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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케이물산그룹에서 쌍방울그룹(광림그룹)으로 소속이 바뀐 포비스티앤씨의 거래 정지가 길어지고 있네요. 소프트웨어 사업부문 중 어도비시스템즈의 국내 총판권을 자회사인 ㈜디모아에 이관하면서 한국거래소에서 거래정지 처분과 함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후보에 올랐죠.


중요한 사업부문 매각은 상장폐지의 사유가 될 수 있죠. 포비스티앤씨의 2019년 기준 매출액(개별)은 46억원인데, 그 중 어도비스스템즈 한국 총판권에서 발생한 매출이 31억5000만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코스닥시장의 상장폐지 요건 중에 매출액이 2년 연속 30억원 미만이면 상장폐지 조건에 해당됩니다. 포비스티앤씨는 디모아가 자회사이기 때문에 연결 매출액에는 변화가 없다고 공시를 했지만, 지주회사가 아닌 지배회사의 상장 유지 조건은 연결이 아닌 개별재무제표 기준으로 판단을 합니다.



설마 포비스티앤씨가 실질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걸 모르고 사업부문을 이관하지는 않았겠죠. 상장유지 조건을 충족할 계획이 있다는 걸 소명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했을 겁니다. 그런데 혹시 모르죠. 3월11일 회사가 개선계획서를 제출했는데, 통과가 되지 않을 지도요. 두고 봐야 합니다.


거래정지가 되고 있는 동안에도 포비스티앤씨에서는 자금 거래가 발생했습니다. 비비안의 포비스티앤씨 인수 이후 종결되지 않은 거래, 아이오케이 인수와 관련된 잔여 거래들로 보입니다.


지난 5일 포비스티앤씨는 제4회차 전환사채 발행 전액인 100억원어치를 조기상환했습니다. 채권자는 최대 주주인 비비안이었죠. 이 전환사채가 발행된 건 지난해 12월17일이었습니다. 관계기업인 SBW홀딩스 단기차입금 50억원 상환과, 관계기업인 미래산업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할 50억원을 조성할 목적으로 발행된 것이죠.


SBW더블유홀딩스는 포비스티앤씨가 지난해 3분기 중 지분 20%를 취득하면서 관계회사가 됐습니다. 2000주를 1000만원에 인수했고, 9억9000만원을 대여금으로 제공했죠. 그SBW홀딩스는 기업컨설팅업체인데, 사실상 투자기업이라고 봐야죠. 완전자본잠식 회사입니다. 1000만원을 출자한 후 전액 손상차손으로 털어버렸습니다. 장부가액 0원이죠.



그런데 이 회사에서 언제 50억원을 차입한 건지 모르겠군요. 관련된 공시는 없었습니다. 아직 발표되지 않은 2020년 재무제표를 확인해 봐야 하겠지만, 아마도 지난해 4분기 중 차입했나 봅니다. 아니 무슨, 돈이 없어 자신이 9억9000만원을 빌려 준 회사에서 50억원을 차입하나요. SBW홀딩스는 그럴 현금이 없었을 테니, 어디선가 꿔서 포비스티앤씨에 빌려 주었겠죠. 포비스티앤씨에 그렇게 급한 자금용도가 있었나….


미래산업은 2019년 8월에 포비스티앤씨가 2.81%의 주식을 116억원에 인수하고 16억원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대주주에 오르며3. 70%의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었죠. 공정가액 대비 108억원의 웃돈을 주고 샀는데(영업권), 2년에 걸쳐 전부 손상차손으로 인식했습니다. 2019년에 70억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2분기까지 흑자를 유지하다 3분기에 74억원의 대규모 손실을 입었죠. 영업손실 9억원에 금융자산 평가손실 62억원이 더해진 것이 결정적이었죠.



그 금융자산은 복합금융상품이라고만 되어 있습니다. 189억원짜리였는데, 전액 지난해 2분기와 3분기 중 취득한 것입니다. 복합금융상품이라고 하면 보통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지칭하는데, 전환사채는 별도로 50억원을 보유한 게 있었습니다. 이 역시 2분기 20억원, 3분기 중 30억원을 취득한 것입니다. 어느 회사가 발행한 전환사채인지 공시가 없습니다. 5%의 지분율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얘기겠죠. 전환사채는 규모로 보아 그럴 수 있다 치는데, 복합금융상품의 규모가 꽤 되는데도 공시가 없으니 의아하군요.


