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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註] 금융당국은 무자본 M&A를 올해 중점 조사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용어도 '기업사냥형 불공정거래'로 고쳐, 부정적인 느낌을 부각시켰죠. 사실 돈 없이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거래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금융당국이 자본시장을 활성화한다면서 공모 시장이 아닌 사모 시장을 장려하고 전환사채 등 기업의 자금조달 행위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서 상장주식시장(특히 거래소 시장)은 무자본 M&A를 일삼는 기업사냥꾼들의 놀이터가 되어 버렸습니다. 알려진 정보만을 대상으로 분석 기사를 쓰는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재읽사)'이 무자본 M&A 사례에 대해 탐사보도를 하기는 어렵습니다. 대신 재읽사는 자기자금이 아니라 타인의 자금, 특히 사모성 자금의 조달을 통해 이루어진 경영권 변동의 사례들을 '공시 톺아보기'를 통해 다루어 보려고 합니다. 특히 전환사채 발행이 이루어진 전후에 최대주주가 변경된 기업들이 대상이 될 것입니다.
화이브라더스코리아는 영화배우 김윤석 유해진 등이 소속된 연예기획사입니다. 지난 5월에 최대주주인 화이브라더스 등이 코스닥 상장사인 엔에스엔에 경영권 지분을 매각했고, 엔에스엔은 지난 달말에 매입한 지분 일부를 또 다른 코스닥 상장사 세미콘라이트에 넘겼습니다. 처음부터 기획된 것이었는지, 어떻게 하다 보니 그러게 되었는지 몰겠지만 엔터테인먼트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두 코스닥 상장사가 연예기획사를 공동 경영하는 형국이 되었습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세미콘라이트는 전략적 투자자, 그러니까 경영을 맡게 되고 엔에스엔은 재무적 투자자, 그러니까 투자수익을 얻기 위한 목적이라고 하는 군요.
그런데 화이브라더스코리아의 경영권 매각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4년 전에 한번 더 있었죠. 올해 거래의 보다 깊은 이해를 위해 4년 전으로 돌아가 그 당시 상황부터 살펴보아야 겠습니다. 어떤 연관성이 있을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화이브라더스는2004년에 심엔터테인먼트라는 이름으로 출발했죠. 창업자인 심정운의 성을 딴 사명이었을 겁니다. 2015년 9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에 합병돼 상장을 하게 됐는데, 6개월이 지난 2016년 3월에 스팩과 심정운이 회사를 팔아 버립니다.
새로운 대주주는 화이앤조이(Huayi & Joy) 엔터테인먼트라는 곳인데 중국 최대 연예기획사인 화이브라더스가 설립한 장부상회사(SPC)입니다. 화이브라더스에는 국내 파트너가 있었는데, 이퀼리브리엄 파트너스라는 컨설팅업체 대표인 지승범입니다. 삼정KPMG에서 FAS(재무자문서비스) 업무를 담당했던 사람입니다. 회계법인의 FAS업무는 주로 기업의 인수합병이나 기업가치 평가 등의 일을 하니까 M&A 전문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화이브라더스와 지승범은 총 26.73%의 기존 주식을 156억원에 장외매입하는데, 이 중 120억원은 자기자금이고 36억원은 차입한 돈이었습니다. 지승범과 그의 형인 지승환이 ㈜새한자산대부평가관리라는 부실채권 투자회사에서 36억원을 빌려 구주를 매입했죠. ㈜새한자산대부평가관리는 사실상 지승환의 개인회사(지분율 80%)였는데 담보도 없이 돈을 빌려 줍니다. 또 회사 돈으로도 지분 매입(1.74%)을 거들죠.
당시 이 거래가 꽤 화제가 되었습니다. 중국 최대 연예기획사의 국내 진출이니까요. 중국 자본이 국내 연예계에 공식적으로 등장한 셈이죠. 심엔터테인먼트라는 사명도 화이브라더스코리아로 바뀌게 됩니다. 그런데 이 거래가 정말 화이브라더스의 국내 진출인지, 아니면 국내 M&A 전문가가 중국 자본을 등에 업고 진행한 기업인수인지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화이브라더스에 인수된 뒤에 모자 회사간에 영업거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거든요. 올해 다시 재매각할 때까지 말이죠.
화이브라더스코리아의 경영은 인수 이후 내내 지승범이 맡습니다. 10명의 이사진 중 4명을 화이브라더스측에서 채우기는 했습니다. 화이브라더스의 창업자 왕중레이
(Wang Zhong Lei)를 포함해서요. 그러나 넷 중 셋의 역할은 경영자문이었고 한 명은 사외이사였습니다. 경영에 직접 참여를 하지는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경영권 변동은 구주 매각과 신주 발행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대주주의 자금회수(exit)와 기업의 자금조달이 병행된 거래인 겁니다. 그런데 주목할 만한 게 있습니다. 하나는 신주와 함께 전환사채가 함께 발행되었다는 것이고, 둘은 새 주인들이 차입을 통해 인수자금의 일부를 조달했다는 것입니다. 정확히는 인수자금의 일부가 아니라, 새 주인 일부의 자금이라고 해야겠죠.
