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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중공업이 계속기업으로 남아 있기 위해서는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한다고 언론들은 말합니다. 사실 이거 뭐, 공자 왈 맹자 왈 아닌가요. 너무 당연한 소리라는 거죠. 두산중공업이 그 동안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에 의존하고 있는 포트폴리오를 신재생에너지, 풍력발전, 가스터빈 등으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게 아니잖아요.
탈 원전 정책 때문에 두산중공업이 이 지경이 됐으니 사업이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기업 하나 살리자고 정부더러 정책을 바꾸라고 하는 것도 앞뒤가 바뀐 것이기도 하지만, 그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도 않을 겁니다.
일부 언론에서 신한울 3,4호기 공사를 재개하면 매출이 2.5조원 늘어나니 두산중공업의 위기가 한방에 해결된다고 그럽니다. 두산중공업의 최근 5년 평균 매출이 약 4.4조원 정도입니다. 마치 그게 7조원으로 늘어나는 것 같은 뉘앙스를 풍깁니다. 그런데 중단 계획을 없었던 일로 친다고 해도, 당장 공사가 속개될지도 모를 뿐더러 설사 그렇다고 해도 원전 건설이 5년 이상 걸리는 장기간 이루어지기 때문에 연간 매출에는 5000억원 정도 더해집니다. 두산중공업의 매출 감소가 빠르게 이루어지는 과정에 있던 지난 2015년 수준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지금 두산중공업 입장에서 연 매출 5000억원이 적은 건 아니겠지만, 이것이야 말로 시간 벌기 밖에 안되는 일입니다.
게다가 사업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해야 하는 두산중공업의 진짜 필요와도 배치되죠. 두산중공업 위기의 근본적인 이유는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사업구조에 있는 게 맞습니다. 돈 문제를 차치하면 말이죠.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 1월말에 발간한 세계 에너지 전망(2019) 보고서를 보면 세계 발전시장은 앞으로 태양광과 풍력, 가스, 수소, 중심으로 성장을 할 겁니다. 석탄은 비중이 계속 줄고, 원자력의 비중은 더 미미해집니다. 특히 원전은 발주도 나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설사 나온다고 해도 두산중공업의 수주 가능성은 정부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나선다고 해도 높지 않습니다. 그런 곳에 미래를 담보로 잡힐 수는 없는 것이죠.
원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다 가는 고속 성장이 예상되는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완전히 놓칠 수도 있습니다. 지멘스나 GE, 미쓰비시는 이미 신재생에너지로 갈아탄 지 오래입니다. 발전시장 전망을 놓고 보면 두산중공업에게 기회가 되는 건 가스발전 시장입니다. 가스 수요가 2018년 실적 대비 2040년에 35% 가량 증가해 전체 에너지수요의 25%를 가스가 담당할 것으로 예상되거든요.
지난 7년여 간 두산중공업이 가장 많이 공을 들여 투자를 해 온 게 가스터빈이고 지난해 세계에서 5번째로 원천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되었잖아요. 두산중공업은 2021년 대형 가스터빈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빠르며 2022~2023년에는 매출에 대한 기여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죠.
물론 좀 더 일찍, 그러니까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부터 사업구조를 바꿔왔다면 사업구조가 지금과는 사뭇 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두산중공업이 차세대 성장엔진으로 내세우고 있는 발전용 가스터빈에 처음 투자한 것은 2013년입니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 총 1조원의 연구개발 비용을 투입하죠. 같은 해 이탈리아 가스터빈 기업이 인수를 추진했지만, 이탈리아 정부가 국가전략 사업이라며 막았다고 하죠.
2013년이 두산중공업에 어떤 해일까요. 기존의 풍부한 수주잔고를 바탕으로 최대 매출을 기록한 2012년을 뒤로 하고 본격적인 매출 하락이 시작되던 해입니다. 양호했던 유동성과 현금흐름이 빠르게 나빠지기 시작하는 때이기도 합니다.
두산중공업은 2013년까지 6년 동안 자본적 지출과 배당금을 지급하고도 총 3000억원 가량의 잉여현금을 창출합니다. 그러나 2014년 이후 6년에는 무려 1조2000억원 이상의 현금이 유출되죠. 아주 극명한 대비를 이룹니다. 특히 2013년에는 영업에서 약 2000억원의 잉여현금흐름을 만들어 내고 유상증자와 자기주식을 매각해 추가로 약 3000억원의 현금을 마련하지만, 두산건설에 현금 2978억원, 현물(HRSG 사업 부문 등) 5716억원 등 총 8700억원을 출자하고 차입금까지 2000억원가량 상환하면서 보유 유동성의 거의 대부분 소진합니다.
이 차트는 두산중공업의 잉여현금흐름의 누적 효과를 보여줍니다. 2005년을 기점으로 매년의 잉여현금흐름을 연도별로 누적해 그리는 방식이죠. 두산중공업이 본격적으로 사업포트폴리오 조정에 들어간 시점은 안타깝게도 현금흐름 창출능력이 급격히 떨어지던 때와 일치합니다.
투자를 하고 나면 남는 돈이 없는 상황이 2015년 이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설 수 없죠. 몸을 움츠리게 됩니다. 투자에 모자라는 돈을 외부에서 조달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도 상환할 차입 원리금이 턱까지 차오른 두산중공업에게는 부담 백배일 수 밖에 없지요. 돈 문제는 두산중공업의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을 지연시키는 데도 분명히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얘기입니다.
이 차트는 두산중공업이 매년 발표하는 진행 중인 투자계획과 향후 투자계획을 비교한 것입니다. 2014년 이후 진행 중인 투자계획이 지속적으로 향후 투자계획을 큰 폭으로 하회하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는 투자계획에 대한 눈높이를 크게 낮춘 것도 볼 수 있습니다.
본격적인 사업포트폴리오 개편을 시작한 게 2013년인데 투자목표를 크게 미달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자금부족일 것입니다. 내부적으로 충분한 현금흐름을 창출하지 못하니 당초 예정한 대로 투자를 집행할 수 없었겠죠.
두산중공업은 올해 이후에도 지난해보다 많은 투자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두산중공업이 긴급하게 자금지원을 요청한 이유, 두산중공업에 일시적인 수명 연장이 아니라 상당한 자금 투입이 필요한 이유 중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게 '투자'일 수도 있겠습니다.
두산중공업 투자계획의 대부분은 연구개발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핵심기술의 국산호와 신제품 개발 등에 소요되는 자금인데, 대부분 원전이나 석탄화력이 아니라 가스터빈, 태양광, 풍력발전 등 향후 성장성이 기대되는 발전원에서 기회를 만들어 보기 위한 노력이죠.
장기적으로 두산중공업의 활로는 결국 여기에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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