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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연예기획사에 인수된 후 화이브라더스의 실적은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매출은 크게 줄고 2018년 2억원의 순이익을 냈을 뿐 쭉 적자 행진을 해오고 있습니다. 그 바람에 매년 실적 급변동을 공시해야 했고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되기를 반복했습니다.
중국의 한한령 때문에 매출이 늘지 않았다는 분석이 있는 것 같던데, 대중국 매출을 확대하려고 시도한 흔적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2018년과 지난해 중국지역 매출(연결기준)은 2억원대로 미미한 수준입니다. 중국 모회사와 특별한 영업거래가 이루어진 흔적도 없고, 자금이 오간 거래도 없습니다. 중국 화이브라더스는 2016년 지분 인수 외에 한 것이 없어 보입니다.
2018년부터 그나마 중국 매출이 발생한 것은 추측컨데, 영화배급사 ㈜메리크리스마스 설립의 영향 아닐까 싶습니다. 설립되자 마자 중국 화이브라더스와 영화 제작 및 배급 등에 대한 업무협약을 맺거든요.
최대주주가 바뀐 후에 열심히 한 건 계열사를 늘리는 일이었습니다. 본업에서 현금흐름을 창출하지 못하는데 2017년 이후 200억원 이상을 계열사에 투자합니다. 계열사 중 두 곳(매드맨포스트,메리크리스마스)은 본업과 관련이 높은 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남은 두 곳 중 하나는 홈쇼핑유통업(뷰티플마인드코리아)이고, 다른 하나는 금융업(화이인베스트먼트)이죠.
화이인베스트먼트와 매드맨포스트는 지난해 약간의 흑자를 냈습니다. 하지만 뷰티플마인드코리아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이고, 제일 나중 인수한 메리크리스마스 역시 자산 규모에 비해 매출이 적고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메리크리스마스는 쇼박스 대표 출신의 유정훈이 2018년 4월에 설립한 회사인데, 그해 5월에 화이브라더스가 75% 지분을 95억원에 취득합니다. 공동 설립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해 5월에는 엔씨소프트가 전환우선주를 취득하는 방식으로 1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5월 지승범과 중국의 모회사가 경영권 지분을 매각하고 엑시트를 합니다. 자전거, 컴퓨터 및 주변기기를 판매하는 코스닥 상장사 엔에스엔이 250억원에 지분 21.84%를 인수하는 계약을 합니다. 선금으로 129억원, 지난 7월에 잔금으로 121억원을 지불하기로 하죠. 주당 4000원을 쳐줍니다.
그런데 이 거래, 참 어수선합니다. 우선 매수자가 엔에스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포에이오컴퍼니, 케이티에스파트너스라는 처음 들어보는 회사들이 함께 매매계약을 하는데, 특별관계인으로 묶지 않고 개별 취득한 것으로 공시를 합니다.
케이티에스파트너스는 다른 투자자의 심부름도 병행합니다. 250만주를 4000원에 사서 심부름 값 20원을 더해 다른 투자자 네 곳에 바로 팝니다. 네 곳 중 한 곳은 그로우스앤밸류파트너스(주)라는 곳이고, 나머지 세 곳은 개인입니다.
이 주식 양수도 거래를 요약하면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최대주주인 화이브라더스와 대표이사 지승범 형제가 보유주식 전량을 514억원에 엔에스엔 등에 팔기로 합니다. 그리고 매수자 측인 케이티에스파트너스는 특정인을 위해 일부 주식(2.71%)에 대해 사실상의 매매대행을 해 줍니다.
포에이오컴퍼니와 케이티에스파트너스는 정체를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화이브라더스 인수를 위해 급조된 회사로 보입니다. 공시에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두 회사 모두 특정 1인의 개인이 자본금 100만원을 출자해 설립했고, 과거 경영실적이 나오지 않거든요. 비록 정보가 나와 있지 않지만 그로우스앤밸류파트너스 역시 비슷한 경우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로우스앤밸류와 신승수 등 3명의 개인은 아무래도 M&A를 통한 주가 상승을 노리고 업혀간 사람들 아닐까 싶네요.
