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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월 납입 예정인 필룩스의 40% 유상증자 대금은 대부분 부채 상환용으로 쓰일 예정입니다. 공시된 증권신고서 상으로는 주식발행비용을 제하고 남은 약 1045억원 중 720억원을 차입금과 전환사채 갚는데 쓰도록 되어 있습니다. 315억원은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 투자하는 사모펀드인 인마크 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이하 인마크1호 PEF)의 우선주를 매입하는 데 쓰게 됩니다.


유상증자를 처음 결정한 지난해 8월에는 인마크1호 PEF 우선주 매입에 604억원을 쓸 예정이었는데, 절반 수준으로 줄었네요. 이번에 매입하는 인마크1호 PEF 우선주는 350억원 규모인데, 지난해 9월에 15억원의 계약금이 지불되었고 잔금 315억원이 남았습니다. 계약 상으로는 12월17일 잔금을 치르게 되어 있었는데 증자가 지연되면서 미납 상태로 남아 있는 모양입니다.


기존에 쓴 글에서 이 우선주에 대해 이미 매입이 이루어진 것으로 쓴 적이 있는데, 계약 내용만 보고 거래가 완료된 것으로 오해했습니다. 늦었지만 오류를 바로잡습니다.



유상증자로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릅니다. 1045억원은 예정 발행가액인 주당 2935원을 기준으로 산정한 것입니다. 유상증자를 처음 결의한 지난해 8월 정해진 것인데, 말 그대로 예정일 뿐이지 실제 발행가액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실제 발행가액은 구구주 청약을 3일 앞둔 3월9일에나 결정됩니다. 신주배정 기준일인 1월28일의 3일 전인 25일 산정되는 1차 발행가액과 3월9일 산정되는 2차 발행가액 중 낮은 가액이죠.


25일 주가가 9% 이상 급등하지 않는다면 그날의 종가가 1차 발행가액을 가늠할 기준주가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25일 주가가 10% 이상 급등한다면 기준주가는 6100원 이상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22일 종가가 5660원인데, 25일 주가 변동이 없다면, 이 가격이 기준주가가 되고 1차 발행가액은 3858원으로 결정됩니다. 40.09%의 증자비율과 25%의 할인율이 적용된 가격입니다. 3월에 결정될 2차 발행가액이 이 보다 낮아지지만 않으면 1차 발행가액이 최종 유상증자 신주의 발행가액으로 결정됩니다.


신주 발행가액이 3858원이라고 가정하면, 유상증자액은 약 1400억원이 되고요. 예정 조달규모보다 350억원 정도 늘어납니다. 전환사채 한두 번 더 발행해야 하는 수고를 덜게 되죠. 25일 주가가 6000원에서 끝난다면, 1차 발행가액은 4090원이 되고, 2차 발행가액이 이 보다 낮아지지만 않는다면 유상증자액은 1476억원으로 늘어납니다. 필룩스로서는 25일 주가와 향후 3월초까지 주가 향방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겠습니다.


필룩스는 지난해 상당한 자금 압박을 받았던 것으로 짐작이 됩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실적이 변변치 않은 상황에서 그랜드 하얏트 서울 지분 취득에 대규모 자금이 들어가고 항암제 임상비용 지출도 만만치 않았을 테죠.


9월까지 88억원(개별 기준)의 순이익을 냈지만, 장부상으로 들어온 이익일 뿐 현금 유입은 거의 없고 영업이익은 29억원의 적자였습니다. 영업활동으로 74억원의 현금을 창출하기는 했지만 대부분 재고조정의 효과입니다. 재고를 줄여 116억원의 현금지출을 막았죠. 재고를 줄였다는 건 공장을 덜 돌렸다는 뜻이죠. 매출은 전년 동기의 70% 수준에 그쳤습니다.


그 와중에 메리츠종금증권(200억원)과 우리은행(50억원) 차입금과 증권사 주식담보대출(55억원)을 상환해야 4월에 삼본전자를 상대로 90억원의 유상증자를 했고, 15회차와 16회차 전환사채 각 100억원씩을 발행했죠. 그러고도 보유 현금이 310억원에서 263억원으로 줄었습니다.


증자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필룩스는 사실상 무부채 기업이 됩니다. 단기와 장기를 합해 차입금이 총 536억원(2020년 9월말 현재) 가량인데, 거의 다 갚을 수 있고요. 1월22일 현재 미상환 전환사채는 15회차 100억원, 16회차 100억원, 13회차 11억원 등 총 211억원인데 전부 상환할 예정이죠.


최초 인수자가 한국채권투자자문이었던 13회차 전환사채는 지난해 11월 6억원이 조기상환되고 11억원만 남아 별 다른 이슈가 될 것 같지 않고요. 15회차와 16회차는 정말 상환이 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15회차는 지난 17일부터 전환이 가능한 상황이고 전환가액이 3165원으로 낮아진 상태입니다. 사채권자가 100% 조기상환청구 가능하고 필룩스가 50%에 대한 매도청구권을 갖고 있습니다. 이미 상당한 차익이 나 있는데 채권자가 그걸 포기하고 조기상환을 요청할 것 같지 않습니다.


