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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의 기업가치가 3N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평가될 정도로 급상승한 것은 전적으로 배틀그라운드의 대성공 덕분입니다. 2017년 3104억원를 기록한 크래프톤의 매출은 2018년 1조원을 돌파하는 퀀텀 점프를 했고, 이후 3년 연속 1조원 대 매출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게임업계가 코로나19의 수혜를 고루 입었는데 크래프톤 역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엔씨소프트 매출이 2조4162억원으로 전년 대비 42% 늘었죠. 처음으로 2조원대 벽을 넘어섰습니다. 크래프톤 역시 1조6704억원으로 약 54% 급증했습니다. 2018년 출시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자리를 잡을 수 있는 환경을 코로나19가 만들어 주었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코로나19가 아니었어도 배틀그라운드의 모바일 전환 투자가 출시 2년 만에 이 정도의 열매를 맺을 수 있었을까요.
크래프톤은 올해 1분기 461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단순히 4배를 곱해서 연환산시키면 1조844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0% 가량 늘어나는 것인데, 이렇게 단순히 접근할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게임산업 매출에 계절성이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지난해 크래프톤과 엔씨소프트의 매출은 1분기에 가장 많았습니다. 크래프톤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88.4% 수준이죠. 엔씨소프트의 올해 1분기 매출도 512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크게 줄었습니다. 넷마블은 흐름을 달리 하네요. 지난해 1분기 매출이 가장 적고, 올해 1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늘었습니다.
크래프톤의 올해 1분기 매출을 어떻게 판단해야 할 지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증권신고서에 인수인(증권사들)의 의견에는 COVID-19 효과가 각국의 점진적인 봉쇄조치 해제로 약해졌고 인도 내 서비스가 일부 중단됐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성장한 것이라고 돼 있는데, 별로 수긍이 되지는 않는군요. 인수인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으려면, 올해 2분기 이후 매출이 크게 증가해야 하는데 그걸 납득할 만한 근거가 제시되지는 않았거든요. <배틀그라운드:NEW STATE>, <The Callisto Protocol> 등 지속적인 신작 개발과 플랫폼 다각화가 이루어질 것이고, 지난해 일시 중단되었던 인도 지역의 서비스를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디아>로 재개한다고 하는데, 회사의 기대대로 상황이 전개될 지는 모르는 거니까요.
크래프톤의 기업가치 20조~30조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향후 매출과 이익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이 필요합니다. <배틀그라운드>라는 든든한 먹거리가 생긴 것이야 누구나 인정하겠지만, 그 식량이 얼마나 오래 갈지는 모르는 것이고,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을 차기작들이 이어갈 수 있는지는 전적으로 크래프톤의 게임 제작 능력과 향후 사업 경쟁력에 달렸다고 볼 수 있죠. 증권업계는 이미 크래프톤의 그 능력과 경쟁력을 믿고 있는 모양이군요.
엔씨소프트와 크래프톤의 영업이익률을 차이가 있습니다. 엔씨소프트가 30%대 초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 달리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출시 이후 빠르게 높아져, 지난해 무려 46%를 기록했습니다.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으로 매출 1조원대 기업이 된 것은 물론이고, 영업이익은 매출액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가한 것입니다.
게임산업은 변동비가 별로 없는 비용구조를 갖고 있습니다.게임 개발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지만, 일단 게임이 출시되고 나면 별도의 제작비가 거의 들지 않죠. 이용자들이 다운로드만 받으면 되니까요. 그래서 고정비를 회수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매출이 늘게 되면 그때부터는 이익이 아주 빠르게 늘어납니다.
퍼블리싱을 게임 개발 회사가 직접 하느냐, 퍼블리셔를 통해 하느냐에 따라서도 수익과 비용구조가 달라집니다. 직접 퍼블리싱 하는 경우 게임 이용자가 지불하는 금액 전부가 매출이 되고, 애플이나 구글 등 플랫폼 사업자에게 지불하는 수수료와 마케팅 및 광고 비용 등이 영업비용이 되지요. 반면 퍼플리셔를 통할 경우에는 퍼블리셔에게서 받는 라이선스 사용료나 기술 서비스(technology service) 수수료가 매출이 되고, 별도의 비용은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게임이 같은 수준으로 팔렸을 경우 직접 퍼블리싱하는 경우의 매출이 더 크게 인식되지만, 비용도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영업이익이 크지 않습니다. 발매 초기에는 퍼블리셔를 통할 때 영업이익률이 높죠. 하지만 게임의 흥행 규모가 커질수록 직접 퍼블리싱할 때의 영업이익률이 훨씬 빠르게 상승하게 됩니다.
크래프톤의 영업이익률이 빠르게 상승한 배경은 첫째가 <배틀그라운드>의 글로벌 흥행 신기록 덕분이고, 둘째가 유통방식 때문입니다. 크래프톤은 초기에 퍼블리셔에 의존하는 매출 구조를 갖고 있었지만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부터는 직접 퍼블리싱을 하고 있죠. 향후 출시될 <배틀그라운드:NEW STATE>나 <The Callisto Proctcol> 역시 직접 퍼블리싱을 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엔씨소프트 역시 직접 퍼블리싱을 하는 회사로 알고 있습니다. 양사의 매출 중 직접 매출과 간접(퍼블리셔를 통한) 매출의 비중까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크래프톤의 경우 아직은 퍼블리셔를 통한 매출이 더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두 회사의 영업이익률이 높은 이유는 흥행과 유통구조 모두 같을 텐데, 최근 크래프톤의 이익률이 더 눞아진 것은 최근 직접 매출의 비중이 높아진 영향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고정비의 차이로 보여집니다. 두 회사의 매출 차이에 비해 직원이나 1인당 인건비 그리고 자산규모의 차이가 워낙 많이 나니까요. 엔씨소프트의 고정비 지출이 훨씬 클 겁니다.
아무래도 양사의 가장 큰 차이는 '시장'일 겁니다. 그리고 이것이 크래프톤의 성장성을 엔씨소프트보다 높게 치는, 그래서 기업가치마저도 엔씨소프트를 넘어설 것이라고 생각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가 아닐까 싶습니다.
리니지 시리즈로 대변되는 엔씨소프트 매출의 대부분은 국내에서 발생합니다. 미국, 일본, 대만 등이 주요 해외 시장이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남짓입니다. 리니지 신화는 국내용이라는 것이죠.
반면 <배틀그라운드> 시리즈의 시장은 글로벌입니다. 국내 매출은 전체의 6%에 불과하고 87%가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에서 발생합니다. 중국은 세계 2위의 게임 시장인 동시에 모바일 게임만 놓고 보면 세계 최대 시장(2019년 기준 204억달러, 27.9%)입니다.
엔씨소프트는 국내시장에서 전무후무한 매출의 기록을 갖고 있지만,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는 글로벌 시장에서 역사를 새로 썼죠.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지난해 매출 1위를 기록한 모바일 게임이고, 올해 3월 기준으로 150개 국가에서 누적 10억회 이상 다운로드되었습니다.
국내가 아닌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게임 IP를 보유한 회사. 이것이야 말로 크래프톤이 지닌 가치의 본질인 것 같습니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IP를 활용해 게임을 넘어 다양한 수익원을 발굴할 수 있습니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PUBG Entertainmnet를 설립했고 국내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스튜디오인 히든시퀀스에 지분투자를 감행했는데, 배틀그라운드 IP를 활용해 영화, 음악, TV 시리즈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하죠. 게임회사에서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확장하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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