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의 기사는 작성 후 최소 1주일 경과된 시점에 무료 공개되고 있음에 유의 하시기 바랍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원래 한 몸이어야 당연할 생산부서와 판매부서를 억지로 별개 회사로 떼어 놓은 두 기업의 이야기는 이미 지난해 5월('셀트리온, 다시 의심의 대상이 되다')과 9월(셀트리온 형제 반기실적 리뷰) 두 번의 시리즈를 통해 자세히 다루었습니다. 언젠가는 불가피한 두 기업의 합병의 최대 걸림돌은 법률도 아니고 세무도 아닌, 합계 70조원(12월 5일 현재 셀트리온 53조원, 셀트리온헬스케어 22조원)이 넘는 시가총액에 합당한 '실적'이라는 점도 밝힌 바 있습니다.


다시 셀트리온 형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올해 3분기 실적이 공시되자 여러 매체에서 문의가 오더군요. 지난 9월25일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3사의 합병이 공식화된 터라 언론과 대중의 관심이 커졌나 봅니다.


특별해 새로울 건 없습니다. 처음 시리즈를 쓸 때보다 시가총액이 훨씬 더 커졌고, 서정진 회장은 램시마 트룩시마 허쥬마가 아닌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연일 이슈화하는 데 매진하고 있는 정도지요. 코로나19의 시기에 주가가 폭등한 것도 치료제 개발의 국내 선두주자로 인식되었던 영향이 적지 않을 겁니다. 이미 글로벌 제약사들이 백신을 개발해 유통을 앞둔 마당에 치료제 개발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는 알 수 없지만 말입니다. 지금까지의 셀트리온 행보가 거의 기적과 같음을 부인할 수 없으니, 코로나19 치료제가 또 한 번의 기적을 만들어 낼 지도 모르죠.


셀트리온이 다시 이슈가 된 건 역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역대급 매출과 셀트리온 매출채권의 급증 때문일 겁니다. 셀트리온이 생산한 의약품은 대부분 해외 판매에 대한 독점권을 갖고 있는 셀트리온헬스케어에 팔립니다. 셀트리온의 매출채권이 증가했다는 건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대한 외상 판매가 늘었다는 걸 의미하죠.



기업의 실체는 딴 몸으로 분리되어 있지만,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독점 판매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두 회사는 하나의 운명 공동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고, 몸체와 팔·다리의 관계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합병이 불가피한 것이고, 그래서 셀트리온의 매출채권 급증을 주목해야 하는 것이죠.


앞선 시리즈를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두 회사 사이의 매출·매입 거래는 구매처인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필요에 의해서 그 규모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양사의 계약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팔 수 있는 만큼 사는 게 아니라, 양 사의 실적을 관리하고 조율하고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결정된다고 보는 게 오히려 맞을 겁니다.


'셀트리온 형제 반기실적 리뷰' 시리즈를 통해서는 셀트리온의 실적을 위해 밀어내기 식으로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넘기는 외상매출을 의도적으로 줄이는 것 같다는 생각을 전한 바 있습니다. 셀트리온에 집중되던 실적 관리가 셀트리온헬스케어로 중심이동을 하는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었죠.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합병에 이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포석이 아닐 수 없습니다.


9월말 셀트리온의 매출채권이 무려 4628억원이나 늘었습니다. 지난해 말에 비해 68% 증가한 것이죠. 셀트리온제약이 담당하는 국내 매출의 비중이 크지 않음을 감안하면 거의 전부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대한 외상매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실적 부풀리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 하죠.


게다가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재고자산도 늘었습니다. '셀트리온이 외상으로 팔아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재고로 쌓아둔다'는 게 실적 부풀리기의 핵심 논리인데, 그 의심의 논리가 완성되는 것이죠.


