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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림을 축으로 쌍방울 비비안 포비스티앤씨로 이어지는 기업집단을 쌍방울그룹이라고 부르던데, 아마 쌍방울이 기업집단의 시작점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금은 광림이 최상위 지배기업이니 여기에서는 편의상 광림그룹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이 그룹 안에는 나노스, 미래산업 등이 있고, 가장 최근에 연예기획사 아이오케이컴퍼니(이하 아이오케이)가 합류했죠.


지난해 연쇄적인 기업인수로 기업집단이 크게 확장되었죠. 1월에 속옷회사 비비안을 인수하더니, 불과 두 달 만에 비비안을 통해 포비스티앤씨를 사들였고요, 9월에는 포비스티앤씨가 아이오케이컴퍼니의 최대 주주가 됩니다. 한 해에 상장사를 무려 3개나 인수한 겁니다.


지분구조가 좀 복잡해서 정리를 해야 겠는데, 아이오케이 인수 후에 적지 않은 변화가 있습니다. 우선 그 변화부터 갈무리를 하고 나서 광림그룹의 태동과 성장을 정주행하든 역주행하든 하는 게 좋겠습니다.



광림그룹의 지배구조를 간략히 보면 지난해 9월말 현재 위 그림과 같았습니다. 칼라일홀딩스라는 투자회사가 광림의 최대 주주이고, 광림이 다른 상장사들을 최상위에서 지배합니다. 지배를 한다는 표현은 자회사에 대해서 쓰지만 상장사 중 광림의 자회사는 나노스 하나 뿐이고, 직접 지분을 보유한 쌍방울과 비비안은 지분율이 낮아 관계회사로 분류됩니다.


광림과 쌍방울은 서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쌍방울이 가진 광림 지분이 광림이 가진 쌍방울 지분보다 많습니다. 상법상 상호 보유주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데, 뭐 그거야 주주총회에 해당하는 말이고 경영의사결정을 하는데 영향을 받을 만한 건 별로 없지요.


그림에는 상장사 중 미래산업이 빠져 있는데, 포비스티앤씨가 5% 미만의 지분을 보유해 최대 주주입니다. 2019년 8월에 2.81%의 지분으로 경영권을 가져왔습니다. 미래산업은 2000년대 초 성공한 벤처기업의 상징과도 같았던 기업인데, 빛이 많이 바랬군요. 미래산업은 포비스티앤씨를 돕기 위해 아이오케이 인수에 동원됩니다.


아이오케이 인수 후 지분구조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볼까요. 쌍방울이 보유한 광림의 지분 14.03%를 아이오케이가 147억원에 인수한 게 가장 먼저 눈에 띕니다. 쌍방울이 169억원에 매입한 것인데, 12월 2일 종가인 주당 1985원에 사옵니다. 아이오케이가 가진 현금을 어떻게 활용하나 싶었는데, 쌍방울의 유동성을 보강하는데 쓰였군요. 지분구조에는 광림-비비안-포비스티앤씨-아이오케이-광림으로 연결되는 순환출자 고리가 생겼습니다.


약 보름 후 이번에는 광림이 비비안 지분을 쌍방울에 팝니다. 19.29%의 지분 중 4.29%만 남기고 15%를 약 222억원에 넘깁니다. 광림은 비비안을 판 돈으로 채무를 상환하고 유동성을 확보할 목적이라고 했죠.



