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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윤 회장이 삼본전자를 인수할 당시에는 무자본 M&A 였습니다. 케이에이치블루홀딩스 컨소시엄은 결국 보유지분 거의 전부를 매각하고 엑시트를 했죠. 남은 지분이 약간 있기는 합니다만,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정도가 아니고, 잠깐 배상윤 회장의 클로이블루조합과 공동보유 계약을 맺기도 했지만, 지금은 해지된 상황입니다. 결국 재무적 투자자(FI)였던 셈이죠. FI들은 삼본전자의 주식을 담보로 외부 자금을 차입하고 전환사채를 발행해 인수자금을 마련했습니다.


삼본전자는 지난해(2019년) 1월 장원테크를 인수했는데, 전환사채와 유상증자로 자금을 조달했죠. 두 차례 전환사채 발행으로 400억원, 나비스피델리스2호(현 클로이블루조합) 대상 유상증자로 151억3800만원 등 총 551억3800만원을 조성했습니다. 그런데 장원테크 인수에 삼본전자가 쓴 돈은 182억원이었습니다. 장원테크를 인수하려고 그 많은 돈을 조달한 것은 아니라는 얘깁니다.


클로이블루조합은 삼본전자의 유상신주를 인수해 최대 주주에 오를 때 총 151억 3800만원의 출연금으로 조성되었습니다. 딱 신주 인수대금 만큼인데, 2개의 투자조합과 1개의 비상장회사가 출연을 했죠. 투자조합에 자금을 댄 게 누구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약 95억원 정도를 책임 진 프레스코2호조합의 전주(錢主)가 배상윤 회장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죠. 다만,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는 프레스코2호 조합을 통해 삼본전자를 지배하는 주체가 배상윤 회장입니다.



그런데, 약 36억원 정도를 제공한 ㈜에프에스플래닝이라는 회사는 놀랍게도 필룩스가 100% 자본을 출자해 2018년 1월에 설립한 자회사입니다. 삼본전자가 필룩스를 인수하기 전에, 배상윤 회장이 삼본전자를 인수하는데 필룩스가 동원된 겁니다.


에프에스플래닝은 5억원의 자본으로 설립되었는데, 첫해 대규모 적자가 나서 2018년말 자산이 1억8000만원에 불과했습니다. 나비스 피델리스2호조합에 출연한 36억원은 전액 필룩스가 단기대여한 겁니다. 정확히는 35억8800만원이었죠.


배상윤 회장이 케이에이치블루홀딩스 컨소시엄을 동원해 삼본전자를 인수한 게 2018년 8월이고, 나비스 피델리스2호조합(클로이블루조합)이 유상신주를 인수해 최대 주주에 오른 게 2019년 1월입니다. 같은 달 삼본전자가 장원테크를 인수하고, 한달 뒤 장원테크가 이엑스티를 사들입니다. 삼본전자가 필룩스를 인수한 건 2019년 6월이죠.


필룩스가 공식적으로 배상윤 회장의 지배 아래 놓이기 전에 배 회장의 삼본전자 인수를 도왔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요. 필룩스가 그 전부터 배 회장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었다는 거겠죠?


필룩스를 인수할 때까지 배상윤 회장이 클로이블루조합에 추가로 출연한 것도 없고, 삼본전자에도 물론 자본 투입을 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프레스코2호조합에 배상윤 회장 돈이 들어가지 않았다면, 배 회장은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상장사 4곳을 인수한 셈이 됩니다.


클로이블루조합은 조성 이후 1년 넘게 아무 움직임이 없다가 올해 4월 6일 처음으로 약간의 자금 집행에 나섭니다. 누군가에게서 2회차 전환사채 18억여원을 매입한 후 곧바로 주식으로 전환하죠. 2회차 전환사채는 원영식 회장 일가와 W홀딩컴퍼니 계열사들이 대거 나서서 인수했던 그 전환사채입니다.


200억원어치가 발행됐는데, 지금까지 176억원어치가 주식으로 전환되었습니다. 그 중 18억여원어치를 클로이블루조합이 매입해 주식으로 전환한 겁니다. 전환가액이 거의 하한선(최초 전환가액 2968원의 50%)인 1598원까지 낮아졌고, 주식전환일인 4월7일 주가가 전환가액보다 높았는데, 원 보유자는 자본이득을 챙길 기회를 포기하고 클로이블루조합에 넘겼더라고요. 싹수가 없다고 판단했던 걸까요….


