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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5월 27일) 두산중공업의 정상화 방안이 조만간 확정되고 채권단이 추가 유동성 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월말에 정부가 관계장관 회의에서 논의하고 다음달 초 확정을 한다는 것인데, 정상화 방안에 어떤 내용이 들어가는지는 나오지 않는 군요. 채권단의 추가 지원 규모가 1조원이라고 보도한 곳은 있습니다. 실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이 1조원의 자금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결과를 제출했다고 하는 군요.
산업은행 등이 투입한 2조4000억원이 벌써 바닥이 났고 두산그룹의 자구안으로는 3조원의 현금을 확보할 가능성이 없다며 매우 비관적인 시각을 드러내는 언론들이 다수입니다. 그 많은 돈을 다 쓰고 벌써 추가 자금 지원이 필요하니 '밑 빠진 독'이라는 뉘앙스입니다.
두산중공업에 유동성이 필요한 건 당연하죠. 당장 갚아야 할 빚은 산더미인 데다가 회사를 운영하는데도 돈이 들어가니까요. 빚은 돌려 막기를 하더라도 회사를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돈을 영업에서 벌어주면 좋은데, 아직 그런 상황은 아닙니다.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 묘사되는 것처럼 비관적인 상황도 아닙니다. 다소 시간이 필요할 뿐 구조조정이 원활하게만 이루어진다면 정상화가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두산중공업의 문제는 두산그룹 자체의 문제이고, 구조조정은 결국 두산그룹 전체에 해당하는 이슈라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두산중공업이 두산그룹의 몸통이거든요.
올해 1분기 두산중공업의 살림이 어땠는지 한번 들여다보겠습니다. 3000억원대의 분기 순손실을 기록하는 바람에 위기감이 고조되는 계기가 되었는데, 그 3000억원대의 순손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로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4분기에도 314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전부 영업 외에서 잃은 것이죠. 영업에서는 2억4800만원의 이익을 냈습니다.
올해 1분기에도 양상이 비슷합니다. 영업에서 약 6억원 가량의 손실을 냈고, 금융손익에서 2285억원, 기타 영업 외로 150억원 등 영업 외에서 2435억원의 손실을 입었습니다. 금융비용은 두산중공업에 큰 부담입니다. 이번 시리즈 초반에서 계열사 지원으로 큰 차입금을 지지 않고 그로 인해 이자부담이 없었다면, 두산중공업은 안정적으로 현금흐름을 창출했을 거라고 한 바 있습니다. 매년 2000억원 가까운 이자를 현금으로 지출해야 하는 두산중공업이라서, 매출이 줄어든 충격이 유동성 위기를 초래한 면이 없지 않습니다.
올해 1분기 두산중공업의 이자비용은 409억원에 달합니다. 이자수익은 16억원 밖에 되지 않죠. 그런데 3000억원 대의 대규모 순손실을 초래한 주범은 환율에 있습니다. 파생상품평가손실 3126억원을 비롯해 외환과 파생상품 관련으로 입은 손실이 4611억원이나 됩니다. 반면 파생상품평가이익 등 외환과 파생상품 관련으로 얻은 이익은 2811억원이죠. 3012억원의 분기손실 중 1800억원이 여기서 나온 겁니다.
두산중공업의 파생상품은 대부분 환율과 관련이 있습니다. 해외 매출과 매입이 많다 보니 통화선도나 통화스와프 같은 헤지 거래를 하게 되죠. 올해 1분기 환율이 1156원에서 1217원으로 상당히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선물시장에서 미리 달러 매도 포지션을 취했을 텐데 달러 값이 올라버렸으니 파생상품 포지션에서 손실이 발생하죠.
하지만 이 손실은 장부상으로만 손실이지, 실제로 현금이 유출되는 손실은 아닙니다. 반대로 이익 역시 장부상으로만 이익이죠. 단지 벌어들인 달러의 값이 올랐는데, 미리 파는 바람에 그 효과를 보지 못한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영업에서도 적자로 돌아섰으니 상황이 더욱 나빠진 것 아니냐고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그렇게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영업이 크게 위축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매출과 매입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거든요.
위 표는 올해 1분기 두산중공업의 영업비용(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이 어디서 발생했는지를 알려줍니다. 재고자산이 136억원 늘어서 매출원가 감소 효과가 발생했군요. 원재료나 상품이 매입은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습니다.