그래서 미래산업이 지난해 투자한 유가증권이 뭐가 있는지 찾아봤죠. 대부분 주식입니다. 그 중 가장 큰 건 포비스티앤씨와 함께 인수한 아이오케이 지분입니다. 원영식 회장의 아내 강수진씨가 보유한 지분 4.72%를 9월24일(3분기임) 104억원에 사들였습니다. 나노스 지분 25억2000만원, SBW홀딩스 지분 1000만원어치도 지난해 매입했군요. 총 130억원쯤 됩니다. 세 회사는 미래산업의 관계회사가 아니라 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으로 분류가 되는데, 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 내역에 있는 건 복합금융상품과 전환사채 뿐이네요. 아니 그럼, 이 주식들을 복합금융상품으로 회계처리 했다는 소리가 되는 건가요. 아니 뭐 이런….



금융자산 투자는 지난해 미래산업이 가장 큰 돈을 쓴 곳입니다. 연초 현금이 300억원이었는데, 영업활동으로 15억원을 잃고 장기차입금과 전환사채로 200억원을 조달해 투자활동에 291억원을 썼습니다. 그 중 240억원을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 매입에 사용했죠. 아이오케이 지분 매입을 빼면 240억원이 성립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복합금융상품에서 무려 62억원의 평가손실이 발생한 것도 설명이 되죠. 아이오케이 지분 평가손실이 58억원이나 되니까요.


미래산업이 포비스티앤씨를 제3자로 50억원의 유상증자를 한 것은 지난해 12월 24일입니다. 그로부터 한달 전 미래산업은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에 있는 토지와 건물을 84억원에 매입합니다. 그런데 이 부동산의 소유자는 다름 아닌 남석우씨였습니다. 비비안의 전 주인이죠. 화성시 남양읍은 비비안의 대규모 물류센터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물류센터 건물은 비비안 회사의 소유지만, 부지는 남석우 회장과 비비안이 나누어 보유하고 있었죠. 그 중 남석우 회장의 지분 만큼을 미래산업이 매입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당연히 비비안이 매입해야 할 몫일텐데, 미래산업이 대신 매입해 준 것으로 보여지네요. 추후 다시 비비안으로 넘길 가능성이 있겠습니다.


아이오케이 지분 매입과 부동산 취득으로 미래산업의 투자 지출이 늘어나면서 포비스티앤씨가 50억원의 추가 출자를 한 것으로 봐야겠죠. 미래산업은 올해 1월에도 아이오케이가 발행한 12회차 전환사채 50억원을 인수한 바 있습니다. 비비안과 포비스티앤씨 등 계열사의 투자에 지속적으로 동원되는 느낌을 줍니다.


포비스티앤씨는 지난해 9월말 현재 현금성자산이 38억원에 불과했습니다. 전환사채 발행과 360억원의 유상증자로 605억원을 조달했지만, 아이오케이 지분(746억원) 등을 매입하는 데 750억원 가까이 써서 현금이 바닥을 보이는 상황이었죠. 그 와중에 비비안에서 100억원을 꿔(전환사채 발행) 미래산업에 50억원을 유상증자로 집어넣고, 완전자본잠식인 SBW홀딩스에서 빌린 50억원을 갚은 겁니다. 그게 지난해 말입니다.


올 들어 포비스티앤씨는 어도비시스템즈 국내 총판권 영업을 자회사로 이관했죠. 그나마 내부 현금흐름을 창출할 원천이 사라진 셈이죠. 그렇다고 별 다르게 외부 자금을 조달한 것도 없습니다.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돼 거래정지 되었으니 유상증자를 하기도 어렵고, 전가의 보도 같던 전환사채 발행도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돈 될만한 자산을 매각했다는 소식도 듣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달 초 비비안이 인수한 전환사채 100억원을 갚은 겁니다. 상환 재원을 어떻게 마련한 건지 짐작이 되지 않는군요. 외부 조달도 아니고 내부 창출도 아니고 자산을 매각한 것도 아니라면, 금융상품을 현금화했거나 매출채권을 대거 회수해야 하는데, 다 해봐야 100억원이 될까 말까이고, 설사 그렇게 했더라도 현금이 완전히 바닥을 보이는 걸 감수하고 최대 주주가 가진 전환사채를 미리 갚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100억원이 어디서 난 걸까요….


