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의 기사는 작성 후 최소 1주일 경과된 시점에 무료 공개되고 있음에 유의 하시기 바랍니다.

최근 필룩스 주가가 스타트업 기업 제넨셀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이슈로 급등하고 있지만, 필룩스의 핵심 신약개발 사업은 따로 있죠. 2018년부터 미국 자회사를 통해 추진 중인 면역항암치료제 개발이 그것입니다. 제넨셀에 15억원 유상증자한 것으로 상한가를 칠 정도면, 돈도 많이 들어가고 여러 회사가 개입된 면역항암치료제 개발에 성공한다면 그야말로 대박이 날 텐데, 이 사업 어디쯤 와 있는 걸까요.


필룩스는 미국 자회사 바이럴 진(Viral Gene.Inc)과 관계회사 리미나투스 파마(Liminatus Pharma.LLC)를 통해 각각 구아닐린호르몬수용체(이하 GCC) 바이러스 백신과 GCC CAR-T 세포치료제 개발을 하고 있고, 두 회사의 파이프라인을 합쳐 나스닥 시장에 상장을 추진해 왔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이상 징후가 나타났죠. 신약개발 사업의 핵심 인물인 토마스 제퍼슨 대학 교수 스콧 월드만(Scott A. Waldman) 박사가 필룩스 이사직을 사임하고 뜬금없이 국내 코스닥 기업 이원컴포텍과 손을 잡은 겁니다. 게다가 리미나투스 파마의 전 모회사로 스콧 월드만이 실질적인 주인인 코아젠투스 파마(Coagentus Pharma. LLC) 역시 필룩스와 지분 관계를 청산했죠. 이 내용은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이 올린 이원컴포텍 기사에서 확인을 하시기 바랍니다.


필룩스의 바이오사업 진출은 2018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는 필룩스의 최대 주주가 블루커넬에서 블루비스타로 바뀌는 시점이었습니다. 필룩스는 2월말에 블루비스타를 제3자로 두 차례에 걸쳐 220억원의 유상증자를 하기로 결정(당시 주가가 2만원에 육박하고 있었는데 유상증자는 주당 2560원과 3170원에 이루어짐)하고, 직후에는 삼일회계법인과 페레그린 퍼시픽을 거친 안원환씨를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경영진 교체까지 마무리 짓고 바이오사업 진출을 본격화합니다.


그 첫발은 3월 8일 미국 코아젠투스 파마와의 MOU체결이었습니다. 필룩스는 코아젠투스 파마가 자회사를 통해 소유하고 있던 바이럴 진의 주식 전부(62.34%)를 미화 3500만 달러에 인수하고, 암 치료제의 임상실험 및 상용화를 위한 연구개발을 공동으로 진행하기로 합의합니다. 그런데 임상실험과 연구개발에 소요되는 자금의 조달과 비용 지출은 필룩스가 전적으로 도맡기로 합니다. 당시 예상 투자금액은 1000억원이었습니다.


4월17일 필룩스는 코아젠투스 파마의 자회사인 티제이유 에셋 매니지먼트(TJU ASSET MANAGEMENT, LLC, 이하 티제이유)와 펜 라이프 사이언스(PENN LIFESCIENCE, LLC, 이하 펜 라이프)의 지분 각 100%를 각각 189억원에 인수합니다. 그리고 그날 코아젠투스 파마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필룩스 신주 630만주를 기준 주가에 41.84% 할증된 주당 6000원, 총 378억원에 인수하며 블루비스타에 이은 필룩스의 2대 주주(11.9%)가 됩니다.



이 지분 거래는 결과적으로 현금이 동반되지 않았죠. 사실상 서로 지분을 교환한 스왑 거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신약개발의 공동운명체가 되기로 도원결의를 맺은 셈이죠.


티제이유와 펜 라이프는 2016년 설립된 회사로 추정됩니다. 역사가 길지 않죠. 필룩스가 제출한 보고서로는 두 회사 모두 자본금 미화 1000달러에 설립되었고, 2017년말 현재 자본총계가 똑같이 139억1590원이네요. 1원 단위까지 같네요. 코아젠투스 파마는 자본금 미화 2000달러(액면 2달러)에 설립된 회사인데, 2017년말 현재 자본총계 113억9999만원, 자기자본 113억8026만원이었습니다. 아델포투스 그룹(Adelphotus Group.LLC)이 50%의 최대 주주였습니다.


그것 참 이상하네요. 필룩스가 티제이유와 펜 라이프 지분 전부를 코아젠투스에서 인수했으니, 코아젠투스가 두 회사의 100% 지분을 보유했다는 것인데, 자산총계가 114억원인 회사가 보유한 100% 자회사의 자본 총계가 약 280억원이네요. 자회사들이 설립되자마자 이익을 엄청나게 많이 냈다면 모를까 산술적으로 맞지가 않습니다. 코아젠투스에 부채가 거의 없는 걸로 보아 차입금을 조달해 자회사를 설립한 것도 아니거든요. . 자회사 보고사항에 실수가 있었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자산 총계가 1원 단위까지 같다는 게 말이 안되죠.



코아젠투스의 당시 이사회 의장은 스콧 월드만 교수이고, 크리스 김(Chris.Kim)과 해리 아레나(Harry A. Arena) 두 사람이 공동 대표이사입니다. 해리 아레나는 스콧 월드만 교수의 동업자이고, 크리스 김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보이는데, 이 분에 대해서 이런 저런 말이 많습니다. 따로 언급은 하지 않겠습니다.



필룩스가 코아젠투스 파마와 손을 잡은 건 손자회사 바이럴 진 때문이죠. 바이럴 진은 스콧 월드만 교수가 설립한 회사이고, 월드만 교수가 기술을 갖고 있는 대장암 치료 백신(GCC 백신)을 개발 중인 회사였습니다. 월드만 교수는 바이럴 진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겸임하고 있었죠.