창업자인 심정운과 새 주인인 화이브라더스 및 지승범 형제가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한 것은 3월 15일입니다. 지승범 형제가 이 보다 앞선 9일 일부 지분을 취득 한 후 화이브라더스와 심정운 등이 매매계약을 맺죠. 주당 3000원대 초반에 거래가 성사됩니다.
구주 매매 계약이 이루어지기 하루 전 심엔터테인먼트가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을 위한 이사회 결의를 합니다. 화이브라더스와 지승범 형제만을 대상으로 한 발행이었죠. 유상신주 233억원어치는 화이브라더스가 159억원, 지승범 형제가 각각 37억원씩을 납입하기로 하고, 전환사채 82억원은 에볼루션 미디어 캐피탈이라는 곳에서 42억원, 지승범 형제가 각각 20억원씩 떠안기로 합니다. 에볼루션 미디어 캐피탈을 검색해 보니 미국에 소재한 스포츠/엔터테인먼트 전문 기업재무자문 서비스 회사로 나오는군요. 아마 지승범이 전환사채 인수를 위해 끌어들인 모양입니다.
유상증자는 주당 2700원의 발행가로 이루어지고, 전환사채는 3932원을 최초 전환가격으로 하고 만기 3년으로 발행됩니다. 2019년 4월28일이 만기였습니다. 지승범 형제는 신주와 전환사채 인수를 위해 114억원이 필요했죠. 심정운 등의 구주 매입자금(36억원)을 포함하면 150억원이 필요했습니다.
지승범 형제는 이 중 최소 122억원을 ㈜새한자산대부평가관리로부터 무담보로 빌립니다. 바로 형 지승환이 대표로 있는 곳이죠. ㈜새한자산대부평가관리의 자산 대부분은 부채였습니다. 이 부실채권 투자회사 역시 외부에서 차입한 돈으로 지승범 형제에게 빌려주었다는 얘기가 되죠.
계열사가 없던 화이브라더스는 경영권이 넘어가던 시기를 전후해 갑자기 연쇄적인 M&A에 나섭니다. 2016년 1월에 홈쇼핑유통회사인 뷰티플마인드를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9월에는 신설 투자회사인 화이인베스트먼트를 100%를 50억원에 인수합니다.
그런데 화이인베스트먼트 인수 당시 공시가 좀 애매합니다. 신설법인인데, 현금출자가 아닌 현금취득으로 공시가 되었더라고요. 화이브라더스가 출자를 해서 설립한 것인지, 누군가가 먼저 자본을 납입한 후 설립한 법인을 인수한 것인지 불분명합니다. 설립 당시부터 대표이사는 지승범입니다. 설마 지승범 형제가 최소 자본금으로 설립하고 그 지분을 50억원에 화이브라더스가 사 준 건 아니겠죠? 네, 그건 억측일 겁니다. 하지만 좀 찜찜한 구석은 없지 않습니다.
매드맨포스트 인수 역시 같은 달에 이루어집니다. 이 인수 거래 공시 역시 뭔가 좀 부족합니다. 매드맨포스트 인수를 하기로 이사회 결의가 이루어진 날이 9월 6일입니다. 매드맨포스트는 발행주식이 41,200주였는데, 9월 중에 6만주를 신규 발행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화이브라더스는 구주와 신주를 합해 67,468주(66.67%)를 인수하기로 하죠.
그런데 구주 50,601주를 15억원에, 제3자배정 신주 16,867주를 5억여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합니다. 아니, 숫자가 안 맞잖아요. 구주는 41,200주가 전부인데 어떻게 5만주를 넘게 사느냐는 말이죠.
이 숫자를 맞추려면 해석을 달리 해야 합니다. 9월 중에 6만주가 발행되었는데, 이 중 43,133주를 다른 투자자가 인수하고, 화이브라더스는 3자 배정으로 16,867주를 인수합니다. 또 그와 동시에 기존 주식과 새로 발행된 주식을 더해 50,601주를 매입하는 것이죠.
구주 매입과 신주 매입이 이루어진 날은 9월30일로 같습니다. 최소한 공시로는 그렇습니다. 정말이지 이상한 거래 아닙니까? 이런 이상한 해석보다는 오히려 공시에 뭔가 오류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오히려 가능성이 높을 정도로 말이죠.
만약 정말로 매드맨포스트의 6만주 유상증자가 둘로 나누어져 이루어졌다면, 화이브라더스를 대상으로 제3자 배정된 16,867주 외 나머지를 기존 주주들이 인수했을 가능성은 없다고 봅니다. 기존 주주들이 주금을 납입하고, 그걸 다시 화이브라더스에 재매각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누군가 다른 사람 또는 법인이 끼어 있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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