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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의 지배구조는 아주 복잡합니다. 크게 보면 두 세력이 지분을 양분하는 구조로 되어 있는데, 그 두 세력이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빗썸코리아)의 지분을 소유하는 구조 역시 여러 단계의 복층 구조를 띠고 있을 뿐 아니라 순환출자로 얽혀 있습니다.
게다가 두 세력의 지분은 완전히 독립적이지 않습니다. 빗썸의 모회사인 빗썸홀딩스를 통해 어느 한 지점(비티원)에서 만나기까지 하죠. 경영권 분쟁이 빗썸에서만 벌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의미하고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죠.
빗썸의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는 최근까지 논란이 되었습니다. 이 역시 최근 들어서야 실체가 드러났습니다. 빗썸의 지배구조에 등장하는 회사들 중 정체를 알기 어려운 투자조합이나 외국 소재 회사가 여럿이고 그 주주와 지분율도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니까요.외국에 정체모를 회사를 세우거나 투자조합을 통해 지분을 소유한다는 것 자체가 자신을 숨기려는 실제 주인의 의도라고 의심을 해 볼 수 있겠습니다.
최근의 정리된 지배구조로 보면 빗썸의 실질적인 주인이 누군지는 확실해 진 것 같습니다. 빗썸의 최대주주는 빗썸홀딩스로 74.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결국 빗썸홀딩스의 경영권 지분을 확보한 쪽이 실제 주인인 셈이죠. 그 주인은 올해 스스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지난 3월 빗썸홀딩스 이사회 의장에 선임된 이정훈입니다.
이정훈은 싱가포르에 있는 BTHMB홀딩스와 DAA를 통해 빗썸홀딩스 지분 40.7%를 통제하고 있고 본인과 우호지분으로 따로 25%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해서 65% 가량 되는 것이죠. 언론과 인터뷰에서 "(내가) 빗썸의 지분 절반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했답니다.
빗썸홀딩스의 다른 주요 주주는 단일 최대주주인 비덴트(34.24%)가 있습니다. 경영권 분쟁의 다른 세력의 핵심 인물인 김재욱이 대표로 있습니다. 그 외 기타 지분이 25%인데, 이게 전부 이정훈과 그 우호세력이 지분이라는 말이 되지요. 이정훈 본인의 지분은 4%라고 합니다. 21%가 우호지분이라는 셈이죠. 그렇다면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빗썸은 이정훈의 지배 하에 있다고 볼 수 있고, 김재욱의 역전은 어려워 보입니다.
경쟁이 되지 않는 상대라면 전면전의 가능성은 별로 없죠. 빗썸홀딩스의 경영권 다툼은 일단락 된 것으로 봐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직 국지전이 벌어질 소지는 남아 있는 듯합니다. 각 세력의 지분이 만나는 지점이 빗썸홀딩스 말고 더 있는 데다 그 지점들이 하나같이 민감하거든요.
이해를 높이기 위해 빗썸 지배구조의 역사부터 훑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두 세력이 처음부터 지분 경쟁을 한 것이 아니어서, 경영권 분쟁으로 봐야 할지, 종결되지 않은 기업 매각으로 봐야 할지, 그 과정의 줄다리기로 봐야 할지 헷갈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빗썸코리아(이하 빗썸)은 2017년초까지 납입자본 5000만원짜리 회사였습니다. 모회사인 빗썸홀딩스(당시 엑스씨피)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고요.
설립 자본 외에 처음 목돈이 들어온 건 2017년입니다. 약 200억원 상당의 유상증자로 자본을 크게 늘렸습니다. 이때 등장한 주주가 비덴트와 옴니텔 그리고 동부증권을 위시한 여러 투자조합과 벤처캐피탈들이죠. 거래소의 주주구성은 최근까지 크게 변한 게 없습니다.
빗썸의 주인이 처음 바뀐 것은 이 시점입니다. 김재욱을 간판으로 내세운 연합세력이 빗썸홀딩스와 빗썸코리아 지분 인수에 나선 것이죠. 김재욱은 하정우 이정재 정우성 등이 소속된 연예기획사 아티스트컴퍼니의 대표였고, 연합세력의 또 다른 주요 인물인 김상우는 경제매체 이투데이 부회장이었습니다. 김상우는 100% 지분을 보유한 제이에스아이코리아라는 회사가 대주주인 코스닥 상장사 위지트의 대표이사 이기도 했습니다.
