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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이커머스 시장이 어떻게 흘러갈지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몇 가지 합리적인 예상(또는 상상)은 해 볼 수 있습니다. 우선 가시적인 시기에 지배적인 사업자가 등장할 것으로 보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쿠팡이 한국의 아마존이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봅니다. 국내 온라인 시장의 경쟁은 아마존이 성장하던 시기 미국의 시장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치열하고, 쿠팡이 다른 사업자가 따라올 수 없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기도 어렵습니다.
게다가 쿠팡이나 SSG.com처럼 종합 쇼핑몰만 있는 게 아니라 신선신품(마켓컬리), 중고거래(번개장터), 패션(지그재그, 무신사 등) 등에 각각 특화된 이커머스들도 있습니다. 각 분야에서 이들의 존재감은 만만치 않습니다.
심지어 돈을 벌고 있습니다. 20대 남성 고객이 많은 패션 마켓플레이스 무신사의 경우 2018년에 1081억원의 매출에 26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습니다. 이커머스 시장의 다윗이라고 할 수 있는 무신사는 쿠팡처럼 물류를 내재화해 빠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승부를 보려 하지 않죠. 빠른 배송만이 이커머스 전쟁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아닌 겁니다. 홈쇼핑을 모아보는 앱인 홈앤쇼핑도 마찬가지죠. 2018년 기준으로 4000억가량의 매출을 내고 4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성장성은 별로 없지만 니치 마켓에서 꿀을 빨고 있죠.
이커머스 시장의 다윗은 상당히 많습니다. 이들의 생존 방식은 쿠팡, 이베이코리아, SSG.com과 같지 않습니다. 세상의 모든 물건을 '다 파는' 쿠팡 등과 달리 무신사 같은 다윗들은 '다르게 파는' 걸 선택합니다. 그런 곳에는 골수 팬이 생기게 되죠. 수많은 특화 분야의 수많은 다윗들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자신의 영토를 확보하는 데 성공할 가능성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동종업종간 M&A는 그리 흔한 일이 아니죠. 특히 인수에 그치지 않고 합병까지 이루어지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외국에 비해 매우 드뭅니다. 이커머스 시장에서도 M&A가 그리 활발하지는 않을 걸로 봅니다. 특히 쿠팡이나 SSG.com 등의 골리앗들이 무신사 같은 다윗들을 흡수하는 형태의 M&A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봅니다. 흡수 당하는 쪽은 '다르게 파는' 정체성을 유지하게 어렵게 되고, 그렇게 되면 흡수하는 쪽에서 흡수의 유인이 사라지기 때문이죠.
하지만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온라인 업체 인수나, 그 반대는 가능하다고 봅니다.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것은 빅 딜(Big Deal)이 될 것입니다. 누구나 짐작하듯 그 대상으로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회사는 티몬이고, 위메프 역시 타깃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티몬의 최대주주는 몬스터홀딩스이고 몬스터홀딩스의 주주는 사모펀드인 KKR과 앵커에퀴티파트너스코리아입니다. 사모펀드는 언젠가는 엑시트를 할 것이고, 실제로 티몬은 매각설이 자주 나오고 있죠. 최근에도 롯데그룹에서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졌지만, 롯데측에서 전혀 검토한 바 없다고 부인했죠.
사모펀드가 엑시트를 하는 방법은 매각 아니면 기업공개(IPO)가 될 가능성이 높죠. 인수할 만한 후보는 그리 많아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인수 주체가 직접적인 경쟁자인 쿠팡 등의 온라인쇼핑업체는 아닐 것 같습니다. 시너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롯데그룹이나 신세계그룹이 인수에 나설 것 같지도 않습니다. 1위인 쿠팡을 따라잡을 카드로는 적합하지 않은데다 인수비용으로 롯데온라인몰이나 SSG.com을 키우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할 것 같습니다. 롯데나 신세계그룹 입장에서는 당장 온라인 점유율을 높이는 것보다 오프라인과의 융합서비스를 성공적으로 구조화하는 게 시급한 과제이기도 할 테고요.
한때 티몬 인수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진 CJ그룹이 후보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홈쇼핑의 성장성 한계가 드러난 마당이라 인터넷쇼핑으로 갈아탈 유인이 분명 있을 것이고요. 택배업계 1위인 CJ대한통운과 합친다면, 티몬은 금세 쿠팡에 필적하는, 아니 넘어서는 물류센터 및 배송서비스를 확보할 수 있게 되니까요. 다만, CJ그룹이 현재 자금부족을 겪고 있는 것이 큰 걸림돌입니다.
위메프 역시 언젠가 매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위메프의 주요 주주는 원더홀딩스인데, 그 동안 성장 자금을 댄 곳은 김정주 회장의 넥슨그룹(NXC)과 IMM인베스트먼트 등 재무적 투자자들입니다. 원더홀딩스가 자금이 풍부한 곳이 아니라서 재무적 투자자의 이탈이 생긴다면 제3의 투자자가 필요할 것입니다.
위메프는 지난해 3700억원의 자본을 유치했다고 하는데, 그중 2500억원은 넥슨코리아가 원더홀딩스에 투자한 3500억원 중 2500억원을 내려 받은 것이고, 1200억원은 IMM인베스트에서 유치한 것이죠. 넥슨그룹과 IMM인베스트가 보유한 지분은 전환상환우선주입니다. 보통주로 전환될 수도 있지만, 특정한 조건(예를 들어 약속한 날까지 기업공개에 성공하지 못한다거나)이 성립되면 상환을 요구할 수도 있겠죠. 그렇게 되면 지분매각이 현실로 나타날지 모릅니다. 넥슨의 김정주씨와 창업자 허민씨가 매우 가까운 사이라고는 하지만 친분은 친분이고, 사업은 사업이죠.
어쩌면 아주 흥미로운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봅니다. 바로 쿠팡의 오프라인 진출 시도입니다. 개인적으로 쿠팡에게 주어진 가장 큰 숙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이 미국 온라인쇼핑 시장을 집어 삼킨 후에 오프라인 유통을 적극적으로 키우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쿠팡 역시 오프라인 유통에 진출할 필요를 분명히 느낄 겁니다.
미국 소매판매 거래의 90% 가까이가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집니다. 아마존이 지배하는 온라인쇼핑 시장은 10%를 조금 넘죠. 그 시장에서 60% 이상의 점유율을 자랑해 봐야 전체 시장에서 7~8%를 차지할 뿐입니다. 진정한 유통 강자가 되려면 오프라인에서 입지를 가져야 합니다.
위 그림은 지난해 미국 식료품 시장 점유율인데 월마트/샘스클럽이 21.3%를, 홀푸드를 인수한 효과로 아마존/홀푸드가 2.2%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홀푸드 487개 매장과 자체 오프라인 브랜드인 아마존고 23개 매장을 갖고 있죠. 해마다 오프라인 매장을 크게 늘려가고 있습니다.
국내 소매판매 시장 역시 온라인쇼핑이 아무리 성장을 한다고 해도 침투율 40%를 넘기기는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여전히 60% 이상의 쇼핑이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질 것입니다. 오프라인 공룡인 롯데그룹이나 신세계그룹이 온라인쇼핑을 강화할 경우 쿠팡으로서는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하죠. 언젠가는 오프라인 유통으로 진출이 불가피할 것입니다.
자체적인 진출일까요? 돈도 돈이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기존 업체를 인수하는 것이 빠르고 효과적이죠. 물론 아직은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중요한 과제이기는 하지만 시급한 건 아니니까요. 아직은 그럴 만한 여유가 쿠팡에게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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