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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 두 지주사의 합병으로 서정진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 단일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로 인한 경영 전반의 효율성 향상이나 비용절감 효과는 크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상 지분만 보유하던 회사에서 경영 효율을 따질 거 뭐가 있고 절감할 비용이 뭐가 그렇게 많겠습니까.
지주사간 합병의 목적은 셀트리온그룹의 지주회사 체제를 확립하는 것이 첫째이고,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이하 셀트리온 3형제)의 합병을 위한 수순이죠. 이 아이디어는 지난해 9월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를 설립하면서 구체화된 것이고, 그 이전에는 셀트리온 3형제가 합병하는 방법이 유력했습니다. 서정진 회장도 3년 여에 걸쳐서 셀트리온 3형제의 합병 가능성을 언급했었죠.
그런데 셀트리온 3형제의 합병은 현실적으로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서정진 회장 개인으로는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양도세 부담이 있고, 더 중요한 것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주주간 이해 관계가 다르다는 것이죠. 회사의 성과나 주가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부족한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주들은 합병을 원하지만, 셀트리온의 주주들은 합병을 원하지 않을 테니까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소액주주 비율이 64.29%, 55.37%에 이르니, 어느 한편의 소액 주주들이 반대하면 합병은 어려워집니다.
결국 이번 지주사간 합병은 서정진 회장 중심의 지주회사 체제 구축과 함께 셀트리온 3형제의 합병 시 문제가 되는 양도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선택이라고 봐야 하겠죠. 서정진 회장이 지속적으로 이야기 하는 'One Celltrion'은 바이오시밀러의 생산을 담당하는 셀트리온과 바이오시밀러 판매를 맡은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일 텐데, 그 진정한 합병이 언제 이루어질 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양도세 문제에 대해 서정진 회장은 지난 2019년 3월 주주총회에서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식에 대한 양도세가 1조원 정도지만, 세금 내기 싫어서 합병을 안 할 생각은 없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당시에는 서정진 회장이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을 35.54% 보유하고 있을 때였죠.
그런데 세법이 개정되면서 지주사 설립이나 전환시 현물출자 주식에 대한 과세 이연 혜택이 2022년부터 축소되거든요. 올해 말까지는 현물출자로 받은 지주사 주식을 처분할 때까지 무기한 과세가 이연되지만, 2022년부터는 4년 거치 후 3년 분할 납부 방식으로 바뀝니다. 서정진 회장이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에 현물출자한 24.3%의 주식에 대해 과세 이연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올해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의 합병으로 지주회사체제가 출범해야 하는 것이죠. 그러니 지주회사 간 합병은 무조건 올해 안에 성사될 겁니다.
셀트리온 3형제의 합병에 대해 지난해 그룹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의 지주회사 행위제한 요건이 충족되는 시점에 신속히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지주회사 행위제한 요건 중 셀트리온그룹에 적용될 것은 부채비율 200% 이하 유지와 자회사 및 손자회사 지분율 요건(상장사 20%, 비상장사 40%), 그리고 손자회사의 타법인 지분 보유 금지 정도인데요. 특별히 문제될 만한 게 없습니다.
셀트리온홀딩스의 부채비율이 193%로 다소 위험하지만 어쨌든 200% 이하이고, 부채비율이 매우 낮은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와 셀트리온스킨큐어를 흡수 합병하면 크게 낮아질 테니까요. 자회사나 손자회사 지분율 요건도 이미 만족하고 있습니다. 셀트리온그룹의 주요 계열사는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셀트리온스킨큐어인데, 내부 지분율(계열사가 보유한 지분율)이 가장 낮은 셀트리온스킨큐어는 지주사에 흡수합병되고, 그 다음으로 지분율이 낮은 셀트리온도 셀트리온홀딩스가 이미 20.02%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지주사 및 셀트리온스킨큐어의 합병 이후에는 22.14%로 높아지죠. 셀트리온헬스케어도 지주사간 합병 이후 25.71%가 되고, 손자회사인 셀트리온제약은 셀트리온이 54.96%를 넉넉하게 보유하고 있습니다.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는 셀트리온홀딩스의 100% 자회사입니다. 손자회사인 셀트리온제약은 국내 자회사를 둘 수 없는데, 현재 해외 여러 판매자회사를 두고 있지만 국내 자회사는 없어서 역시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그룹이 선언한 대로라면 셀트리온 3형제의 합병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하는 상황입니다만, 문제는 셀트리온 주주들이 흔쾌히 받아들이겠느냐는 것이죠. 역시 핵심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주간 이해관계가 크게 갈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인데, 그러기 위한 조건은 지난해 12월 분석한 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합병법인이 시가총액(8월2일 현재 셀트리온 36조원, 셀트리온헬스케어 17조원)에 부합하는 실적을 내느냐는 것입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실적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는데, 그 핵심은 결국 사실상 한 몸이나 다름없는 두 회사의 실적에는 상당한 거품이 있어서 합병을 하게 되면 그 거품이 드러날 것이라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두 회사의 합병 후 시가총액이 현재 수준보다 감소할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그 손해는 주주들이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거품이 존재한다면, 그 거품은 셀트리온에 있을 겁니다. 셀트리온의 매출채권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재고자산이 그 증거라고 할 수 있죠. 셀트리온은 지난해 역대급 매출 성장을 기록했는데, 그 이면에는 두 배 가까이 급증한 매출채권이 있습니다. 셀트리온의 매출은 대부분 해외 매출이고, 그 매출은 전적으로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대한 것이죠. 결국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외상으로 셀트리온에게서 대규모 매입을 했다는 겁니다.
외상이라고 해도 셀트리온 입장에서는 분명한 매출이지만, 두 회사가 합병했을 경우를 가정하면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대한 매출은 더 이상 매출이 아닙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매출만이 진정한 매출이 되죠. 외상으로 사온 바이오시밀러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판매하지 못하게 되면 당연히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재고자산으로 남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두 회사를 한 몸으로 보는 입장에서는 진정한 매출로 보기 어렵게 됩니다.
지난해 셀트리온 매출이 급증하면서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재고자산 또한 큰 폭으로 증가했는데, 이는 결국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셀트리온에서 매입한 만큼 외부에 판매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되죠. '셀트리온이 외상으로 팔아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재고로 쌓아둔다'는 실적 부풀리기의 의심이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사실 이 문제는 점차 해소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셀트리온 뿐 아니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매출 역시 지난해 역대급 성장을 했죠. 바이오시밀러가 셀트리온그룹 내에서 머물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룹 밖으로 빠르게 팔려 나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지금보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매출이 더 많이 늘어야 합니다.
셀트리온의 매출보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매출이 더 많아야 하죠. 그래서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재고자산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양사가 합병을 하더라도 합병 전 영업이익의 합계가 합병 후 영업이익보다 줄어들지 않을 테니까요. 이것이 진정한 합병의 조건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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