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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수혜산업 중 하나가 골프장 운영업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마땅한 여가활동이 어려워지자 골프장을 찾는 발길이 잦아졌죠. 실내 모임은 말할 것도 없고 5인 이상 집합 금지, 해외 여행 제한 등으로 '할 수 있는 건 골프 밖에 없다'는 자조 섞인 대화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웬만한 골프장은 부킹이 하늘의 별 따기일 정도이고, 그린피도 어마어마하게 올랐습니다. 주중 그린피가 코로나19 이전 주말 그린피에 맞먹을 정도이고, 주말 그린피(정규요금 기준)가 30만원을 넘어가는 골프장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당연히 골프장을 운영하는 회사의 실적도 지난해 크게 좋아졌습니다. 그린피 상승 효과가 연간 전체적으로 반영되면서 올해 실적은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상장사 중에 골프장 운영업을 하는 대표적인 회사로 베뉴지와 남화산업이 있습니다. 베뉴지는 골프장 운영업 뿐 아니라 백화점, 웨딩 컨설팅 및 예식장업, 관광호텔업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고, 남화산업은 대중제 골프장 무안컨트리클럽을 운영하는 회사입니다. 무안컨트리클럽은 전남지역 유일의 54홀 골프장이라고 합니다. 국내 골프장 중 세 번째로 크기도 하고요.
주가는 2019년 11월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7000원~8000원 하던 것이 최고 1만8900원까지 급등했다가 지난해 중반까지 1만1000원~1만3000원 범위에서 주로 움직였군요. 이후 하락 추세를 보이며 5월초인 현재 9000원대 중반 정도에 있습니다. 52주 최저가 근처네요. 지난해 한 단계 레벨 업 된 주가를 실적개선 영향이라고 봐야 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낙연 관련주로 정치 테마주로도 분류가 되는 모양이네요(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은 주가의 수준을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혹시라도 오해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지난해 실적은 역시 좋아졌네요. 매출액이 177억원으로 18% 늘었고, 영업이익은 74억5079만원으로 34.3%, 세전순이익은 84억원으로 무려 103.6% 증가했습니다. 내장 고객이 전반적으로 늘면서 매출이 늘었고, 매출 증가가 영업이익의 증폭 효과로 나타난 걸로 보여집니다. 사실 매출이 늘었다고 해서 골프장 측의 비용이 비례적으로 증가하지는 않겠죠. 내장객이 늘면 어느 정도 관리비가 증가를 하겠지만, 직원을 더 뽑는다 거나 내장객당 비용이 체계적으로 증가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고정비가 많은 기업의 경우 매출이 손익분기점을 넘어가게 되면 매출 증가에 따른 수지 개선 효과가 커지게 됩니다.
규모의 경제라고 들어보셨죠. 제조업의 경우 생산량이 늘어나면 단위당 원가가 줄어드는 효과를 말합니다. 골프장이라면 보유한 홀이 많을수록 규모의 경제가 발생할 겁니다. 내장객 증가로 인해 필연적으로 늘어나는 비용을 통제할 수만 있다면, 골프장을 유지하는 홀당 비용은 줄어들겠죠.
무안컨트리클럽은 국내에서 세 번째로 많은 홀을 보유하고 있으니 규모의 경제 효과를 내는 데 유리한 조건입니다. 무안컨트리클럽의 그린피는 1인당 8만~13만5000원 사이라고 합니다. 지난해에는 성수기 기준으로 평일에 7만원, 주말에 11만5000원이었는데, 1만~2만원씩 인상됐군요. 그래도 수도권 골프장의 절반 정도 수준이라고 보여지는 군요. 상대적으로 저렴한 그린피의 비결 중 하나는 54홀에 달하는 골프장의 규모에 있을 겁니다.
남화산업의 세전순이익이 영업이익보다 많습니다. 영업이익이 19억원 늘어나는 동안 세전순이익은 43억원 가까이 증가했거든요. 가외 수입이 있었다는 거죠. 이에 대해 회사는 관계기업의 지분법 이익이 7억6176만원 발생했다고 공시했습니다. 영업이익과 세전순이익의 차이를 대부분 설명하는 금액이라고 보여집니다. 관계기업은 지분율 42.54%인 한국씨엔티㈜라는 비상장사인데, 지난해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흑자 전환하며 18억원대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네요.
