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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에 바이오 열풍이 불면서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 바이오 기업을 물색하는 사모펀드나 투자조합이 무지 많습니다. 미국도 가고 유럽도 가죠. 최근에는 이스라엘 바이오 기업들을 물고 오는 경우가 많다고 들은 것 같습니다. 왜들 그러냐고요? 현지에서는 별 가치를 인정 받지 못하지만, 국내 증시에 들어오면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기 때문이죠. 국내 주식시장의 '묻지 마' 바이오 투자가 빚고 있는 우울한 코메디입니다.


구멍가게 만한 신약개발 회사가 프로젝트를 성공리에 끝내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본이 필요햐겠죠. 외부의 투자를 유치해야 만 합니다. 개발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을수록, 신약의 시장성(기대 매출액)이 높을수록 투자 유치에 유리할 겁니다.


신약 개발도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처럼 어렵지만, 개발을 했다고 해서 돈을 쓸어 담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실제로 신약을 생산해서 판매를 할 수 있어야죠. 공장이 있고 판로가 있고 시장성이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대부분 다시 실패를 맛봅니다. 운 좋으면 기존 제약업체에 기술을 팔아 먹을 수는 있죠. 그래서 아예 신약을 개발 후 기술을 판매하는 걸 업으로 하는 업체도 수두룩합니다.


시장성이 있는 신약이라고 다 성공하는 것도 아닙니다. 글로벌 빅 파마들의 강력한 카르텔을 뚫기 어렵기 때문이죠. 빅 파마들은 자신들을 위협할 신약이 나올라치면 임상 단계에서 그 기술을 사온 후 사장시키는 일도 종종(?) 한다고 합니다. 우리 제약업체들도 몇 번 당한 일이 있죠? 국내 투자자들은ÿ 신약 개발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분명히 있습니다. 임상 2상, 3상만 가도 마치 다 된 밥인 양 주가가 요동을 치죠.


비디아이가 엘리슨 인수에 나서기 전 주가가 4000원 아래였습니다. 엘리슨 인수를 추진하면서 1만8000원 가까이까지 올랐죠. 시가총액이 약 700억원에서 3000억원 근방까지 갔습니다. 250억원의 투자가 시가총액을 2000억원 이상 불린 겁니다. 상식적인가요?


발전플랜트 업체 비디아이가 왜 갑자기 바이오로 눈을 돌렸을까요? 장사가 너무 잘돼서 돈이 넘쳤을까요, 아니면 본업이 어려워지면서 돌파구로 삼은 걸까요, 아니면 오너(또는 경영자)의 확장 본능일까요?


비디아이의 자산은 2018년에 크게 증가했습니다. 매출은 다소 줄어드는 듯 하더니 지난해 큰 폭으로 늘었고, 올해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연간 전체와 맞먹을 정도로 급증했습니다. 괜찮아 보이죠?



그런데 자세히 보면 자산 증가는 부채의 증가로 유발되었습니다. 매입채무와 단기차입금이 늘었죠. 빚을 늘려서 자산을 키운 겁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자본도 좀 늘었죠? 그런데 이게 이익이 쌓여서 늘어난 게 아닙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이 급증했지만 거꾸로 무려 3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적자를 입었습니다.


자본이 늘어난 것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것도 모두 전환사채 때문입니다. 420억원의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면서 자본이 늘었습니다. 3월말부터 주가가 급등한 틈을 타 사채권자들이 대거 전환권을 행사한 것입니다. 상반기 적자 중 280억원 정도가 파생상품평가손실인데,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면서 발생했습니다.


파생상품평가손실을 쉽게 이해를 하자면, 전환사채의 전환가격은 5000원인데, 주가가 올라 1만원 짜리 주식으로 전환을 해준다고 가정하면 회사 입장에서는 1만원짜리 주식을 5000원만 받고 준 것이잖아요? 장부상으로 주당 5000원의 손실이 발생한 거죠. 실제로 돈이 나간 손실은 아닙니다. 진짜 손해를 본 사람들은 기존의 주주들이죠. 그 차이 만큼 주가가 하락하는 영향을 받은 거니까요.


그런데 이 회사 운전자본에 문제가 있습니다. 정확히는 매출채권과 매입채무가 영 의심스럽습니다. 매출채권이 매년 늘어납니다. 지난해 꽤 회수를 하기는 했지만 아직 많이 남았습니다. 자금 회수가 더뎌서 그런가요? 매입채무를 자체 현금으로 결제를 못합니다. 2018년 5월 4회차부터 지난해 5월 6회차까지 전환사채 발행액이 총 355억원인데, 178억원을 매입채무 갚는 데 썼습니다. 매출대금 회수가 원활하지 못하거나, 매출로 번 돈을 다른 곳에 썼나 보죠?


이 영향은 고스란히 현금흐름으로 갑니다. 매년 이익을 내는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를 지속합니다. 장부상으로만 이익이 나지 현금은 거꾸로 나가고 있다는 얘기거든요. 2018년까지 이 현상이 이어졌습니다. 한 두 해가 아니고 매년 이익과 현금흐름이 거꾸로 갈 경우 회계 전문가들은 분식회계를 의심합니다. 자산과 이익이 과대평가 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죠. 반드시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비디아이가 분식회계를 했다는 말이냐고 오해를 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2019년에는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플러스로 돌아서죠. 매출채권 268억원이 줄고, 매입채무 274억원이 늘어서 그렇습니다. 최근 몇 년새 이익이 가장 적었던 해에 현금흐름이 좋아진 이유죠.



