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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그룹이 투자자들에게 약속했던 셀트리온 3형제(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의 합병을 위한 첫 단추를 꿰었습니다. 지난 26일 서정진 회장이 단일 최대 주주로 있는 지주회사 2곳(셀트리온홀딩스,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과 역시 서정진 회장의 개인회사나 다름 없는 셀트리온스킨큐어의 합병을 결정했죠. 셀트리온 그룹은 지난해 3형제 합병에 앞서 지주회사간 합병을 약속한 바 있으니, 이번 3사의 합병이 마무리되면, 3형제 합병 역시 가시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주식시장의 반응은 특별하지 않았습니다. 상장사인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주가는 28일까지 4일 연속 하락했습니다. 최근 바이오 종목의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3사간 합병을 환영하는 움직임을 주가에서 포착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아무래도 3형제의 합병을 원하는 쪽은 셀트리온 보다는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주주들이었을 텐데, 큰 차이는 없지만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주가 하락 폭이 조금 더 컸죠.
시큰둥한 반응이 이상할 것은 없습니다. 지주회사간 합병은 메인 게임이 아니죠. 3형제의 합병에 한발 더 다가섰다는 의미를 제외하면, 셀트리온이나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기업가치를 바꿔 놓을 사건은 아닙니다. 그래도 어느 한 쪽으로는 선취매가 있을 법도 한데, 그렇지 않은 것은 다소 의외이기는 합니다.
두 지주회사와 셀트리온스킨큐어의 합병은 표면적으로 서정진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를 단순화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굳이 의미를 찾는다면 셀트리온 그룹이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는 것 정도가 되겠습니다. 언론들은 한 지주회사 아래에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묶임으로써 일감 몰아주기 이슈에서 자유롭게 될 것이라고 쓰고 있지만, 본질적인 이슈와는 거리가 멀다고 봅니다.
일감 몰아주기 이슈는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비계열사에 대해 회사가 일감을 몰아줄 경우 사익 편취로 볼 수 있다는 것인데요. 그로 인해 회사가 손해를 보거나 이익을 얻을 기회를 잃어야 성립이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그런 관계가 아니죠. 오히려 셀트리온이 생산하는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을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재고 부담을 안고 전적으로 매입해 주고 있는데,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에게 일감을 몰아준다고 할 수 있나요.
이미 두 차례의 시리즈를 통해 분석을 한 바 있듯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생산기능과 판매기능을 분리한 사례입니다. 셀트리온은 전적으로 셀트리온헬스케어에만 판매를 하고,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전적으로 셀트리온에서만 매입을 하기 때문에 두 회사가 합쳐져야만 생산-판매의 밸류체인이 완성됩니다.
투자자들이 3형제의 합병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그 때문이죠. 사실상 한 몸처럼 운영되는 두 회사가 합병을 할 경우에 합병법인의 매출과 이익이 합병 전 두 회사의 매출과 이익에 부합하겠느냐는 것이죠. 특히, 셀트리온헬스케어라는 존재 덕분에 사실상 '계획에 의해' 매출을 만들어 낼 수 있고, 생산량과 재고를 조절할 수 있는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합병 이후에도 그 수익창출능력이나 시가총액을 인정받을 수 있는지가 이슈의 핵심입니다.
두 회사의 합병 이후 시가총액이 현재 시가총액의 합에 부합하거나 넘어선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생산과 판매를 의도적으로 분리해 각각 별도 회사로 운영해 이룩한 그 간의 성과와 기업가치에 거품이 있었다는 증거가 될 수 있죠.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동일인(서정진 회장)의 지배를 받는 계열관계이지만, 서로 지분으로 직접 얽히지는 않아서 자회사나 관계회사가 아닙니다. 만약 두 회사가 지배-종속의 관계에 있어서 연결 재무제표를 작성했다면, 그 연결법인의 매출액과 이익, 현금흐름 등 주요 경영성과는 두 회사의 그것을 합쳐 놓은 것과는 상당히 다른 결과를 보이게 될 겁니다(이에 대해서는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이 전에 작성한 시리즈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은 합병 후 경영성과나 재무상태가 양사의 개별 경영성과 및 재무상태와 너무 다르지 않게 나타나 수 있는 시점이 합병 적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을 했는데, 3형제 합병의 노정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을 보면 아마도 셀트리온 그룹에 그런 자신감이 좀 생긴 모양입니다.
셀트리온 그룹이 이제 3형제 합병을 위한 첫발을 떼었으니 향후 진행 상황에 맞추어 그 과정을 따라가 보도록 하죠. 우선 지주회사간 합병이 이루어질 경우 지배구조가 어떻게 바뀌는지, 그리고 두 지주회사와 셀트리온스킨큐어가 어떤 조건으로 합병을 하게 되는 것인지부터 보겠습니다.