비비안이 보유한 포비스티앤씨 전환사채의 조정가액은 969억원이었습니다. 거래정지 전 주가(973원)를 살짝 밑돕니다. 주식 거래가 재개되고, 포비스티앤씨의 개선계획서가 실행되면, 차익을 얻을 기회를 만날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비비안은 그럴 기회를 잡지 않았습니다. 상환을 받아 버렸죠. 자회사인 포비스티앤씨의 유동성이 바닥 날 지경인데 말입니다. 그 결과 비비안이 가진 지분율(잠재 지분율 포함)은 28.07%에서 20.43%로 대폭 하락했습니다.


비비안도 이달 들어 자신이 발행한 전환사채를 조기 상환했습니다. 1회차 전환사채 50억원 중 15억원과 2회차 전환사채 100억원 중 남아 있던 잔액 50억원을 마저 갚았습니다. 비비안의 입장에서 보면 포비스티앤씨에 빌려준 100억원을 받아서 1회차와 2회차 전환사채로 빌린 65억원을 갚은 셈이죠.


1회차 전환사채는 지난해 3월 발행되어 올해 전환청구기간에 들어왔습니다. 당시 파이퍼투자조합이 전액 인수를 했죠. 전환가액 1345원으로 발행되었는데, 당시 기준으로 주요 주주가 될 수 있는 지분 5.71%에 해당하는 물량이었습니다. 이후 5대 1 주식병합과 시가하락을 반영해 현재 전환가액은 3270원입니다. 비비안 주가가 3월 12일 현재 3475원으로 52주 최저가 근처에 있지만 수익권에 있습니다.


공시로는 사채권자와 상호 협의에 따라 일부 조기상환을 했다고 합니다. 사채권자가 일방적으로 풋옵션을 행사한 것이 아니라는 애깁니다. 이미 수익권에 있는 전환사채를 사채권자가 이자만 받고 돌려 줄 이유가 뭘까요. 전환에 다른 기대이익을 포기하고 말입니다. 경제적인 이유로는 설명이 안됩니다.


2회차 전환사채 남은 잔액 50억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10월에는 풋옵션이 행사되어 50억원을 갚은 것이지만, 이달 4일 갚은 나머지 50억원은 사채권자와 협의해 상환했다고 합니다. 2회차 전환사채도 1회차와 전환가액이 같습니다. 역시 수익권이죠.


사실 수익권인 전환사채에 풋옵션을 행사한다는 건 상식적이지 않죠. 1만원짜리 주식을 9000원에 팔 테니 사달라는 꼴이잖아요. '협의'가 아니고는 불가능한 상환입니다. 그런데 그 협의가 사전 협의인지, 사후 협의인지는 불분명합니다. 애초에 수익권 진입 여부에 관계없이 상환이 예정되어 있을 수도 있지 않느냐는 겁니다. 다른 이해관계를 위해서 말이죠.



비비안이 2회차 전환사채를 발행한 목적은 포비스티앤씨 인수자금 조달이었습니다. 지분 양수금액 575억원 중 475억원은 현금으로 지급하고, 100억원은 외상이었습니다. 비비안이 매도자에게 써 준 차용증이 바로 2회차 전환사채입니다. 그리고 그 전환사채를 받은 곳은 바로 미래아이앤지였죠.


미래아이앤지는 포비스티앤씨 지분을 넘긴 대가의 일부를 현금이 아닌 전환사채로 받은 것이지만, 전환권을 행사해 자본이득을 챙길 기회는 쓰지 않기로 상호 협의가 이미 되어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럼 그 기회는 날아간 것이냐. 그건 아직 모릅니다. 비비안은 전환사채를 조기상환하기 위해 취득하면서 소각할 수도 있고 재매각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이런 경우 대체로 재매각이 이루어지더라고요.


재매각이 되면 어떻게 되나요. 이미 전환청구기간이 되었기 때문에 그 전환사채를 매입한 측은 곧바로 전환권 행사가 가능합니다. 전혀 기다릴 필요 없이 수익을 확정지을 수 있게 되죠. 누군가 챙겨줘야 할 사람이 있을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카드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