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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개발업체 크래프톤의 기업공개로 IPO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크래프톤은 6월 16일 증권신고서 제출을 시작으로 상장을 위한 공모 절차에 들어갔는데, 공모 규모가 최대 5.6조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라고 합니다.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해 최종 공모가액이 결정되면 7월14~15일 청약이 진행될 텐데, 이번에는 얼마나 많은 투자자금이 몰릴 지 궁금하네요.
어찌 되었든 인수에 참여하는 증권사들은 노 나게 생겼습니다. 인수수수료가 인수액의 0.5%인데, 희망 공모가액 밴드(45만8000원 ~ 55만7000원)의 최하단에서 최종 공모가가 확정되어도 약 230억원의 수수료를 미래에셋증권 등 6개 증권사가 나누어 받게 됩니다. 게다가 청약 후 주식 배정이 이루어지고 청약자금을 투자자에게 돌려주기까지 최소 수십 조원이 되는 청약자금의 운용수익까지 덤으로 얻게 되죠.
각종 보도에 따르면, 증권업계가 추정하는 크래프톤의 기업가치가 20조~30조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여기서 기업가치는 아마도 부채를 포함한 가치가 아니라 상장 후 시가총액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크래프톤은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새로운 대장주라는 얘기가 됩니다. 국내 게임 산업에는 3N(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이라는 트로이카가 있는데, 크래프톤의 시가총액이 20조~30조원이 된다면, 3N 전부를 발 아래 두게 될 수 있거든요.
아마도 투자자에게 가장 인지도가 높은 게임회사는 20년 장수 게임 '리니지'로 유명한 엔씨소프트(최대주주 김택진)일텐데, 6월20일 현재 시가총액이 18조원입니다. 지난해 매출은 2조4161억원(연결)이고 종업원 수는 4430명에 이르죠. 김정주 회장의 엔엑스씨(NXC)는 지배구조가 좀 복잡해서 한 마디로 얘기하기 곤란한데요. 게임 관련 계열사와 자회사들을 산하에 두고 있는 Nexon Japan의 시가총액이 한화로 약 22조원 정도 됩니다. '제2의 나라' 가 한창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방준혁 회장의 넷마블은 개발 보다는 퍼블리싱 비중인 높기는 한데, 지난해 2조4848억원(연결)의 매출을 올렸고 시가총액은 11조원대 중반 수준입니다.
크래프톤이 최근 몇 년간 약진을 하고 있지만, 매출(1조6704억원, 연결)의 규모나 조직의 크기(종업원 수 1264명, 3월 기준) 면에서 보면 아직 3N에 미치지 못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 증권시장 한 켠에서는 '거품이냐, 세대교체냐'는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도 합니다. 어떻게 정의를 하던 간에 게임시장의 판도가 변하고 있는 것만큼은 틀림없습니다.
크래프톤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시리즈 핵심 개발자들이 모여 설립한 회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엔씨소프트가 영업비밀 유출을 문제삼아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죠. 처음엔 블루홀 스튜디오라는 이름으로 출범했다가 블루홀로 사명을 바꾸었고, 2018년에 지금의 이름인 크래프톤으로 변경했죠. 불과 4년 만에 친정인 엔씨소프트를 위협할 위치까지 올라 선 것이죠.
크래프톤은 2011년 출시한 '테라'가 국내 게임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존재감을 드러냈고, 2017년 공개한 온라인 슈팅게임 '배틀그라운드'가 전 세계 게임시장에서 그야말로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성장의 날개를 달았습니다. 배틀그라운드는 크래프톤의 자회사인 펍지(PUBG)에서 개발했습니다.
앞으로 몇 편에 걸쳐 크래프톤이라는 회사에 대해 써 볼텐데요. 가장 관심이 많을 기업가치 이야기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크래프톤은 22개의 자회사를 보유한 기업집단인데요. 국내 5개, 해외 17개 자회사는 모두 비상장사이고, 모회사인 크래프톤이 거의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크래프톤 기업집단이 지난해 기록한 매출은 1조6704억원으로 아직은 3N 중 일본에 상장한 넥슨을 제외한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에 미치지 못합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7738억원에 달해 8248억원의 엔씨소프트와 어깨를 견줄 정도입니다. 매출 규모가 비슷한 엔에이치엔은 물론이고 3N 중 하나인 넷마블을 압도하고 있죠.
사실 같은 게임회사라고 해도 매출액을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사업구조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죠. 엔씨소프트, 넷마블, 크래프톤 모두 게임 개발과 퍼블리싱을 동시에 영위하고 있지만, 엔씨소프트와 크래프톤이 주로 게임 개발로 수익을 올리고 있는 반면 넷마블은 퍼블리싱 수입이 주종을 이룹니다. 최근 상장한 카카오게임즈 역시 게임 개발업체라기 보다는 퍼블리싱 업체라고 봐야 하죠. 같은 게임업체라고 해도 양질의 지적재산권(IP)을 많이 보유한 업체는 수익성이 높은 반면 그렇지 않은 게임업체는 남의 IP를 빌려다 쓰는 경우가 많아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 밖에 없습니다.
