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의 기사는 작성 후 최소 1주일 경과된 시점에 무료 공개되고 있음에 유의 하시기 바랍니다.

월마트가 e커머스 시장에 진출해 아마존을 추격하고, 아마존은 오프라인 유통업체를 인수해 가는 것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어느 한쪽 시장만을 장악한다는 게 큰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융합해 지배적 사업자가 되는 게 이들의 목표이고 최후의 승자가 되는 길일 것입니다.


쿠팡 역시 마찬가지겠죠. 국내 소매판매 시장에서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e커머스시장 1위로는 부족합니다. 오프라인에서도 상당한 지위를 확보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롯데와 신세계는 쿠팡을 그리 어려운 상대로 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비록 e커머스 시장에서 현재 쿠팡에 뒤져 있다고 해도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누적된 적자가 쿠팡의 부담으로 작용할 테고, 현재의 비용구조로는 2~3년에 한번씩 손정의 회장에게 손을 벌려야 할 것입니다. 오프라인 유통 시장에 진출한다거나, 아마존처럼 클라우드서비스 등의 수익원을 확보하기가 점점 어려워집니다.


롯데와 신세계는 물리력에서 쿠팡에 뒤질 게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두 회사 모두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영업으로 돈을 벌 능력이 있는 곳들입니다. 쿠팡보다 더 과감한 투자에 나설 수 있습니다. 순간의 적자를 감수한다고 해서 흔들릴 기업들은 아니죠.



신세계그룹이 e커머스 시장에 척후병으로 보낸 게 에스에스지닷컴이죠. 그런데 SSG.com는 단순히 하나의 온라인쇼핑업체가 아닙니다. 신세계, 이마트, 트레이더스, 홈쇼핑, 스타필드 등 신세계그룹의 모든 브랜드가 총망라돼 있는 '온라인 상의 신세계그룹'으로 봐야 합니다.


쿠팡의 진짜 상대는 에스에스지닷컴이 아니라 신세계그룹 자체인 것입니다. 현실적으로는 이마트 소그룹이 되겠죠. 온라인쇼핑의 최대 피해자가 할인점이고 할인점의 맹주가 이마트였으니, 이마트는 강력한 대처에 나설 수 밖에 없습니다.



재무적인 측면에서 SSG.com과 쿠팡을 비교해 볼까요? SSG.com은 2018년말에 출범해 결산 자료가 없고, 쿠팡은 비상장회사라 분기 자료가 없어 직접 비교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유추를 해 볼 수는 있습니다.


두 회사 모두 매출이 늘면서 적자가 커지고 있습니다만 큰 차이가 있습니다. SSG.com은 분기당 2000억원을 조금 넘는 매출을 하면서 200억원가량의 적자를 보고 있고, 쿠팡은 2018년 기준으로 연간 4.4조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1조원의 영업손실을 보고 있습니다. SSG.com은 매출의 10분의 1, 쿠팡은 매출의 4분의 1의 영업적자를 보고 있죠.



우연이 아닙니다. 매출의 구성이 다르고 매출원가율이 달라서 그렇습니다. 에스에스지닷컴의 매출에서 상품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0%를 조금 넘습니다. 매출원가 대부분은 이 상품매출에서 발생을 하게 되지요. 기타 매출은 수수료가 대종이라 원가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현재 거래액의 규모로 보면 쿠팡이 지난해 15조원의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니 에스에스지닷컴과 비교할 바 아니지만, 에스에스지닷컴이 신세계그룹의 온라인판이라고 생각하면 좀 생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에스에스지닷컴의 온라인 매출 유형은 크게 셋으로 나누어집니다. 에스에스지닷컴이 직매입/직소싱을 해 판매하는 온라인상품이 있고(이건 쿠팡과 같은 구조입니다), 이마트의 진열 상품을 에스에스지닷컴 사이트에서 판매해 이루어지는 마트상품이 있습니다. 그 외에 위탁 상품을 판매하고 받는 수수료 매출이 있지요.


직매입과 수수료 매출을 겸하고 있는 에스에스지닷컴의 수익성은 쿠팡보다 유리합니다. SSG.com의 매출원가율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56.5%를 기록했습니다. 쿠팡은 2018년 기준으로 전체 매출의 83%가 원가입니다.



물론 규모의 경제에 도달하게 되면 매출원가율은 지금보다 낮아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쿠팡에게 그 여지가 크지는 않습니다. 쿠팡의 매출원가가 대부분 변동비라서 매출과 비슷한 속도로 커지는 구조거든요. 쿠팡이 SSG.com처럼 위탁 판매를 늘려 수수료 매출을 일으킨다면 원가율을 낮출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렇게 하면 쿠팡의 존재가치가 희석되겠죠.


물류센터를 대거 확충하고, 쿠팡맨을 고용한 것은 직매입/직매출을 하기 위한 것이지, 위탁 판매를 하기 위한 게 아니니까요. 쿠팡은 더 빨리 판매량을 늘리고 그로 인해 규모의 경제에 도달하려는 전략을 고수할 것입니다.


영업흑자를 달성하기 위해 쿠팡은 판매관리비 지출을 매출의 17% 내에서 막아야 합니다. 에스에스지닷컴은 매출의 43.5%까지 판매관리비를 쓸 수 있습니다. 지나친 단순 계산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에스에스지닷컴이 매출 4.4조원을 올리면 판매관리비에 약 2조원을 지출해도 손익분기를 맞출 수 있습니다. 2018년 기준 쿠팡의 판매관리비가 1조8471억원이고 1조원의 영업적자를 보았습니다.



두 회사의 영업비용(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을 성격별로 분류하면 비용구조가 확연히 다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쿠팡은 상품매입과 인건비에 85%를 지출하고 있는데 이것 만으로 매출액을 넘어섭니다. 대규모 물류투자에도 불구하고 감가상각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의외로 높지 않습니다. 아마 물류투자의 대부분을 토지매입에 사용해서 그런 모양입니다. 그 외 판매관리비 역시 대부분 변동비 성격을 갖고 있어 매출이 늘면서 함께 증가하는 형국입니다.


SSG.com 역시 판매관리비 대부분이 변동비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마진율이 훨씬 높은데다 배송인력을 직접 고용하지 않기 때문에 인건비 비중이 매출이 증가하면서 점차 낮아질 것입니다. 매출이 증가하면 수익성 개선 속도가 쿠팡보다 빠를 것입니다.



직매입/직매출을 고수할 수 밖에 없는 쿠팡의 입장에서는 판매관리비를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 흑자 달성의 열쇠라고 할 수 있겠죠. 결국 그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를 통제해야 하는데, 이것은 곧 쿠팡맨 1인당 배송량을 늘려야 한다는 의미가 될 테니 쉽지 않은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