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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제약회사인 제넨셀이 개발하고 있는 코로나19치료제는 ES16001이라는 후보물질을 기초로 한 것인데, 지난해 5월 국내 임상 1상을 완료하고, 9월에 인도 Sparsh 병원에서 위약 대조 임상 연구 승인을 받았죠. 그리고 12월에 임상 2상을 완료해 회복율 95%를 확인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미 9월에 임상2상을 완료했다는 기사가 나온 건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올해 인도에서는 아유르베다 의약품 승인 신청을 할 예정이고 글로벌 임상 3상 IND에 나선다고 합니다.


필룩스는 지난해 11월 18일 제넨셀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하는 방식으로 주당 3300원에 45만4000주를 인수했습니다. 총 15억원이 소요됐죠. 필룩스는 9월21일 장원테크의 2회차 전환사채를 21억원에 매도해 제넨셀 신주를 인수하는데 씁니다.



그런데 필룩스는 제넨셀 지분을 인수한 사실을 공시하지 않았습니다. 언론에 보도자료를 뿌리지도 않았죠. 법무법인의 검토까지 받았어요. 필룩스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첫째, 투자금액이 15억원에 그친다. 둘째, 회사의 장래 사업게획이나 경영계획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법무법인에서는 '공시를 하고자 했어도 투자자에게 혼선을 초래할 수 있어서 공시를 진행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는 의견을 줬다고 합니다.


그런데 고작 15억원의 투자가 필룩스의 시가총액을 무려 3300억원이나 불려 줄 지 누가 알았겠어요. 28일 신주배정 기준일을 앞두고 있는 필룩스 입장에서는 축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1주당 0.4주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앞두고 있는데, 주가 급등으로 예정 모집액인 1060억원을 훨씬 웃도는 자금조달이 가능할 것 같으니 말이죠.


사실 필룩스는 코로나19의 수혜주가 아니라 피해주였습니다. 본업인 조명사업이 부진한 가운데 대규모 투자가 들어간 호텔사업은 코로나19로 치명타를 입었고, 신약개발의 메인 파이프라인인 항암제 개발은 임상이 중단되는 사태에 이르렀죠. 제넨셀의 코로나19 치료제는 그야말로 극적인 반전입니다.


필룩스의 항암제 파이프라인은 크게 둘입니다. 하나는 바이럴 진이 개발하고 있는 대장암 치료제이고, 다른 하나는 리미나투스 파마가 개발하고 있는 고형암 치료제입니다.


2018년 4월 알파홀딩스와 손을 잡고 있던 바이럴 진을 손에 넣은 필룩스는 스콧 월드만 교수와 그의 파트너 해리 아레나를 등기이사로 선임합니다. 바이럴 진을 넘긴 코아젠투스는 필룩스의 2대 주주가 되고요. 한 사람은 코아젠투스의 최대 주주, 한 사람은 코아젠투스의 대표이사죠.


그리고 이때 두 사람과 함께 이사로 선임된 사람이 안영용씨입니다. NH투자증권 출신의 안씨는 지난 2019년 그래핀 테마주로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구었던 나노메딕스(현 이엔플러스) 대표이사를 지낸 분입니다. 이 회사도 꽤 이야기가 되는 곳이죠. 원래 토양·지하수 오염정화업을 하는 회사였는데, 소방업을 하는 상장사인 스타코넷을 합병하면서 우회상장을 했고, 최대 주주가 지금의 오에스티에이㈜-지분율 4.4%에 불과하지만-로 바뀌고 난 후에는 기업을 사고 파는 게 주업이 된 것 같은 회사입니다.


나노메딕스는 지난해 5월 바른전자 지분 30.44%를 120억원에 인수했는데, 바른전자 대표는 안영민이라는 분이고, 이분도 필룩스 이사를 지내다가 리더스기술투자의 이사를 거쳤습니다. 당시 리더스기술투자의 대표는 나용선이라는 분인데, 이 분의 이름도 낯설지 않죠? 일전에 올린 '최규선 사단인가? 필룩스 인물 열전'편에 등장한 분입니다.


W홀딩컴퍼니의 더블유투자금융채권형투자조합제9호로부터 필룩스의 제5회차 전환사채 100억원을 인수하기 위해 2017년말 설립된 회사 ㈜더웰리치의 대표가 나용선씨였습니다. 5회차 전환사채는 필룩스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2018년 1~2분기에 주당 2755원에 전액 주식 전환이 되었죠. 100억원이 1000억원 이상이 되었을 겁니다.


㈜더웰리치는 리더스에셋홀딩스로 이름을 바꾸고 2019년에 신기술금융회사인 제미니투자의 유상 신주를 인수해 최대 주주가 되는데, 지금의 리더스기술투자입니다. 필룩스, 나노메딕스(이엔플러스), 바른전자 등이 전부 같은 무리에 의해 점령되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코아젠투스로부터 바이럴 진을 인수하고 한달 뒤 필룩스는 54억원을 투자해 카티셀코(CAR-TCellkor.inc)라는 신약개발 자회사를 설립합니다. 직접 신약을 개발하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카티셀코는 스콧 월드만 교수팀의 CAR-T 기술을 이전받고, 고형암 치료제는 콘소나투스(Consonatus, LLC)의 자회사 리미나투스 파마에서 개발하고 있었습니다.