현재 바이럴 진의 지분은 거의 전부 필룩스가 보유하고 있는데요. 나중에 다시 정리를 하겠지만 거래액은 489억원이지만 지분 매입에 들어간 순 현금은 100억원 정도에 그칩니다. 아래 나오는 알파홀딩스의 보유 주식을 사오는데 들어갔죠.


그런데 월드만 교수는 이미 국내 코스닥 기업인 알파홀딩스과 손을 잡은 상태였습니다. 알파홀딩스는 2016년 9~10월에 바이럴 진 지분 37.6%를 취득해 2대 주주에 올라 있었고, GCC백신 아시아 45개국(한국 중국 일본 등) 독점 판권을 보유하고 있었죠.그 바람에 바이럴 진이 신약 개발에 성공하면 알파홀딩스는 '제2의 신라젠'이 될 거란 기대로 주가가 2018년 2월 3만8650원까지 급등했습니다. 지금은 물거품이 딘 신라젠의 펙사벡 역시 토마스 제퍼슨 대학 의대 연구진이 초기 기술을 개발한 것이었죠. 15일 현재 알파홀딩스 주가는 5970원으로 내려 앉아 있군요.


알파홀딩스는 원래 반도체 만드는 회사였는데 대표이사가 김기환이라는 분에서, 알파크래프트라는 투자목적회사로 바뀌었다가 2016년 8월에 다시 프리미어바이오㈜라는 비상장기업으로 바뀝니다. 프리미어바이오㈜의 최대 주주는 넥스지에너지글로벌이라는 회사였고 두 회사 모두 설립된 지 1년쯤 지난 곳이었습니다.


곧 이어 투자한 곳이 바이럴 진이죠. 알파홀딩스는 바이럴 진 유상증자에 참여해 100억원을 투자하고, 추가로 티제이유와 펜 라이프가 보유한 바이럴 진 구주를 인수하는 대신 알파홀딩스 신주를 넘겨주는 주식 스왑을 통해 바이럴 진의 2대 주주가 된 겁니다. 알파홀딩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양 사는 바이럴 진에 대해 태그 얼롱(Tag along)과 우선매수권이 포함된 투자자 권리 계약을 맺었습니다. 바이럴 진 지분 50%르 초과해 매각하는 경우 같은 조건으로 알파홀딩스 보유 지분을 매입하도록 요청할 수 있었고, 알파홀딩스가 동일한 조건에 바이럴 진 지분을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었죠. 원영식씨의 W홀딩스컴퍼니는 이 회사의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에도 투자를 했었더군요.


이 때 바이럴 진을 알파홀딩스에 소개한 사람이 한국 변호사 이경훈씨로, 현재 이원컴포텍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실질적인 사주로 추정되죠. 스콧 월드만 교수가 지금 여기 경영진으로 가 있죠.


알파홀딩스 입장에서는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셈이었죠. 이때 상황은 당시 언론에도 상세히 보도가 되었습니다. 알파홀딩스가 바이럴 진 경영진의 횡령 등 불법행위를 발견하고 이를 문제삼아 미국에서 법적소송에 나서자, 바이럴 경영진이 서둘러 필룩스와 주식매매 계약을 맺었다고 하죠. 알파홀딩스가 필룩스를 상대로 코아젠투스 파마와의 주식매매 계약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하고요.


당시 바이럴 진 경영진에 크리스 김 뿐 아니라 이경훈 변호사도 참여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알파홀딩스가 소송을 제기한 대상에 두 사람이 포함되어 있었던 걸로 보도가 되고 있고, 어떤 언론에서는 이경훈씨를 바이럴 진 주주로 소개하고 있더군요.


알파홀딩스의 당시 주장에 따르면 바이럴 진에 투자한 100억원 중 일부가 한국에 송금돼 크리스 김과 이경훈 변호사의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되었다고 하네요. 또 알파홀딩스가 티제이유와 펜 라이프에 주식스왑으로 교부한 신주 등도 두 사람의 채무 변제에 이용된 것으로 전해지고요.



당시 무엇이 진실인지는 모릅니다. 굳이 확인하고 싶지도 않고요. 크리스 김 대표와 이경훈 변호사는 계약위반도 불법행위도 없었다고 주장했다고 하더군요. 필룩스도 알파홀딩스의 주장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일축했었고요. 알파홀딩스에 우선매수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확인했고, 바이럴 진이 알파홀딩스와의 계약 해지를 공문을 통해 송부한 사실도 확인했다는 게 필룩스의 주장이었습니다.


필룩스와 알파홀딩스의 소송 건은 최근 마무리되었습니다. 양사는 2018년 11월에 최초 합의를 해 알파홀딩스와 자회사인 알파바이오랩스가 보유한 바이럴 진 주식을 18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는데, 당시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108억원을 지급하고 72억원의 잔금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알파홀딩스가 소송을 취하하기로 하면서 잔금에 해당하는 지분을 알파홀딩스가 계속 보유하기로 했네요. 필룩스는 바이럴 진 지분 85.45%를 보유하게 되었고요.


필룩스가 바이럴 진과 인연을 맺게 된 배경에 한국인으로 관여한 핵심 인물이 크리스 김과 이경훈씨인 모양이군요. 이들은 필룩스의 또 다른 신약개발 회사 리미나투스 파마를 필룩스가 보유하는 과정에도 역시 개입이 됩니다. 알파홀딩스부터 필룩스를 거쳐 이원컴포텍까지, 마치 이 두 사람과 스콧 월드만 교수팀이 세트로 움직이는 듯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리미나투스 파마의 지분 보유 과정은 다음 편으로 넘겨야 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