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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년 전에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한 회사라고 가정하고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 등의 재무제표를 만드는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셀트리온제약을 빼놓았는데, 이미 3사 합병이 공식화되었으니 이번에는 3사가 이미 한 회사라고 가정하고 올해 실적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가늠해 보기로 하죠.


활용가능한 정보가 그리 많지 않아 완전한 재무제표를 작성하기는 어렵고요. 올해 3분기까지 경영실적의 윤곽 정도를 훔쳐 보는 것으로 만족하겠습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을 원하신다면 부족하나마 1년 전의 시리즈(셀트리온 형제 반기실적 리뷰)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3사가 한 몸이라고 가정한다는 것은 결국 3사의 합병 재무제표를 만드는 것과 다름 아닙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생산부서와 판매부서를 강제 분리한 셈이니, 3사를 합체한 가상의 회사는 '셀트리온 합체'라는 가칭을 쓰기로 하겠습니다.


셀트리온그룹의 지배구조는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서정진 회장이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 지분을 각각 95.51%와 100%를 보유하고 있고, 셀트리온홀딩스는 셀트리온을, 셀트리온은 셀트리온제약을 각각 계열사로 두고 있습니다.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는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최대주주로 만들어진 회사이고요.



셀트리온이 셀트리온제약의 과반이 넘는 지분을 보유하며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셀트리온의 연결 실적에는 셀트리온제약의 실적이 100% 포함되어 있습니다. 양사의 채권·채무 관계와 거래는 적절히 제거되었고요. 그러니까 셀트리온제약을 포함하고 있는 셀트리온의 연결 실적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실적(이것도 당연히 연결 실적)을 합하기만 하면, '셀트리온 합체'의 실적을 구할 수 있게 됩니다. 결국 셀트리온(연결)과 셀트리온헬스케어(연결)의 합병 재무제표를 만드는 것과 동일합니다. 도출되는 셀트리온 합체의 모든 수치는 오차가 있는 추정치 정도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단순화를 위해 셀트리온은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매출만 하고, 매입은 하지 않는 것으로 가정하겠습니다. 실제로도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에서 매입한 거래는 무시해도 좋을 정도로 미미합니다.


셀트리온 연결법인은 올해 3분기까지 1조350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7457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올해 매출 중 86%인 1조1622억원, 지난해 9월까지 매출 중 81%인 6032억원은 셀트리온헬스케어를 상대로 한 것이죠.



셀트리온 합체 매출에서 이 만큼은 차감됩니다. 두 회사를 한 몸으로 보니까, 자신이 자신 스스로를 상대로 매출을 한다는 건 성립이 되지 않아 무효가 됩니다. 셀트리온의 매출이 무효이니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매입도 무효가 됩니다.


셀트리온의 매출이 무효이니 매출원가도 의미를 잃고, 매출채권도 없습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매입이 무효이니 재고자산 가액을 다시 구해야 하고, 갚아야 할 매입채무도 없습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단순 합산 매출은 올해 3분기까지 2조591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5330억원에서 69% 증가했습니다. 셀트리온합체의 올해 3분기까지 매출은 1조4288억원으로 단순합산 매출의 55%로 줄어듭니다. 셀트리온(연결)이나 셀트리온헬스케어(연결)의 매출보다 약간 많은 정도입니다. 셀트리온합체가 지난해 3분기까지 올린 매출은 9298억원으로 단순합산 매출의 61% 수준입니다. 올 들어 매출이 59% 증가했군요.


셀트리온합체의 올해 매출이 단순합산 매출에서 감액되는 정도가 지난해보다 더 큰 이유는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에 팔았지만,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외부에 팔지 못하고 창고에 쌓아 둔 재고가 늘었기 때문이죠. 실제로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재고자산은 올 들어 3000억원 이상 증가했습니다.


이제 셀트리온합체의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이상 영업비용)를 추정해 영업이익(매출액-영업비용)이 얼마나 되는지 볼까요. 참고로 셀트리온의 올해 누적 영업이익은 5474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영업이익은 270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07%와 577%나 증가했습니다. 그야 말로 대박이 났습니다.


셀트리온합체의 판매관리비를 구하는 건 어렵지 않죠. 두 회사의 판매관리비를 그냥 더하면 됩니다. 서로 독립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이니까 합체를 한다고 해서 늘거나 줄지 않습니다. 문제는 셀트리온합체의 매출원가인데요. 셀트리온의 매출원가는 무효라고 했으니 무시하면 되는데, 그렇다고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매출원가를 쓸 수도 없습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매출원가(또는 재고자산)에는 셀트리온이 붙인 마진이 얹혀 있기 때문이죠.