김재욱과 김상우는 각각 50%를 출자한 비트갤럭시아1호 투자조합을 결성합니다. 이를 통해 당시 코스닥 상장사 비덴트(당시 세븐스타웍스)를 인수(2017년 1월)합니다. 한 달 후에는 김상우가 대표인 위지트와 비덴트가 또 다른 코스닥 상장사 옴니텔을 공동 인수합니다.
비덴트와 옴니텔 인수는 아마도 빗썸코리아를 사들이기 위한 전초작업이었을 겁니다. 비덴트는 2016년 감사보고서가 한정의견을 받아 상장폐지 위기에 몰릴 정도였고 옴니텔도 누적 결손기업이었습니다. 사정이 좋지 않으니 싼 값에 인수가 가능했고 상장사이기 때문에 유상증자나 전환사채 등을 통한 자금조달의 이점을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지분 분산이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에 비상장사에 비해 낮은 지분율로 경영권을 확보할 수도 있었죠.
삼천포로 빠지는 이야기이긴 한데, 당시 옴니텔이 보여 준 기도 차지 않는 황당한 거래가 있습니다. 2016년 12월 26일 옴니텔은 게임 개발업체인 엠게임을 대상으로 2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합니다. 타법인 주식을 취득하려는 목적의 자금조달이었죠. 어느 회사 주식을 샀을까요? 어이 없게도 엠게임의 자사주를 12억원어치 삽니다. 이 주머니에서 저 주머니로 갔던 돈이 다시 이 주머니로 돌아오면서 두 회사 자본을 늘린 것이죠. 이건 뭐 눈 가리고 아웅도 아니고 대놓고 가장납입입니다. 이런 거래가 어떻게 용인될 수 있는지
김재욱과 김상우는 비덴트와 옴니텔을 인수하자마자 빗썸홀딩스(당시 엑스씨피)와 빗썸코리아(당시 비티씨코리아닷컴) 지분 인수를 일사천리로 진행합니다. 비덴트는 빗썸홀딩스 지분 10%(23억원)과 빗썸코리아 지분 10%(24억원)를 매입하고 옴니텔은 빗썸코리아 지분 8.44%(24억원)를 사들입니다. 10%를 24억원에 샀으니 당시 빗썸코리아의 기업가치는 240억원을 인정받은 셈이었죠.
비덴트와 옴니텔이 똑같이 1000주의 구주를 비티씨글로벌이라는 회사에서 매입하는데 지분율이 다릅니다. 그 사이 빗썸코리아의 주식 수가 어떤 연유로든 늘어난 것인데, 당시 자본변동표를 보면 소액의 전환사채 전환이 이루어진 흔적이 있네요. 그로 인해 지분율이 희석된 것으로 짐작됩니다.
그리고 2016년말에 빗썸코리아 지분 100%를 빗썸홀딩스가 보유하고 있었는데, 2017년에 설립된 비티씨글로벌이란 회사에서 구주를 매입한 것을 보면 아마도 기존 주주들이 지분 매각을 위해 별도의 장부상 회사를 세운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야만 했던 이유가 있었을 텐데, 황새의 뜻을 뱁새가 어찌 알겠습니까.
빗썸코리아에 200억원의 증자가 이루어진 것은 그 다음입니다. 이 유상증자에 동부증권과 벤처캐피탈들이 참여하죠. 동부증권은 신주를 받아 다시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기관투자가에게 셀다운을 하죠. 그렇게 해서 지금과 유사한 지배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이 때까지의 지분 인수 과정을 나타낸 게 위 그림입니다. 현재 빗썸홀딩스의 주인인 이정훈과 이정훈의 회사들이 전면에 등장하기 전이죠. 그리고 현 지배구조에 있는 비티원도 없었습니다.
위 그림에서 빨간 화살표는 지분매입 거래를 표시한 겁니다. 비덴트가 옴니텔 지분을 장외 취득(50억원)하고 옴니텔이 위지트 유상증자(40억원)에 참여합니다. 비덴트가 취득한 주식은 아마도 위지트나 김상우와 관련된 제3자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옴니텔 인수 당시 조력자에게 자금을 돌려준 것이 아닐까 추측하는 겁니다.
위지트가 옴니텔을 인수하는 데 들인 돈이 100억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옴니텔이 위지트 지분을 40억원에 신주 인수했으니 그 만큼 돌려 받은 셈입니다. 비덴트가 장외 취득한 50억원이 위지트와 관계된 누군가라면, 그 역시 투자자금을 회수한 것이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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