그런데 전환사채를 매입한 18억원도 배 회장 돈이 아니었습니다. 클로이블루조합이 삼본전자 주식을 담보로 한국투자증권에서 전액을 차입한 것이었죠.



클로이블루조합에서 삼본전자로 추가 자본이 투입된 건 올해 7월 이후입니다. 당초 3월24일 이사회를 열어 6월과 7월에 각각 120억원과 50억원의 유상증자를 클로이블루조합에 배정해 실시하기로 결의했는데, 몇 번의 정정을 거쳐 6월에 50억원, 9월에 120억원을 추가 출자하게 됩니다.


두 번의 증자 모두 타법인 주식 취득이 목적이었는데요. 9월말 실시된 두 번째 증자가 배상윤 회장이 필룩스그룹의 꼭지점에 이름을 정식으로 올리는 계기가 됩니다. 삼본전자의 120억원 유상증자를 위해 클로이블루조합에 같은 금액의 추가 출연이 이루어지는데, 출연자는 건하홀딩스이고, 건하홀딩스의 지분 60%를 보유한 사람이 바로 배상윤 회장입니다.


물론 건하홀딩스 이전에 프레스코2호조합이나 다른 루트를 통해 배 회장이 삼본전자에 자금을 투입했을 개연성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만약 프레스코2호조합 역시 재무적 투자자라면, 배 회장이 자기자금을 집행한 것은 삼본전자를 인수하고 무려 2년이 넘게 지난 시점이 되는 것이고요.


그런데 건하홀딩스의 120억 증자 이전에 이루어진 50억원의 증자는 그 출처를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이 돈 역시 클로이블루조합에 배정된 것이라 클로이블루조합도 50억원의 추가 출연을 받게 되는데, 어디에서도 출연자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가 없더라고요.


프레스코2호조합은 50억원의 증자로 지분율이 62%대에서 47%대로 떨어졌으니 돈의 출처가 아니고, 에프에스플래닝은 올 들어 조합의 지분 전액을 대규모 손실(16억원)을 입은 채 처분했거든요. 결국 제3의 출처가 있다는 것인데, 클로이블루조합이 최대 출자자만 공개를 하기 때문에 정체를 알 수 없더라고요.


별도로 쓰기는 그렇고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투자가 있습니다. 배상윤 회장이 삼본전자를 인수한 후 지난해말까지 총 세 번의 전환사채(1회차 200억원, 2회차 200억원, 3회차 151억원)와 한 번의 유상증자(151억3800만원)로 700억원 이상을 조달했는데요. 그 중 장원테크 인수에 182억원을 쓰고 대부분인 520억원 정도가 남았는데, 그 중 393억원을 HYT조합이라는 곳에 출연하거든요. 삼본전자 인수 후 가장 큰 규모의 자금집행입니다.


HYT조합은 625억원의 자본으로 조성이 되었고, 이미 지난 편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장원테크(120억원)와 이엑스티(112억원) 등 계열사가 대거 동원되어 설립됐습니다. 이에 더해 삼본전자는 130억원을 HYT조합에 대여하기까지 했습니다. HYT조합의 자산은 최소 735억원이 되는 것이죠. 삼본전자나 필룩스를 넘는 상당히 큰 규모의 투자잖아요.


최소 735억원의 재산을 가진 HYT조합은 인마크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23호(이하 (인마크부동산신탁)에 100% 출자를 했고, 인마크부동산신탁은 인마크제일호사모투자합자회사(이하 인마크제일호사모투자)에 30.92%의 지분을 투자했습니다.



그런데 삼본전자 등이 HYT조합에 출연을 한 지난해 12월 12일 같은 날 필룩스가 인마크제일호사모투자에 400억원을 출자합니다. 인마크제일호사모투자는 필룩스 등의 신규 출자로 자본금 2005억원에 달하게 되었고, 올해 9월말 현재 자산이 8173억원인 초대규모 펀드입니다.


필룩스는 올해 추가 40억원을 추가 출자해 인마크제일호사모투자의 지분 21.52%(보통주 지분율은 41.51%)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고요. HYT조합이 보유한 지분이 30.92%이니 필룩스그룹이 과반의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겠죠. 또 필룩스는 인마크제일호사모투자의 우선주주와 약정을 맺어 우선주주 지분 전부를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


이 펀드의 9월말 현재 자본금은 2045억원이고 필룩스그룹이 768억원(필룩스 440억원, 삼본전자 등 328억원) 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추정되니, 우선주자본금은 약 1000억원 정도인 모양입니다.