영업비용으로 9840억원이 발생했는데, 특별히 종업원 급여가 지난해 1분기의 두 배 정도 더 나갔습니다. 인력 구조조정 때문에 그렇습니다. 1분기에 1차 명예퇴직을 실시했는데 650명 정도가 신청했다죠? 해고급여로 1382억원이 나갔네요. 해고비용이 없었다면 영업이익 1376억원이 발생했겠네요.
두산중공업이 고정비 절감을 위해 인력 감축과 일시 휴업 등을 추진하고 있죠. 현금 유출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한 노력이죠. 그래 봐야 빚 갚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만, 영업에서 현금을 벌어들이는 구조로 만드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니까요.
영업은 아직 큰 이상이 없는 것 같은데, 현금흐름은 어떨까요. 영업면에서는 썩 좋지도 않지만 크게 나쁘지도 않습니다. 분기 순손실이 3000억원이 넘지만 영업으로 까먹은 건 341억원이죠. 전년 동기에 4960억원을 까먹은 것에 비해 훨씬 낫죠. 물론 지난해 4분기에 5746억원을 남긴 것에서는 크게 나쁘지만요.
그런데 현금흐름은 좀 신중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두산중공업의 영업현금흐름은 운전자본 변동에 좌우되는 경향이 크거든요. 매출채권이나 재고자산이 늘면 현금흐름이 악화되고,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이 감소하면 현금흐름이 좋아집니다. 매입채무는 그 반대로 작용하죠. 지난해 4분기에 영업현금흐름이 호전된 것은 매출채권을 대거 회수했기 때문이죠.
올해는 그런 변동이 거의 없습니다. 운전자본 변동의 영향이 없는 대신 현금과 관련 없는 비용이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분기 순손실이 3012억원인데, 현금이 나가지 않는 손실이 2960억원이었습니다. 이 중 상당 부분은 물론 감가상각비와 환율 변동에서 생긴 파생상품 관련 손실일 겁니다.
불필요한 투자도 억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까지 적지 않은 부담이었던 계열사 등의 대여금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고 있고, 금융상품이나 투자증권에 돌려 놓았던 현금을 회수하고 있습니다. 내부적으로 유동성 확보를 위해 할 일을 하고 있죠.
문제는 여전히 재무적인 데 있습니다. 영업으로 돈을 벌지는 못하니 속속 만기를 맞는 차입금을 보유한 현금과 외부 차입으로 상환해야 합니다. 올해 1분기에 4495억원의 빚을 갚았는데, 이 중 3000억원은 장기 차입금으로 돌려 막았고 나머지는 보유 현금으로 갚았습니다. 연초 3458억원이던 현금은 16337억원으로 줄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가 중요하겠죠? 우선은 영업에서 돈을 까먹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1조8000억원의 크레디트라인을 쏴 줬는데, 이걸 빚 갚는데 써야지 내부 운영자금으로 소진해서는 곤란합니다. 일시적으로 대거 발생하는 명예퇴직금에 일부 사용할 수는 있겠지만, 일상적인 비용을 그 돈으로 지출해서는 안되죠.
그러려면 운전자본 관리가 관건입니다. 당분간 외상 매출이 크게 늘어나는 걸 막아야 하고, 원재료와 상품의 매입 등은 가급적 결제를 미뤄야 합니다. 그런데 이게 아마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겁니다.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이 까딱하면 투기등급을 갈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고객이나 구매처에 대한 협상력이 많이 떨어져 있을 거거든요.
2000억원 아래로 떨어진 현금은 거의 바닥 수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분기에 대략 1조원의수익을 올리고 9000억원 이상의 비용을 쓰는 두산중공업입니다. 운전자본 관리에서 발목이 잡히게 되면 2000억원은 금세 사라질 수 있습니다.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재읽사)은 정부와 채권단이 이 부분을 적극 지원해 주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 부분이 잘 유지되어야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고, 채권단이 지원하는 유동성이 급한 차입금을 갚는데 사용될 수 있습니다.
정부가 나서서 두산중공업 지원 방안을 확정 짓고 1조원 가량의 유동성이 추가로 지원된다면 이것 역시 두산중공업의 숨통을 크게 틔워줄 것입니다. 빚 갚는 데는 물론이고 운전자본 관리에도 여유가 생기게 되죠. 그렇게 되면 두산중공업의 인력 및 사업 구조조정은 물론이고 ㈜두산과 두산중공업의 자산 매각에도 시간을 벌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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