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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유통업체에게 2020년은 악몽과도 같을 것입니다. 쿠팡을 위시한 온라인 쇼핑업체의 약진으로 한창 수세에 몰려 있던 판에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시행되면서 고객의 발걸음이 더욱 뜸해졌을 테니까요.


특히 ㈜신세계는 전자상거래를 담당하던 신세계몰을 떼내 이마트몰에 흡수시켰고, 그렇게 탄생한 SSG.com(이하 쓱닷컴)은 이마트 계열이 되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쇼핑의 패러다임이 온라인으로 완전히 넘어가고 말았으니 신세계는 그 삭풍을 맨몸으로 맞아야 하는 입장입니다.


신세계 계열에는 중심이 되는 백화점의 신세계, 광주신세계, 대구신세계, 인천신세계, 패션 및 라이프스타일을 담당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과 톰보이, 관광호텔업의 신세계센트럴시티, 여객운송업인 서울고속터미널, 면세점의 신세계디에프, 가구소매업의 까사미아, 미디어콘텐츠업의 마인드마크 등이 있습니다. 자잘한(?) 카사미아와 마인드마크 등을 빼면 덩치가 큰 계열사들이 전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는 업종입니다.



신세계는 코로나19의 해인 2020년을 어떻게 견뎌내고 있을까요. 국내 여러 유통그룹 중에서 혁신과 도전으로는 으뜸이라고 할 수 있는 신세계니까 '다른 곳보다는 잘 이겨내고 있겠지'라는 은근한 기대를 갖습니다.


가장 관심을 갖게 하는 건 역시 백화점입니다. 신세계 계열의 핵심이지요. 백화점은 단순한 판매시설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 안에는 식당가, 극장, 문화센터는 물론 각종 생활 문화 강좌가 열리는 등 소비 문화의 유행을 주도하죠. 최근 늘어나고 있는 복합쇼핑몰의 경우 그 경향이 더욱 뚜렷합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이 고객의 내점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을 직접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의외로 선전하고 있습니다. ㈜신세계의 개별 매출은 1년 전과 비교해 1분기에는 88%에 그쳤지만, 코로나19 충격이 가장 심했던 2분기에는 96%, 3분기에 94%까지 올라왔습니다. 영업이익은 감소폭이 훨씬 큽니다. 1분기와 2분기에 1년 전에 비해 42%와 44%로 줄었고. 3분기에는 다소 회복돼 56%를 기록했네요.


백화점의 매출 동향은 손익계산서의 수치보다 총매출로 보는 게 맞을 수도 있습니다. 손익계산서 매출에는 거래액과 수수료가 섞여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백화점은 입점업체의 판매액에 연동한 수수료가 주수입원입니다. 수수료를 제하기 이전 거래액으로 하면 매출 감소 폭은 더 줄어듭니다. 3분기의 경우 9204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3.5% 적습니다.



매출은 1분기 크게 줄어든 이후 회복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3분기에는 8월에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매출이 감소했지만, 9월13일까지 한달 가까이 이어지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완화되면서 백화점들이 숨통을 텄죠.


매출에 비해 영업이익의 감소가 두드러진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입지산업의 특성상 인건비와감가상각비 등 고정비가 상당할 테니까요. 매출 감소는 이익의 큰 폭 감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3분기 회복을 주도한 품목이 흥미롭습니다. 명품과 가전이 전분기에 비해 각각 35%, 27% 늘었습니다. 6개월 여를 눌렸던 소비가 명품에서 터졌네요. 아마도 온라인쇼핑업체들의 공세가 강해지면서 백화점업계가 부유층과 명품 중심의 포트폴리오로 매장을 확 바꾼 것이 한 몫 했을 겁니다.


신세계의 백화점시장 점유율은 올 들어 상승 추세에 있습니다. 지난해 2분기와 3분기 22%에서 올해 2분기에는 24%, 3분기에는 25%로 올라갔습니다. 경쟁사들에 비해 공격적인 영업망 확대가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졌겠죠. 강남점의 증축, 센텀시티몰, 김해점, 하남점, 대구점의 오픈 등 대표적인 경쟁사인 롯데나 현대에 비해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코로나19를 잘 헤쳐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계열 전체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연결 기준으로 본 실적은 코로나19에 할퀸 상처가 꽤 큰 편입니다. 해외 여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면세점이 개점휴업 상태였을 테니 무리도 아닙니다.


연결 기준 신세계 매출은 1년 전의 70%대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3분기에는 1조2144억원으로1년 전의 74%를 기록했군요. 영업이익은 2분기에 기록한 431억원의 순손실을 극복하지 못하고 3분기까지도 누적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역시 면세점이 문젭니다. 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로 3분기에 44.4% 감소했고 올 초부터 누계로는 45.3% 줄었습니다. 거의 반 토막 수준이죠. 3분기만 놓고 보면 시내면세점이 전년 동기 25% 줄고, 공항점은 무려 89% 감소했습니다.


호텔업을 하는 센트럴시티가 누계로 17.7% 감소했는데, 이 정도면 그나마 선방한 게 아닌가 싶네요. 다른 계열사들도 지난해보다 매출과 이익이 모두 감소했습니다. 다만 대구신세계의 경우에는 3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나은 실적을 보였군요.



영업적자의 대부분도 역시 면세점에서 발생합니다. 신세계디에프가 지난해 3분기까지 40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는데, 올 들어서는 899억원의 적자를 보이고 있습니다. 3분기에도 20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죠.


그나마 3분기에는 상황이 나아진 겁니다. 중국의 중추절, 국경절 연휴(10/1~8일)와 정부의 공항점 영업료율 적용 정책 덕을 좀 봤습니다. 공항점의 매출이 2분기에 비해 43%나 증가했고, 시내점도 17% 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