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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림그룹의 계열사들은 소유관계가 아주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상장사인 광림, 쌍방울, 비비안, 나노스, 포비스티앤씨, 아이오케이 미래산업 등의 지분이 서로 물리고 물립니다. 게다가 그 관계가 그룹 내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배상윤 회장의 필룩스 그룹과도 다양하게 연결되어 있죠. 지금은 어느 정도 정리되었지만, W홀딩컴퍼니의 원영식 회장의 회사들과도 잦은 거래를 해 왔습니다.


그래서인지, 광림이 지분을 보유한 회사도 많지만 광림의 지분이나 전환사채를 갖고 있는 회사도 참 많습니다. 광림이나 필룩스가 삼성이나 현대 같은 대기업집단은 아닙니다만, 그들끼리 연결된 고리를 전부 이어보면 마치 거대한 연대를 보는 느낌마저 듭니다.


광림그룹이 워낙 발 빠른 M&A 행보를 보이고 있어 지분구조도 거짓말 조금 보태 자고 나면 바뀝니다. 기업 인수에 여러 계열사가 함께 나서거나, 유상증자나 전환사채 발행으로 계열사끼리 자금을 주고 받는 식으로 M&A 실탄을 마련하기 때문이죠.


지난해 12월에도 지분구조가 크게 바뀌었습니다. 비비안(1월), 포비스티앤씨(4월), 아이오케이(9월)를 차례로 인수하면서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한 뒤인데요. 계열사간 서열을 정비하기 위한 목적이었는지, 잇딴 M&A로 꼬인 자금관계를 풀기 위한 목적이었는지 계열사간 지분을 주고 받습니다.



지난해 9월까지 광림의 최대 주주는 칼라스홀딩스이고, 쌍방울이 14.03%를 가진 2대 주주였죠. 광림은 쌍방울의 13.21%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최대 주주이고요. 새로 인수한 3개 회사는 광림이 비비안을, 비비안이 포비스티앤씨를, 포비스티앤씨가 아이오케이를 거느리는 형태였죠.


그런데 지난해 12월 쌍방울이 광림의 지분 전부를 매각하면서 상호 보유 관계는 정리가 되었습니다. 칼라스홀딩스→광림→쌍방울의 선형 관계가 된 것이죠. 그런데 쌍방울이 광림 지분을 넘긴 곳이 마지막에 인수한 아이오케이였습니다.


광림은 비비안의 최대 주주 자리를 쌍방울에 넘깁니다. 두 회사는 비비안을 공동 인수했는데, 9월말 현재 광림이 19.29%, 쌍방울이 4.29% 보유하고 있었죠. 그런데 광림이 15%를 쌍방울에 넘겨서 거꾸로 쌍방울이 19.29%를, 광림이 4.29%의 지분율이 되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광림이 쌍방울 지분 전량을 매각하기로 이사회에서 결정했다는 모 언론의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와 관련된 공시는 없더군요. 다른 언론에서 보도한 흔적도 찾지 못했습니다. 확인을 할 수 없으니 그 보도는 무시하겠습니다.



12월의 연쇄 거래로 순환출자 고리가 생겼습니다. 광림에서 출발해 그룹의 막내인 아이오케이로 해서 다시 광림으로 이어지죠. 지분을 사고 팔면서 당연히 자금이 이동하죠. 광림 지분을 매각한 쌍방울은 아이오케이로부터 약 147억원을 받습니다. 광림은 비비안 지분을 쌍방울에 넘기면서 약 222억원의 현금을 챙기죠.


그런데 계열사 간에 주식만 주고 받은 게 아닙니다. 전환사채로도 큰 돈이 왔다 갔다 합니다. 지난해 12월 포비스티앤씨가 두 차례(5회차 8.04억원, 4회차 100억원)의 전환사채 발행을 하는데, 비비안(4회차)과 쌍방울(5회차)이 각각 인수합니다.


광림은 한 차례(7회차 80억원) 전환사채를 채무 상환용도로 발행하고, 220억원의 기존 전환사채를 만기전 취득(상환)합니다. 이 전환사채는 2019년 비비안 인수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된 것이죠. 그렇습니다. 광림이 비비안 지분을 쌍방울에 넘긴 것은 이 전환사채를 갚기 위해서 였습니다.



조금 거슬러 올라가면 비비안은 다른 회사가 발행한 전환사채 100억원을 9월에 처분하는데요. 쌍방울이 광림의 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발행한 것이었죠. 2019년에 발행된 이 전환사채는 지난해 2월 비비안으로 흘러 들어갔고, 9월에 쌍방울이 비비안에게 상환한 것입니다.


쌍방울이 전환사채를 발행한 것은 비비안을 인수하기 전인 2019년 10월입니다. 그렇지만 비비안 인수가 끝난 후 그 전환사채를 비비안이 샀으니 결과적으로 비비안→쌍방울→광림으로 자금이 흐른 것인데, 지난해 그 흐름을 거꾸로 되감기 한 것입니다. 결국 계열사 간에 자금이 왔다가 갔다가 한 것이죠.



아이오케이는 지난해 9월에 마지막으로 계열에 편입되지만, 원영식 회장의 W홀딩스컴퍼니 계열사 신분이던 시절부터 광림그룹과 자금거래를 합니다. 상대는 쌍방울이었죠. 지난해 3월 쌍방울은 모드니투자조합을 제3자로 100억원의 8회차 전환사채를 발행합니다. 발행당시 기준으로 7.43%의 지분에 해당하는 물량이었습니다. 모드니투자조합은 5개월 후 해산되고 조합원들이 전환사채를 나눠 가져가죠.


그런데 모드니투자조합의 조합원은 바로 아이오케이와 우리들휴브레인이었습니다. 원영식 회장이 쌍방울의 자금조달을 도와준 것입니다. 광림그룹의 일원이 된 아이오케이는 아직 전환사채를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전환가액은 발행당시 894원에서 626원으로 크게 낮아졌습니다.


다음달 19일이면 전환가능기간이 되니, 딱 한달 남았네요. 쌍방울 주가는 현재 652원(2월18일 기준)으로 전환가액을 살짝 웃도는 수준입니다. 만약 이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전환된다면 아이오케이는 쌍방울 지분 약 6%를 보유하게 됩니다. 광림에 이어 쌍방울에게도 주요주주가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