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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 이원컴포텍이 김재욱씨 등으로부터 비트갤럭시아1호 투자조합(이하 비트갤럭시아)을 인수한 이야기로 돌아와 볼까요. 비트갤럭시아의 출자지분을 사고 판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야죠.


이원컴포텍은 김재욱씨에게서 615주, 김재욱씨가 최대 주주인 자람어드바이저리㈜로부터 134주를 합해 총 749주(지분율 50%)를 300억원에 인수합니다(조합의 출자지분은 '좌'로 표기해야 합니다만, 편의상 '주'로 통일함을 양해 바랍니다). 이원컴포텍의 6월말 현재 자산이 446억원, 자기자본이 172억원입니다. 총자산의 67%, 자기자본의 거의 두배를 주고 비트갤럭시아를 인수한 것이죠. 적자 누적으로 결손이 쌓인 기업이 이 정도 투자를 할 때면, 거의 기업의 사활을 걸었다고 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현대차 트럭의 시트를 독점 공급하다시피 하는 이원컴포텍을 인수해, 스캇 월드만이라는 외국 교수와 손을 잡고 바이오사업에 야심차게 진출하더니 이제 또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있는 비트갤럭시아 인수에 총 자산의 3분의 2를 쏟아 부었네요. 정말 과감하고 공격적인 투자 행보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원컴포텍은 비트갤럭시아의 최대 출자자가 아닙니다. 지분을 사자 마자 절반 이상을 이니셜이라는 회사에 바로 넘겨 주거든요. 300억원에 비트갤럭시아 749주를 사서 430주를 ㈜이니셜에 넘겼으니, 이원컴포텍에서 지불한 돈은 128억원쯤 되고, ㈜이니셜은 이원컴포텍과 ㈜씨에스티로부터 비트갤럭시아 지분을 사는데 232억원쯤 지불했겠습니다. 비트갤럭시아 1주당 약 4000만원 정도에 거래가 되었거든요. ㈜씨에스티는 비트갤럭시아의 대표조합원입니다.



㈜이니셜에 지분을 넘기고도 이원컴포텍은 비트갤럭시아의 21.3%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외형상 두 회사가 비트갤럭시아를 공동 인수한 격이죠. 그런데 ㈜이니셜이라는 회사, 200억원이라는 거금을 갖고 있을 만한 곳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중소벤처기업이더라고요. 2016년에 설립돼서 휴대폰 매장에 무선이이폰을 납품하고, 쿠팡 등 오픈마켓에서 주방기구 등을 판매하는 업체입니다. 웹사이트에는 실적이 공개되어 있지 않고, 구글링을 해서 찾을 수 있는 최신 재무정보가 2018년 것 뿐인데, 매출액이 47억원, 당기순이익이 7000만원 수준입니다. 자본금은 2억원이군요. 지난해 이후 엄청난 돈을 벌었는지 모르겠지만, 200억원 이상의 현금 동원 능력이 있을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기업입니다.



㈜이니셜에서도 뭔가 일이 벌어지고 있기는 한 모양입니다. 지난해 3월 대표이사(강지연)가 바뀌었더라고요. 그 이후에 DJ와 가수를 키우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소속 가수로는 박미경, 문병진, 오율 등이 있습니다.


㈜이니셜의 비트갤럭시아 인수자금은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공시된 정보가 없으니 알 수는 없지만, 십중팔구 보유자금은 아닐 것이고, ㈜이니셜의 대주주에게서 나왔거나 외부에서 차입을 했겠지요. 차입처는 어쩌면, 이경훈씨로 추정되는 이원컴포텍의 실제 주주들이 자금을 조달한 곳과 겹칠 수도 있습니다. 이원컴포텍과 이니셜의 비트갤럭시아 공동 인수는 분명히 사전에 약속이 되어 있었던 것일 테니 자금조달 역시 공조했을 가능성이 높겠지요.


사실 이 거래 좀 얼렁뚱땅입니다. 이원컴포텍이 김재욱 등에게 지분 양수도 계약금 120억원을 준 게 6월 8일입니다. 이원컴포텍 이사회가 비트갤럭시아 지분을 인수하기로 결의한 게 7월15일이고요. 회사가 이사회 결의도 하기 전에 계약금부터 건넸다는 겁니다. 이경훈 대표이사의 선 집행 후 사후 결의? 한 두 푼도 아니고 자산의 3분의 2가 들어가는 거래인데, 그래도 되는 모양이죠?


