개에서 3100개로 늘린다고 했는데 그 목표를 달성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픽업 거점의 축은 역시 기존 매장입니다.


롯데가 선보인 '스마트픽'과 같습니다. 온라인 가격으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고 집에서 가까운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을 찾을 수 있습니다. 상품 수령을 위해 방문한 고객에게 매장의 다른 상품 구매를 유도할 수도 있죠. 온라인-오프라인의 융합이 가능해집니다.


월마트는 자율주행차와 로봇을 이용한 배송서비스 개발에도 착수했습니다. 아마존닷컴의 익일배송, 1시간내 배송을 따라잡기 위한 것이죠. 이 같은 노력으로 월마트의 온라인 판매는 2018년 40%가 넘는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월마트가 아마존닷컴에 추월을 당했다고 하는데, 좀 과장된 해석입니다. 온라인쇼핑 시장과 주가에 한해서 성립되는 이야기지요. 아마존닷컴의 매출액이 매년 급증하고 있기는 하지만 유통시장에서 위상은 여전히 월마트가 한참 앞서 있습니다.


월마트의 연간 매출액은 5000억 달러가 넘습니다. 아마존닷컴은 2018년에 2000억 달러를 넘어섰지요. 아마존닷컴의 매출성장률이 매우 높지만, 전체 매출액에서 월마트를 넘어서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합니다.


월마트는 2015년에 무려 35년만의 매출 감소를 경험했지요. 공교롭게도 쿠팡의 로켓배송이 국내 유통시장에 충격을 준 바로 그 해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온라인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데다가 오프라인의 기존 매장 매출도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시너지가 나오고 있는 것이죠. 오프라인 강자와 온라인 강자의 대결은 이제 시작인 것입니다. 국내 시장에서도 그렇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