이제 매출액을 좀 분해해 볼까요. 그린피(입장수익)와 카트비(대여수입)이 늘었고 식음료수입과 숙박수입은 전년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매출 증가가 내장객 증가로 인한 것인데 클럽하우스나 골프장 내 숙박시설을 이용하는 고객은 늘지 않은 모양입니다.
결국 남화산업의 매출액은 내장객의 수와 이용요금(그린피, 카트비)에 의해 결정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올해 이용요금이 인상되었으니 내장객이 줄지만 않으면 매출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겠습니다.
그렇다면, 매출은 얼마나 더 늘어날 수 있을까요. 보수적으로 내장객이 늘어나지 않는다고 전제를 해 보죠. 혹시 코로나가 풀리면 골프 이용객이 줄 것 아니냐, 그린피가 비싸졌으니 골프 인구가 줄지 않겠느냐며 내장객 감소를 예상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네,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국내 골프장산업의 시장규모는 성장하고 있습니다. 골프인구도 늘고, 골프장도 늘고, 그린피와 카트비도 매년 오르고 있죠. 2019년 전체 시장규모(캐디피 포함)는 5조9227억원으로 10.8% 증가했고 10년 만에 55.5% 증가했습니다. 골프장 이용객은 3886만명으로 7.8% 증가했습니다. 골프장 매출액은 4조 7466억원으로 11.4% 늘었죠.
2019년 골프시장 성장에는 따뜻한 겨울 효과가 한 몫 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눈까지 적게 와서 골프장의 영업일 수와 내장객 증가로 이어졌다고 하네요. 지난해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특수가 더해졌음을 부인할 수 없죠. 하지만, 전체 골프시장의 성장 추세를 감안하면 내장객 감소를 전망하는 것도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무안컨트리클럽의 수용능력은 연간 24만6576명에 달합니다. 무안컨트리클럽의 운영 가능한 티오프 시간을 고객이 전부 이용했을 때를 가정한 것이고, 그 가정하에 지난해 기준 요금 체계에서 최대 194억원의 입장수입(카트비 포함)을 올릴 수 있습니다. 수용능력은 매년 거의 변화가 없습니다. 단기적으로 홀을 더 늘리기는 어려울 것이니 내년에도 같을 겁니다.
내장객 증가로 골프장 가동률은 2018년 약 60%, 2019년 약 68%, 지난해 77%로 상승했습니다. 지난해 18만9745명이 이용했군요. 그런데 수용능력을 반영한 최대 가능 매출액과 실제 이용고객에서 거둔 수입의 단가 적용이 좀 다르네요. 최대 가능 매출액에는 1인당 7만8669원을 적용했는데 실제로는 1인당 8만4819원원의 수입이 발생했습니다. 지난해 10월부터 카트비가 1인당 1만원에서 2만원으로 인상되었다고 하더니 그 효과인 모양이네요.
올해 수용능력과 매출액은 인상된 요금 체계를 기준으로 추정해야 겠지요. 그린피는 성수기와 비수기, 주중과 주말의 인상폭이 다른 듯 한데 1만원에서 2만원 정도 올랐습니다. 아무래도 주중과 비수기에 가격 인상 효과가 클 테니 이것도 보수적으로 1만원 인상으로 반영해 보죠. 카트비는 일률적으로 1만원씩 올랐습니다. 그럼 내장객 1인당 대략 2만원 정도 추가 수입이 발생할 것 같군요.
홀이 늘지 않는 한 수용능력은 그대로일 것입니다. 그린피와 카트비가 평균 각각 1만원 인상되었다고 보면, 금액 기준 수용능력(이론상 최대 입장수입)은 약 243억원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연중 내내 모든 티가 이용되는 상황이어야 하니까요. 홀 가동률을 80% 정도가 현실적인 상한이라고 보면, 현재의 요금과 홀 수로 볼 때 195억원 정도가 현실적인 최대 입장수입일 겁니다.