300억원이 아니라 128억원 아니냐고요? 300억원이 필요했던 것은 맞습니다. ㈜이니셜에 지분을 넘기면서 172억원을 돌려 받지만, 우선 이원컴포텍이 300억원을 다 치르고, 거래 종결일인 8월 19일에 이니셜에 지분을 넘기는 식으로 거래를 했거든요.


이원컴포텍이나 ㈜이니셜이 비트갤럭시아를 인수한 이유는 당연히 비트갤럭시아 아래 줄줄이 달린 코스닥 기업, 그리고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 있겠죠. 아래 그림, 자주 써먹네요.



실제로 비트갤럭시아 전주가 바뀌면서 버킷스튜디오, 비티원, 비덴트의 경영진이 싹 바뀝니다. 버킷스튜디오는 지난 8월 21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니셜의 대표이사 강지연씨를 새로운 대표로 선임합니다. ㈜이니셜의 이사 이병훈씨도 새 경영진의 일원이 됩니다. 이병훈씨는 국민은행 광화문지점장을 지낸 금융인이군요. 자금조달 역할을 담당하고 있을 것 같네요. 허훈씨는 김재욱씨가 대표이사로 취임했던 2017년 경영진에서 물러났던 분인데 버킷스튜디오의 사내 이사는 물론 친정인 비덴트에도 새 주주와 함께 복귀합니다.



비티원 역시 지난달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강지연씨를 대표이사로 뽑습니다. 비덴트도 새 경영진을 구성하는데, 시티신문 고문을 지낸 언론인 김영만씨를 대표로 올리고 ㈜이니셜 이사인 원상영씨를 경영진에 합류시킵니다.


세 회사의 경영진 구성이 이채롭습니다. 비티원과 비덴트에 언론인 출신이 한분씩(비티원에는 동아일보 논설위원을 지낸 홍권희씨가 사내이사)끼어 있고, 검사 출신(비티원에 구준회 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가 사내이사)도 있더라고요. 특히 비티원에는 전 민주통합당 원내 대표를 지낸 박기춘 씨가 감사로 올라 있습니다. 이 분들 역할이 뭘까요?



경영진만 바뀐 게 아닙니다. 회사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본업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신약개발, 백신 개발, 의약품 도소매업 같은 제약 및 바이오 사업이 약속이나 한 듯 버킷스튜디오, 비티원, 비덴트 사업목적에 추가됩니다. 요즘은 회사 하나 인수했다고 하면, 백이면 백 바이오를 하겠다고들 나서기는 합니다만, 줄줄이 엮여 인수하게 된 세 회사를 전부 바이오 기업으로 만들 심산인가 봅니다.


아동화 '아티스'를 만들다 키오스크업체로 변신한 비티원은 1년 만에 바이오 업체로 탈바꿈할 모양이고, 방송장비 제조업체인 비덴트는 의약품 판매업체, 영상 영화 등의 콘텐츠를 유통하던 버킷스튜디오도 신약개발 업체로 거듭날 것 같군요. 물론, 사업목적에 바이오를 추가한 후 실제로 바이오업에 진출해 가시적인 실적을 올릴 지, 변죽만 올리고 말 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말입니다.


비트갤럭시아를 인수한 주체는 이원컴포텍일까요, ㈜이니셜일까요. 처음 총대를 멘 건 이원컴포텍인데, 결국 경영권을 틀어 쥔 것은 ㈜이니셜입니다. 이원컴포텍을 인수한 쪽과 ㈜이니셜의 뒤를 받치고 있는 전주(錢主)들이 상당히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네요. 하나의 세력일지, 별도의 세력일 지는 아직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이니셜측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드네요. 무선이어폰을 휴대폰 매장에서 파는 중소 벤처기업을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만들더니, 200억원 이상의 거금을 동원해 코스닥 상장사 3개에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까지 줄줄이 사탕으로 인수했잖아요. 엄청 큰 사건을 하나 터뜨린 셈인데, 어떻게 수습할 지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