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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이 성장하던 환경과 쿠팡이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하는 환경은 판이하게 다릅니다. 아마존이 미국 온라인 시장을 장악해 나가기 시작하던 1990년대 말까지 미국에서 온라인쇼핑은 매우 생소한 것이었습니다. 전체 소매판매액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도 되지 않았습니다. 한 마디로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 시장에 아마존이 등장한 것이고 유일한 경쟁자는 같은 시기에 창업한 이베이 뿐이었죠. 월마트 같은 오프라인 유통 공룡이 있었지만 이들은 온라인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미국 온라인쇼핑의 성장은 곧 아마존의 성장이었고, 온라인 쇼핑이 빠르게 성장한 것은 곧 아마존에 고객이 몰리는 것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경쟁비용을 치를 필요가 없었던 아마존이었기에 8년차에 흑자 전환이 가능했고, 현금흐름 창출에 맞추어 투자를 병행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소매판매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6월말 현재 10%를 살짝 넘는 수준입니다. 앞으로 더 올라갈 여지가 많이 있지요. 아마존의 성장은 앞으로 더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내 시장은 어떨까요. 쿠팡이 등장하기 전부터 G마켓, 옥션, 11번가, 인터파크 등 쟁쟁한 오픈마켓들이 존재했고 쿠팡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유효한 경쟁자로 남아 있습니다. 티몬과 위메프도 쿠팡에 밀리고 있을 뿐이지 역시 시장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봐야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이들보다 훨씬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네이버라는 존재가 있습니다. 전국민의 메신저라고 할 카카오톡을 앞세운 카카오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잠재적 경쟁자입니다.


그 뿐 아니죠. 롯데와 신세계 역시 온라인 쇼핑을 시작한 지 오래입니다. 아직 전면적인 경쟁을 하고 있지 않았을 뿐이죠. 쿠팡보다 훨씬 높은 인지도와 고객 충성도를 갖고 있는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온라인쇼핑 시장에 진출하는 데는 아무런 제약이 없습니다. 다만 돈이 좀 들고, 수익성이 악화될 뿐입니다.


게다가 쿠팡에게는 아주 불리한 게 있습니다. 바로 국내 시장의 온라인 시장이 매우 빠르게 확산되어 왔다는 겁니다. 이건 쿠팡의 영향이 아닙니다. 국내 소비자들이 온라인쇼핑에 쉽게 적응한 결과죠. 국내 소비자들은 쿠팡이 등장하기 전부터 이미 온라인쇼핑에 익숙해 있었고, 제조업체 오라인 사이트, 네이버, G마켓, 오프라인 업체의 온라인 몰에서 소비를 해 왔습니다. 쿠팡이 창업하던 시기에 국내 시장의 온라인 침투율은 10%에 달했습니다. 아마존이 장악한 미국의 지난해 침투율과 같습니다.


지난해말 국내 소비시장의 온라인 침투율은 거의 30%에 육박합니다.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려운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여기서 더 얼마나 올라갈까요.



통계청 자료를 이용해 소매판매의 증가율을 구해 보았습니다. 온라인쇼핑(PC 및 모바일 포함)의 증가율이 전체 소매판매 증가율을 압도해 왔지만, 지난해 7월 이후 양상이 바뀝니다. 전체 소매판매 증가율을 조금씩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지만, 온라인쇼핑의 증가율은 8월 이후 크게 꺾이고 있습니다. 올해 1월에는 둘 다 주춤한데 온라인쇼핑의 꺾임이 더 급격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여전히 증가율 격차가 있으니 당분간 온라인 침투율은 상승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속도는 현저히 줄어들겠죠. 그리고 어느 순간 멈추게 될 것입니다. 온라인 침투율이 더 이상 상승하지 않는다는 것은 쿠팡의 성장세가 앞으로 상당히 둔화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한번 생각해 보죠. 상당히 많은 만만치 않은 경쟁자들이 존재하는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 그 경쟁자들은 쿠팡에 대응하기 위해 본격적인 물류 투자를 하기 시작했죠. 게다가 롯데와 신세계도 본격적으로 참전을 선포한 마당입니다.


국내 소매시장의 온라인 침투율 정점이 얼마인지 몰라도 40%를 넘어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쿠팡이 지배적인 사업자가 되려면 3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해야 한다고 보는 게 정설입니다. 전체 소매시장의 40%인 온라인쇼핑 시장에서 30%의 점유율을 가지다면 전체 소매시장의 12%를 갖게 됩니다. 엄청난 성과지요. 아주 낙관적으로 보았을 때 그렇습니다.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베이가, 롯데가, 신세계가, 네이버가 지리멸렬하지 않는 한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30%의 점유율을 가져간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아마존닷컴이 미국 온라인 쇼핑의 대명사가 되었듯 쿠팡이 국내에서 같은 존재가 되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쿠팡의 플랫폼은 강력하지 않습니다. 국내 고객은 오로지 쿠팡에서만 구매를 하지 않지요. 여기 저기 비교를 해가며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플랫폼을 선택합니다. 선택지가 아주 많지요. 쿠팡의 성장은 온라인 쇼핑의 성장이 더뎌지면서 더뎌질 것이고, 경쟁자들이 점차 강한 압박을 하면서 더욱 더뎌질 것입니다.


SSG.COM의 빠른 성장세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2018년말 신세계와 이마트의 온라인몰을 통합해 출범한 SSG.COM은 지난해 8442억원의 순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이마트 총 매출이 지난해 14조7000억원 수준이고 그 중 절반이 조금 안되는 7조1022억원을 자회사들이 거들었는데, 그 중 SSG.COM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를 약간 넘는 정도입니다.



그런데 SSG.COM의 거래액은 지난해 2조8732억원으로 전년비 20%가량 증가했습니다. 상반기에 14%를 기록한 거래액 증가율은 3분기에 21%, 4분기에는 28%까지 상승했습니다. 거래액이 점점 빠른 속도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마트의 온라인 전환은 보다 적극적으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이미 대규모 투자를 예고하고 있지요. SSG.COM을 통해 이루어지는 이마트 매출은 점점 더 그 비중을 높여갈 것입니다. 그리고 이건 쿠팡의 성장에 재갈을 채우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겠지요.


쿠팡의 '계획된 적자'는 빠른 성장이 지속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했습니다. 성장이 느려지는 순간 자금부족이 급격하게 심화될 수 있습니다. 더 이상 매입채무를 통한 자금융통이 어려워질테니 그 만큼 외부자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쿠팡의 앞에 놓인 기로인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