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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에 노시청에게서 경영권 지분을 인수해 한달 만에 블루커넬에 같은 가격에 팔아 넘긴 케이티롤㈜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꽤나 알려져 있기는 합니다만, 지금의 필룩스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부분이 많습니다.


국내 유일의 열간 압연롤 전문업체였던 케이티롤은 2020년 초 상장 폐지된 썬테크놀로지스의 전 이름입니다 창업자인 민종기씨가 2015년 11월 ㈜에이블리라는 광고대행사에 경영권 지분을 넘기고, 에이블리는 5개월 뒤인 2016년 4월에 다시 ㈜두나라는 경영컨설팅업체에 다시 최대 주주 자리를 넘깁니다.


이때부터 수상했습니다. 에이블리라는 회사는 이동진(30%) 이주석(26%)이라는 두 사람이 공동 대표였는데 자본금 7억원에 자본총액은 (-)11억원인 완전 자본잠식 회사였어요. 그런 회사가 자기자금 한푼 없이 케이티롤 주식을 담보로 저축은행에서 38억원을 3개월 빌리고, 이른바 주임종(주주·임원·종업원) 대여금 82억원 등 120억원으로 케이티롤을 인수합니다.


에이블리는 주당 7976원에 인수한 주식의 약 절반 가량인 65만주를 주당 1만6000원에 매각해 차입금을 갚고 경영권을 ㈜두나라는 곳에 넘깁니다. ㈜두나는 자본금 1000만원짜리 신설 법인인데, 케이티롤 보통주 50만주를 80억원에 인수해 최대주주가 되죠. ㈜두나의 케이티롤 인수자금은 저축은행의 주식담보대출(69.4억원)과 대표이사 대여금(10.6억원)이었습니다. 나회수라는 분이 35%의 최대 주주이자 대표이사였는데, 이 분은 왜 1000만원짜리(본인 출자는 350만원) 신설법인을 세워 10억원의 돈을 대여하는 복잡한 과정을 통해 케이티롤을 인수한 걸까요. 이렇게 하면, 10억원이 이 분 돈이라고 믿을 수가 없잖아요.


불과 넉 달짜리 최대 주주였던 ㈜에이블리는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경영진을 전면 교체합니다. 이주석 에이블리 대표가 직접 케이티롤 대표이사에 오르고 진용주, 조 마이크 성민 두 사람이 이사진에 합류를 합니다.


진용주? 어디서 본 이름이죠. 2016년 4월에 케이티롤에서 필룩스를 인수한 블루커넬의 최대 주주였고, 필룩스 이사를 지냈고, 2018년 8월 케이에이치블루홀딩스가 삼본전자를 인수할 때 삼본전자의 경영진에 합류한 그 분이네요. 이 분 이름이 이때부터 등장을 하는군요.


에이블리에 인수된 케이티롤은 두 달 만인 2016년 1월에 필룩스 인수를 결정하고요. 필룩스 인수 후 석 달 뒤인 4월 2배 이상 오른 주가에 에이블리가 두나에 경영권 지분을 매각합니다.


그리고 케이티롤이 필룩스를 인수한 그 날(2016년 3월22일) 케이티롤의 주주총회에서 어마어마한 분이 대표이사로 추대됩니다. 바로 최규선씨입니다. 고(故)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 김홍걸씨에게 3억원을 건네고 각종 이권을 따낸 혐의로 기소돼 2003년 징역 2년의 확정판결을 받은 '최규선 게이트'의 그 최규선씨입니다.


이 양반, 출소 후 2002년 유아이에너지 인수를 시작으로 기업 경영에 뛰어드는데, 가는 곳 마다 횡령을 저지르고, 인수한 회사는 줄줄이 상장 폐지됩니다. 현대피엔씨(현대페인트), ㈜루보(나중에 썬코어로 사명 변경) 등이 최규선씨 때문에 상폐된 회사들이죠. 이분 2018년에 대법원에서 징역 9년형을 선고받습니다.