16회차 전환사채는 모렌투자조합을 상대로 발행한 것인데 아직 전환청구기간이 오지 않았지만 전환가액은 현재 주가보다 크게 낮은 3476원으로 내려와 있습니다. 채권자는 100% 조기상환 요청이 가능하고, 회사가 매도청구권을 갖고 있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4월말 이후 필룩스 주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상환 가능성이 낮아 보이네요.


필룩스가 15회차 전환사채 50%에 대해 매도청구권을 행사할까요? 그건 좀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매도청구를 한다면 소각 목적은 아닐 것 같고 제3자에게 넘기려고 할 텐데, 그렇게 된다면 그 제3자가 원래부터 15회차 전환사채의 주인이었겠죠.


필룩스 유상증자가 약 3858원(기준주가 5660원)에서 4090원(기준주가 6000원) 사이에서 이루어진다면, 확보하는 자금은 1392억원에서 1476억원이니 전환사채를 모두 갚더라도 400~500억원, 전환사채를 갚지 않는다면 최대 700억원의 현금을 손에 쥐게 됩니다. 유동성 압박에서 단숨에 벗어날 수 있죠. 항암제 임상이 지연되고 그랜드 하얏트호텔 서울의 나머지 지분도 취득해야 하는 필룩스에게는 가뭄의 단비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랜드 하얏트호텔 서울은 서울미라마(유)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서울미라마는 그랜드 하얏트호텔 서울을 운영하는 회사입니다. 인마크1호 PEF는 서울미라마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세워진 사모펀드죠.



필룩스는 지난 2019년 12월 인마크1호 PEF에 400억원을 출자했고 지난해 2월, 5월, 10월에 호텔 운영자금을 대주기 위해 각 20억원씩 추가로 출자해 총 460억원(22.28%)이 들어갔습니다. 인마크23호 펀드는 필룩스의 최대 주주인 삼본전자, 계열사인 장원테크와 이엑스티가 620억원(30.02%) 전액을 출자해 조성되었죠.


필룩스는 나머지 2개 유한책임사원(LP)인 AR3 Holiday와 인마크24호펀드가 보유한 우선주에 대해 콜옵션을 갖고 있는데, 전액 행사해 지분 전부를 가져올 계획입니다.


지난해 8월 유상증자를 결정할 때 인마크1호 PEF 우선주 매입용을 604억원으로 결정한 것은 AR3 Holiday 보유 우선주 전부와 인마크24호 펀드 보유 지분 684억원(출자액 기준) 중 384억원에 해당하는 우선주를 매입할 예정이어서 그랬습니다. 그런데 인마크24호 펀드 보유 우선주는 이번에 매입 대상에서 제외되었네요.


인마크24호 펀드의 우선주 콜옵션 행사 기간이 2022년 12월 20일 ~ 20203년 2월 20일입니다. 아직 2년 가까이 남았습니다. 지난해 8월 유상증자를 결정할 때 이 우선주를 매입 대상에 넣은 것은 투자자들과 콜옵션의 조기 행사에 대해 협의를 할 생각이었었는데, 아마 협의가 잘 되지 않았는지 조기 행사를 포기한 모양입니다. 인마크24호의 투자자는 하나투자금융과 신협이고 신한은행이 신탁업자입니다.


AR3 Holiday와 인마크24호 펀드가 보유한 우선주는 말이 주식이지 필룩스 입장에서는 차입금이나 같습니다. 무려 8%의 금리가 적용됩니다. 콜옵션 행사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행사가액이 올라가겠죠. 정확한 행사가액을 알기는 어렵지만, 8% 연복리로 계산하면 3년간 178억의 이자가 붙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금융비용을 줄이려면 콜옵션을 조기 행사하는 것이 좋겠죠. 유상증자까지 하면서 서둘러 인수하려는 이유는 거기에 있을 지 모릅니다. 인마크 24호 펀드 우선주 384억원 인수가 자금사용 목적에서 빠진 건 필룩스의 계획이 아니었을 수 있습니다.


인마크 24호 펀드 우선주는 필룩스가 전부 인수하는 구조가 아닙니다. 출자액 기준으로 384억원은 필룩스가, 300억원은 인마크 23호 펀드가 사들이기로 되어 있죠. 23호 펀드 출자자는 삼본전자, 장원테크, 이엑스티입니다.


그런데 300억원의 우선주는 이미 인수가 완료된 것 같군요. 삼본전자를 빼고 필룩스(108억원), 장원테크(60억원), 이엑스티(132억원, 이상 원금 기준)가 십시일반 우선주 매입에 힘을 보탰습니다. 이상하군요. 3개사 모두 관련 공시를 하지 않았는데…. 어쨌든 이제 남은 건 384억원의 우선주 뿐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