올해 내장객이 지난해와 같은 18만9745명이라고 치고, 입장수입이 1인당 2만원씩 증가한다고 가정하면, 예상되는 입장수입은 187억원 정도가 되겠습니다. 여기에 식음료수입과 숙박수입이 전년과 같은 수준으로 나온다고 치면 총 예상 매출액은 203억원이 되네요. 처음으로 매출 200억원 돌파 가능성이 있군요. 증가율로는 14.6%가 됩니다.
올해 매출이 14.6% 증가한다면 영업이익은 어떻게 될까요. 회사 내부에 어떤 비용 증감요인이 있는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여기부터는 어떤 예상도 소설에 가깝습니다. 지금의 상황과 과거의 추세로 상상을 해 볼 수 밖에 없습니다.
대중제 골프장이 회원제 골프장과 다른 특징은 영업이익률이 훨씬 높다는 것입니다. 반면 투자비를 조기에 회수하는 데는 회원권 분양을 하는 회원제 골프장이 유리합니다. 대중제 골프장의 영업이익률은 2015년 이후 상승세를 타 2019년 33.2%를 기록했습니다. 12월 결산 코스피 상장사 평균 5.1%를 크게 상회합니다. 회원제 골프장의 영업이익률은 7.2%입니다.
남화산업의 영업이익률은 2019년 37%로 대중제 평균을 웃돌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42%로 5%포인트 더 높아졌습니다. 골프산업이 초호황기에 있음을 숫자로 말해주고 있지요.
다른 중요한 변수가 없다면 올해 영업이익률은 더 높아진다고 보는 게 합리적입니다. 올해 매출 증가를 예상할 수 있는 가장 큰 근거가 요금 인상인데, 요금이 인상된다고 비용이 더 늘어날 것 같지는 않거든요. 서비스를 개선하지 않아도 수요가 넘치는데요 뭐.
남화산업의 영업비용(매출원가+판매관리비)은 최근 2년간 소폭 감소한 후 지난해 약 8.5% 가량 증가했습니다. 매출이 늘어난다고 비용이 비례적으로 늘어나지는 않습니다. 골프장의 특성상 비용항목 중 가장 큰 것은 인건비(복리후생비 포함)와 감가상각비인데, 지난해 비용 증가의 대부분은 인건비(4억원 증가)이고 코스관리품을 구입하는 데 3억원 정도를 더 썼습니다. 특별한 투자지출이 이루어지지 않아 감가상각비는 변화가 없습니다. 다른 비용의 증가는 소소합니다.
올해 영업비가 지난해처럼 늘어날 것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지난해 직원 수의 증가(2명)와 1인당 평균 급여액 증가(3055만원에서 3330만원)가 인건비 상승의 주요 원인인 모양인데, 그간의 인상 요인을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2019년에는 매출과 이익이 늘고 직원 수도 2명 늘었는데 인건비와 1인당 급여액이 오히려 줄었더라고요.
남화산업이 올해 홀 수를 늘리기 위한 대규모 투자를 하지 않는 한 감가상각비 역시 지난해 와 같은 수준일 것이고, 다른 비용에서 뚜렷한 증가 요인을 찾기도 어렵습니다. 그래도 물가 상승을 반영해 지난해보다 늘어난다고 쳐도 110억원 아래에서 통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매출액이 예상대로 203억원 정도 나와주고 영업비용이 110억원 아래에서 통제된다면, 영업이익은 90억원 이상을 기록할 수 있겠네요. 남화산업이 올해 짠돌이 경영을 강화한다면, 지난해 74억5000만원이었으니 20% 이상 증가하는 것이고, 영업이익률로는 45% 이상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에 불과하지만, 국내 골프장 그린피가 더 이상 오르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코로나가 풀리면 지금의 골프장 특수도 사라질 것이고, 해외 골프 여행객도 늘어나겠죠. 물론 골프시장의 확대 추세를 감안하면, 골프장의 수입이 줄 것 같지도 않고요. 결론적으로 올해 실적이 남화산업이 기록할 수 있는 거의 최고가 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남화산업의 딜레마는 성장성이 됩니다. 거의 80%에 육박하는 홀 가동률을 높이기는 어려우니 성장성을 키우려면 홀 수를 늘리는 수 밖에 없고, 그러려면 부지 확보, 또는 타 골프장 인수 등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합니다. 큰 돈이 필요하죠.