가령, 셀트리온이 1000원을 들여 의약품 1000개를 제조해 그 중 500개를 셀트리온헬스케어에 1000원을 받고 팔았다고 하죠. 그리고 셀트리온헬스케어는 그 중 또 절반인 250개를 외부에 팔았습니다. 그런데 두 회사가 한 몸이라면 재고는 750개가 남고 매출원가는 250원이 되는 거지요.


여기에서는 셀트리온합체의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를 각각 구하지 않고 합해서 영업비용을 바로 구하도록 하겠습니다.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은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를 구분하는 실익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매출원가는 제조를 위해 투입된 전체 원가에서 재고가 늘어난 만큼 빼면 나옵니다. 당기에 1000원을 들여 의약품을 만들었는데, 재고가 750원만큼 늘었다면 매출원가는 250원이 됩니다.


같은 방식으로 셀트리온합체의 영업비용(매출원가+판매관리비)을 구할 수 있습니다. 일단,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각각 지출한 영업비용을 더한 다음에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의약품을 사오기 위해 지출한 매입액을 뺍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매입액은 셀트리온의 매출원가인데, 두 회사가 한 몸이 되니 무효인 숫자입니다.


다음으로, 늘어난 재고를 빼 주면 셀트리온의 영업비용이 나옵니다. 재고는 셀트리온에도 있고 셀트리온헬스케어에도 있죠. 어디에 있든 셀트리온합체의 재고입니다. 그런데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재고에는 셀트리온이 붙인 마진이 있으니 제거해야죠.


원가와 가격 정보를 모르면 정확한 매출 마진을 구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셀트리온(개별)의 매출원가율을 활용하면 비슷하게는 나오겠죠. 최근 5년간 셀트리온(개별)의 매출원가율은 37~43% 정도입니다. 올해 유난히 높지만 편의상 40%라고 하죠.



셀트리온은 올해 3분기까지 영업에 9041억원을 투입했습니다. 이중 1975억원이 판매관리비로 쓴 돈입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같은 기간에 1조2794억원을 썼습니다. 판매관리비로 1264억원이 들었습니다. 두 회사가 들인 돈은 총 2조1835억원(단순 합산)입니다만, 이 중에는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셀트리온에게서 의약품을 사오는 데 들어간 1조415억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중 계산한 셈이나 한번 빼야지요.그럼 실제로 셀트리온합체가 올해 3분기까지 투입한 원가는 1조1421억원이 됩니다.


양 사가 투입한 원가는 일부가 재고자산으로 남고, 나머지는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로 영업비용이 됩니다. 셀트리온의 재고자산은 1010억원 늘었습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재고는 3092억원 증가했는데 셀트리온의 마진을 빼면 1237억원 가량 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매출액에서 영업비용을 빼면 영업이익이 됩니다. 셀트리온합체의 올해 3분기까지 매출은 1조4288억원이었죠. 영업비용은 올해 투입한 원가 1조1421억원에서 늘어난 재고자산(셀트리온 1010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 약 1237억원)을 뺀 9174억원이고요. 그럼 셀트리온합체가 올해 3분기까기 올린 영업이익은 5114억원 정도가 되겠습니다.


셀트리온(연결)의 올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은 5474억원입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연결)은 2703억원이었죠. 양 사가 올린 영업이익을 합하면 8000억원을 넘어갑니다. 그런데 셀트리온합체의 영업이익은 두 회사의 영업이익을 단순합산한 것의 62% 정도 되는 군요.


동일한 방법으로 지난해 3분기까지 셀트리온합체의 투입액은 7364억원이 되고 재고자산에 배분된 원가를 제외한 영업비용은 6350억원입니다. 셀트리온합체가 지난해 3분기까지 올린 매출이 9298억원이니 영업이익은 2948억원이 되겠습니다.


셀트리온합체의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를 단순 합산한 것에 비해 크게 줄어드는 건 당연합니다. 셀트리온의 매출이 전적으로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죠. 두 회사를 하나로 본다면,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외부에 판매할 때까지 셀트리온의 매출이나 영업이익은 실현된 것이 아닙니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건 셀트리온합체의 매출과 영업이익 역시 크게 증가했다는 것이겠죠. 매출이 59%, 영업이익은 73%나 증가했습니다. 물론 정확한 수치는 아닙니다만,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하나의 실체로 보나 별개의 회사로 보나 실적이 크게 좋아진 것만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