당사자들이 거래 이유를 무엇이라고 했든 우리에게 보이는 것은 거래의 결과인데요. 아이오케이에 있던 현금이 쌍방울을 거쳐 광림으로 이동했습니다. 아이오케이를 인수한 주체는 포비스티앤씨와 미래산업이었죠. 지분 뿐 아니라 아이오케이가 발행한 전환사채도 두 회사가 중심이 되어 인수했습니다. 포비스티앤시는 자회사인 디모아 등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해 아이오케이 지분을 인수했죠. 결국 증손회사격이 아이오케이를 인수하느라 쓴 돈의 일부를 광림이 아이오케이로부터 회수한 형국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아이오케이가 광림 지분을 거래일 종가로 매수한 것과 달리, 쌍방울은 비비안의 지분을 광림에게 프리미엄을 주고 샀다는 겁니다. 매매계약이 체결된 12월17일 비비안의 종가는 주당 3850원입니다. 쌍방울은 그걸 주당 5530원에 사옵니다. 특수관계자끼리 거래하면서 무려 44%의 프리미엄이 오간 셈입니다. 비비안의 최대 주주가 바뀌었지만 실질이 달라진 건 아니죠. 광림이 홀로 보유하던 19.29%의 지분을 쌍방울과 나누어 가진 것이고, 대표 보고자가 쌍방울로 바뀐 것 뿐입니다.


광림은 비비안 지분을 매각해 받은 222억원으로 전환사채를 상환합니다. 2019년 12월27일 장부상 회사인 유진케이엘제일차㈜를 상대로 발행한 5회차 전환사채 222억원이 그것입니다. 발행 후 딱 1년이 지난 지난해 12월28일 벌어진 일인데요. 전환청구기간이 시작된 때였고, 전환가액은 1750원, 이날 종가는 1630원이었습니다.


광림은 당시 타법인 지분을 인수할 자금이 필요해 전환사채를 발행했습니다. 당시 인수한 회사가 바로 비비안이죠. 광림이 비비안 주식 인수 대금으로 지불한 돈은 217억원입니다. 결과적으로 광림이 비비안을 인수하기 위해 차입한 돈을 갚는데 아이오케이가 보유하던 현금이 쓰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광림은 비비안을 인수하기 위해 유진케이엘제일차㈜를 상대로 5회차 전환사채를 발행할 때 비비안의 보통주 약 327만주를 담보로 제공했습니다. 비비안 지분을 쌍방울로 넘기면서 담보를 해소하고 전환사채를 상환한 것이고, 44%의 프리미엄을 얹어 비비안 지분을 팔았기에 전환사채 전액을 상환할 수 있었죠.


아이오케이 인수에 적잖은 돈을 쓴 포비스티앤씨에도 자금 거래가 있었습니다. 대주주인 비비안을 상대로 4회차 전환사채 100억원어치를 발행하는데, 50억원은 차입금 상환 용도이고 50억원은 타법인 주식 취득 자금이었죠. 포비스티앤시가 50억원을 빌린 곳은 계열사인 SBW홀딩스였고요, 취득하려는 타법인 주식은 관계기업인 미래산업이 발행하는 신주였습니다.


포비스티앤씨는 또 쌍방울을 상대로도 8억400만원 상당의 5회차 전환사채를 발행합니다. 금액이 애매하죠? 이건 돈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쌍방울이 보유한 비상장회사 어반에이지㈜라는 곳의 지분을 매입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쌍방울이 지분을 파는 대가로 현금 대신 전환사채를 받은 겁니다. 포비스티앤씨는 지난해말 어반에이지㈜를 흡수합병합니다.



미래산업은 지난해 6월말 현금이 250억원 가량 있었습니다. 7월에는 더앤 투자조합과 푸름 제2호 조합을 상대로 100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했죠. 그리고 9월에 원영식 회장의 부인 강수진씨가 보유한 아이오케이 보통주 4.72%를 100억원 가량 주고 사옵니다. 9월말 현금은 190억원으로 줄죠.


11월에는 아이오케이 전환사채 55억원(권면)을 70억원 주고 추가로 사들입니다. 또 경기도 화성의 임야를 83억7000만원 주고 매입하죠. 계열사 중 꽤 현금이 많은 편이지만, 자꾸만 새는 게 걱정이었는지 지난해 12월에는 포비스티앤씨를 상대로 50억원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합니다.



각 회사별로는 더 많은 변화들이 있습니다. 회사별로 볼 기회가 있으면 다시 보기로 하죠. 아이오케이 인수 이후 거래로 광림그룹의 지분구조는 좀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그 거래들은 지배구조이 변경이 목적이었다기 보다는 자금이동을 의도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면 주객이 바뀐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