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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케이컴퍼니에는 몇 개의 사업 자회사와 여러 개의 투자 자회사(투자조합)들이 있습니다. 포비스티앤씨가 아이오케이컴퍼니를 인수한 가격 850억원에 모든 자회사의 가치가 모두 반영되어 있을 테지만, 자회사들이 하는 사업을 그대로 끌고 갈 생각은 아니겠죠.
투자조합들의 경우, 아이오케이컴퍼니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출자자가 따로 있게 마련이고, 투자를 완료한 후에는 잔여재산을 배분하고 청산할 테니 계속회사로서의 가치를 인정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투자조합이야 새로 만들면 그만이잖아요. 투자조합의 가치는 딱 아이오케이컴퍼니의 지분 만큼이겠죠.
반대로 아이오케이컴퍼니를 매각한 W홀딩컴퍼니 입장에서는 계속 가져갈 투자조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출자자가 원영식씨 일가라든지, 투자를 한창 진행중인 조합이고, 조합이 보유한 주식 등을 출자자에게 배분하기 곤란한 상황이라면, 아이오케이컴퍼니 아래 있던 조합을 초록뱀이라든지, W홀딩컴퍼니 아래로 옮겨 놓을 필요가 있을 겁니다.
사업 자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원영식씨와 W홀딩컴퍼니 입장에서는 사업 확장과 투자의 축으로 이용하던 아이오케이컴퍼니를 매각했지만, 그 아래 있던 자산들의 처분은 또 다른 문제라는 겁니다. 어쩌면, 이 자산들의 처리 행방에 아이오케이컴퍼니를 매각한 진짜 이유가 숨어있을 지도 모릅니다.
일례로 아이오케이컴퍼니가 지난해 취득한 ㈜비덴트 전환사채가 있습니다. W홀딩컴퍼니와 포비스티앤씨는 비덴트 전환사채의 처리에 대해 협의를 했을 겁니다. 이 전환사채를 전환하면 단박에 비덴트의 최대 주주에 오를 수 있으니 중요한 문제지요. 아이오케이컴퍼니에 남겨 둘지, W홀딩컴퍼니측이 가져갈지 말이죠. 비덴트 전환사채의 처리는 곧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 대한 투자를 결정하는 문제이기도 하고요. 전환사채를 두고 가면, 포비스티앤씨가 빗썸에 관심이 있는 것이고, 그 반대라면 W홀딩컴퍼니가 빗썸에 관심이 있는 것이겠죠.
가장 큰 건 외식업을 하는 ㈜더스카이팜입니다. 아이오케이컴퍼니의 최근 몇 년 간 연결기준 매출이 크게 늘어나게 한 자회사지요. 아이오케이컴퍼니가 53.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죠.
아이오케이컴퍼니 매출도 매년 증가를 해 왔지만, 더스카이팜이 더해지면서 매출이 초록뱀을 넘어서게 됐고, 매출의 안정성도 높아졌죠.
특히 올해 상반기에 아이오케이컴퍼니 연결 매출액이 37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202억원에서 껑충 뛰었는데, 여기에는 더스카이팜과 합병한 ㈜후라이드참잘하는집의 효과가 있습니다. 치킨 가맹점 사업을 하는 ㈜후라이드참잘하는집은 2018년 연간 매출이 238억원에 달하고 영업이익도 10억원 이상 난 곳입니다. 올해 상반기 예년 만큼 매출이 발생했다고 가정해도 아이오케이컴퍼니가 매니지먼트업으로 올린 매출 110억원을 넘어서죠. 아이오케이컴퍼니 자체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만 못합니다.
원영식씨는 아이오케이컴퍼니를 매각한 직후인 8월14일 더스카이팜 지분을 초록뱀을 통해 138억원에 사옵니다. 초록뱀이 일반공모로 단행한 427억원의 유상증자 대금이 납입된 사흘 뒤의 일입니다. 당연히 더스카이팜 지분 인수를 염두에 둔 유상증자였겠지요. 포비스티앤씨 입장에서도 외식사업에 별 관심이 없다면 더스카이팜 지분 보다는 현금 138억원이 이는 아이오케이컴퍼니가 낫겠죠. 비상장사 지분보다야 현금이 활용도가 높을 테니까요.
㈜후라이드참잘하는집의 양수도 거래는 원영식씨가 돈을 덜 들이고 기업을 인수하는 방법 하나를 알려 줍니다. 아이오케이컴퍼니는 ㈜후라이드참잘하는집의 지분 30%을 59억3000만원에 사왔습니다. 우호적 투자자가 인수한 지분을 더하면 79%를 인수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현금을 거의 쓰지 않았죠. 50억원을 전환사채를 발행해 지급하고, 9억2720만원만 현금으로 줍니다. 50억원의 전환사채는 아이오케이컴퍼니 지분의 5.42%에 해당하는 물량이었습니다. ㈜후라이드참잘하는집의 전 주인은 은현장씨인데, 은현장씨는 ㈜후라이드참잘하는집의 소유권을 넘겨 주는 대신에 아이오케이켐퍼니 지분 5% 이상을 가져간 겁니다. 말하자면 사업파트너가 된 것이죠.
