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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영식 회장이 W홀딩컴퍼니의 두 바퀴 중 하나인 아이오케이컴퍼니(이하 아이오케이)를 김성태 회장이 이끄는 광림의 포비스티앤씨에게 매각한 것이 지난해 9월이었죠. 원영식 회장은 당시 계열사인 우리들휴브레인을 통해 포비스티앤씨에게 100억원을 빌려 줘(전환사채 인수) 아이오케이 인수를 돕기도 했죠.


원영식 회장과 배상윤 회장이 긴밀한 거래 관계를 맺고 있다는 건 그 동안 올린 기사에서 몇 차례 언급이 되었습니다. 주로 필룩스 그룹의 자금조달에 원영식 회장이 거느린 회사들이 참여하는 형태였죠.


기사의 맥락에 맞지 않아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김성태 회장과 배상윤 회장도 자금거래로 얽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광림이 발행한 전환사채를 지난해 3월 배상윤 회장의 세 회사, 삼본전자, 장원테크, 필룩스가 인수한 적이 있죠. 약 200억원 정도의 물량이었는데, 세 회사가 2회차(필룩스, 장원테크), 4회차(삼본전자, 장원테크) 전환사채를 전량 인수했습니다. 개별 회사가 아니라 그룹 차원의 거래였음을 의미하지요.



공시상으로는 지난해 3월이지만, 아마 전환사채 발행 시점인 2019년 4월(4회차)과 9월(2회차) 인수했을 겁니다(회차 순으로 발행되지 않았습니다. 2회차 발행 일정이 지연되었기 때문이죠). 투자조합에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형태로요. 공시가 지난해 3월 이루어진 것은 조합이 해산되면서 출자 비율대로 CB를 찾아갔기 때문이겠죠. 투자조합의 조합원은 필룩스그룹의 세 회사가 전부였을 겁니다.


참고로 광림의 2회차와 4회차 전환사채는 아직 전환청구권이 행사되지 않았습니다. 발행 후 1년이 지나 전환청구가 가능하지만 아직 전환가액(2회차 2030원, 4회차 1965원)을 고려할 때 아직 주가가 충분히 높지 않기 때문이겠죠. 광림의 52주 최고 주가는 2225원(2020년 11월)이고 올해 2월3일 현재 1735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김성태 회장도 돈 가뭄에 시달리는 필룩스그룹을 지원한 적이 있습니다. 2019년 8월 이엑스티가 100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는데, 50억원은 최대 주주인 장원테크가, 나머지 50억원은 하늘투자1호조합이 인수했거든요. 1년 후인 지난해 9월 14일에 50억원의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는데, 그 당사자가 바로 광림이었습니다. 광림이 하늘투자1호조합의 단독 조합원이었던 것이죠.



열흘 정도 후인 9월25일 나머지 50억원의 전환사채도 주식으로 전환청구합니다. 전환가액이 2384원이었는데 당시 주가는 4000원 이상을 호가하고 있었습니다. 100% 수익률에 육박하죠.


전환청구로 발행된 신주가 상장하는 건 10월이었습니다. 전환청구가 이루어진 직후 이엑스티의 주가가 매물 출회와 함께 급락합니다. 혹시 상장 전에 미리 주식을 팔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그게 아니라면, 전환권 행사로 매물이 나올 것 같으니 투자자들이 투매라도 했나 보죠?



광림이 전환권 행사로 보유하게 된 지분은 4%가 조금 넘는 수준이었습니다. 5% 미만이니 지분율 변동이 생겨도 공시 의무가 없죠. 팔았어도 언제 팔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지난해 9월말 분기보고서 타법인 출자 현황이나 유가증권 보유 현황에 이엑스티 이름은 없더군요.


장원테크는 이엑스티의 최대 주주이니 지분율 변동을 공시해야 하는데요. 이상하게도 이엑스티 전환사채를 전환한 전후에 보유 주식 수의 변동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찾아보니 장원테크는 이미 4월에 전환사채 채로 처분을 했더라고요. 나중에 전환청구된 50억원 사채이 주인은 장원테크가 아니었던 겁니다.


직전 기사에서 아이오케이가 필룩스그룹에 IHQ 인수 자금을 제공하고 있는 정황을 포착했죠. 케이에이치글로벌투자조합을 결성해 이엑스티의 전환사채를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 각각 50억원씩 인수했습니다. 아이오케이가 광림의 가족회사가 된 이후 외부활동을 시작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 지네요. 또 김성태 회장의 또 하나의 돈줄 역할을 하고 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필룩스그룹은 IHQ의 최종 인수를 위해 오는 3월 989억원에 달하는 거금이 필요하죠. 이엑스티의 100% 자회사 ㈜케이에이치미디어가 인수 주체인데, 계약금 100억원은 삼본전자와 이엑스티에서 차입해 지불을 했고, 잔금 중 100억원은 이엑스티가 아이오케이를 상대로 전환사채를 발행해 조달을 했습니다만(이 돈이 IHQ 인수자금 용도인지는 불확실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900억원 가까운 돈을 추가로 마련해야 합니다.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건 인수 대상인 IHQ 주식을 담보로 금융기관 등에서 차입을 하는 것이죠. 그 후 케이에이치미디어와 IHQ를 합병하면 인수금융의 상환부담은 IHQ가 지게 됩니다. 아니면, 인수하게 되는 지분이 50%를 넘으니 IHQ 주가를 끌어 올린 후 일부 지분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웬만하면 쓰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인수 후 합병은 차입인수(LBO) 이슈가 생길 리스크가 있고, IHQ 주식을 담보로 차입할 경우 주가가 하락해 담보비율을 하회하게 되면 반대매매를 당할 수도 있잖아요. 또 상장사를 인수하는 이유는 사업확장 외에 돈줄 확보라는 의미도 분명히 있을 텐데, 인수자금 대부분을 차입하게 되면 IHQ를 활용한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가장 깔끔한 것은 역시 삼본전자 등 3사가 전환사채나 유상증자로 인수대금을 마련해 케이에이치미디어에 제공하는 것이겠죠. 이 경우 3사가 평균 3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조성해야 합니다.


삼본전자는 지난해 9월 클로이블루조합이 최대 주주로 등극할 때 120억원을 증자한 이후 더 이상의 외부 자금 조달이 없었습니다. 장원테크는 지난해 12월 두 차례의 전환사채 발행으로 80억원을 조달했는데, 그 중 하나는 케이에이치글로벌조합을 대상으로 한 30억원입니다. 그런데 이 자금은 케이에이치미디어에 자금을 대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의료진단기 업체인 바이오메트로 전환사채 취득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50억원의 전환사채는 한국채권투자자문에서 인수했는데요. 타법인지분 취득 목적으로 발행이 되었고, 구체적인 용도는 적시하지 않았습니다. 시점 상으로 볼 때는 케이에이치미디어를 위한 것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2일 장원테크가 제이에스피조합이라는 곳을 상대로 50억원의 3자배정 유상증자를 하기로 했습니다만, 이 돈은 채무상환용으로 쓰겠다고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IHQ 인수 잔금을 치를 돈은 아직 마련이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삼본전자, 장원테크, 이엑스티는 각사 평균 300억원 가량의 자금조성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유상증자가 됐든 전환사채 발행이 됐든 머지 않아 결정이 될 텐데요. 원영식 회장, 김성태 회장 등이 이번에도 조력자로 등장할 지 궁금해 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