카티셀코는 설립 한달 후 리미나투스 파마 지분 100%를 약 161억원에 인수합니다. 필룩스가 카티셀코가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 162억원을 취득하는 방식으로 리미나투스 파마의 지분 인수 대금을 대줍니다. 필룩스는 블루레인1호조합을 대상으로 한 9회차 전환사채 150억원과 한국채권투자자문을 대상으로 한 10회차 전환사채 100억원으로 리미나투스에 대한 투자를 집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리미나투스 파마를 필룩스의 온전한 손자회사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콘소나투스는 언제든지 리미나투스 파마를 주당 0.01달러에 지분율 50%까지 매수할 수 있는 옵션을 보유하고 있거든요. 필룩스가 개발 비용을 전부 대고 신약 개발이 성공해 나스닥 상장이 이루어지게 되면 그때 옵션을 행사하겠죠. 돈은 필룩스가 대고 성과는 반씩 나누기로 한 겁니다.


그런데, 필룩스가 바이럴 진과 리미나투스 파마의 신약개발 프로젝트를 이끌어 가거나 통제(또는 관리 감독)할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생기지 않습니다. 신약개발은 전적으로 스콧 월드만 교수에게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필룩스는 물론이고 바이럴 진, 카티셀코, 리미나투스 파마에는 신약개발 연구인력이 없습니다. 토마스 제퍼슨 대학의 스콧 월드만 교수팀이 바이럴 진의 대장암 치료제와 리미나투스 파마의 고형암 치료제를 모두 개발하고 있는 겁니다. 바이럴 진도, 리미나투스 파마도 토마스 제퍼슨 대학의 임상실험을 지원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필룩스의 신약개발 업무를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스콧 월드만 교수는 믿을 만한 동지일까요. 이 분과 이 분의 짝꿍인 해리 아레나는 2019년 10월 필룩스 이사직에서 중도 하차한 후 두 달 뒤 이원컴포텍 등기이사에 취임합니다. 참 황당하죠?


시기적으로 참 절묘합니다. 7월에 최대 주주가 블루비스타에서 삼본전자로 바뀌었고, 8월초에 리미나투스 파마의 나스닥 상장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바이럴 진 주식을 6000만달러에 리미라투스 파마에 양도하기로 확약을 했죠. 스콧 월드만 교수는 신약 개발과 나스닥 상장의 책임을 지고 있던 사람입니다. 당시 대표이사이던 안원환씨는 총괄책임자였고요.


블루비스타는 2대 주주이던 코아젠투스와 공동보유 약정을 맺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삼본전자로 바뀌면서 그 약정이 승계되지 않은 모양입니다. 지분율 5% 미만인 코아젠투스의 공시 의무는 사라졌죠. 그 지분을 여전히 보유 중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스콧 월드만 교수의 경영진 이탈은 보유 보다는 처분에 무게를 실어 줍니다.


리미나투스 파마의 나스닥 상장을 강력 추진하기로 한 지 두 달만에 벌어진 사태입니다. 바이럴 진을 리미나투스 파마에 넘기기로 할 때 양측은 1년 내 Pre-IPO에 성공하지 못하거나, 2년 이내에 나스닥 상장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필룩스가 확약을 취소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필룩스는 여전히 바이럴 진과 리미나투스 파마의 지분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고, 스콧 월드만 교수의 연구팀의 임상 비용을 여전히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 핵심인물인 스콧 월드만 교수는 양 다리를 걸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심지어 엄연히 필룩스의 손자회사인 리미나투스 파마는 이원컴포텍과 협력 관계를 맺기까지 했습니다. 필룩스의 사전 허락을 받았을 거라고는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스콧 월드만 교수가 이원컴포텍과 개발하고 있는 신약은 대장암 치료제입니다. 바이럴 진이 개발하고 있는 것도 대장암 치료제고요. 같은 사람이 다른 두 회사의 자금 지원을 받아 동일한 대상 질환의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겁니다.


그 치료제의 항암 억제 작용기전이 다르고 원천적인 물질 자체도 다르다고 필룩스측은 설명합니다만, 어쨌든 경쟁 관계에 놓일 수 밖에 없죠. 아침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삼각관계를 보는 느낌입니다. 토마스 제퍼슨 대학 연구팀의 임상수행 능력은 분산될 것이고, 임상 성공의 가능성은 낮아질 것입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필룩스가 입게 되죠.


