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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를 분할 후 모듈/AS부문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게 된다면 가장 중요한 이슈는 결국 모듈/AS 신설법인과 현대글로비스의 합병비율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합병비율은 두 합병대상 법인의 기업가치 평가에 의해 결정됩니다. 의뢰를 받은 외부 회계법인이 어떤 방법으로, 어떤 가정을 전제로 기업가치를 추정할 지가 관건입니다.


합병비율을 정하는 건 제로섬 게임입니다. 현대글로비스에 유리하게 결정이 되면 현대글로비스 지분율이 높은 정의선 회장이 이익을 누리게 되고, 그 만큼 현대모비스 주주들이 손해를 보게 됩니다. 만약 합병비율이 공정하게 결정되지 않았다고 받아들여지면, 이번에도 강력한 반대에 부딪힐 수 밖에 없겠죠.


2018년 당시 현대차그룹의 개편안에서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 모듈/AS부품 분할법인의 분할합병비율은 1대0.6148023(이하 1대0.61)이었습니다. 분할비율 0.2104695(이하 0.21)에 합병비율 2.9211852(이하 2.9)를 곱한 값입니다. 당시 현대글로비스의 합병기준 주가는 보통주 1주당 15만4911원이었고, 모듈/AS부품 분할법인의 보통주 1주당 가치는 본질가치법에 의해 주당 45만2523원(분할 후 주식 수 2048만7914주)으로 평가되었습니다. 모듈/AS부품 분할법인의 보통주 가치를 9조2712억원(이하 9.3조)으로 본 것이죠.



당시 평가를 진행한 삼일회계법인의 분석기준일(2018년 3월21일) 현재 현대모비스의 종가는 23만6500원이고, 발행주식 수 9734만3863주를 곱한 보통주 시가총액은 23조218(이하 23조원)억원입니다. 삼일회계법인이 본질가치법으로 평가한 모듈/AS부품 분할법인의 가치 9.3조원은 주식시장에서 현대모비스 가치로 평가받은 23조원의 40.3%에 해당합니다. 삼일회계법인의 평가가 진실로 모듈/AS부품 분할법인의 본질가치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고,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이 객관적으로 현대모비스의 가치라고 한다면, 현대모비스 존속법인의 기업가치는 13조7506억원이라는 소리죠. 주당으로는 17만8913원이 됩니다.


분할비율이 0.21인데 왜 기업가치는 전체의 40.3%인지 헷갈리실까 봐 사족을 붙이자면, 분할비율은 순자산 장부가액을 나눈 비율이고 기업가치는 분할된 신설법인의 가치를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로 가중평균한 것입니다. 분할비율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죠. 신설법인에 더 많은 자산이 배분되면 본질가치가 올라가고, 본질가치에 바탕을 둔 합병비율도 올라가게 됩니다.


그런데 정말 주식시장에서 형성된 현대모비스 주식가치 23조원 중에 모듈/AS부품 신설법인의 비중이 40.3%에 불과할까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가 현대모비스의 영업이익 대부분이 AS부품에서 나온다는 겁니다. 주가는 기본적으로 실적 베이스 아닌가요? 회사가 작아도 시가총액이 높은 기업은 이익이 많이 나기 때문인 거잖아요.


당시 삼일회계법인이 존속법인과 분할법인의 손익계산서(연결 기준)를 재작성한 것을 보니, 현대모비스 영업이익은 2015년과 2016년 2조9000억원대, 2017년에 2조200억원대를 기록합니다. 영업이익률이 6~8% 정도 됐죠. 그런데 완성차업체에 납품하는 존속법인의 영업이익은 2015년 1조3000억원대, 2016년에 9800억원대 2017년에 5800억원대였고 영업이익률은 4.76%, 3.29%, 2.11%로 점차 낮아집니다. 반면 모듈/AS부품 부문의 영업이익은 2015년 1조7000억원대, 2016년 약 2조원, 2017년 1조4500억원대를 기록하고 영업이익률은 11.86%, 13.69%, 10.19%를 기록하죠. 존속법인에 비해 영업이익률이 월등히 높고, 현대모비스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8.3%, 68.8%, 70.5%로 계속 놓아집니다.


60~70%에 달하는 영업이익의 비중과 40.3%의 기업가치 평가 비중의 차이는 매우 크게 느껴집니다. 이익의 대부분을 창출하는 모듈/AS부품 신설법인의 가치가 자산은 크지만 이익이 적은 존속법인보다 낮다는 게 아무래도 의아합니다.



2018년 이후 3년이 지났지만 상황은 더 심해졌습니다. 현대차그룹의 사업부문은 모듈/부품제조와 AS부품 으로 나뉘는데, 영업이익의 대부분은 AS부품에서 나옵니다. 모듈부문을 포함하지 않더라도 압도적입니다. 최근 3년간 AS부품 부문에서 발생하는 영업이익이 전체 현대모비스 영업이익의 85%에 달합니다. 연결 기준이 아니라 개별 기준으로 해도 유의미한 차이는 없을 거라고 봅니다.


이제 현재 시점에서 주먹구구식으로 현대모비스의 시가총액을 존속법인과 분할법인으로 나누어 볼까요. 보다 설득력 있게 하려면 향후 각 부문에서 발생할 영업이익을 다만 몇 년치만이라도 추정해야 하고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전환할 할인율도 정해야 하는데, 근거로 삼을 만한 자료도 없거니와 그 정도의 전문성도 없습니다.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이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가치를 반영한 가치라고 믿고, 미래 현금흐름을 영업이익이 대변한다고 믿어보죠. 그리고 현대모비스 각 사업부문의 영업이익 비율이 바뀌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결국 영업이익의 비중이 시가총액을 나눌 기준이 됩니다.


