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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코스닥기업 엔에스엔과 세미콘라이트가 나서 준 덕분(?)에 지승범 형제와 중국 화이브라더스는 4년 만에 탈출(exit)에 성공합니다. 화이브라더스는 구주와 신주를 주당 약 2900원에 취득해서 4000원에 되팔 수 있었으니 4년 만에 33%의 수익을 얻었습니다.


지승범 형제는 구주를 3010원에 36억원어치 매입했고, 신주를 2700원에 74억원어치 받았죠. 40% 이상의 수익을 냅니다. 두 형제는 전환사채도 40억원어치 인수해 전액 주식으로 전환했습니다. 전환가격이 3932원이었으니 차익은 별로 없네요.


하지만 지승범 형제는 대부분의 주식 매입자금을 지승환이 대표로 있던 부실채권 투자회사로부터 차입했죠. 이들 형제에게 화이브라더스(최근 플리트 엔터테인먼트로 사명 변경) 인수는 무자본 M&A였던 셈입니다. 자기 돈 안 들이고 매매차익으로만 50억원 가량을 얻었으니 참 수지 맞은 거래였겠네요. 경영권 확보 후에 진행한 계열사 인수의 석연치 않은 과정을 떠올리면 뭔가 더 있을 것 같은 찜찜함이 남지만 말입니다.


이제 지난달 플리트 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 엔에스엔과 세미콘라이트를 볼까요. 매년 적자를 면하지 못하는 부실기업이 역시 적자의 늪에 빠진 부실기업을 인수한 이유가 무얼지, 인수자금을 어떻게 마련한 것일지 자못 궁금합니다. 진실은 당사자만이 알겠지만, 흔적을 따라가다 보면 짐작이나 추정까지는 가능할 수도 있겠죠.


엔에스엔과 세미콘라이트의 과거 실적은 닮은 꼴입니다. 모두 본업에서 이익을 내지 못합니다. 거의 매년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부업에서 재미를 보든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손실을 훨씬 더 키우고 있죠. 영업손실보다 당기순손실이 훨씬 큽니다.



실패한 부업도 닮아 있습니다. 두 회사가 약속이나 한 듯 종속회사와 관계회사 또는 공동투자회사에서 상당한 투자손실을 보고 있습니다. 엔에스엔은 2018년과 지난해 각각 14억원과 39억원의 종속 및 관계회사투자 손상차손을 입었고, 세미콘라이트는 각각 19억원과 71억원의 관계회사 투자 손상차손을 입었죠. 세미콘라이트는 이에 더해 주주회사 전환사채에 투자해 지난해 100억원의 평가손실까지 얹혀졌습니다.


본업에서 돈을 잘 버는 회사가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야 별로 이상할 게 없죠. 남아 도는 돈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도 있고, 재테크를 할 수도 있는 것이죠. 하지만 본업이 시원치 않은 회사가 M&A에 나선다면, 그 속내를 살펴 봐야 합니다.


본업을 살릴 시너지를 내기 위한 투자일 수도 있고, 본업을 대체할 신 사업을 찾는 것이라면 다행입니다. 하지만 많은 코스닥 기업에서 나타나듯, 기업사냥꾼들이 사냥감을 확보할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창구로 활용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기업들은 특징이 있습니다. 대주주가 자주 바뀌고, 적자를 내면서도 사업상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계열사를 만들거나 사들이죠. 자금조달은 사모 전환사채를 주로 활용하고, 특수관계에 있는 사람이나 기업 간에 수상한 자금거래가 빈번하게 이루어집니다.



두 회사가 기업사냥꾼의 도구로 전락했다고 단정짓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정상적인 기업의 운영이라고 보기 어려운 모습을 보이는 건 사실입니다. 본업에서 돈을 벌지 못하는 두 회사는 차입금이나 유상증자로 자금을 조달하죠. 그런데 그 돈을 본업보다는 비영업 투자에 쏟아 붓습니다. 주로 타법인 주식이죠.


세미콘라이트는 지난해 말 현재 9개의 계열사가 있습니다. 부실기업이 이렇게나 많은 계열사를 거느리는 경우도 드물 겁니다. 공동기업 2곳과 원재료 확보 목적인 ㈜엘아이씨티를 제외하면 본업인 LED사업과 연관성이 모호합니다. 금융업을 영위하는 곳이 유난히 많습니다. 특히 지난해 새로 편입된 계열사가 많습니다. 사업 다변화를 하겠다며 인수한 바이오트리(바이오)와 액트(FPCB)가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손을 대는 회사마다 망해 버립니다. 종속회사 3곳은 지난해 폐업하거나 청산했습니다. ㈜엘아이씨티는 전액 손상처리 되었고, ㈜제이테크놀로지는 지난해 말 상장폐지되었습니다. 심지어 지난해 신규 취득한 바이오트리㈜마저 유상증자 실패로 전액 손상처리되었습니다. 264억원의 거액을 투자한 액트는 지난해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최근 매각했습니다.


엔에스엔도 지난해 말 현재 계열사를 6개나 거느리고 있습니다. 전부 비상장회사들인데 경영상태가 썩 좋지 않습니다. 2018년에는 전 계열사가 적자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경영컨설팅을 영위하는 이스트로젠이 유일하게 소폭의 흑자를 냈죠. 관계회사 2곳(하이컨셉카드랩,퍼니에이드)은 전액 손상처리되었죠.


엔에스엔은 계열사 주식 거래가 아주 빈번합니다. 지난해에만 종속기업인 ㈜네오프리즈 지분과 관계회사인 ㈜트레져헌터 지분을 전량 처분했고, ㈜리온시스템 지분 100%를 사들였죠. 2018년에도 종속기업 3곳을 전량 매각한 이력이 있습니다. 왠지 기업을 사고 파는 것이 본업인 것 같은 느낌마저 드는 군요.



두 회사가 왜 이렇게 타 기업 지분을 열심히 거래하는 걸까요? 차이가 있다면 세미콘라이트는 상장 기업을 사고 파는 경향이 강한 반면, 엔에스엔은 비상장기업을 신규 설립한 후 매각하는 사례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본업보다 기업을 사고 파는 일에 더 심혈을 기울이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왜 그렇게 보느냐고요? 기업이 어디에 집중하는 지는 결국 돈을 어디에 주로 쓰는 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죠. 두 회사는 외부 차입이나 증자로 마련한 돈으로 기업을 사고 팝니다. 그것도 일부 지분이 아니라 통째로요. 보유 기간도 보통 2~3년 정도로 매우 짧습니다. 사업 다각화나 미래 먹거리 투자라기 보다는 재테크에 가까워 보입니다. 대부분 실패로 끝났습니다.


그런데 기업이 타기업을 인수 후 매각하면서 손해를 보았다고 해서 그 투자를 실패로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기업은 실패했지만, 그 투자를 주도한 진짜 주인공은 성공을 했을 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