㈜에이블리나 ㈜두나나 듣보잡 회사들이잖아요. 에이블리 대표인 이주석씨나 두나 최대주주인 나회수씨나 전주(錢主)로 봐 주기 곤란하고요. 그런 분들이 최규선씨 같은 거물을 어떻게 영입한 걸까요? 최규선씨는 개인 지분 전혀 없는 케이티롤에 왜 갑자기 대표이사로 온 거냐고요.


차라리 최규선씨를 필두로 한 세력이 에이블리나 두나를 통해 케이티롤에 입성했고 필룩스 인수까지 추진했다고 보는 게 훨씬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그 와중에 케이티롤 이사진에 오른 진용주씨는? 최규선의 사람이었던 건가요?


케이티롤은 최규선씨가 대표이사에 오른 후 썬텍, 썬테크노로지스로 사명을 변경하지만 최규선씨가 구속되고 나서 사세가 급속하게 하락해 결국 지난해 초 최종 상장 폐지됩니다. 한때 국내 압연롤 시장의 70%를 점유했던 회사인데 말이죠.


에이블리나 두나는 분명 중요한 존재가 아닐 겁니다. 최규선씨가 케이티롤 대표이사를 사임한 게 2018년 3월인데, 그때까지 케이티롤의 최대주주가 무려 다섯 번 더 교체됩니다. 케이티롤을 인수한 지 불과 넉 달만에 ㈜두나가 담보권 실행으로 반대매매를 당해 ㈜페가수스프라이빗에퀴티로 넘어갔다가 경영권에 관심이 없었던 페가수스프랑리빗에퀴티가 보유주식을 전량 처분하면서 ㈜두나가 고작 1.49%의 지분으로 다시 최대 주주가 되죠.


그리고 W홀딩컴퍼니의 원영식씨가 여기에도 등장합니다. W홀딩컴퍼니 계열사인 더블유투자금융에서 조성한 더블유투자금융채권형투자조합제4호(이하 더블유4호)가 전환청구권을 행사하면서 2017년 9월 25.56%의 최대 지분을 소유하게 됩니다 이 투자조합의 최대 출자자가 바로 원영식씨(15.6%)였습니다.


하지만 더블유4호는 전환권행사로 취득한 지분 전부를 장내 매도해 손절하죠. 케이티롤 전환사채를 97억원에 인수했는데, 보통주 처분으로 회수한 건 88억원이었습니다. 원영식씨의 작은 흑역사쯤 되겠네요. 그래도 빠져나온 게 어딥니까.



원영식씨 등이 탈출하면서 ㈜두나가 다시 최대 주주가 되지만 지분율은 고작 1.02%였습니다. 회사는 망가질 대로 망가졌고 회사를 망가뜨린 사람들은 이미 모두 떠난 모양입니다.


필룩스는 최규선씨가 대표이사인 케이티롤에 인수된 직후 주주총회를 열어 경영진을 재편하는데, 이때 등장하는 이름들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주석씨야 케이티롤의 최대 주주인 에이블리 대표이니 그렇다 치고, 구안나씨는 무용학 박사 출신의 장안대학 외래교수였고, 안원환씨는 홍콩 페레그린 퍼시릭 그룹 파트너를 지낸 공인회계사였습니다. 그리고 배기복씨는 당시 케이에이치홀딩스㈜의 사내이사로 소개되었죠. 삼본전자를 인수한 케이이에치'블루'홀딩스에서 '블루'가 빠진 회사네요.



필룩스그룹에 배씨 성을 가진 분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배기복, 배보성, 배상윤… 더 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구안나, 안원환, 배기복 이분들이 실질 주주가 내세운 점령군이겠죠? 인사권자는 최규선씨였을까요, 아니면 최씨 뒤에 숨은 인물이 또 있었을까요?.