그런데 아이오케이컴퍼니의 주인이 바뀌고, 더스카이팜의 모회사는 초록뱀으로 바뀌었네요. ㈜후라이드참잘하는집의 은현장 대표가 받은 아이오케이컴퍼니 전환사채 약 50억원이 문제가 됩니다. 은현장 대표와 사업파트너를 하기로 한 건 외식사업 때문이었을 테니까요. 결국 아이오케이컴퍼니는 지난 9월 은현장 대표가 보유한 전환사채 약 50억원을 조기 상환합니다. 아이오케이컴퍼니 대신 초록뱀 지분으로 바꿔 줄 만도 한데, 그런 조치는 아직 보이지 않는군요.
아이오케이컴퍼니 매각은 어쩌면 올해 초에 예정되었던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W홀딩컴퍼니 계열과 아이오케이컴퍼니의 연결 고리를 끊는 거래가 연초부터 나타나거든요. 아이오케이컴퍼니와 초록뱀은 서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아이오케이컴퍼니가 초록뱀 지분 10.6%를 갖고 있었고, 초록뱀은 솔투자조합의 조합원으로 1.65%의 아이오케이컴퍼니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죠. 그리고 초록뱀은 아이오케이컴퍼니 지분 6.47%에 해당하는 전환사채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2월에 아이오케이컴퍼니가 보유하던 초록뱀 지분을 전량 장내 매도합니다. 1230만여 주중 673만주는 평균 1337원에, 나머지 557만여주는 1500원에 내다 팝니다. 이 지분은 단순 투자 목적이 아니라 경영에 참여할 목적으로 보유하던 겁니다. 지분율도 10%가 넘잖아요.
초록뱀은 아이오케이 지분을 여전히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포비스티앤씨에 넘기지는 않았습니다. 전환사채 보유 물량은 이미 살펴본 것처럼 전환가격에 포비스티앤씨로 팔았죠. 두 회사간 연결 고리는 확실하게 분리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원영식씨가 주가조작 사건에서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은 게 4월인데, 그보다 두 달이나 빠른 시점입니다. 아이오케이컴퍼니가 ㈜후라이드참잘하는집을 인수한 지 석 달이 지난 시점이고요.
지난 편에서 아이오케이컴퍼니 매각이 혹시 원영식씨가 투자업에서 서서히 발을 빼기 위한 것 아닐까 하는 가설을 제시했습니다. 오늘 또 다른 가설을 추가해야 할 것 같군요. 원영식씨가 아이오케이컴퍼니와 초록뱀 중에서 초록뱀을 선택한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일종의 선택과 집중이라고 할 수도 있고, 초록뱀 살리기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네요.
W홀딩컴퍼니가 아이오케이컴퍼니를 중심으로 사업 확장을 해 왔지만, 본업만 놓고 보면 아무래도 초록뱀에 무게를 실을 수 밖에 없습니다. 자산규모에서 아이오케이컴퍼니를 압도할 뿐만 아니라 주업인 방송프로그램사업부문의 연간 매출이 지난해까지만 해도 아이오케이컴퍼니의 매니지먼트사업의 1.5배에 달하죠.
그런데 최근 실적이 하향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변동성이 크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개별 매출이 264억원(2017년)-457억원(2018년)-363억원(2019년)일 정도로 들쭉날쭉한 거죠. 올해 상반기 매출(93억원)은 100억원을 밑돌았습니다. 게다가 적자를 보고 있는 형편입니다.
본업의 매출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적다면, 쿠션 역할을 할 다른 사업을 붙여 매출의 변동성을 줄일 수 있습니다. 아이오케이컴퍼니에 외식업이라는 훌륭한 쿠션이 있죠. 물론, 외식업을 영업양수도 방식으로 초록뱀에 넘기는 방법도 있었을 겁니다. 원영식씨는 아이오케이컴퍼니 지분을 파는 방식을 선택했죠. 계열사 간 영업양수도로 거래를 할 경우 아이오케이컴퍼니가 초록뱀과 같은 신세가 될 것을 우려했을 수도 있고, 매니지먼트 사업에 어떤 회의를 느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아이오케이컴퍼니 매각으로 초록뱀은 외식업이라는 든든한 수익원을 챙겼고, 원영식 회장 일가는 거액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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