바이럴 진의 GCC 바이러스 백신은 지난해 9월말 임상 2상을 시작해 2022년말에 끝낼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자 미국 FDA가 새로운 임상지침을 발표하면서 임상 진행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2014년부터 연구를 시작한 리미나투스 파마의 GCC CAR-T 세포 치료제(고형암 치료제)는 더 난감한 상황이죠. 전임상을 마치고 FDA 임상 1상 진입을 준비하고 있을 때 코로나19를 만난 겁니다. 임상시험계획(IND)을 FDA에 아직 제출하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Pre-IND 미팅 신청 역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올해 상반기 내로 임상 시작을 계획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 이전 단계인 임상 신청 소식조차 아직 들려오지 않습니다.


필룩스가 바이럴 진에 비해 임상 진행이 한참 뒤지는 리미나투스 파마를 나스닥에 상장하려던 것은 바이럴 진의 GCC 바이러스 백신보다 리미나투스 파마의 CAR-T 치료제가 장기적인 수익성 면에서 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임상 진행이 늦으니 바이럴 진의 파이프라인을 리미나투스 파마에 합쳐 상장 가능성을 높이려던 것이었습니다.



리미나투스 파마의 홈페이지(http://www.liminatuspharma.com)에는 바이럴 진의 라이선스가 리미나투스 파마로 양도된 것으로 나옵니다. 양사가 합병했다는 것을 의미하죠. 그런데 거짓말입니다. 리미나투스 파마의 Pre-IPO를 위해 IR목적으로 작성된 자료를 기재한 것입니다. 임상도 중단된 마당에 왜 이런 거짓말을…


이 거짓말을 주도한 게 누구죠? 당연히 리미나투스 파마의 사장님이겠죠. 바로 크리스 김(Chris Kim) 입니다. 필룩스는 리미나투스 파마를 인수할 당시 법률적 전문지식을 높이 사 크리스 킴의 대표이사 직위 유지에 동의했다고 합니다. 이원컴포텍의 이경훈씨와 마찬가지로 법조인 출신인 모양이죠. 리미나투스 파마가 이원컴포텍과 손을 잡은 것은 두 사람의 인연이 계기가 됐겠군요.


당초 계획대로라면 바이럴 진의 대장암 치료제는 2023년 임상을 끝내고 2024~2025년 출시를 할 예정이었습니다. 라미나투스 파마의 고형암 치료제는 2026년 출시 목표였지요. 코로나19로 임상이 상당 기간 미루어지고 있는데, 목표한 시점에 출시가 가능할 지 모르겠군요. 임상이 미루어지면 나스닥 상장에도 차질이 생기고, 상장이 늦어지면 자금 조달의 어려움 때문에 임상 일정에도 영향을 줄 테니 참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필룩스측에서 확약대로 1년내 Pre-IPO나 2년 내 상장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확약을 깨지는 못하겠죠? 필룩스 직원은 바이럴 진이나 리미나투스 파마에 전혀 파견되어 있지 않습니다. 진행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기도 어려울 테니 일방적으로 끌려갈 수 밖에 없겠네요.


크리스 김은 리미나투스 파마의 대표이사인 동시에 바이럴 진의 대표이기도 합니다. 바이럴 진의 파이프라인을 리미나투스 파마로 이전하기로 쉽게 결정할 수 있었던 배경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크리스 김은 또 2018년 4월12일부터 해리 아레나와 리미나투스 파마의 전 모회사 콘소나투스의 각자 대표도 맡고 있습니다.


빼 놓을 수 없는 회사가 있습니다. GCC 관련 원천기술 특허를 보유한 Targeted Diagnostics & Therapeutics(TDT)라는 곳입니다. 스콧 월드만 교수가 이 회사 회장이죠. 아마도 최대 주주이기도 하지 않을까요. 바이럴 진의 대장암 치료제나 리미나투스 파마의 고형암 치료제나 이원컨포텍의 대장암 치료제 모두 TDT의 파이프라인이죠. 바이럴 진 등 3개사는 모두 나중에 의약품이 실제로 개발돼 출시되었을 때 판권을 갖습니다.



바이럴 진을 필룩스에 매각한 코아젠투스의 당초 주인이 스콧 월드만 교수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그랬다고 해도 지금은 아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리미나투스 파마를 필룩스에 매각한 콘소나투스의 대주주는 코아젠투스입니다. 필룩스와 첫 인연을 맺을 당시 공시에 따르면 코아젠투스의 최대 주주는 아델포투스 그룹이라는 곳이죠.


결국 아델포투스 그룹은 TDT의 파이프라인 전 세계 판권을 보유하기 위해 층층시하의 지배구조를 만들고, 각 계열사를 통해 필룩스에게 판권을 매각한 겁니다. 나중에 신약 개발 성과의 절반(바이럴 진을 합병한 리미나투스 파마의 나스닥 상장에 성공하는 것을 전제로)까지 귀속되죠. 코아젠투스 파마의 최대 주주가 스콧 월드만 교수로 국내 언론ㅇ 소개되기도 했는데, 그 외에 아델포투스 그룹 또는 그 계열사들의 주인은 과연 누구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