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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트 엔터테인먼트(전 화이브라더스 코리아, 이하 '플리트')를 엔에스엔과 공동 경영하기로 한 세미콘라이트는 LED칩를 제조하는 중소기업으로 코스닥시장에 주권 상장되어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매출이 계속 감소하고 있고, 2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2016년과 2017년 반기에는 외부회계 감사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을 받아 상장폐지될 뻔 했죠.


본업이 기울어가고 있는 상황인데,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적지 않은 투자를 집행한 거군요. 엔에스엔이 인수한 플리트 지분 21.6%를250억원에 매입하기로(올해 11월 잔금납입) 했는데, 6월말 현재 이 회사 총자산이 600억원, 자기자본이 453억원입니다. 총자산의 40% 이상, 자기자본의 절반이 넘는 투자를 감행한 겁니다.



당연히 본업과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죠. 그렇다고 계열사 중 엔터테인먼트업을 영위하는 회사도 없습니다. 일부 언론이 관계자의 멘트를 빌어, 엔에스엔은 플리트의 재무적 투자자(FI), 세미콘라이트는 전략적 투자자(SI)라고 보도를 한 바 있는데, 엔에스엔이 먼저 지분을 사고, 그 중 절반 이상을 세미콘라이트에 경영권과 함께 넘기는 거래의 진행으로는 그럴 듯해 보입니다만, 적자행진을 벌이고 있는 LED 제조업체가 역시 부실한 실적을 보이는 연예기획사를 제대로 키워보겠다는 포부로 인수했다고 봐 주기가 참 어렵습니다.


그런데, 세미콘라이트 올해 상반기 실적이 재밌습니다. 본업은 적자(영업손실 9억원)를 여전히 보고 있는데, 7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거든요. 이 회사로는 거액의 흑자입니다. 영업적자를 당기순이익으로 둔갑시킨 효자는 '당기손익-공정가치금융자산 처분이익' 50억원과 '관계기업투자주식 처분이익' 37억원입니다. 금융자산을 팔아서 본업의 적자를 메운 것이죠.



회사의 규모에 어울리지 않는 거액의 처분이익을 발생시킨 금융자산과 관계기업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또 한번 반전이 일어납니다.


세미콘라이트는 2016년 발행한 제1회차 전환사채 200억원어치가 있는데, 이중 주식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은 115억원어치를 지난해 여러 차례에 걸쳐 매입(상환)한 후 지난해 9월에 재매각합니다. 자기자본의 36%에 달하는 물량의 이 전환사채를 인수한 곳은 ㈜에스디시스템(69억원)과 ㈜에스엔텍비엠(46억원)이라는 곳입니다. 두 회사 모두 코스닥 상장기업이고 에스에텍비엠의 현재 사명은 이큐셀입니다.


과거에 발행한 전환사채를 상환하고 새로운 전환사채를 발행하지 않고, 투자자의 조기상환 요청으로 취득한 전환사채를 재매각하는 방식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아마도 새로운 투자자가 곧바로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일 겁니다. 이 전환사채는 사모로 발행이 이루어졌고, 사모 발행된 전환사채는 증권신고서 제출을 면제받는 조건으로 1년 동안 전환권 행사가 금지되죠.


실제로 115억원어치의 전환사채는 재매각 며칠 후 전액 주식으로 전환됩니다. 전환가격은 주당 1190원이었는데, 전환당시 주가는 826원이었죠. 전환으로 44% 이상 손해를 본 겁니다. 기존 전환사채 보유자는 주가가 계속 하락해 전환가격 위로 올라갈 것 같지 않으니까 조기상환을 요청했을 텐데, 에스디시스템과 이큐셀은 40% 이상의 손실을 감수하고 전환을 감행한 것입니다.


그런데, 에스디시스템과 이큐셀이 전환사채를 무슨 돈으로 매입한 줄 아십니까. 돈 주고 안 샀습니다. 전환사채를 발행해 세미콘라이트에 줬습니다. 대용납입이죠. 이런 거래가 가능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전환사채가 채무이기는 하지만, 언제든 자본으로 바뀔 수 있는 건데 말입니다.



세미콘라이트는 에스디시스템과 이큐셀에 115억원의 전환사채를 건네 주고, 에스디스시템과 이큐셀은 100억원의 전환사채를 세미콘라이트에 넘겼습니다. 세 회사 모두 전환사채를 발행했지만 현금이 오가지 않았죠. 에스디시스템과 이큐셀은 인수한 전환사채를 며칠 후 전량 주식 전환해 세미콘라이트의 11.54% 지분을 획득합니다. 최대주주인 퓨전데이타의 지분율은 9.85%로 낮아지죠. 전환사채 전환으로 세미콘라이트의 자본금과 자본이 증가하지만, 유입된 돈은 전혀 없지요.


이 거래를 전후한 세 회사의 상황은 어딘가 닮아 있습니다. 우선 세 회사가 모두 영업적자를 면치 못할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았고, 특히 에스디시스템은 결손이 누적되고 있었습니다. 이큐셀은 에코비엠투자조합1호라는 곳으로 최대주주가 변경되는 과정이었고, 세미콘라이트와 마찬가지로 기존에 발행한 전환사채를 취득 후 재매각하는 거래를 추진합니다. 에스디시스템은 한 달전에 우석플래닝이라는 곳으로 최대주주가 변경된 상황이고, 넉달째 전환사채 발행을 추진하던 중이었습니다. 새로운 최대주주인 우석플래닝은 자산총액 3.5억원, 매출 4.5억원 수준의 완전 자본잠식 회사였습니다.


