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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영식회장이 아이오케이컴퍼니 매각을 결정한 것은 의외입니다. W홀딩컴퍼니에서 아이오케이컴퍼니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컸거든요. 원영식씨가 진행하는 수많은 인수합병거래는 아이오케이컴퍼니와 초록뱀을 두 축으로 이루어져 왔습니다. 더 정확히는 아이오케이컴퍼니와 초록뱀 아래 여러 투자조합들을 통해 기업을 사고팔죠.
원영식씨 일가는 오션인더블유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고, 오션인더블유는 지주회사인 W홀딩컴퍼니를 지배하는 역할에 그칩니다. 독자적으로 거느린 투자조합은 이노컴트리 하나 뿐입니다. 사실상 모든 M&A거래는 W홀딩컴퍼니와 아이오케이컴퍼니, 그리고 초록뱀에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W홀딩컴퍼니가 100% 지분을 가진 더블유투자금융은 아이오케이컴퍼니와 초록뱀 등이 진행하는 거래에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죠.
아이오케이컴퍼니와 초록뱀 둘 다 그룹의 중추에 해당하지만 둘 중 좀더 중요한 회사라면 아이오케이컴퍼니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초록뱀 아래에는 투자조합 외에 특별한 계열사를 찾기 어렵지만, 아이오케이컴퍼니에는 ICT기업인 포인트아이, 외식업체 인더스카이팜과 아이오케이푸드 등 투자조합이 아닌 자회사들이 있습니다. W홀딩컴퍼니의 사업확장이 아이오케이컴퍼니를 통했다는 겁니다. 엄밀히 말하면 포인트아이는 아이오케이컴퍼니의 전신이기는 하지만요.
아이오케이컴퍼니와 초록뱀은 둘 다 엔터테인먼트 회사지요. 두 회사가 모두 투자의 중요한 창구이지만, 본업 역시 충분히 존재감이 있는 회사입니다. 특히 아이오케이컴퍼니에는 고현정, 조인성, 장윤정, 이영자, 김숙, 문희준, 장혜진, 진기주 등 약 40여명의 국내 최고 수준의 연기자, 예능인, 가수 등이 포진해 있죠.
엔터테인먼트 사업만 따지면 초록뱀이 크죠. 전체 매출이나 자산도 더 많습니다. 방송프로그램 제작사업 때문이죠. 이 사업 부문에서 대부분의 매출이 발생하고, 자산도 대부분 이 쪽에 있습니다. 매니지먼트가 주업인 아이오케이에 비해 매출이나 자산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오케이컴퍼니는 외식업을 하면서 지난해부터 매출이 급성장해 초록뱀을 따라잡았고, 아마도 코로나19의 영향이 있겠지만, 상반기 매출에서 큰 폭으로 추월했습니다. 초록뱀의 매출은 역성장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초록뱀과 아이오케이컴퍼니의 사업영역이 겹쳐서 하나를 팔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초록뱀은 프로그램 제작이고, 아이오케이컴퍼니는 매니지먼트가 주업이죠. 아이오케이컴퍼니가 결손법인(6월말 현재 245억원 결손)이라 손절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아이오케이컴퍼니는 2017년 빌리프엔터테인먼트, 2018년 티엔네이션 인수로 매니지먼트 사업을 키워왔고, 2018년 더스카이팜 인수에 이어 지난해 말 ㈜후라이드참잘하는집을 인수해 더스카이팜에 합병시키기 까지 했습니다. 아주 적극적으로 회사를 키우고 있었다고 봐야겠죠.
게다가 원영식씨 일가는 아이오케이컴퍼니 지분을 직접 보유하고 있습니다. W홀딩컴퍼니가 단독 최대 주주인 초록뱀과 달리, 원영식씨 일가의 지분이 6월말 현재 13.23%(원성준 6.41%)가 있습니다. 원성준씨가 100% 지분을 보유한 ㈜밸류애드파트너스가 가진 주식을 더하면, 원성준씨 혼자만의 지분율이 13%대에 달하죠.