필룩스의 최대 주주가 두 달 후 블루커넬로 바뀌지만, 웬일인지 블루커넬은 필룩스의 경영진을 그대로 유지합니다. 배기복씨는 케이티롤을 거쳐 필룩스에서1년간 대표이사로 있다가 물러나고, 안원환씨는 CFO로 일하다 2018년 3월 필룩스가 바이오사업에 진출하면서 대표이사에 오르죠. 그리고 구안나씨는 필룩스 박물관장이 되죠. 블루커넬이 최대 주주가 되면서 합류한 사람으로는 진용주씨(케이티롤 이사이자 블루커넬 대표이사)와 경영컨설팅업체 ㈜인베스트먼트 대표 배주형씨가 눈에 띕니다. 결국 최규선씨를 중심으로 배기복씨, 배주형씨, 안원환씨, 진용주씨, 구안나씨 그리고 또 한 명의 블루커넬 최대 주주였다가 장원테크 대표가 되는 이수래씨까지 모두 한 무리라고 봐도 무방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조력자 또는 동지(?)로 추정되는 원영식씨가 다시 등장합니다. 케이티롤 전환사채에 투자했다가 손절한 후에도 끈끈한 인연을 이어갑니다. W홀딩컴퍼니가 100% 지분을 보유한 더블유투자금융은 2016년12월말 더블유투자금융채권형투자조합제9호(이하 더블유9호)를 결성해 필룩스의 제5회차 전환사채 100억원을 인수합니다. 또 원영식씨가 대표이사, 원영식씨의 아들 원성준씨가 최대 주주인 오션인더블유는 메리츠증권이 보유하고 있던 2회차 전환사채 중 50억원에 대한 매수청구권을 필룩스로부터 매수했다가, 35억원의 매수청구권은 더블유9호에, 15억원의 매수청구권은 필룩스에 다시 넘깁니다. 차익을 남기지 않습니다.


더블유9호는 2017년 6월에 2회차 전환사채의 전환권을 행사한 뒤 전량 장내 매도로 팔아치웁니다. 그리고 5회차 전환사채 100억원은 그해 말 ㈜더웰리치라는 곳에 전량 넘깁니다. 더웰리치라는 곳은 나용선이라는 분이 자본금 2000만원과 차입금 99억8000만원으로, 순전히 필룩스 5회차 전환사채 인수를 위해 설립된 회사죠.


더웰리치는 인수한 5회차 전환사채를 세 차례에 걸쳐 약간의 차익을 남기고 어디론가 넘깁니다. 5회차 전환사채는 2018년 1분기에 10억원, 2분기에 90억원이 전액 주식으로 전환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3000원대이던 필룩스 주가가 10배를 치솟아 3만원을 넘기던 그 시점이죠. 5회차 전환사채의 마지막 전환가액은 2755원이었습니다. 10배 이상의 주가차익을 얻은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원영식씨의 더블유9호에서 더웰리치로 넘어간 5회차 전환사채를 최종 인수해 주식으로 전환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원영식씨는 들러리였던 걸까요?


더웰리치는 리더스에셋홀딩스로 이름을 바꿉니다. 그리고 2019년 신기술금융회사인 제미니투자의 유상 신주를 인수하면서 최대 주주가 되죠. 그 전 제미니투자의 최대 주주는 ㈜비엔에이치투자인데, 필룩스는 이 회사 전환사채를 오랫동안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또 나용선 김민수씨 등 리더스에셋홀딩스 임원들은 코스닥 상장사 나노메딕스의 계열사 이엔쓰리글로벌의 임원들이었죠.


나노메딕스는 원래 이엔쓰리라는 회사로 국내 소방차 생산 1위 업체였는데, 2017년말 갑자기 사명을 변경하고 바이오제약회사로 변신을 하더니 주가가 7배나 뛰었죠. 지난해 이엔플러스로 다시 이름을 바꾸고, 2차전지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액상 그래핀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는 걸 재료로 다시 한번 주가 랠리를 펼치기도 했지만 현재 지난해말 종가 기준으로 3590원으로 내려앉아 있습니다.


또 리더스에셋홀딩스가 제미니투자의 유상증자에 참여할 때, 또 다른 코스닥상장사 상지카일룸이 전환사채 인수로 동참하는데 상지카일룸은 블루커넬로 최대 주주가 바뀐 후 필룩스가 처음으로 인수한 상지건설의 현재 이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