세미콘라이트의 최대주주는 ㈜퓨전(구 퓨전데이타)이라는 코스닥 기업이죠. 부분 자본잠식 상태의 부실기업입니다. 퓨전의 최대주주는 ㈜브라보라이프라는 곳인데 신우철외1인이 100% 지분을 보유한 총자산 5000만원짜리 회사입니다.


세 회사가 모두 최대 주주의 정체가 수상하죠. 본업 보다는 지분 거래와 경영권 변경 등으로 공시나 뉴스에 오르내리는 곳들이고요. 코스닥시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기업사냥꾼 먹이감의 전형입니다.


에스디시스템은 당초 ㈜화이버라는 회사를 제3자로 100억원 규모로 추진된 전환사채 발행은 계속 지연되고 있었습니다. 결국 60억원으로 규모를 줄여 세미콘라이트에 넘겼습니다.



그런데 에스디시스템의 전환사채 인수를 추진하다 만 ㈜화이버는 올해 상반기 세미콘라이트의 주주로 등극합니다. 이 밖에도 크라운실업, 셀바이온, 루맵젠 등 새로운 주주들이 등장하는데요. 세미콘라이트가 과거 발행한 전환사채를 중도 상환한 뒤 재매각했는데, 그걸 인수해 주식으로 전환한 곳들입니다.


에스디시스템의 최대 주주는 올해 상반기 중 우석플래닝에서 ㈜강원으로 다시 바뀌었죠. 최근 결산기말 현재 총자산 560억원에, 356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회사입니다. 이큐셀의 최대주주도 에코비엠투자조합1호에서 ㈜이아이디로 변경되었는데, 이화전기공업의 계열사입니다.


에스디엠과 이큐셀은 현재 외부감사인이 감사의견을 '의견거절'로 표명해 상장폐지 대상입니다. 이의신청을 내 개선기간을 부여받고 거래 정지 중입니다. 또 세미콘라이트의 최대 주주인 퓨전 역시 의견거절로 똑 같은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상장폐지 대상기업이죠.


자, 이제 세미콘라이트의 올해 상반기 대규모 흑자전환의 비밀을 밝혀 볼까요. 세미콘라이트가 발행한 전환사채 납입금 대신 대용납입된 에스디시스템과 이큐셀의 전환사채 100억원은 지난해 전액 손실처리 되었습니다. 주식이 상장폐지될 지경에 이르렀으니까요.



세미콘라이트는 올 들어 두 회사에 상환을 요청했고, 절반인 50억원을 현금으로 회수했죠. 회수한 50억원은 '당기손익-금융자산 처분이익'으로 손익계산서에 올라갔습니다. 지난해 전액 손실 처리했던 100억원 중 50억원이 회수되면서 이익으로 잡힌 겁니다. 115억원의 전환사채를 100억원에 할인 발행해 실제로 들어온 돈이 50억원(7월에 20억원의 이큐셀 전환사채를 8억원에 매각, 7월말 현재 58억원)인 것입니다. 전체 거래로 보면 절대 이익이 아니죠.


관계기업주식을 처분해 얻은 36억원 가량의 이익은 다음 편에서 더 자세히 쓸 생각입니다만, 대충 훑어만 봐도 현란합니다. 지난해 10월 경영권 지분을 인수한 코스닥상장사 ㈜액트의 지분을 매각해 얻은 이익입니다.


세미콘라이트는 액트의 주식 251만여주(14.47%)를 주당 5000원씩 125억여원에 취득해 최대 주주에 오릅니다. 한달 후인 11월에는 347만여주의 신주를 139억원에 인수해 지분율을 28.73%로 늘립니다. 화이브라더스 지분 인수 만큼이나 상당히 큰 거래죠. 액트는 그 돈으로 ㈜조광아이엘아이라는 회사의 지분 10%를 매입하죠.


세미콘라이트는 액트의 신주 매입을 위해 60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하는데, 대주주인 ㈜퓨전이 전액 인수합니다. 이 전환사채는 퓨전이 현재 보유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올해 들어서 에스엔케이글로벌이라는 회사 외 6인에게 전액 넘깁니다.


세미콘라이트는 올 들어 3월에 퓨전이 보유한 액트 주식 30만5000주도 약 14억원에 매입, 총 629만여주를 보유하게 되는데, 두 달 후인 5월에 경영권과 함께 일부 지분182만주 가량을 80억원 정도에 처분하죠. 이걸로 약 36억원의 처분이익을 얻습니다.


세미콘라이트는 하반기 들어서도 액트의 남은 지분을 장내에서 열심히 팝니다. 지금은 신주로 취득했던 347만3000주가 남아 있습니다. 기왕에 경영권을 매각했으니 이 지분도 대부분 현금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마도 플리트 엔터테인먼트 지분 인수대금을 충당하는 데 쓰이겠죠?


세미콘라이트는 하반기 들어서도 액트의 남은 지분을 장내에서 열심히 팝니다. 지금은 신주로 취득했던 347만3000주가 남아 있습니다. 기왕에 경영권을 매각했으니 이 지분도 대부분 현금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마도 플리트 엔터테인먼트 지분 인수대금을 충당하는 데 쓰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