셀트리온의 매출채권은 개별 재무상태표로 봐야 하지만,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재고자산은 연결 재무상태표를 봐야 합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해외 판매 자회사들의 재고 역시 외부로 매출되지 않은 셀트리온의 의약품이니까요. 셀트리온헬스케어만의 재고자산은 지난해말 약 1조3000억원에서 올해 9월 1조1000억원대 초로 줄었지만, 해외 자회사가 쌓아 둔 재고자산까지 하면 1조6000억원대에서 1조9000억원대로 약 3000억원이 늘었습니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셀트리온의 매출채권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재고자산이 동시에 늘었다는 것이 의심의 시작일 수는 있지만 '실적 부풀리기'의 확신이 될 수는 없습니다. 셀트리온의 밀어내기식 매출 뿐 아니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외부 매출 또한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셀트리온의 매출채권보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재고자산이 덜 늘었거든요.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전보다 더 많이 팔 수 있게 돼서 셀트리온의 의약품을 더 많이 사오게 되었다고 충분히 항변할 수 있습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매출이 늘지 않으면 서정진 회장이 아무리 강심장이라고 해도 셀트리온의 매출 밀어내기를 늘려 갈 수 없습니다. 셀트리온이 계속 생산하려면 현금이 들어와야 하는데,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매출을 늘리지 못하면 셀트리온에 현금 결제를 할 수 없게 되고, 결국 외부차입이나 유상증자로 그 돈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렇게 지속적으로 외부자금을 쓰게 되면 재무구조는 나빠질 것이고 주가는 희석되겠죠. 투자자들의 의심과 불만과 걱정은 갈수록 커질 겁니다. 유동성 위기로 가는 외통수에 걸리고 맙니다.


셀트리온의 올해 9월까지 매출은 이미 지난해 연간 매출을 넘은 1조2406억원에 달합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0% 가량 급증했죠. 하지만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대한 매출이 거의 전부이기에 의미는 반감됩니다.


셀트리온의 이익과 현금흐름 사이에는 괴리가 생겼습니다. 9월까지 영업이익은 역대 최고인 5500억원을 찍었지만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508억원에 그치죠. 의약품 생산을 위한 원재료 등의 재고를 더 많이 늘린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외상 판매를 크게 늘렸지만, 외상 대금 결제를 충분히 받지는 못했다는 걸 의미합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셀트리온의 매출채권이 올해 매출의 80~90%에 이른다고 비판하지만 양 사의 관계로 볼 때 그런 지적은 별로 의미가 없습니다.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의약품을 잘 팔아서 셀트리온에 꼬박 꼬박 결제를 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죠. 핵심은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매출에 있습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매출은 놀랍게도 지난해 같은 기간 6365억원에서 올해 9월까지 1조2373억원으로 두 배 가량 늘었습니다. 처음으로 연간 매출 1조원을 넘어선 것은 덤이죠. 2조원에 육박하는 재고자산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수준인지는 평가하기 어렵지만, 셀트리온 의약품의 글로벌 매출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것만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이상하지 않나요.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역대 최고의 매출, 그것도 지난해보다 두 배나 빠른 속도로 매출을 일으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셀트리온에 진 외상을 제대로 갚지 못하고 있는 걸까요?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의 해답은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매출채권에 있습니다. 셀트리온의 매출채권은 올들어 2300억원 가량 늘었습니다. 좀처럼 늘지 않던 외상값이 갑자기 크게 늘었죠. 셀트리온과 마찬가지로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외부 매출에 외상이 늘고 있는 겁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올들어 6000억원 가량 매출이 늘었는데, 늘어난 매출채권이 3분의 1이 좀 넘습니다. 지난해까지 판 건 중에서 회수된 것이 있을 테니 실제 외상 판매는 훨씬 더 많겠죠. 상당 부분 외상으로 매출을 늘린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올들어 셀트리온에서 약 5600억원의 의약품을 매입했습니다. 매입채무는 약 4500억원 늘었죠. 현금 결제한 매입채무가 약 1000억원 정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외상 값을 받지 못한 셀트리온의 현금흐름이 좋을 수 없죠.


외상값을 갚지 못한 이유는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현금흐름이 좋지 않기 때문이죠. 매출채권이 2000억원 이상 늘고 재고자산이 3000억원 가량 늘었으니 5000억원 이상의 현금이 잠겨 버렸습니다. 역대 최대 매출로 영업이익은 2700억원에 달하지만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160억원으로 여전히 현금 적자를 면치 못했습니다. 그나마 셀트리온에 대한 외상값을 미뤄서 현금 적자의 규모를 낮춘 겁니다.



하지만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매출 급증을 무시하기는 어렵습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해외 제약회사들과 계약을 맺어 의약품을 공급하는데, 해외 제약사들이 매입을 대폭 늘렸다는 뜻이 되니까요. 다만 여기에도 해외 제약회사들에 대해 인센티브와 매입할인 등의 대가는 물론 램시마 등의 의약품 가격이 하락할 경우 사후 정산을 해야 하는 약정이 존재하는 함정이 있기는 합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매출 급증은 당연히 청신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셀트리온에도 셀트리온헬스케어에도 매출 급증에 부합하는 현금흐름이 창출되고 있지 못한 게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이제는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매출 증가 뿐 아니라 매출채권의 원활한 회수 여부로 이슈의 중심이 확장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