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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커머스 전쟁에서 가장 치열할 전투는 아마도 쿠팡과 신세계그룹(SSG.com), 그리고 이제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낼 롯데쇼핑의 온라인몰이 되겠죠. 롯데그룹이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은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내세운 대표 선수는 SSG.com이니 쿠팡과 SSG.com의 경쟁력을 비교하는 게 이해가 빠를 것입니다.


전편에서 본 것처럼 쿠팡과 SSG.com은 수익구조 자체가 다릅니다. 쿠팡의 적자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일단 매입원가에 비해 판매가격이 낮습니다. 매출원가율이 무려 83%에 이릅니다. 쿠팡의 직매입 비중이 대략 90% 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0% 내외의 수수료매출이 있다는 건데요. 매출원가율이 83%라는 건 판매가격에 마진이 거의 붙지 않는다는 뜻이죠.


사실 이건 쿠팡 만의 현실은 아닙니다. 아마 e커머스 업계의 직매입/직매출 중 대부분이 그럴 겁니다. SSG.com도 상품매출에 관한 한 큰 차이가 없을 걸로 봅니다. 그런데 쿠팡은 워낙 직매입 비중이 높은 데다가 당장 수익을 내기 보다는 고객을 확보하고 거래액을 늘리는 것, 곧 시장점유율을 최대한 높이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마진율을 높이는 전략을 선택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거래액이 늘면서 매년 인건비가 급증하고 있고 물류 배송 수수료 등 여타 판관비도 매출과 비슷한 속도로 늘고 있으니 적자 구조 탈피는 당분간 어렵습니다. 정말이지 외부 자금이 지속적으로 수혈되지 않으면 언제 멈추어 버릴 지 모른다고 할 수 있죠. 아시다시피 외부자금은 거의 전부 자본 유치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고요.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순간 쿠팡의 질주는 지속될 수 없습니다. 기대를 계속 이어가는 것, 그것이 쿠팡의 숙제인 셈이죠.


온라인쇼핑 시장이 계속해서 성장하고, 다른 경쟁자들은 잠만 자고 있으면 쿠팡이 한국의 아마존닷컴이 될 수 있다고 누구나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국내 소매판매시장에서 온라인 침투율이 30%선을 넘어선 마당에는 시장의 확대가 얼마나 더 가능할지 물음표를 달 수 밖에 없고, 경쟁자들은 수없이 많고 그 중에는 막강한 상대가 수두룩하니 문제가 되지요.



쿠팡의 경쟁력을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로켓배송',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대규모 물류센터인데요. 재무제표에는 유형자산으로 분류되어 있을 테지요. 2018년말 현재 유형자산 장부가액(개별 기준)은 4000억원 정도입니다. 연결 자회사를 합해도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 유형자산을 보유하기 위해 2013년 이후 6년 동안 쿠팡이 한 자본적 지출은 5300억원가량입니다. 외부에서 유치한 자금의 나머지 대부분은 영업활동에서 펑크 난 걸 메우는 데 썼지요.


다른 e커머스 업체들이 쿠팡 정도의 물류센터를 확보하려면 상당한 어려움이 있겠지만, 롯데그룹이나 신세계그룹은 쿠팡보다 더 빠르게 확충할 수 있습니다. 단지 돈 문제만 보면 그렇다는 겁니다. 신세계그룹이 하남과 구리에 온라인 전용 대규모 물류센터를 지으려다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된 사례가 있으니 자금 이외의 다른 변수들은 있을 수 있습니다.



SSG.com은 지난해부터 3년간 총 7340억원의 물류투자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미 필요한 자금을재무적 투자자로부터 확보한 상황이고요. 쿠팡이 6년간 한 투자보다 더 많습니다. 이마트 소그룹이 아니라 온전히 SSG.com을 위한 물류시설 확충에 쓸 돈입니다.


SSG.com은 중기적으로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NE.O)를 11개(수도권과 광역시 중심) 설치하고 장기적으로 20개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새벽배송이 가능한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이죠.



게다가 쿠팡에는 없는 든든한 뒷배가 있습니다. 바로 이마트라는 오프라인유통 최강자입니다. 무려 158개(트레이더스 18개 포함)에 이르는 이마트의 점포들이 SSG.com의 물류거점 역할을 할 수 있지요. SSG.com은 이미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가까운 이마트 점포에서 찾는(picking&packing)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죠. NE.O 확충이 완료돼 전국적인 새벽배송이 가능해지면 Picking&Packing을 대체하게 되겠지만,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융합한 배송 서비스도 로켓배송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고 보겠습니다.


이마트는 그 외에도 SSG.com에 상당한 시너지를 불어넣어 줍니다. 이마트가 보유한 방대한 거래품목은 자동적으로 SSG.com의 거래 품목이 될 테고, 통합 구매를 통해 교섭력을 높여 더 낮은 단가로 상품을 공급받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단기적으로 물류센터가 부족하면 이마트의 오프라인 물류센터를 빌려 쓸 수도 있겠지요.


투자재원의 측면에서 어느 쪽이 우위에 있다고 단정짓기는 어렵습니다. 손정의 회장의 SVF가 센지, 신세계그룹이 센지 모르겠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손 회장은 손절이 가능하지만 신세계는 불가능하다는 것이죠.


보유 유동성은 SSG.com이 낫습니다. 쿠팡이 2018년말에 약 7800억원의 현금 유동성(현금 및 단기금융자산)을 갖고 있었는데 이미 상당액을 소진했을 것입니다. SSG.com은 2019년 9월말 현재 7700억원(현금 및 단기금융자산)의 유동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SSG.com이 쿠팡에게 확실하게 앞서는 게 있습니다. 바로 영업현금흐름 창출능력입니다. 실제로 돈을 벌고 있다는 겁니다.



곧 연간 결산 자료가 나오겠지만, SSG.com은 지난해 3분기까지 649억원의 현금흐름을 창출했습니다. 이 내부 조달 자금을 자본적 지출에 다 써서 남은 게 없기는 합니다만, 벌어들인 돈으로 투자의 대부분을 충당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지요.


물론 향후 투자계획으로 볼 때 지금의 현금흐름 창출능력으로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내부적으로 어느 정도 부담할 수 있다면, 외부 자금을 조달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믿음이 가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