그런데 기업에는 영업이익을 창출하는 자산과 그렇지 않은 자산(비영업자산)이 있습니다. 현대모비스의 경우 대표적으로 계열사 주식이 있죠. 이 자산들의 가치는 전부 존속법인에 속하게 됩니다.


현대모비스의 5월18일 현재 시가총액은 26조3525억원(주당 27만8000원, 주식 수 9479만3094주)입니다. 여기에 현대모비스의 영업 현금흐름 현재가치와 비영업자산의 가치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현대모비스 비영업가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계열사(종속기업, 관계기업, 공동투자기업 포함) 주식의 장부상 가치는 2020년말 현재 7조5600억원 정도 됩니다.



비영업자산 가치를 장부가액을 하고, 분할법인의 영업이익 비중을 85%(AS부품 부문의 영업이익만을 반영)으로 가정해 현재의 시가총액을 존속법인과 분할법인으로 나누면 분할법인의 비중은은 60.5%가 나옵니다. 2018년 40.3%와는 큰 격차가 있죠.


여기에 큰 논란 거리가 둘 있습니다. 하나는 분할법인에는 비영업자산이 전혀 없다고 가정한 것이죠. 해외 AS부품 자회사조차 존속법인에 배정한 것입니다. 2018년에 분할법인에 배정된 비영업자산은 약 2조원(현금성자산+무형자산)이 있었습니다. 존속법인에 유리한 배정이죠.


또 하나는 계열사 주식을 장부가액으로 평가한 것입니다. 특히 현대차, 현대건설 등 상장사 주식을 장부가액으로 반영한 것은 일반인의 시각으로 납득하기 어렵죠. 그것만 팔아도 얼마인데 싶으니까요. 그래서 2018년 삼일회계법인이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 분할법인의 비영업자산을 어떻게 평가했나 봤더니 순자산가액으로 했습니다. 피투자기업의 순자산에 지분율을 곱해서 비영업자산가치를 구한 것이죠.



만약 현대모비스가 보유한 상장사 주식을 현재 주가로 평가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지난해말 현재 9조7109억원, 올해 주가가 더 올라서 5월18일 현재 종가 기준으로는 11조6812억원에 달합니다. 현대자동차 보유 지분의 시장가치만 10조원이 넘습니다. 비상장주식을 장부가치로 더하면 14조1221억원이 됩니다.


상장주식의 가치를 주가로 반영해 가치를 추정하면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현대모비스 전체 시가총액에서 비영업자산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어가게 되고, 그 결과 분할법인의 가치가 전체 시가총액의 39.4%로 크게 낮아집니다. 2018년 당시 40.3%보다도 낮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이 적정 주가를 산정할 때, 그 기업이 보유한 계열사 상장주식의 가치를 주가 그대로 반영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주식시장에서는 흔하지 않지만 보유 주식의 가치가 오히려 그 기업의 시가총액을 넘어서는 일도 있지요. 최근 증권사가 발간한 현대모비스 보고서를 전부 찾아봤습니다만, 전부 실적이 좋아질 거라며 목표 주가를 올렸지, 보유 주식의 주가가 올랐다고 목표 주가를 올리지는 않았더라고요.


아마도 현대차 현대건설 등 계열사 주식은 처분 대상이 아니기 때문일 것입니다. 회계적으로도 관계기업 주식의 가치는 주가로 결정하지 않죠. 순자산가액으로 하거나 취득원가로 처리합니다. 경영에 참여할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가로 10조원이 넘는 현대자동차 주식을 원가인 3조8800억원으로 평가하는 것도 말이 안되죠.


보유 주식의 주가대로 평가할 경우 분할법인의 가치는 10조원이 약간 넘게 나오는데요. 2018년 당시 삼일회계법인의 추정한 10조7848억원과 비슷합니다. 여기에 비영업자산의 가치를 더해 수익가치를 12조4253억원으로 추정했죠.


보유 주식의 가치를 주가로 평가를 하게 되면, 분할법인의 가치는 2018년보다 나아지지 않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의결권 자문기관이나 다른 주주들이 당연히 반대하겠죠. 결국 현대모비스가 보유한 상장주식의 가치를 주가 그대로 평가해서는 안된다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습니다.


현대모비스를 분할할 경우 분할법인이 차지하는 가치가 60.6%(15조9706억원)라고 하면, 현대모비스 1주당 16만8479원이 됩니다. 현대글로비스는 5월18일 현재 18만8000원입니다. 현 주가 수준에서 합병비율을 구하면, 1대0.9가 되겠네요. 2018년 이후 현대모비스 주가에 비해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크게 올랐습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다른 결과치가 나왔을 겁니다.


분할법인의 가치가 전체 현대모비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8년과 같은 40.3%라고 하면, 현대모비스 1주당 분할법인의 가치는 5월18일 기준으로 11만2034원이 되고 합병비율은 1:0.595으로 2018년 당시와 거의 비슷하게 나옵니다.


2018년에는 분할법인을 비상장으로 두고 합병비율을 구했습니다. 아마도 올해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겁니다. 현대모비스 존속법인과 분할법인 모두 상장을 유지하고 합병비율을 구할 것입니다. 정의선 회장에게 유리하게 합병비율을 정했다는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그렇게 해야 할 겁니다.


결국 관건은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분할법인의 기업가치가 주식시장에서 얼마로 평가를 받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10조원과 15조9000억원 사이에서 결정될 것 같은데, 어느 쪽에 더 가까울까요. 개인적으로는 15조9000억원에 가까운 가치를 받는 게 합당하다고 봅니다. 현대모비스의 현재 가치가 보유주식의 가치보다는 이익창출능력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고 믿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