많은 상장 게임회사가 있지만 매출액의 규모나 수익구조의 유사성 측면에서 가장 비교가능한 업체는 엔씨소프트일 것 같습니다. 기업가치가 미래 영업가치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믿는다면, 이는 결국 미래에 얼마나 많은 영업이익을 창출하느냐에 따라 기업가치가 달라진다고도 볼 수 있을 텐데요. 만약 엔씨소프트와 크래프톤의 영업이익이 영구적으로 지난해와 같은 수준이라면, 엔씨소프트의 기업가치가 크래프톤보다는 높아야 할 것입니다.
엔씨소프트의 시가총액이 현재 18조원 수준입니다. 그런데 크래프톤의 기업가치가 20조~30조원에 달한다고 하는 걸 보면, 크래프톤이 앞으로 벌어들이는 이익이 엔씨소프트를 추월할 것이라고 보는 모양입니다. 물론 엔씨소프트의 시가총액을 적정 수준이라고 전제할 때 성립하는 이야기입니다.
기업가치가 단순히 미래 영업가치에 의해 전적으로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이론상으로는 '기업가치=미래 영업가치 + 비영업자산의 가치'로 볼 수 있죠. 그리고 기업가치는 다시 주식가치와 부채(차입금)가치로 나눌 수 있습니다. 기업가치가 같더라도 채권자의 몫을 떼고 나면 주식가치(시가총액)는 달라지게 되죠.
하지만 크게 보면 주식가치는 결국 향후 얼마나 많은 매출을 올리고, 그 중 이익으로 얼마나 많이 남기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현재의 이익 수준과 향후 예상되는 증가율, 즉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주가를 가름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의 액면으로만 보면, 크래프톤의 기업가치가 엔씨소프트를 웃돈다는 것이 잘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매출액과 영업이익에서 엔씨소프트가 조금 앞서고 있지만, 불과 2~3년전만 해도 두 기업의 격차는 꽤 컸습니다. 배틀그라운드가 초대박을 치면서 크래프톤이 2018년 이후 핵분열급 성장을 하면서 엔씨소프트를 빠르게 따라잡은 것이죠.
매출액이나 영업이익을 제외한 회사의 외양으로도 아직은 엔씨소프트와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자산총계와 자본총계는 엔씨소프트의 약 40% 정도 수준이고, 직원 수도 엔씨소프트가 3배 이상 많습니다. 직원들에 대한 대우가 실질적으로 어떤지 알 수 없으나 사업보고서상의 연봉은 꽤 차이가 있습니다.
자산이 크다고 앞으로 돈을 더 잘 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직원 수가 많고 연봉이 높다고 우수 인력이 풍부하다고도 볼 수 없습니다. 자본시장에는 수익창출능력에서 골리앗을 압도하는 다윗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산이 크고 직원 수가 많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경쟁원천입니다. 그 만큼 자원이 풍부하다고 해석될 수 있죠. 실제로 자산의 규모와 기업의 역사는 사업의 지속성을 판단하는 지표로 자주 쓰입니다.
엔씨소프트에는 3000명에 달하는 연구개발 인력이 있습니다. 크래프톤 전 직원의 2.5배에 달합니다. 크래프톤 상장 후 양상이 어떻게 달라질 지 모르겠지만, 훨씬 많은 직원이 있고 연봉이 훨씬 많다는 것은, 앞으로 더 많은 좋은 게임을 개발할 원천을 확보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훨씬 많은 연봉을 받는 3배 이상 많은 직원으로도 경쟁력에서 밀린다면, 엔씨소프트는 강도높은 인력 또는 사업 구조조정을 해야 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래프톤의 기업가치가 엔씨소프트보다 높은 20조~30조원에 호가되려면 배틀그라운드가 20년 장수게임인 리니지 시리즈를 능가하는 장수 대박 게임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크래프트의 개발진이 배틀그라운드를 잇는 흥행 게임들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낼 것이라는 높은 기대가 있어야 합니다.
주식시장에는 PER(주가이익배율)이라는 가치지표가 있습니다. 주가가 주당순이익의 몇 배인지를 가리킵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주식의 시가총액이 순이익의 몇 배인지를 의미합니다. 같은 수준의 이익을 올리는 기업이라도 PER값이 다르게 나타나는데, 바로 그 차이가 향후 성장성에 대한 기대의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엔씨소프트보다 크래프톤의 기업가치가 높다는 것은 크래프톤의 예상 PER이 엔씨소프트보다 높게 적용되었다고 볼 수 있죠.
미래에셋증권 등 크래프톤 주관사들은 바로 이 PER을 이용해 크래프톤의 기업가치를 추정했습니다. 그 결과 나온 값이 20조원이니, 30조원이니 하는 겁니다. 어떻게 그런 값이 나왔는지 다음 편에 자세히 살펴 보기로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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