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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솔루션 업체인 포비스티앤씨에서 지난 9월 아주 흥미로운 거래가 이루어졌습니다. 전환사채로 100억원을 발행한 지 딱 5일 만에 갚아 버린 겁니다. 그런 거금을 조달할 때는 용도가 있었을 텐데, 처음부터 5일만 쓰기로 하고 빌리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말이죠.
포비스티앤씨는 지난 8월초 연예기획사 ㈜아이오케이컴퍼니를 인수한 곳이죠. 아이오케이컴퍼니는 배우 고현정, 조인성, 가수 장윤정, 개그맨 이영자 등이 소속돼 있는 회사인데, 그 보다는 아마도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M&A 전문가일 원영식씨가 이끄는 W홀딩컴퍼니가 소유한 회사로 자본시장에 더 잘 알려져 있었죠.
다른 글에서 잠깐 언급을 했습니다만, 아이오케이컴퍼니 매각 소식을 접하고 좀 놀랐습니다. 아이오케이컴퍼니는 원영식씨의 주요 M&A 거래가 이루어지는 공장 같은 곳이거든요. 아이오케이컴퍼니와 초록뱀, 원영식씨는 W홀딩컴퍼니의 이 두 관계회사(사실상 자회사나 마찬가지인)를 통해 그 동안 수 많은 지분 거래를 해 왔습니다. 공장을 둘로 나누어 거래를 해 온 이유가 있을 테니, 아이오케이컴퍼니의 매각을 단지 차익 실현 목적이라고 치부하는 건 너무 일차원적인 해석이겠죠.
아이오케이컴퍼니를 매각해야 할 정도로 돈이 필요했거나, 아이오케이컴퍼니를 둘러 싸고, 원영식 사단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거나, 더 이상 두개의 공장이 필요 없어졌거나, 아니면... 그 동안 활발하게 해 왔던 투자를 줄일 생각이거나,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겁니다. 당장은 알 수 없지만.
포비스티앤씨는 9월24일 100억원의 3년 만기 사모 전환사채를 발행합니다. 전환가액 1020원이고, 1년 후부터 주식으로 전환이 가능한 사채였습니다. 이 사모사채를 인수한 곳은 상장사인 우리들휴브레인이었고요.
9월 24일은 바로 포비스티앤씨가 아이오케이컴퍼니 인수대금 잔액을 치르기로 한 날입니다. 포비스티앤씨는 W홀딩컴퍼니, 원영식, 강수진(원영식 부인), 원성준(원영식 아들) 등 4인으로부터 850억원에 아이오케이컴퍼니 지분 38.45%를 인수하기로 계약을 했죠.
포비스티앤씨는 이 거래에 3.70%의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 ㈜미래산업을 참여시킵니다. 미래산업이 강수진씨가 보유한 4.72%의 지분을 104억원에 사고, 나머지 33.7%의 지분을 포비스티앤씨가 인수하는 겁니다. 미래산업에 대한 지분율이 낮아 자회사도 아니고 관계회사도 아니고, 단순 투자 목적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되어 있지만, 포비스티앤씨가 최대 주주인 회사입니다.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어렵죠. 이재용씨의 삼성전자 지분율보다 높습니다.
포비스티앤씨는 6월말 현재 총 자산이 588억원이었습니다. 보유 현금은 단기금융자산을 포함해도 240억원 정도였고, 팔아서 돈 될 만한 다른 자산도 별로 없었습니다. 회사 전부를 팔아도 746억원을 받을 수 있을까 싶은 회사였죠.
포비스티앤씨는 8월 6일에 계약금으로 74억여 원을 지불하고, 671억원의 잔금을 마련하기 위해 367억원의 유상증자를 7월16일 실시합니다. 그래도 잔금을 다 채울 수 없습니다. 잔금을 치르는 날에 맞추어 100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한 것은 그 부족 분을 채우기 위해서였을 겁니다.
이렇게 해서 포비스티앤씨가 마련한 자기자금은 517억원이었습니다. 671억원까지 여전히 154억원이 부족하죠. 이 부족한 자금은 96.63%의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 자회사 ㈜디모아에서 차입합니다.
포비스티앤씨에게 필요한 자금은 이게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아이오케이컴퍼니가 발행해 W홀딩컴퍼니와 그 계열사들이 보유하던 전환사채도 사야 했죠. 총 309억원어치인데, 포비스티앤씨가 97억원, 디모아가 142억원, 미래산업이 70억원을 추가로 부담합니다.