내부적으로는 어떤지 몰라도 회사가 공시한 투자지출 계획은 없습니다. 신설을 한다고 해도 골프장은 인허가 산업이고, 환경 및 교통 영향 평가가 엄격해 쉽지 않습니다. 홀 수를 늘릴 작정이면 신설 보다는 광주 및 전남권의 회원제 골프장을 인수해 대중제로 돌리는 방식이 가능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런 투자결정을 할지는 미지수지요. 가능성이 높은지 낮은지도 알 수 없고요.
투자를 감행한다면 여력은 있을 것 같습니다. 부채비율이 9%대 초로 매우 낮은 수준이고 사실상무차입경영을 하고 있습니다. 유상증자나 차입을 통한 외부자금 조달이 어렵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현금과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유동성은 458억원에 달합니다. 매년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있으니 더 늘어날 것입니다.
그간의 행보를 보면 매우 보수적인 경영을 하는 것 같습니다. 골프장 외에는 다른 사업에 눈을 돌리지도 않고 공격적인 투자는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그린피를 크게 올린다거나 비용지출을 크게 늘리지도 않습니다. 규모의 경제에서 오는 저렴한 그린피의 장점을 유지하는 정책이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규모 투자… 글쎄요.
남화산업의 재무지표상 약점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자산회전율(매출액/자산총계)이 매우 낮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말 자산이 1532억원인데 매출이 177억원이면 자산회전율이 11.6%에 불과합니다. 인근의 다른 골프장(군산CC 20.5%, 무안클린밸리CC 19.7%)에 비해 낮습니다.
이렇게 자산회전율이 낮은 이유 중 하나가 677억원(장부가액)에 달하는 관계기업에 대한 투자입니다. 한국씨엔티㈜라는 비상장사 지분 42.54%를 보유 중인데, 시멘트회사이면서 면방적 부문도 영위하고 있습니다. 자산규모가 1768억원으로 남화산업보다 큽니다. 부채비율은 10%가 되지 않으니 재무적으로는 건전한 편이라고 보여집니다.
그런데 시멘트부문은 매출이 2016년 이후 줄어드는 추세이고, 방적부문은 매출 정체에 적자를 내고 있습니다. 다행히 지난해 소폭의 흑자전환을 했군요. 2019년에는 방적부문에서 100억원에 달하는 유형자산손상차손을 인식하기도 했습니다.
정부의 주택정책이 공급 확대로 방향을 틀면서 올해 이후 건설경기가 괜찮을 것으로 전망이 된다죠? 그럼 시멘트업계 업황도 좋아질 수 있겠네요. 하지만 관계사가 남화산업의 자산효율을 낮추고 수지 개선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판단을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한국씨엔티의 지분을 팔기도 어렵겠습니다. 남화산업의 최대 주주가 남화토건(24.77%)입니다. 건설회사죠. 한국씨엔티와 사업상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지 않겠습니까? 사업상 밀접도로 보면 남화산업보다는 남화토건과 지분 관계를 맺는 것이 어울려 보이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건 나름의 사정이 있겠죠. 건설업과 시멘트업을 분리해야 하는 산업 특유의 이유랄지, 사업상 그게 더 유리하달지 같은 것 말입니다.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이 건설업에 대한 이해가 높지 않아서 코멘트할 만한 게 없네요.
어쨌든 남화산업이 한국씨엔티 지분을 다른 계열사에 넘긴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현금화할 수 있다면 현재의 성장성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인근의 다른 골프장을 인수하거나,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다른 사업에 진출을 하거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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