원 회장이 큰 돈을 번 건 아이오케이컴퍼니와 초록뱀이 많은 이익을 내서가 아닙니다. 그 아래 줄줄이 달려 있는 투자조합을 통해 돈을 번 것이죠. 투자조합에 직·간접적으로 출자해 인수합병 거래를 하면서 큰 수익을 낸 겁니다. 조합의 수익은 조합원에게 최종적으로 배분되게 되니, 투자를 통해 수익을 내도 아이오케이컴퍼니나 초록뱀의 이익으로 잡힐 건 거의 없죠. 출자를 한 원영식씨 일가나, W홀딩컴퍼니에 귀속됩니다.
돈을 버는 관점에서 보자면, 원영식씨 입장에서 아이오케이컴퍼니나 초록뱀은 사업회사로서 보다는 투자회사에 더 가까웠을 겁니다. 그러니 아이오케이컴퍼니 매각은 원영식씨의 투자 축소로 읽힙니다.물론 아이오케이컴퍼니 아래 투자조합들을 전부 초록뱀으로 옮길 수도 있고, 초록뱀 하나 만으로도 충분히 예전 못지않은 왕성한 투자를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상장사 둘이 하던 자금조달을 상장사 하나로 줄여서 한다면 아무래도 무리가 따를 것입니다. 특히 아이오케이컴퍼니와 그 투자조합, 초록뱀과 그 투자조합들 사이에는 서로 지분을 주고 받은 사례가 많이 있습니다. 적은 돈으로 두 배의 효과를 누릴 수 있죠. 둘 중 하나를 팔면, 그 자금 활용의 효율을 포기하는 겁니다.
혹시 원영식씨가 투자업계에서 서서히 손을 떼려는 건 아닐까요? 만약 그렇다면 그 계기가 될 만한 게 있긴 합니다. 바로 홈캐스트 사건이죠. 황우석 박사가 대표이사로 있는 에이치바이온과 공동으로 줄기세포 사업을 한다는 허위 공시를 활용해 주가를 조작한 사건이죠. 홈캐스트에 투자자로 참여한 원영식씨는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가 대법원까지 가서 올해 4월 최종적으로 무죄 판정을 받았습니다. 옥고를 치를 뻔 했죠.
비록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받았을 겁니다. 투자 뿐 아니라 인생에 대한 회의도 많았겠지요? 아이오케이컴퍼니 매각이 8월에 이루어졌지만 사실상 원영식씨가 무죄 판결을 받은 직후에 매각작업이 시작됐다고 봐야 합니다. 아무래도 두 사건이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게 있습니다. W홀딩컴퍼니의 지배회사이자, 원영식씨의 가족회사인 오션인더블유는 물론이고, 인수합병 거래에 참여한 투자조합들에 아버지 원영식씨가 아니라 아들 원성준씨가 최대 주주로 등장하는 일이 많습니다. 오션인더블유는 원성준씨가 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밸류애드파트너스는 원성준씨 지분율이 100%이고, 그 외 다른 투자조합들도 대표이사를 원영식씨가 맡더라도 출자는 아들 원성준씨 이름으로 하고 있습니다.
일은 아버지가 하지만, 그로 인해 발생한 소득은 원성준씨에게 귀속되는 겁니다. 아이오케이컴퍼니 매각만 해도 개인으로서 가장 많은 소득을 챙긴 이는 원성준씨죠. 원영식씨가 감옥까지 갈 뻔 하면서 돈을 버는 이유가, 자신의 부를 키우거나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것 보다는 아들 원성준씨의 재산 형성에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자신의 이름으로 부를 축적했다가 아들에게 물려주면 세율 높은 상속·증여세를 피할 수 없죠. 원성준씨 이름으로 올린 수익은 그 부담에서 자유롭습니다. 아버지 원영식은 아들 원성준에게 그런 식으로 엄청난 부를 만들어 주었을 테고, 홈캐스트 사건 이후 '이 정도면 할 만큼 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 만의 뇌피셜인지 모르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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