위 그림은 현재 셀트리온그룹의 지배구조입니다. 몇 개의 다른 계열사(셀트리온의 자회사인 리온엔터테인먼트,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해외 판매법인 등)들이 있지만, 다 빼고 핵심이 되는 회사들 중심으로 그린 것입니다.
셀트리온홀딩스는 2010년에 서정진 회장의 개인 회사였던 셀트리온헬스케어에서 인적분할 해 만들어진 회사이고,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는 지난해 9월 서정진 회장이 보유한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을 현물출자해 설립한 회사입니다. 이때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의 합병을 약속했고, 그 기일이 올해 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는 셀트리온홀딩스와 합병을 위해 설립되었다고 볼 수 있죠.
사실 셀트리온그룹의 약속은 여기까지 입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마치 올해 안에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합병할 것으로 예상하는 뉘앙스로 기사를 썼습니다만, 그건 아직 셀트리온그룹의 '계획'에 올라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 지주회사 아래에 있는 형제 회사가 되는 것까지가 올해의 계획입니다.
셀트리온홀딩스,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 셀트리온스킨큐어는 모두 서정진 회장의 지분율이 압도적으로 높죠. 3사가 합병하면 당연히 서정진 회장이 절대적인 지배력을 갖는 최대 주주가 됩니다. 셀트리온홀딩스가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와 셀트리온스킨큐어를 합병하는 형식을 취하게 되는데, 합병 비율이 1:0.5159638:0.0254854로 결정되었다고 하니,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 1.94주당 셀트리온홀딩스 1주, 셀트리온스킨큐어 39.24주당 셀트리온홀딩스 1주를 받게 됩니다.
3사가 합병을 하고 나면, 서정진 회장은 셀트리온홀딩스를 통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홀딩스를 간접 지배할 수 있게 되고, 개인적으로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11.20%를 보유하게 됩니다. 합병 비율대로 하면 셀트리온홀딩스 지분을 96.59% 갖게 되는 것으로 보도가 되고 있는데,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이 3월말 기준으로 계산을 해 보니 94.96%가 나와서 약간의 오차가 생기네요. 셀트리온홀딩스의 우선주와 셀트리온 등의 자기주식을 계산에 넣느냐 마느냐의 차이에서 나온 오차 같은데, 별로 중요할 것은 없습니다. 다만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뒤에 서정진 회장이 개인적으로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11.20%를 보유할 이유가 없을 테니, 이 지분을 셀트리온홀딩스와 스왑을 하면, 서 회장의 개인 지분율이 조금 더 높아질 수는 있겠습니다.
부수적인 효과로 부채비율이 200%에 육박하는 셀트리온홀딩스가 부채가 거의 없는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와 합병하면서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효과가 있는데, 이로 인해 공정거래법상 행위제한(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유지해야 하는 의무)에 걸리지 않게 되었죠. 하지만 합병의 목적이 부채비율을 낮추는 것에 있지 않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습니다.
셀트리온스킨큐어가 합병 대상에 포함된 것은 당연히 서정진 회장의 그룹 지배 창구를 지주회사 하나로 통일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입니다. 셀트리온스킨큐어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을 일부 보유하고 있는데다, 셀트리온홀딩스나 서정진 회장과 별도의 채권·채무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합병 대상에 넣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그와 별도로 다른 의미도 있습니다. 지주회사 간에 합병을 했으면 순수 지주회사가 되었을 텐데, 화장품사업을 하는 셀트리온스킨큐어가 포함되면서 사업 지주회사가 되거든요. 이를 두고 합병 후 지주회사인 셀트리온홀딩스가 자회사의 배당금과 브랜드사용료 등 지주회사로서의 수익 외에 자체적인 수익원을 확보하게 되었다고 평가를 하는데, 그런 의미보다는 지주회사에서 유망 사업을 인큐베이팅한다고 보는 게 더 적절할 것 같습니다. 지주회사 품에서 화장품 사업을 잘 키운 뒤에 물적분할해 자회사로 추가할 수 있습니다.
정작 시장이 주목하는 건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의 합병 가능성인데요. 냉정히 말해 지주회사 간 합병은 3형제의 합병을 위한 수순일 수는 있어도, 충분 조건은 아닙니다. 지주회사끼리 합병을 했다고 당연히 3형제도 합병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거죠. 3형제간 합병 후 경영성과와 재무상태가 합병 전 3사의 그것과 부합해야만 불필요한 혼란을 피할 수 있을 텐데, 이에 대해 별도로 쓰게 되겠지만 아직 거기까지 온 것 같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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