매출채권이 잘 회수 안되게도 생겼습니다. 올해 상반기말 현재 800억원의 매출채권 중에 480억원이 미청구공사로 잡혀 있네요. 지난해말 기준으로도 비슷합니다. 미청구공사라고 하는 건, 공사를 하기는 했는데 발주처에 돈 달라는 소리를 못했다는 겁니다.


미청구의 배경은 여러 가지 있겠지만, 가장 흔하면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경우가 공사에 하자가 있거나 공사 성과를 발주처에서 인정받지 못한 겁니다. 예정대로 공사가 착착 진행되어야 공사대금을 주는데, 공사비만 나가고 공사는 진척이 없는, 그런 경우죠. 이유가 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돈 달라는 소리를 못했으니 돈을 줄 리가 없잖아요? 그러니 매출채권으로 계속 묶여 있을 수 밖에요.



그런데 지난해에는 미청구공사가 아니라 공사대금을 청구한 매출채권에서 문제가 생긴 모양입니다. 비디아이는 올해 2월에 손익구조 급변에 대한 공시를 했습니다. 매출이나 손익이 30% 이상(대규모 법인은 15% 이상) 변하면 공시를 하게 되어 있거든요. 비디아이는 지난해 매출(연결기준, 이하 같음)이 50%나 증가했는데, 영업이익은 40% 이상 감소하고 당기순이익은 적자로 돌아섭니다.


손익구조가 나빠진 원인에 대해 회사는 신규 사업에 대한 대손충당금 설정이 증가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매출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이 5억여 원에서 23억으로 늘었습니다. 대손상각비가 19억5000만원이 계상되면서 이익이 급감한 것이죠. 그런데 거짓말입니다. 대손상각비는 2018년에도 12억원 이상 발생했습니다. 고작 7억원의 차이로 적자 전환한 것이 아니죠.


더 큰 게 있습니다. 기타의 대손상각비입니다. 지난해 33억원이 발생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18억원이 추가로 생겼습니다. 2018년까지는 없었던 비용입니다. 기타의 대손상각비는 매출채권이 아닌 다른 금융채권의 회수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인식하는 비용인데요. 대부분 대여금을 상각처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디아이도 마찬가집니다. 대여금 외에 기타의 대손상각비를 털어낼 건 다른 건 별로 없습니다. 거의 전부 대여금에서 발생했을 겁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없었던 대여금에서 거액의 대손이 갑자기 발생했네요.



그런데 이 돈을 어디서 떼인 건지(정확히는 떼일 가능성이 높다고 인식한 것이지만 대여금의 대손은 못 받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알 수가 없습니다. 경영진이나 계열사는 아닌 거 같단 말이죠. 누구에게 빌려준 건지, 누가 못 갚게 되었는지 더 이상의 설명이 없습니다.


그나마 가장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것이 기타 특수관계자인 임계솔라파크㈜입니다. 비디다이가 강원도 임계면 일대에서 벌이는 태양광발전 사업을 하는 회사인데요. 2017년에 37억원을 대여했고 2018년에도 33억5000만원, 지난해에도 2억1000만원을 추가로 대여했습니다. 총 72억6000만원으로 비디아이의 전체 대여금의 40%에 달합니다. 아마도 지난해 매출채권에서 발생한 19억5000만원의 대손상각비도 임계솔라파크㈜의 태양광발전사업 때문일지도 모르겠군요.


매출이 잘 나오는 것처럼 보이는 비디아이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유동성에 쪼들렸을 겁니다. 영업에서 돈이 들어오기는커녕 매년 나가는 상황이었으니까요. 당연히 모자라는 돈을 메우기 위해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했겠죠. 매년 전환사채(지난해 일반 사모사채도 발행)를 발행해 운영자금에 쓰고, 차입금을 상환합니다. 유상증자는 2017년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하지 않았죠. 올해 상반기에는 주가가 한껏 높아졌을 때 자기주식을 처분해 빚 갚는데 쓴 것 같군요.



전환사채로 자금조달을 지속하는 상황은 오너 입장에서 곤혹스러운 일이죠. 대부분 사모로 발행되기 때문에 주식으로 전환이 되면 지분율이 희석되고 자칫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도 있습니다. 전환이 되지 않으면 만기에 보장수익률을 얹어 상환을 해야 하니 그 또한 부담이 되고 말이죠.


지분율 희석의 문제가 별로 없다고 하더라도 전환권이 행사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하는 부담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아마, 요즘은 이 부담이 상당히 클 겁니다.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전환가액을 낮춰주는 건 주주 눈치를 봐야 하고, 전환기간이 되면 주가를 끌어올려 전환의 기회를 제공해 줘야 하는 스트레스에 시달릴 수도 있습니다. 최근 코스닥시장에서 전환사채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들이 대체로 주식 전환 후 차익실현을 목적으로 하니까요. 전환가능성이 낮으면 가차없이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을 행사할 테니 회사 입장에서는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비디아이가 왜 돌연 신약개발 회사를 인수해 주가를 띄웠는지(주가는 스스로 뛰었을라나요?)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비록 본업에서 돈을 벌고 있지는 못했지만 매출이 늘고 있으니 비관적인 상황은 아니었을 것 같고요. 현금흐름 부족으로 매년 자금조달에 나서야 하는 고달픔은 분명히 있었을 것 같습니다. 바이오사업 진출은 안승만 회장이 무언가를 돌파하거나 어떤 피곤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선택이었을 것 같다는 정도로만 짐작이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