HYT조합은 조성된지 불과 20여일 만인 그해 말에 바로 133억원의 손실을 보고합니다. 올 들어 9월까지 265억원을 더 까먹습니다. 이미 자본의 3분의 2 가까이 날려 먹은 것이죠. 필룩스도 지난해에 84억원의 평가손실을 입고 올해 9월까지 198억원의 추가 손실을 입습니다. 440억원의 출자액 중 남은 건 157억원 뿐이죠.


이 엄청난 손실을 입힌 투자는 남산에 위치한 '그랜드 하얏트 호텔 서울'을 보유한 서울미라마(유)의 지분을 매입한 것입니다. 결국 호텔에 투자한 것이죠. 올해 코로나19사태의 직격탄을 맞아 눈덩이처럼 손실이 커진 모양입니다.


코로나19가 잠잠해 지면 회복이 될까요? 상황이 나아지기는 하겠지만 회복을 장담하기는 어렵겠죠. 그런데 필룩스는 정말 콜옵션을 행사해 우선주주 지분 매입에 나서고 있습니다. 우선주주는 인마크자산운용(34.11%)와 AR3홀리데이 PTE. LTD(14.96%)인데, 지난 9월 필룩스가 350억원의 지분을 추가 취득하겠다고 결정했거든요. 지난 17일이 납입일이었습니다. 350억원은 AR3 홀리데이가 보유한 지분에 대한 콜옵션 행사가격과 일치합니다. 이 지분 취득으로 필룩스의 지분율은 36.19%로 올라갔고요.


필룩스는 2023년까지 인마크자산운용이 보유한 34.11%의 지분까지 콜옵션을 행사해 그랜드 하얏트 서울의 지분 100%를 소유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인마트자산운용 지분에 대한 콜옵션 행사가격은 738억7200만원에 이릅니다.


우선주주들은 각각 300억원(AR3홀리데이)과 684억원(인마크자산운용)을 투입해 지분을 인수했는데, 필룩스의 콜옵션 행사로 원금에 더불어 이자까지 챙길 수 있게 되죠. 호텔 영업 부진으로 인한 손실은 모두 필룩스그룹이 뒤집어 쓰고 있고요.


한 가지 더 의심스럽지만 의미를 알 수 없는 게 있습니다. 바로 제3회차 전환사채 151억원의 용도입니다. 이 전환사채를 인수한 곳은 리치1호투자조합이라는 곳인데요, 장원테크가 100% 출자한 제이더블유파트너스가 39.99%(20억원)를 출자해 조성된 투자조합입니다. 20억원이 39.99%이면 출자 총액이 50억원일 테니, 전환사채 인수대금 151억원 중 100억원은 차입을 했겠군요.


결국 계열사 돈을 빼다 쓰려고 한 건데요. 왜 하필 151억원이냐는 거죠. 클로이블루조합이 삼본전자 최대 주주가 되기 위해 유상 신주를 인수한 금액 151억3800만원과 같잖아요. 우연의 일치일까요?


이 전환사채는 지난해 6월에 발행 결정이 이루어지고 11월29일 납입이 되었습니다. 발행 후 1년이 지난 시점부터 한달에 한번씩 사채권자가 발행금액 전액에 대해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이었죠.


발행 후 자금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인지, 발행 후 석 달 후인 2월말에 10억원, 9월에 41억원, 10월에 10억원 등 61억원을 되사옵니다. 사채권자가 풋옵션을 행사한 게 아니예요. 발행 후 1년이 지나 전환이 가능한 이 전환사채의 전환가액은 1231원으로 떨어져 있습니다.


삼본전자는 만기전 취득한 61억원의 전환사채 중 13억원어치를 ㈜파일엔지니어링에, 18억원을 씨에이치리얼티조합이라는 곳에 각각 재매각합니다. 파일엔지니어링은 이엑스티의 100% 자회사지요.결국 자회사가 만든 투자조합을 상대로 전환사채를 발행하더니 그 전환사채 중 사다가 다른 계열사에 넘기는 꼴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필룩스가 언제부터 배상윤 회장의 손을 타게 되었는지, 장원테크에 이어 이엑스티와 필룩스는 어떤 과정을 통해 인수가 되었는지, 그리고 계열사 간에 어떤 거래들이 오갔는지, 배상윤 회장와 돈으로 얽힌 외부의 네트워크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을 살펴 볼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