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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올해 들어서도 여전히 고속 성장을 하고 있나 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화두가 되면서, 재택 근무가 늘면서, 온라인쇼핑이 더욱 보편화되고 있는 영향도 있습니다.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어쩌면 소매판매에서 온라인 침투율이 예상보다 더욱 높아질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앱 시장과 소매시장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아이디어웨이가 제공하는 와이즈앱 서비스에 재미있는 자료가 있습니다. 유료 서비스라서 소상한 자료를 볼 수는 없습니다만, 이 회사가 홍보용으로 배포하는 데이터 만으로도 의미 있는 트렌드를 볼 수 있습니다.



쿠팡의 올해 2월 거래액은 1조6000억원을 넘었다고 합니다. 지난해 하반기 증가세가 주춤했는데 올 들어 가속 페달을 밟고 있습니다. 확실히 코로나19의 영향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와이즈앱의 다른 자료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의 2월 거래액은 1조4400억원으로 쿠팡에 밀렸습니다. 지난해와 올해를 기점으로 거래액 1위 자리를 쿠팡에 내어주었죠.


만약 2월의 거래액 규모가 올해 내내 지속된다면 쿠팡의 올해 연간 거래액은 20조원을 넘게 됩니다. 지난해 거래액이 15조원 정도로 추정되니 30% 이상의 성장을 이어가는 겁니다. 쿠팡에게 고성장은 매우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시장점유율 뿐 아니라 수익구조 측면에서도 그렇습니다. 거래액이 빨리 늘어야 적자구조에서 탈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 거래액 증가는 쿠팡 뿐 아니라 다른 이커머스업체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 쿠팡 다음으로 눈에 띄는 곳이 SSG.com이죠.



위 차트는 유진투자증권이 이마트의 올해 1~2월 실적을 분석한 자료에서 인용한 것입니다. 분기별로 20%대를 기록하던 SSG.com의 거래액 증가율이 올해 2월에는 58%까지 치솟았습니다. 물론 쿠팡과는 거래액 규모에서 상당한 격차가 있습니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2월 거래액이 4500억원으로 쿠팡의 3분의 1이 채 안됩니다. 하지만 SSG.com을 단지 거래액 만으로 쿠팡과 비교하는 것은 절대 안되겠죠. SSG.com은 20조원의 매출을 자랑하는 이마트의 척후병이니까요.


SSG.com의 수지도 개선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배송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대대적인 광고와 판매촉진 프로모션을 할 필요가 줄었을 겁니다. 그러고 보니 요즘 쓱닷컴 TV 광고가 뜸한 것 같네요.


흥미로운 자료는 더 있습니다. 바로 이마트의 올해 1~2월 오프라인 실적입니다. 1~2월 누계 기준으로 할인점과 트레이더스의 기존점 매출이 각각 0.2%, 7.7% 증가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이마트의 기존점 매출이 역신장했는데 4분기 이후 살아나는 분위기가 올해로 연장되고 있습니다. 유진투자증권은 최근 생필품 매출이 급증한 것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고 분석합니다. 식품 부문의 매출이 호조를 보였다는 겁니다.


3월 이후 실적은 꽤 나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물론 코로나19 때문입니다. 아마도 코로나19가 대유행(팬데믹)하기 전에는 이마트의 오프라인 실적에 부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봅니다. 신선식품에 강한 할인점의 강점이 부각됐다고 보여집니다.


코로나19의 변수가 있지만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이 증가했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이 살아나면, 이마트는 구조조정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늘어난 현금흐름을 SSG.com의 경쟁력 강화와 온-오프라인 융합 서비스 제고에 쓸 수 있습니다.


쿠팡의 경쟁력 원천은 뭐니뭐니해도 첫째가 배송 속도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쿠팡 만의 경쟁력이라고 보기 어렵죠. SSG.com도 이베이코리아도 배송 속도를 한껏 높였습니다. 쿠팡의 향후 수익원으로 기대되는 풀필먼트 서비스는 언제 개시할 수 있을지 기약이 없습니다.


더욱이 쿠팡의 돈줄인 손정의 회장이 흔들린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정황은 그럴 듯합니다. 소프트뱅크비전펀드(SVF)의 투자 실패로 소프트뱅크 지난해 실적이 말이 아니거든요. 지난해 3분기(9~12월) 소프트뱅크 영업이익이 무려 99% 감소했습니다.


그 후 블룸버그통신에 쿠팡의 상장 준비 소식이 전해졌죠. 어라? 손 회장이 쿠팡 지분을 구주매출로 상장하고 엑시트(exit)를 하려는 건가? 의심해 볼만 합니다. 만약 손 회장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쿠팡의 '계획된 적자' 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해집니다. 손 회장이 아닌 다른 투자자를 잡아야 하는데 날로 대규모 적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쿠팡에 손 회장처럼 적극적으로 돈을 댈 투자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정황이 정말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쿠팡 입장에서 날로 고조되고 있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 그리고 점점 더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하고, 그 경쟁자들이 빠르게 쿠팡의 서비스를 따라잡고 거래규모를 키우는 상황은 결코 만만하지 않을 것입니다. 설사 쿠팡의 성장이 빠르다고 하더라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