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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마트가 기존의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해 온라인쇼핑 시장에서 약진하면서 오프라인 매출마저 증가세로 돌려세운 것은 국내의 롯데그룹이나 신세계그룹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아마존닷컴의 급격한 성장세가 지속되는 와중에도 이베이마저 추월하며 온라인 시장점유율 2위에 오르고 오프라인쇼핑에서는 오히려 지위를 더 공고히 해 나가고 있다는 것은 롯데나 신세계 입장에서 보면 모범답안을 목격한 것이나 다름없지요.
오프라인 강자 입장에서 쿠팡은 월마트가 아마존닷컴에게 느꼈을 것 같은 두려운 존재는 분명 아닙니다. 아마존닷컴의 미국 온라인쇼핑 시장 점유율은 무려 44.8%에 달합니다. 두말할 것도 없이 절대적인 존재이죠. 창업 9년차에 흑자 전환한 후 지금까지 매년 대규모 투자를 이어 나가면서도 자체적으로 창출한 영업현금흐름으로 충당해 오고 있습니다.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죠.
온라인쇼핑에서 '계획된 적자'라는 용어를 창시한 장본인이지만, 아마존닷컴의 수익원은 단지 온라인쇼핑이 전부가 아니죠. 저렴한 판매로 고객을 확보하고 매출이 증가하면 서비스를 개선하거나 확장하는데 몰두한 결과 온라인쇼핑 뿐 아니라 클라우드, 플랫폼, 미디어 등 IT기술이 적용되는 곳이면 진출하지 않은 곳이 없고, 진출한 대부분의 곳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막대한 고객 데이터와 거래 데이터, 풀필먼트 서비스를 가능하게 한 막대한 서버, 지속적인 연구개발 등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고, 버는 족족 고객 편의와 서비스 확장에 투자를 한 결과이죠.
인상적인 것은 아마존닷컴의 클라우드 서비스입니다. 2002년부터 시작한 이 서비스(AWS, Amazon Web Service)는 전 세계 약 200개국에서 수십만의 사업체가 사용하고 있는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무려 32%로 독보적입니다.
2016년부터는 AWS가 본격적으로 이익을 창출하게 됩니다. 아마존닷컴의 2018년 영업이익이 124억 달러로 전기 대비 303% 증가했는데, 이 중 59%인 79억 달러가 AWS에서 발생한 것입니다. 오히려 온라인쇼핑보다 이익기여도가 더 높습니다.
온라인쇼핑에서 고속 성장이 계속되면 될수록 아마존닷컴의 자금동원 능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고 자체적으로 창출한 현금흐름이니 더욱 더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할 겁니다. 월마트가 온라인 시장에 진출해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 것과 같이 아마존닷컴은 오프라인 시장에 진출해 월마트와 전천후 경쟁을 시도하고 있죠.
쿠팡 역시 놀라울 정도의 성장을 보여주고 있지만, 국내시장 점유율은 아마존닷컴과 비교가 안됩니다. 온라인쇼핑 시장의 점유율은 각 업체별 거래액으로 추산하는 것이 정석으로 여겨지는데 업체별 거래액이 공개되지 않거나 신뢰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략적으로 짐작할 수 밖에 없는데요. 쿠팡의 2018년 거래액이 8~10조 사이로 이야기되고 있고 그해 e커머스 시장 규모가 113조원 정도이니 시장점유율이 7~9% 정도 되겠습니다. 같은 해 16조원의 거래액을 기록한 이베이코리아가 14% 정도로 추정되고요.
아마 2019년에는 두 회사의 점유율이 어깨를 나란히 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e커머스 시장의 규모를 추정하기 어렵지만 대략 130조원 정도로 본다고 치고, 두 회사 거래액이 16조원(쿠팡), 17조원(이베이코리아) 정도라고 하거든요. 시장점유율은 12%, 13% 정도로 계산이 되어질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쿠팡이든 이베이코리아든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절대적인 존재라고 할 수 없습니다. 전체 e커머스 거래의 절반 이상이 쿠팡, 이베이 등 특정 플랫폼이 아니라 개별 제조업체의 사이트나 SNS, 네이버와 같은 포털, 유투브 등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니 여전히 절대 강자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쿠팡이 아마존닷컴과 마찬가지로 빅데이터를 통한 사업확장을 추구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현실에서는 온라인쇼핑 외에 다른 수익원이 나타나고 있지 않습니다. 대대적인 물류센터 확충과 쿠팡맨 고용으로 거래품목과 배송속도에서 우위를 보이며 온라인쇼핑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영업활동에서 현금흐름을 전혀 창출하지 못하고 있으니, 다른 서비스로 확장을 도모할 정도의 여유가 없습니다. 국토부로부터 택배업 허가를 받아 물류센터를 통한 수익창출(물류대행 서비스)을 시도한 것 같지만, 빠른 성장 탓(?)에 자체 물량을 소화하기도 부족해 허가를 다시 반납했지요.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는 모든 투자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고객기반을 더욱 넓혀 규모의 경제에 도달해야만 비로소 물류대행이든 클라우드 서비스든 다른 사업으로 눈을 돌릴 수 있겠죠. 온라인쇼핑에서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질 때까지는, 즉 돈을 벌어들이기 전까지는 어렵습니다.
재무적인 측면을 제외하고 사업 경쟁력 측면에서만 보면 쿠팡이 결정적인 취약점은 아마도 플랫폼의 한계에 있을 겁니다. 고객이 찾아오게 하고 더 오래 머물게 하는 자신만이 플랫폼, 모바일이 대세인 온라인쇼핑에서 스마트폰을 장악하는 곳이 결국 승자가 될 확률이 높을 텐데, 고객들이 쇼핑을 하기 위해 스마트폰에서 제일 먼저 쿠팡 앱을 여는가, 그러지 않다는 겁니다.
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020년 1월 현재 e커머스를 위한 모바일 앱 순이용자는 쿠팡이 가장 높습니다. 2위인 11번가와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모바일쇼핑에서 쿠팡이 계속 약진하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입니다. 그러나 역시 아마존닷컴처럼 압도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는 아닙니다.
온라인쇼핑이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공간은 다른 곳입니다. 바로 네이버죠. 모바일 앱 순이용자 순위에서 네이버(추정 도달률 78.4%)는 카카오톡(추정 도달률 97%), 유투브(추정 도달률 86.5%)에 이어 3위이고 PC 웹사이트 순위에서는 추정 도달률이 88.9%로 압도적인 1위입니다. 카카오톡과 유투브가 쇼핑 공간으로 잘 활용되지 않는 반면 네이버는 네이버쇼핑에 '거의 모든 e커머스 사업자'라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로 많은 입점업체를 거느리고 줄을 세워놓고 있습니다.
이렇게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거래는 쿠팡의 사이트에서 일어나지만, 구매를 위한 상품 검색은 네이버에서 이루어진다.' 네이버에서 검색을 통해 이루어지는 거래에서 쿠팡의 경쟁력은 다른 곳에 우위를 점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스마트폰을 장악한 플랫폼이 카카오톡과 유투브와 네이버이고, 이 플랫폼들이 온라인쇼핑을 위한 검색과 구매와 결제가 이루어지는 곳으로 자리를 잡는 것이 빠를까요, 쿠팡이 고객의 스마트폰을 장악할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것이 빠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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