그런데 이 거래 계약대로 이행되지 않습니다. 매수자 측이 잔금을 지급할 대금을 제때 마련하지 못한 모양입니다. 514억원의 총 거래대금 중 154억원의 1차 대금이 완료되었을 뿐 360억원이 납입되지 않았죠.
그래서 7월1일 다시 계약을 맺습니다. 지급이 되지 않은 지분 899만주를 엔에스엔이 360억원에 매입하기로 합니다. 7월22일로 예정된 임시주주총회일 전일까지 납입하기로 하죠. 42.1%의 지분을 확보한 최대주주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납입일에 또 한번의 반전이 일어납니다. 엔에스엔이 또 다른 코스닥 상장사 세미콘라이트와 공동 경영을 하겠다며, 매입한 총 지분의 거의 절반인 21.6%를 250억원에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한 겁니다. 주당 거래가격은 기존 주주에게서 사 올 때와 같은 4000원이 적용됩니다. 이 거래의 잔금 납입일은 오는 11월이고 잔금 납입이 완료되면 최대주주는 엔에스엔에서 다시 세미콘라이트로 바뀝니다. 세미콘라이트는 LED사업을 하는 곳입니다. 엔에스엔과 마찬가지로 엔터테인먼트와는 거리가 멀죠.
결국 화이브라더스 경영권 지분 매각의 구도는 아래 그림과 같이 정리가 됩니다. 지분 매입일이 다르기는 하지만 엔에스엔과 세미콘라이트가 공동 인수하는 형태입니다. 궁금한 것은 엔에스엔과 세미콘라이트가 미리 공동 인수를 약속했는지, 엔에스엔이 단독 인수를 하려다가 자금 부족 등의 이유로 세미콘라이트를 끌어들인 것인지 입니다.
이를 해석할 수 있는 몇 가지 단서가 있습니다. 첫째는 엔에스엔이 지분 취득으로 최대 주주가 된 당일에 보유 지분의 절반을 세미콘라이트에 넘기는 계약이 이루어졌고, 매도 가격이 매입 가격과 동일하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넘긴 물량인데요. 엔에스엔이 세미콘라이트에 넘긴 주식 수는 62만5000주로, 화이브라더스와 첫 계약 때 엔에스엔이 인수하기로 한 물량과 동일합니다.
잔금 납입에 실패해 다시 계약을 해야 했던 상황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금조달에 실패한 건 포에이오컴퍼니와 케이티에스파트너스라고 봐야겠죠. 엔에스엔은 당초 책임지기로 한 250억원에 더해, 두 파트너가 매입하기로 한 물량까지 사느라 총 489억원의 돈이 필요했고, 그걸 한 달 안에 해결했죠. 굳이 파트너를 둘씩이나 끼우지 않았어도 단독 인수가 가능했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엔에스엔의 파트너인 두 회사의 뒤에는 세미콘라이트가 있었을 지 모른다는 가정을 해 볼만 합니다. 실제로는 세미콘라이트가 두 파트너의 자금조달을 책임졌어야 했는데 차질을 빚었을 지 모르죠. 그래서 엔에스엔이 그 모자란 돈을 채워주고, 올해 11월로 멀찌감치 납입일을 늦춰준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최근 한 언론은 "세미콘라이트는 화이브라더스코리아의 전략적 투자자(SI), 엔에스엔은 재무적 투자자(FI)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보도를 합니다. 지금까지 거래가 이루어진 과정은 물론, 엔에스엔이 최대 주주 자리를 세미콘라이트에 넘기는 계약을 한 정황과 매우 어울리는 보도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엔에스엔과 세미콘라이트는 왜 본업과는 관련이 없는 화이브라더스를 인수할 걸까요? 더구나 두 회사는 최근 3년간 당기순손실을 보고 있는 부실기업입니다. 먹고 살기도 어려운 마당에 무슨 돈으로 다른 회사를 사려고 하는 것일까요? 두 회사에 대해 좀 더 알아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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