구주 매입에 746억원에 전환사채 97억원까지, 포비스티앤씨에게 필요한 자금은 843억원에 달합니다. 6월말 현재 240억원의 현금유동성을 보유한 포비스티앤씨로서는 있는 돈 없는 돈을 다 긁어 모아도 모자랐을 겁니다. 보유 현금을 전부 소진했을 리도 없지만, 설사 그렇다고 해도 약 150억원 정도가 더 필요합니다. 추가로 자금을 조달한 흔적을 공시에서는 찾을 수가 없네요.
아무리 계산을 해 봐도 모자랐을 것이 분명한데, 포비스티앤씨는 아이오케이컴퍼니 인수자금에 보태려고 발행한 100억원의 전환사채를 불과 5일 만인 9월29일 전액 상환합니다. 3년 만기로 발행을 전환사채를 인수자인 우리들휴브레인과 협의해 갚았다는 군요.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게 전환사채 인수자인 우리들휴브레인입니다. 이 회사 최대 주주는 그린러스크투자조합과 그 특수관계자인 스노우월드투자조합인데요. 그린러스크투자조합의 출자자는 W홀딩컴퍼니, 아이오케이컴퍼니, 초록뱀 등 3인으로 구성이 되어 있었고 스노우월드투자조합의 최대 출자자도 아이오케이컴퍼니(54.28%)였습니다. 아마 이 투자조합의 다른 출자자 역시 W홀딩컴퍼니와 초록뱀이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분율이 그걸 암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들휴브레인은 다름 아닌 매도자측이었다는 겁니다. 매도자측인 W홀딩컴퍼니가 포비스티앤씨의 아이오케이컴퍼니 인수자금 중 100억원을 빌려주었다는 뜻이죠. 파는 사람이 돈을 빌려줘 자신의 지분을 사도록 도운 셈이죠.
우리들휴브레인은 예전 이름이 우리들생명과학인데, 의료기기 업체입니다. 그러나 실상은 대부업체에 가깝습니다. 의료기기 팔아 돈을 버는 게 아니라 다른 회사 전환사채 등에 투자하는 게 실적에서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하거든요.
지난해 상반기 8억원의 영업손실과 30억원의 세전순손실을 기록했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9억원의 영업손실과 28억원의 세전순이익을 냈죠. 사실상 금융수익과 금융비용에 의해 이익과 손실이 결정되었습니다. 올해 상반기 금융수익이 매출액(32억원)보다 많은 53억원에 달하고 지난해 상반기 금융비용은 매출액(50억원)의 절반인 25억원에 이릅니다.
우리들휴브레인은 수시로 전환사채를 발행해 타 회사 전환사채 등 유가증권을 삽니다. 그런데 우리들휴브레인의 전환사채를 인수하는 곳이 대부분 W홀딩컴퍼니 관련 회사들이거나 이 회사들이 출자한 투자조합들입니다. 이 정도로만 설명하고 자세한 것은 다음에 별도의 글로 알아보도록 하죠.
자, 포비스티앤씨는 대체 무슨 돈으로 우리들휴브레인의 전환사채를 상환한 것일까요? 우리들휴브레인은 불과 5일 만에 상환을 받을 전환사채를 왜 인수했던 것일까요?
몇 가지 시나리오를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로 포비스티앤씨에 예기치 않게 갑자기 100억원 이상의 거금이 생긴 겁니다. 증자나 차입을 했다면 공시를 하지 않았을 수 없으니 경우의 수에서 제외됩니다.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무상 증여를 받거나 길을 가다 줍지는 않았겠죠.
회사 내부에서 생긴 겁니다. 보유 자산을 팔았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포비스티앤씨에게는 100억원 이상 받을 만한 자산이 별로 보이지 않고, 설사 유형자산 등을 처분했다면 이 역시 공시를 했어야 합니다.
새로 생긴 자산이 있죠? 바로 아이오케이컴퍼니의 구주와 함께 인수한 전환사채 97억원입니다. 금액도 얼추 비슷합니다. 그런데 이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아이오케이컴퍼니 전환사채를 팔았다면, 이 역시 주식의 보유 현황을 공시해야 합니다. 주식 보유 현황은 주식 외에도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 등 잠재 주식의 현황도 보고해야 하니까요.
생각할 수 있는 하나의 경우가 더 있습니다. 바로 아이오케이컴퍼니가 보유한 현금이죠. 아이오케이컴퍼니를 인수한 포비스티앤씨가 아이오케이컴퍼니가 보유한 현금으로 우리들휴브레인에게 발행한 전환사채를 상환했을 가능성을 열어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이오케이컴퍼니는 지난 6월말 현재 464억원의 유동자산 중 285억원을 현금으로 갖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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